2023312341 박소현
영화 ‘시크릿 가든’은 동화 ‘비밀의 화원’을 바탕으로 2020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부모를 잃은 여자아이 메리가 음침한 크레이븐 이모부의 집으로 온다. 개와 울새의 도움으로 숨겨진 마법의 화원을 발견한다. 그리고 저택에 남은 이모의 흔적, 엄마의 흔적을 찾기도 하고, 이모부의 아들 콜린을 치유하기도 하며, 각설 마법의 정원으로 치유받는 이야기이다.
나는 어릴 적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좋아해서 몇 번이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인데, 내 나이가 동화를 보기에는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식민지와 흑인 하인, 전쟁이 배경으로 있어도 그것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 영화가 이제 어색해졌다. 또 나이를 먹으면 아동 만화에 등장하는 잔소리쟁이 어른 인물이 이해가 된다고들 한다. 나는 의무교육의 중요성을 알아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크레이븐 씨, 옷을 흙투성이로 만들어 온 메리에게 화내는 매들록 부인, 사별한 아내의 방을 어지럽힌 메리에게 화내는 두 사람을 이해해버렸다.
그리고 원작 소설과 다르게 영화가 각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아쉽다. 원작과 달리 이 정원은 정말로 마법이 걸린 정원이다. 원작에서는 황폐한 정원을 메리가 친구들과 함께 직접 가꾸어서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게 만든다. 정원의 회복은 인물들의 회복과 조응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구성한다. 그러나 영화가 각색한 대로 정원이 처음부터 정말 아름다운 마법의 정원이라면, 황폐한 정원에 다시 씨앗을 심고 기르는 회복의 이미지는 사라진다. 그리고 이 가족의 정서적 회복이 오롯이 판타지적 요소로 대체되어버리는데, 그렇다면 영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가? 마법 없이는 낫지 못한다는 것? 어릴 적의 나는 ‘비밀의 화원’을 읽고서 나 또한 꽃을 키워 보고 싶었다. 식물을 키우며 얻는 치유와 행복에 대한 이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식물을 키우는 것과 다르게 마법의 정원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존재조차 아니다. 이러한 점들에서 영화의 각색이 아쉽다고 느낀 것이다. 원작을 사랑한 내 입장에서 변질되었고 퇴색되었다.
첫댓글 학우님의 감상문을 읽고 영화에서 조금 어색했던 부분이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해소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영화의 갈등 해결 부분도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우연한 화재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