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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시집 원고원고
낯 설은 손
1. 설연화*
정영 너는
어미를 눈 속에 묻은
어느 효자의 영(靈)이었나보다.
봄은 아직
저만치 멀리 있는데
눈(雪)얼음 뚫고 나온 설연화
참 곱게도 샛노란 꽃을 피웠다
겨울잠에 취한
앙상한 나무들
살(殺)진 꽃샘바람 붙들고
윙윙 거리며 우는 이른 새벽
할머니 방에 군불지피며
눈시울 붉히시던 아버지가
노란 설연화 꽃잎에 앉아
불효자인 나를 바라보신다
*:설연화(복수초, 얼음새꽃)--겨울 산속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
눈얼음을 뚫고 꽃을 피워 얼음새꽃 이라고도 하고
겨울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설연화 라고도 하는 복수초(福壽草)
정초(正初)에 분에 담아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에게
長壽와 福을 기원하며 드리는 꽃
2.짝사랑
화진포 산마루에 달빛도 찬연하다
들꽃님 파도처럼 불러도 대답 없고
애꿎은 소쩍새는 밤새워 울어댄다
그리워 그리워서 울다가 내가죽어
개울가 낙엽처럼 떠돌다 찢긴대도
들꽃님 사랑만은 변하지 않으리라.
3. 믿음
믿으라 했다
별꽃같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나는 너를 아직도 못 잊고
깊은 의심의 골짜기
길 잃은 유령처럼 헤매고 있는가
별처럼 그립다고 말 했다
들꽃처럼 사랑한다 말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너를 못 잊고
날마다 추억의 밀어 곱씹으며
이리도 애간장 태우며 그리워할까?
머나먼 강 건너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너를 감싸 안았던 시간들 그리워하며
바람이 스쳐 지나간 새벽 거리
걸을 수 없는 장승처럼 말없이 서서
가슴 위로 떠오른
별들을 따려고 하지만
둥그렇게 부풀었던 그리운 마음 위로
조금씩 삭아가는 몸은 어찌할까?
3.당산堂山나무*
고향 떠난 사람들
향수鄕愁로 자란나무
믿고 사랑한 긴 세월만큼
속이 많이 썩어 들어갔다
고단한 삶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마을 어른들
돼지머리와 음식 차려놓고
마을 풍년과
가족들 무병장수 기원하는 주문을 외운다
한세월 마을 지킴이로
큰 바위 같이 든든했던 저 나무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듯
들짐승 산새들
제집처럼 드나드는
썩어 속이 텅 빈 가슴속 내 보이며
나무는 기운 잃은 긴 한숨을 쉰다.
자식 사랑에
속이 다 썩어 들어간 마을 어른들이
한상 차려준 음식 앞에 두고
고마운 듯
나뭇가지에 걸친 오색 천들
말없이 지나가는 바람에
펄럭인다.
*당산나무: 마을근처 언덕이나 입구 등에 있는 큰 나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는 나무
4.그리움의 세상
사랑한 추억이
향 짙은 그리움 안고
능글맞은 이무기*처럼
내 정수리 속으로 들어왔다
사랑의 밀어들로 장식된
추억의 바구니 속엔
보이고 들리고
생각하는 마음 모두가
별처럼 빛나는 그리움으로
속속들이 저며져 있다
십자가에 걸어놓은 맹세들
희미하게 빛을 잃은 밤
사랑이 낳은 그리움의 고통은
밤잠을 몰아 황량한 들로 나가
넋 잃은 장승처럼
밤의 적막 가운데 서서
두 눈 크게 뜨고
그대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무기- 용이 되려다 못되고 물속에 산다는 전설상의 큰 구렁이
5.들꽃의 사랑·2
야밤에 이슬로 목욕 단장한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사랑 꽃 피우고 춤추던 들꽃
어느 계절에 실려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의 뒤안길로 숨은 들꽃
못 잊을 사랑 추억으로 남기고
눈물도 없이 어딘가 떠도는 구름인가
세월이 손을 흔들면 울음이 영그는 그리움
한줄기 시그널로 사위어가는 그림자인가
얼굴 까맣게 익은 해바라기 순정
날마다 보고도 애써 모른 체하는
매정하고 야속한 햇sun님인가
불꽃같이 타오르던 화려한 사랑도
바람타고 떠도는 뜬구름인 것을
나는 왜
추억으로 오래 잠들지 못하는
사랑의 밀어密語들
파도가 시간들을 부수고 지나가는
바닷가 몽돌에 새겨놓고
하루하루 들꽃을 그리워하며
그 사랑 못 잊어 애태우며 서있는가?
6.호랑나비
외진 산 후미진 모릉이 바위틈
빈자리 지켜 홀로 곱게 핀
예쁜 들꽃 잎에 살며시 앉으면
문득 매듭처럼 덫이 된 향기가
떠나지 못하게
호랑나비 몸을 꽁꽁 묶는다
들꽃 음향의 미소에 정신 잃고
한동안 춤추고 노래하던 나비
이미 준 것은 모두 다 잊고
못다 내어준 사랑만 기억할까
고통과 환희를 참으려는
들꽃 작은 신음에
나비는 날개를 퍼덕이며
마음 아파 어쩔 줄 몰라 한다
7. 토기장이
내 눈빛 속에 잠들어 보이는
한 덩이 보잘 것 없는 진흙
다른 피조물로 세상에 태어나
거기서 새로운 삶으로 반짝인다
부딪쳐 상처 나고 얼룩 생기듯
처음부터 천하게 태어나
아무렇게나 쓰이는 질그릇
무아하고 잔잔한 빛을 입고
비밀스럽게 풍기는 향기처럼
세상을 유혹하는 귀한 도자기
모두 불가마 한 뱃속에서 빚어진
그릇 들이다
이 모양 저 모양 생김생김
천하고 귀하게 쓰임이
토기장이 마음 하나에 달렸으니
그 능력 어찌 위대하다 아니하리.
8.古稀 人生
누가 인생은 그리도 짧다 했는가
누가 인생은 그리도 길다 했는가
누가 인생은 그리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인생은 너무도 고달프다 했는가
누가 인생은 너무도 허무하다 했는가
누가 인생은 70부터라 했는가
푸르고 힘차던 육신
어느덧 소리 없이 삭아버리고
황혼 노을이 고운 인생 종착역 향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古稀 人生
부는 바람에 마음과 뼈 이리도 시릴까
뒤돌아보면
삶의 보람은 간데없고
헛된 후회만
딱정벌레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침 안개처럼
풀잎의 이슬처럼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가는 짧은 인생
하늘가는 밝은 길
밝히고 서있는 십자가
돌층계 어디쯤 걸어왔을까?
9.여인 같은 풍란
모질게 불어 닥친 시련 이기고
눈동자에 어린 고운 노을처럼
이리도 고아하게
사랑의 꽃 피워 살 수 있을까
여기저기 허공을 더듬어 살면서
길이 없는 것 같은 이파리 위로
긴 꼬리 선학 같은 꽃 피어놓고
외로워도 고고히 살아가는 풍란
오늘은 보고파 불러도 대답 없는
등꽃 같은 임이 몹시도 그리운지
파란 잎에 눈망울 같은 이슬 맺혀
바라보면 볼수록 더 애잔하다.
10.평창 올림픽 꿈
높고 맑은 평창 설원
키가 큰 소나무에 올라
활강하는 스키 선수 꿈꾸며
하늘 나르는 하늘다람쥐처럼
몸으로 눈 비탈 누벼 달리는
가리왕산 담비, 삵처럼
우리 선수 평창 설원
마음껏 달리고 날아
희망의 영광 가슴에 새기며
세계인 앞에 우뚝 서는 날
작은 나라 대한민국
모두가 아주 높이보리라.
(2018년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던 날)
*:가리왕산: 강원도 평창에 있는 1561m 높이의 산으로
주목 군락지이며 담비, 삵, 하늘다람쥐 서식지.
11.불사조 후손
독화살 맞고
날 선 칼에 찔리고
높은 산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수없이 얻어맞고 차에 치이고
깊은 수렁에 빠져도
결코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 있다
야생의 골짜기보다
더 험난한 세상에서
죽을 고비
수십 번씩 넘기고도
끝까지 목숨 지켜 살아남아
몸이 뜨겁도록 나라 사랑하며
인류 역사 이어가는 우리
누가 무어라 해도
불사조(不死鳥)* 후손들이다.
*불사조-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phoenix로
500년마다 제단 불에 타죽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새.
12. J에게
움켜쥐고 살아온 손
가만히 내려놓고
내가 밤낮 부르짖어 찾아도 언제까지 모른 체 하시렵니까
그대 하얀 가슴에 내 얼굴 파묻고 가슴에 실려 가는 기쁨의 노래 부르고 서러운 세상살이 하소연도 하고 싶은데
담벼락 아래
까맣게 영글어 떨어진 꽃씨 되어 아직 흙 속에 숨지 못하고 뒹구는 나
어찌
그리도 모른 체 하고 계십니까? 낮에 뜬 달처럼
빛바랜 창백한 사랑 언제까지 홀로 가슴에 안고 어찌 이리도 힘들게
살아가라 하십니까?
그리움에 기다리다 지친
달맞이꽃처럼
새벽길 서성이며
그리움의 나이테를
내 가슴속 깊은 곳에
풀벌레 울음 썩어
둥글게 새겨 넣으며 호숫가 벤치에 앉아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의 인자와 진리로
새살 돋는 사랑의 꽃 피우게 하소서
13. 못 잊어·1
들길을 밀치고 피었다가 진
들꽃을 잊을 수 없어
알몸으로 펄럭거리는
그리움의 산등성위에
홀로 장승처럼 서있다
날마다
내 그리움 불러내던 들꽃
왜 그토록 불러도 대답 없느냐고
가랑잎 흔들고 말없이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고 물어본다.
꽃잎에 이슬진 별들 속에
새겨진 사랑의 밀어들
날마다 못 잊어 애태우면서도
잊어야 한다고 마음 다짐하면
하늘의 창들이 열린 틈새로 내려온
또 다른 별들이
가슴에 쌓인 들꽃
그리움의 갈피를 넘긴다.
14.못잊어·2
눈물이 나 눈이 무르도록
많이 그립고 보고 싶은 들꽃
언제까지 달맞이꽃처럼
그대 기다려 살아야 되나요
잊어야 한다고
잊어버리자고
허공에 구름처럼 떠다니며
마음 다짐하면 다짐할수록
왜 더욱 이리도
생각이 나는지요?
고독한 산기슭
홀로 핀 들꽃
못 잊어 붉게 물든 그리움 안고
속이 다 썩은 당산나무같이
보고픔에 기다리며 살아도
언제까지 모른 체 하시렵니까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들꽃임이여.
15.짓지 않는 개
한 뼘 두 뼘
어둠에 젖어드는 나를 보고
너는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내 마음 스스로를 불러내
나에게 한번 큰소리 쳐본다
도둑을 보고도
짖지 않는 개처럼
세상 불의를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영혼 없는 장승처럼
모른 체 한 사람
이를 어쩌랴
빛이
어두움을 몰아내지 못 하고
어두움이
빛을 삼켜 버리는 세상
공의가 사나운 개같이 짖어
칠흑 같은 어두움 몰아낸
대낮같이 밝은 세상이 보고 싶다
16.거리의 사랑
자기 몸도 무거운 큰 자동차가
작은 자동차 8대를 등에 업고
신 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신들린 듯 차창 밖 산천이
거친 바람 마구 밀어내며
이미 가버린 그날들과
아직 오지 않는 시간이 머문 곳 향해
뒤 안돌아보고 그리도 내 달린다
난 언제 누구의 큰 자동차 되어
내 도움 필요한 사람 많이 태우고
이른 아침부터 땅거미 지도록
인생의 길 한번 신나게 달려 볼까
믿음과 사랑과
이해와 용서가 부족한 세상
삶이 역겨워
빛을 잃은 사람
많이 태우고 가는
희생과 헌신의 자동차가
나는 되고싶다
17. 태풍의 산보
회색 구름이
머리카락 풀어헤치자
무서운 괴물이
화가 난 듯
행복한 미래의 꿈 서린
집 수십 채
순식간에 부수고 지나간다
멍청해진 가슴 안고
찢어지는 아픔에서 짜낸 슬픔
왜 모든 것을 바치고도
이토록 많은 눈물
흘려야 하는가.
태풍 지나간 자리
허물어진 집들의 잔해가
하늘을 쳐다보고
원망스러운 듯 누어있다
18.가카새끼 짬뽕
판사가 이렇게 저질스런 막말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구나
그것도 젊은 현직 부장 판사가
“가카새끼 짬뽕”
“시커먼 땟 국물 꼼수면”
가카가 쳐 말아먹은 비릿한 바로 그 맛
(새로운 역겨움 MB회사)
인격도 예의범절도 모르는
어느 짬뽕판사가
가카새끼 짬뽕,
시커먼 땟 국물 꼼수면을
세상에 내놓고
국민모두가
즐겨 먹기를 바라고있다
인생의 짬뽕 참맛이 어떤 것인지
먹어보지 못한 젊은 애송이 판사
법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하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어도
모두 바라보고 웃고만 있다
법관 이전에 인격人格이 무엇인지
인간의 도가 무엇인지는 못 배웠나?
생각이 다르고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판사로서의 자기 인격을 팽개치고
불만을 이렇게 표현해서야 되겠는가
국민모두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판사가
법의 준엄한 공의도 세우지 못하고
서울 교육감 석방같이 이해하기 힘든
국민 우롱하는 편향된 짬뽕판결을 내려
법의 공정성이 무너지고 신뢰가 추락해
모두가 실망하고 한탄하며
분노하는 판결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생각이 다르고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판사새끼 짬뽕,
시커먼 땟 국물 꼼수면
판사새끼
쳐 말아먹은 비릿한 바로 그 맛
이렇게
세상에 글을 올려도 괜찮겠는가?
(현직 김정렬 부장판사가 대통령을 폄하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김형두 부장판사가 금품을 제공한 곽노현 교육감은 벌금형으로 석방되고,
돈을 받은 박명기 교수는 징역 3년형을 선고한 판결-사회적 논란이 됨을 보고)
후에 김정렬 판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의 차를 긁고 타이어를 펑크낸 것이 알려저 사직했음
19.대통령 형
할아버지
대통령 형이 왜 잡혀가요?
TV 뉴스를 보던
초등학교 2학년 손자 진혁이 물음이다
저축은행장들한테
7억5천만원 받았단다
얼버무려 대답한 나에게
만원자리가 몇 장이냐고 물었다
7만5천장 이라고 답했다
단돈 몇 천원이면
제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아이에겐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큰 숫자의 돈이다
단돈 몇 십 만원이 없어
삶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사람들
국회 부의장을 지낸
대통령 형이란 말에
저주와 욕설이 목구멍을
많이 움틀 거리게 했을 것이다
*:난 12년 전에 일산변두리에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를 매입할 때
1억2천만원을 대출 받았다. 지금까지 원금은 갚을 생각도 못하고
매월70~ 80만원 가까운 이자를 은행에 내며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솔로몬 저축은행과 미래 저축은행에서
7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2.7.10구속 수감됨을 보고
20.초승달
가을 어느 날 밤
빨갛게 익은 감나무가지 사이로 내려온
새색시 눈썹 같은 초승달에서
나를 힐끔 처다 보시며
눈 미소 지시는 어머니를 보았다
물그릇에 떠있는 달 보고
캉캉 짖어대던
제왕*이 절개*에게 밥을 주시며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옛날 고등학교 시절
그 모습 그대로 였다
파란 밤하늘 별 몇 개가
어둠 짙은 새벽
쇠죽 쓰기위해 나오신
어머니 눈빛으로 반짝였다
**:제왕, 절개-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낳은 강아지 이름
수놈은 제왕, 암놈은 절개라 이름 하여 기른 개 이름
21.인생
젊어서
80kg 쌀 한가마 번쩍 들어
어깨에 메고 다녔을 할아버지
이웃 삼 동내 처녀들
마음 설레
잠 못 들게 했을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오래 낡은 리어카에
신문지 빈 박스 가득 싣고 가신다
뒤에선
처녀 때
이웃동내 총각들
깨나
마음 설레게 했을 할머니
이 총각 저 총각한테서
여러 장 연애편지 받아들고
밤새워 고민 했을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가냘픈 몸으로 절룩거리며
뒤에서 리어카 밀고 따라 가신다
청춘의 꿈
자식 위한 삶에 다 바치시고
고달프게 사시는 노부부
손자들 용돈이라도 주시려는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에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보았다
22.할렐루야 (여호와를 찬양하라)
(시150:1~5)
숲들이
바람의 소리로
여호와를 찬양한다
산은 꽃을 피워 찬양하고
나무들은 가지 잎들 흔들며
여호와를 찬양한다
새들은 노래로 찬양하고
계곡물은 조잘대며 쉬지 않고
여호와를 찬양한다
하늘엔 별들이 모여 찬양하고
바다는 섬들을 안고
파도 춤을 추며 찬양한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 들
하늘로 머리 쳐들고
여호와를 찬양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23.박달재* 금봉이
장원壯元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떠난 박달임
왜 이토록 오시지 않는가?
오랜 기다림 속에
아침 물안개처럼 피어오른
그리움의 마음
목을 한발이나 빼어들고
부리부리하게 튀어나온 눈알을
임 가신 고갯길로 던져 넣는다
만추晩秋의 싸늘한 바람 속
산도 나무도 새들도 꽃들도
뼛骨살을 쪼아내는 아픔으로
기다림의 노래 부르다 지쳐
조금씩 야위어 가는 박달재
허망虛妄한 통곡소리가
애절하게 임 기다리다 죽은 혼
붉은 단풍잎으로 싸안고
산 고개 휘감아 돌다가
어스름한 가을빛 뚫고
천등산 하늘로 나라 오른다
*박달재: 천등산과 지등산의 영마루로 이등령 이라 하였으나
박달 선비와 금봉이의 애달픈 사랑 전설이 전해지면서 박달재로 부르게 되였음
24.자작나무
눈 내린 비탈진 산
훌쭉한 키
한껏 자랑하던 자작나무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에
뼈마디 부딪치며 운다
산천이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밤
자작나무 가녀린 가슴
겁탈하듯 더듬던 스산한 바람
바라보던 산사
풍경 소리가
오늘따라 요란하다
25.갱생이죽*
새우등처럼 굽은 몸으로
배고프면
물 한바가지 퍼 마시고
더 배고프면
갱생이죽 한 그릇으로
하루 끼니 메우며
힘든 논밭 일 하시던
부모님 모습 눈에 어린다
생명 부지하기 위해
어머니 치맛자락에
주렁주렁
감자 새끼들처럼
매달려 살던 우리 형제들
문득
어머니 그리움으로 나타난
갱생이죽 한 그릇이
목줄을 움틀 거린다
**:갱생이죽(갱시기죽)-6.25전후 세대에
찬밥 한 그릇에 김치나 시라기,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
3~4명이 끼니를 때우려 먹던 음식(꿀구리죽 같은 것)
.
26.새벽달
얼굴 창백한 여인
서산마루에 걸쳐 앉아
살아온 길
뒤 돌아 보며 떨고 있다
갱생이죽* 한 그릇도
못 먹은
저 여인 죽으면
장사라도 지내려나?
새벽별 몇이
지팡이든 뭉게구름 뒤에서 서성인다
큰 어른 태양은 하늘에 보이지 않고
아주 멀리서
희미한 여명의 붉은빛이
눈시울 적시며 다가온다
**:갱생이죽(갱시기죽)-6.25전후 세대에
찬밥 한 그릇에 김치나 시라기,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
3~4명이 끼니를 때우려 먹던 음식(꿀구리죽 같은 것)
.
27.회개(悔改)
아상我相으로
세상 잘못 살아온
자아自我가
작심하고
마음을 고쳐먹을 듯
개심사* 경지鏡池*
곱게 핀
수련꽃잎에 앉아
고개를 숙인다
*:개심사-충남 서산에 있는 사찰
*:경지-개심사 앞뜰에 있는 연못
28.어머니 사랑
어머니
자식 사랑한 마음
돌아가신 후 알았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그리움에
때늦은 후회(後悔)가
긴 밤을 뒤척입니다.
불효자식
천국에서 보시면
어머니 아들이라
반기지 마시고
저리가라
호되게 꾸짖어 주세요
어머니
29.봄
눈얼음 뚫고 복수초가 피었다
칼바람 속에서
빨간 동백이 화사하게 웃는 다
쑥 냉이 씀바귀 돌나물 달래가
봄을 집안으로 밀어 넣는 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꽃망울이
하늘 창을 열고 봄바람을 부른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마루에 신문지를 펴놓고
봄나물 한바구니 다듬으신다
식구들 얼굴에
보지 못한 웃음꽃이 핀다.
30. 휴대폰 문자
그녀가
귀신처럼 왔다가
귀신처럼 갔다
나도
귀신처럼
그녀 몰래 달려가
그립고 보고 싶고
사랑 한다고
별처럼 반짝이는 글
몇 자 남기고
귀신처럼 돌아왔다
31.하늘의 별이 된 아내
전생에
철천지원수가 만난 듯
나와 싸움을 제일 많이 한 여인
그러면서도 가끔은 안쓰러워
잠 못 이루고 손을 살며시 잡아본 여인
수없이 많은 잘못 저지르고도
미안해하지 않고 큰소리치던 남편
그래도 한평생 믿고 의지하고
토끼 같은 자식 훌륭하게 키워낸 여인
싸우고 또 싸워도
속으론 밉지 않고
언제나 고맙게만 여겨지던 여인
그 여인이 이젠
하늘의 별이 되어 말이 없다
세상에서 내게
제일 많이 잔소리를 한 여인
그러면서도 사랑한다며
제일 좋은 것은 나에게 먼저 주던 여인
그 여인이 지금은 곁에 없다
오늘따라 두 눈 마주쳐 소리치며
한번 열나게 싸워보고 싶고
귀가 따갑도록 잔소리가 듣고 싶어
눈시울 붉어지는 그리움에
목 메이는 것 보면
그래도 우리는 천생 연분 이였나 보다
32.석류
일락천장一落天丈 폭포瀑布같이
사랑을 쏟아 붓고 싶었을까
사랑을 위해
별빛에 알알이 새겨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먼 훗날의 고운 꿈
가슴 터지게 끌어안고
그리운 임을 부른다
무섭게 번쩍이는 번개
먹구름 속을 지나다니고
세차게 소낙비 퍼붓던
어느 뜨거운 여름날밤
눈시울 뜨겁게
가슴 풀어 헤치니
영롱한 사랑의 밀어들이
별 보석처럼 쏟아져 나왓다
.
33.나의마음
나의 마음은
외로워서
밤새워
바람 붙들고 우는 갈대
시기하고
질투하며
끝없이 조잘대는 개울물
하늘에
별과 달을 불러
밤마다
사랑을 속삭이는 호수
모사가
벌레처럼 꿈틀 거리는
능글맞은 이무기
고절(苦節)를 지키려고
깊이 고뇌하는
낙낙 장송 옆에서
고독의 슬픈 사랑을
외롭게 노래하는 산새
34. 산새 울음
외롭고 고달파서
사랑하는 임을
부르는 소리인가
임이
그립고 보고파서
우는 소리인가
즐거운 일 있어
노래 부르는 소리인가
도무지 알 수 없네
35.靑山*(故鄕)
고향이 좋아 청산靑山에 가면
부모님 선영 가슴에 반갑고
허물어진 돌담 돌아
골목길 달리던 친구들
그리워 찾으면
환한 웃음으로 달려 나오는 곳
무심히 떠도는 구름 벗 삼아
하늘 오르는 도덕봉* 손짓하고
사랑의 밀어들 추억으로 새겨진
보청천* 구비 진 강 언덕
눈물 글썽이며 발걸음 잡는다
*:청산-충북옥천군 청산
도덕봉-청산에 있는 산봉우리
36. 영원한 사랑
영원한 사랑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애련哀戀의 추억으로 잠든
사랑의 밀어密語
소중한 보석처럼 간직하고
신기루(변절한 여인) 쫓아
밤마다 푸른 하늘 별들에게
하소연 하며
슬픈 그리움의 황량한 사막
끝없이 걷는 것이다
37. 믿음
해와 달이
하늘에 멈춰서고
산들이 모래성같이 무너지며
바다가 흉흉하고
섬들이 요동치며
별들이
대낮 우박같이 쏟아지고
세상이
폭풍우 휘몰아치는 흑암 속
번개 침 같을 지라도
당신만 믿고 사는 것
38. 귀향
고난과 슬픔과
질병의 고통이 없는
천국 가는 길
참 멀고
험난하고
고달프다
죄와 허물
묻지 아니 하고
천하고 귀중함
차별 하지 않으며
모두 품어주고 감싸주는
바다 같은 천국 가는 길
참 멀고
험난하고
고달프다
사랑과 감사와 기쁨
조롱과 핍박 속에 묻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채찍 맞으며
무거운 십자가지고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천국 가는 길
참 멀고
험난하고
고달프다
39.무언의 언어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립고 보고 싶었다는 말들이
불꽃처럼
눈빛에서 튀어 나온다
선하고 어진 말들
고독하고 외롭다는 말들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들이
물안개처럼
얼굴빛에서 피어 나온다
손짓 몸짓에서
폭력적인 말들
피곤하고 힘들다는 말들
비웃고 빈정대는 말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
표정에서
눈빛에서
몸짓에서
소리 없는 말들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걸어 나온다
40. 회개
잘못된 인생
부러진 연필
다시 깎아 쓰듯
세상 삶에
찌들고 찢겨진 마음
오래된 가제도구
고치고 닦아 쓰듯
내속에 겹겹이 쌓인
죄와 허물과
고난의 두꺼운 껍질
한 꺼풀씩
날마다 벗겨내며
뉘우치고 반성하고
마음 다시 가다듬고
끝없이 고쳐가며 사는 것
41. 기도
주님
노래할 수 없고
춤출 수 없는 몸
성결이 추슬러
노래하고 춤추며 살고 싶습니다
세상 갈급한 심령들에게
시원한 얼음냉수 한 그릇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헌신하며 살고 싶습니다
내일이 나에게 있다는 보장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에
오늘을
최선의 성실로
주님 사랑 안에 살고 싶습니다
42.묵은 묘
돌아누운 산 모릉이
고사리 억새 딸기넝쿨
영혼처럼 뒤집어쓰고
쓸쓸히 늙어 주저앉은 묘
자식 못 본지 참 오래인가보다
부모 형제 묻으며
흘린 눈물의 맹세 어디가고
고독하고
서글픈 묘 옆에
구목丘木* 한 구루 머리 숙여 묵념한다
*구목: 무덤가에 있는 나무
43.규화목(硅化木)*(화석)
세월이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
영혼을 끌고
깊은 흑암의 어둠속에서
힘겨운
고독의 이불을 덮고
가슴에
나이테 새겨 넣으며
수억 년 참고 견딘 나무
고난의 축복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규화목: 지질시대 땅속에 파묻혀 규화(硅化)된 나무-나무화석
44.천지(天池)
천지를 보려고
사방 천지天地에서 왔다가
천지天池를 못보고
뒤 돌아 간 사람이
사방 천지란다
천지에는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고
하늘구름이 담겨있고
고절苦節의 역사와
민족의 소망이 담겨있다
천지를 보지 않고
어찌
마음의 천지를 보겠는가?
고고하고
맑고
깨끗하고
성결한 내 마음의 천지天池
내가 보고 싶어 천지를 찾았다
45.고절苦節 십년十年
먹구름 속에서
번쩍이며 걸어오는
천둥 번개처럼 요란했던
첫사랑의 추억
끊어지지 않는 체인처럼
고리에 고리를 걸고
끝없는 세월 이어 간다
피멍들어 저려오는 그리움
나무의 옹이처럼 굳어져
추억이 아주 희미해지는 날
나는 들 벅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의 밀어들 들추어 메고
별들 속에 숨어있는
그대 찾아 낫선 길을 나선다
46.순정
외진 섬 허전한 겨울해변
휘몰아치던 찬바람이
진실의 수정水晶 같은
거짓 없는 내 삶의
기쁨과 슬픔 안고
갈길 잃은 방랑자처럼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얼갈이배추 같이
풋풋하고 순박했던 사랑
노을같이 불타는 열정 꿈꾸며 나눈
석류 알 같은 상큼한 사랑의 밀어들
물안개 자욱한 호수에 던져 넣으며
그리움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날마다 그리운 듯이 달려와
따귀를 후려치고 가는 파도
번번이 잡지 못한
바보 천치 얼간이 같은 절벽처럼
신이 맺어준 사랑의 끈 놓지 않으려고
이 밤도 귀뚜라미처럼 숨어 울고 있다
47.나의 마음
나의 마음은
바람의 노래로
끝없이 조잘대는 개울물
시기와 질투를 노래하는 새
모질게 살아온 추억 안고
밤마다 별을 바라보며
고뇌를 삼키는 낙낙 장송
태양의 언어 머리에 이고
슬픈 빛과 그림자 쫒으며
허연 머리 흔들고 서있는 억새
처음과 끝을 모르는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
시린 가슴에 품고
들판 내달리는 사나운 이리
우주의 방랑자처럼
떠도는 뭉게구름 속을
황급히 내달리는
둥근 보름달 잡아
가슴에 보듬어 안고
고요하게 노래하는 꿈
밤마다 꾸는 파란 호수
48.나이테
모진 삶속에서
눈물 나게 힘들었던
숫한 고난과 역경
상처를 주고받은
불의한 언어들
내가 보여준 잘못된 행동들
돌부리처럼 발에 체였던
불행했던 일들
소박했던 기쁨과 행복
마음에 남아 두리번거리는
어슬 펐던 지난날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
내가 쓴 시(詩) 몇 구절
화석처럼 굳어진 마음에
후회의 눈물로 새겨진
나의 자서전(自敍傳)
49.영춘화迎春化*
겨울잠에서 덜 깬
개나리 진달래 산 벚꽃
굽이돌아 누어있는 산 능선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다
봄은 아직
산 능선 넘어
계곡 뒤에 숨어 서성이는데
홀로 봄 마중 나온 영춘화
그리움의 꽃향기 날리며
바람결에 춤추는 춘설
애잔하게 쫒고 있다
*:영춘화--겨울지나 제일 일찍 꽃을 피워 봄을 맞이한다하여 이름 한 꽃
꽃말--사모하는 마음
50.야(冶)한 들꽃
참 되바라지고
아리땁게 야冶하다
앙증맞은 별꽃처럼 곱고
산 백합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그 품에
함박꽃처럼
우아한 자태로 포근히 안겨
코스모스처럼 가녀린 목소리로
한번 속삭이다 잠들고 싶다
이름도 모르는 꽃이
야한 유혹의 향기를 품고
옛 연인처럼
나의 발길 잡고
그저 놓아주질 않는다
51.감자
쭈글쭈글 주름진 감자
밤벌레같이
오동통한 새싹들이
흡혈귀처럼 매달려
어미젖을 빨고 있다
몸이 뼛속까지 망가저도
자식들 튼실하고 훌륭하게
잘 자라기 바라는 마음
우리 부모님 같은 감자
한평생
돌덩이 보다
몇 백배나 더 무거운
자식의 짐 지고 사신
늙고 허리 굽은 부모님
가슴에 빨대를 꽂고
그 피 더 많이 못 빨아
안달하고 있는 우리 같아
뒤돌아본 삶이 참 부끄럽다
51.내가 피운 꽃
황량한 사막 낙타처럼
입에 고인 침
중얼중얼 삼키며
뚜벅뚜벅
끝없는 인생길 걸어
내가 피운 꽃
성실의 꽃
믿음의 꽃
사랑의 꽃
거짓의 꽃
시기의 꽃
미움의 꽃
용서의 꽃
그리고
죄악의 꽃
악마의 꽃
52.영국사 은행나무
고절苦節의 천년세월
나라의 안녕安寧 기원祈願하며
하루같이 살고 있는
천태산 영국사寧國寺 은행나무
캄캄한 밤
휘몰아치는 비바람
살풍(殺風)진 눈보라 폭풍
번쩍이며 걸어오는
천둥번개 같은 국난國難 겪으며
헛되이 가지하나 내어주지 않으려
얼마나 많이 고뇌하며 애 태웠을까?
천년 역경 불도에 정진하며
모진 한(恨) 씻어보려 했는가?
대(代) 이을 자식子息 하나
허리춤에 매어 낳고
오늘도 국태민안 기원祈願하는
염불소리 따라 외며
우람하게 서있는 은행나무
천태산 선객들 보고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불도를 전하며
잡은 발걸음 한사코 놓아주질 않는다
**:영국사-충북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 있는 천년 사찰
공민왕이 국태민안을 기원해 국난을 극복했다하여 영국사라 이름함.
**:은행나무--수령 1,200년(추정) 높이31.4m 가슴높이의 밑둘레 11.54m
사방으로 뻗은 가지 중 하나가 땅에 닿아 뿌리를 내려 크게 자라고 있음 (천연기념물 223호)
53.나의 마음
별을 품은 맑은 이슬같이
총명했던 속내 감추고
가슴에 녹아내리는 그리움으로
사랑을 읊조리던 나의 마음
호숫가 바람맞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태초부터
진실 없는 거짓의 수정같이
헛보여 맺어진 인연 속에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삶의 의미 찾아 나선 외로움이
끝없이 조잘대는 개울물처럼 숨차다
얼갈이배추 같이
풋풋하고 순박했던 사랑
떨리도록 불타는 노을에 집어넣고
소리 없이 아우성치던 명상의 새
그립고 보고 싶다
사랑 했다는 말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들고 나와
해변 모래위에 쓰고 있다
어디론가 아주멀리 떠났다가
눈동자 속에 각인된 파란호수
우수수 내려앉은 별들 따 먹으려고
조용조용 내려앉는 철새처럼
사랑을 속삭인
추억追憶의 밀어密語들 들추어 메고
살며시 그대 품에 안겨 잠들고 싶다
54.삼각산(북한산)
산에 올라 산을 보았다
계곡마다
초록 비단물결 곱게 일렁인다.
바람 따라
물소리 산새소리 정답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
저마다 이리오라 손짓한다
이리가면 인수봉
저리가면 만경대
돌아가면 백운대
늘어진 능선들이
숲 사이로 바위 등살 내 보이며
힐끗 힐끗 나를 쳐다본다
뭉게구름 사이로 폭포수 같이
쏟아져 내려온 화사한 햇살들
능선 오르내리며 한참 놀고 있다
**:삼각산(북한산의 다른 이름)
남쪽 만경대 804m
동쪽 인수봉 807m
북쪽 백운대 836m
세 봉우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북한산을 삼각산 이라고도 부름
55. 분재
꽃에서 무정한 인생을 보았다
정성 들여 키우며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는데
네가 죽음 택한 연유 알고
이 밤 잠 못 들고 뒤척인다
사랑한다면서
인정사정없이
구부리고 자르고
아프게 했다
좋아한다면서
이리저리 비틀고
꽁꽁 얽어매고 귀찮게 맸다
날마다 바라보면서
목말라 하는 너에게
물을 주지 않았고
배고파하는 너를 외면했다
돌아보니
사랑한다면서 사랑을 버렸고
좋아한다면서 인정을 버렸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모두가 죄였다
56.우리는 하나
하나의 태양아래
너는 너이고
나는 나 인양 떨어져 살지만
너와 나는 한 핏줄 한 형제 이다
하나의 지구 작은 땅에서
넘나들 수 없는 선을 긋고
서로 발뒤꿈치 추겨 들고
그리움의 시선 떼지 못하는 너와나
체제와 이념과 사상이 달라
비록 지금은 헤어져 살아도
언젠가는 반목과 갈등을 넘어
통일을 이루고 살아갈 우리는
한 핏줄 한 형제 한 동포이다
57. 섬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섬
난향蘭香에 취한 여인처럼
달빛 젖은 밤 추억 잠재우고
별들과 속삭이고 새들과 노래하던 섬
사랑의 옷을 벗어
시기와 질투의 바람
이별과 살인의 바람 쫓으며
새로운 생명을 주는 바다에서
외로운 것 같아도 외롭지 않게 산다
58.개
개 새끼라고
함부로 욕하지 말자
세상엔
개만도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집 앞 골목길에 들어서면
온가족의 말소리 발자국 소리
심지어 몇 달 만에 오는 가족의
자동차 소리까지
모두 구분해서 알아듣고
쏜살같이
3층에서 골목으로 달려 나와
깡충깡충 기뻐 뛰며 반기는 사람
이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개 새끼라고
함부로 욕하지 말자
세상에 개만큼 사람을
진실로 믿고 사랑해 본적이 있는가?
59.꽃
선한 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아름답지 않아도
향기가
온 세상으로 퍼지고
악한 꽃은
눈에 잘 보이고
아름다워 보여도
향기가 없고
역한 냄새를 풍긴다
60.감정의 온도
사랑의 손으로 잡은 손은 따뜻했다
미움의 손으로 잡은 손은 차가왔다
이별의 손으로 잡은 손은 밋밋했다
61.밀 애
하늘의 별들도 못 본체 눈감아준 사랑
조잘대며 흐르는 산 모릉이 계곡물처럼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로
긴 시간 보듬어 안고 즐겁게 속삭였다
간간히 귀뚜라미 풀벌레가 대화중에 끼어들어
무엇인가 참견하려 하고
지나가던 실바람이 시샘하듯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유구한 영겁의 세월 속에
이대로 눈감아 잠들어도 후회 없을 인생
무지개 꿈속에 떨어지는 별똥별보고
소원 빌은 눈에 수정 같은 이슬이 어렸다
밀애의 행복에 숨이 차 헐떡이는 우릴 보고
얼마동안 구름 속을 내달리던 달이
삐죽이 얼굴 내밀고 한마디 한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62.채소 파는 할머니
서울 대조동 파출소 앞 큰길 옆
다 팔아야 삼사 만원도 안 되는
푸성귀 몇 가지 놓고 파는 얼굴 검은 할머니
눈비 오고 먼지바람 불고 춥고 더워도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앉아계신다
날 좋은 날은 뜨거운 태양 머리에이고
날 궂은 날은 우산하나 받쳐 들고
추운 날은 빈 박스 몇 조각으로 바람 막으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계신 할머니
주름진 검은 얼굴 거칠어진 손마디가
시골 우리 어머니 같으신 할머니
오늘은 모두 다 잘 파셨는지
손에든 천원자리 돈 세고 또 세어보시다
아기 걸음으로 자리를 뜨시는 할머니
토끼새끼보다도 귀여운 손자
용돈 주실 생각이 나셨는지
모진 시간 몸으로 삼킨 입가에
가녀린 미소가 사랑의 꽃으로 핀다
63.왕새우 먹는 여인
반 녹색 왕새우들이
긴 수염을 세우고
왕소금이 타닥타닥 튀는
뜨거운 불판위에 나란히 누어있다
검은 눈을 부릅뜨고
온몸을 움틀 대며
긴 수염을 휘젓던 동작들이
맹수에 잡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사슴처럼
서서히 정지된다
아득한 바다의 추억
청춘의 푸른 꿈을 잃은
새우의 온몸이 이내 붉어진다
왕새우 눈보다
몇 십 배나 큰 검은 눈을 번뜩이며
새우의 온몸을 연신 씹어대는
여인의 붉은 입을
쟁반에 누어
순서를 기다리는 왕새우들이
긴 수염을 내 저으며
슬픈 눈으로 신비로운 듯 바라본다
64.원수 같은 년
밤마다 나를 괴롭혀온 년
오늘 밤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사랑한다고 귓전에서 속삭인다
밤마다 찾아와 나를 못살게 하는 년
오늘은 꼭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자다 말고 일어나 손에 흉기를 들었다
눈치 빠른 년
숨어있을 만한 곳 이리저리 찾다가
커튼 자락에 납작 업 드려있는 년을 발견 했다
나는 두 눈 크게 부릅뜨고
흉기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붉은 피가 커튼과 흉기에 튀었다
나는 흉기에 묻은 피를 닦으며
원수 같은 년 죽였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모기라 했다
성지순례 시
65.소피아* 성전
그리스도의 신성한 지혜가
이곳에 지금도 살아 있다
믿음의 첫 사랑 버리고 방황하는 자들이여
누가 오늘날
교회를 이토록 황폐하게 했는가?
복음은 말로 전하는 것 아니다
신실한 믿음의 삶을 통해 전해진다
하늘에서 외치는 주님 음성
쏘피아 성당 파란하늘 햇살로 퍼진다
불루 모스크(술탄아흐메트 사원)
구성진 기도소리 울려 퍼지는 히포드럼* 광장
신앙을 지키기 위해
피 흘려 순교했던 초대교회 성도들 영이
오벨리스크* 감싸 안고 기도하는 것 같다
나의 삶에서
교회의 앞날을 본다는 주님 음성이
하늘에서 뜬금없는 무지개를 타고 들린다
등골 오싹해지는 전율이 온몸을 흔든다
**:소피아 성전~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소피아 교회는 니카 반란 때 파괴된 데오도시우스 교회를 537년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5년에 걸쳐 재건축해 주님께 드린 교회로 가로75m,세로70m,높이56m,천장의 돔 직경이 30m이다.
소피아 성전은 솔로몬 성전보다 웅장하고 크며 벽면에 예수그리스도, 성모마리아, 세래 요한,
이곳 신앙의 위인들이 황금색 모자이크로 수놓아져 있고 예수님 왼손 성경에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가 헬라어로 써 있으며 이교회는 1000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큰 교회
건물로 명성을 떨쳤다
이교회는 오스만 터키가 콘스탄티노프(지금의 이스탄불)를 점령한후 개조하여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
하다가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공개 하고 있음 *:소피아~그리스도의 신성한 지혜라는 뜻
*:히포드럼광장~길이 400m, 폭120m로 10만명을 수용 할 수 있는 넓은 광장으로 소피아성당과 술탄 마흐메트 사원, 오벨 리스크, 콘스탄틴 포르피로게니투스의 기둥(담을 두른 기둥),트리포드기둥, 전차 경마장이 있음
*:오벨리스크~BC1500년경 이집트파라오 투트모시우스 3세를 기리기 위해 히레아폴리스 사원 앞에 세웠던
하나의 거대한 석재 탑으로 가로 세로 2.75x2.2(m) 높이19.59m인 것을 비잔틴 제국의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390년 이집트 룩소에서 갖다 놓음.
66.사도요한 계시 동굴*에서
한번 들어오면
살아나올 수 없는 옛 유배지 반모섬*
바다에 떠있는 섬 주위
하얀 집들이 평화롭다
우뚝 서있는 요한 수도원 십자가
파란 하늘에서 하나님 믿어라 외치다 목이 쉰다
희미한 불빛 속
사도요한
하나님 계시 받아 계시록 쓴 동굴
성화를 보는 순례자 가슴에
성령의 역사로 전율이 일고
마음속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님
이종에게도
주님의 인자와 긍휼을 베푸소서.
**:반모섬~ 터키 서해안 쿠사다시에서 서쪽으로 60km,
그리스 아테네에서 동쪽으로 250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
섬 정상에 요한 수도원과 엘리아 기념 교회, 사도 요한 침례 터가 있음.
*:사도요한 계시동굴~로마 도미시안 황제 때 사도요한이 이곳에서 18개월
동안 유배 생활 중 하나님 계시를 받아 “요한계시록”을 쓴 곳
(3년,15년 유배 설도 있음)
67.갑바도기아* 에서
아침 햇살 아련히 퍼진 갑바도기아
주 하나님 위대한 솜씨 찬양한다
여기저기 암굴교회와 사원
버섯바위 널려있는 계곡
열기구 탄 사람들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닌다
365개의 암굴 교회(수도원)가 있는 괴레메*
아름다운 풍광의 젤베계곡, 네부쉐하르*
데린구유*(지하도시) ,
모진 박해와 고난의 역사 앞에
순교의 각오로 믿음 지킨 영혼들
지금도 쉬지 않고 기도 하고 있는 곳
아침 햇살 같은 주님 은혜가 넘쳐
발걸음 떼지 못하는 순례자들
오 주님!
우리에게도 환난을 이길 믿음 주시고
사랑의 빛을 발 하게 하여 주소서 기도한다
**:갑바도기아~초대교회 박해를 피해 바위에 동굴을 파고 지하 도시를 건설하고
숨어 믿음을 지키며 기도하고 수도한곳
*:괴레메~깎아지른 절벽에 365개의암굴 수도원이 있는 곳
*:네부쉐하르~해발 1260m 높이의 갑바도기아에 있는 옛 도시
*:데린구유~깊이55m,면적 2500제곱m의 지하에 각종 생활 시설과 학교
교회 침례 터 등이 있는 지하도시. 1907년 프랑스 에수회 신부가 발견 세상에 알려짐.
68.터키 이스탄불에서
동양과 서양(유럽과 아시아사)을 좌우에 두고
흑해와 마르마라 해 잇는 보스포로스 해협
일렁이는 바다 가르며 크루즈 여객선 내 달린다
언덕 위 우뚝 솟은 소피아성전,
불루모스크(술탄 아흐멧 사원), 톱가프궁전*
성벽 언덕 위 하얀 집들 파노라마를 펼친다
트리포트 기둥, 콘스탄틴 포르피로게니투스 기둥(담을 두른 기둥),,
오벨리스크와 전차 경기장이 있는 히포드럼 광장
성벽 넘어 하얀 집들 뒤로하고
아시아 쪽으로 머리 돌린 여객선
흰 거품 내 품으며 속도를 더하자
순례자들 감탄의 함성 지르며 환호한다
뺏고 빼앗기고 허물고 다시 짓고를 반복한
천년 문화 역사의 성지 이스탄불
처음 믿음 회복하고 영원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스탄불~터키의 수도로 B.C667년 비잔티움-330년 콘스탄티노플-1453년
이슬람교가 융성하라는 뜻의 이스탄불(1453년)로 개명
이후 이스탄불은 (600년 이상)현제까지 이슬람 제국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
*:톱가프궁전~오스만 터키제국이1453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 노플을 점령하고 세운 궁전.
이 궁전 종교관에 요단강에서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던 요한의 팔이 은으로 싸인 체 보석 관에
소장되어 있고 모세의 지팡이, 아브라함의 터빈, 다윗왕의 보검 등이 보관되어 있다
69.에게해에서
에게해海 가운데서 지는 보름달과
떠오르는 태양을 동시에 봤다
해산한 여인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보름 달
여명에 쫒기 듯 서글프게 바다 끝으로 사라지고
오색노을 앞세우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저만치 멀리 보이는 반모섬 가리킨다.
새벽 바다 가르며
숨차게 내 달리던 여객선
흰 거품을 토해도
“예수님이 좋은걸 어떻게 해”
춤추고 노래하는 순례자들
환한 얼굴로 양팔 벌려 맞은 태양빛이
순식간에 검푸른 바다를
황금물결 치는 바다로 만든다.
저만치 멀리 보이는 반모섬 정상
요한 수도원과 사도요한의 계시동굴
아련한 모습 드러내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예수님이 좋은걸 어떻게 해”
검푸른 바다가 잔잔해 진다
70.빌립보 교회 터에서
다 허물어진 빌립보
허무하고 허망하다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 품고
겸손하고 신실한 믿음 생활로
하나님 기쁘게 했다고
바울로부터 칭찬 받았던 교회
찬란했던 옛 영화
어디가고
지은 이도 허문이도 간곳없는
쓸쓸한 성전 뜰
수난의 역사 안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돌기둥들
눈시울이 붉게
할 말 잃고 바라보는 순례자들
따사로운 아침 햇살
성령으로 찾아와 등 두드리며
슬퍼하지만 말고
굳게 믿음 잘 지키라 당부한다
71.예배소교회 성전 뜰에서
힘없이 누어있는
돌기둥 하나 잡고
순례자
거친 숨 몰아쉬며 기도祈禱한다
일곱별을 붙잡고
일곱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계2:1)에게
처음 사랑을 버렸다고
책망 받았던 에베소 교회
회개悔改하지 아니하고
향락에 빠져 허우적이던 신앙인들
뼈저린 후회의 눈물 흘렸을 예배소
믿음의 첫 사랑 회복하고
옛 영화 되찾을 날 언제인가
에베소 중심거리 늘어선 돌기둥들
공중 화장실 대리석 좌변기들
허물어진 성 쎌수스* 도서관
옛 영화 옛 추억 뒤 돌아 보며
뼈저린 후회라도 하는 듯
안타까운 마음 가득 안고 있는 순례자
조용히 응시해 보고 서있다
*:쎌수스 도서관(두란노 서원)
에베소중심 거리에 있음
72.아크로폴리스
아테네의 신성한 바위
아크로 폴리스*위 파르테논 신전
옛 영화 잃은 48개 웅장한 대리석 기둥
순례자 감탄의 눈길 잡고
따가운 햇빛아래 우람히 서있다
처녀 무희 6명이 기둥으로 바치고 있는
에렉테리온 여 신전(교회),
수호신도 잠들어 고요한 니케이 신전
수난의 역사 온몸에 걸머지고
아름다운 아테네시 한눈에 내려 보고 있다
여신들의 손길 인양 스치는 바람이신선하다
하늘이 축복으로 내려준 아크로폴리스
영원한 신앙의 중심이 되기를
마음모아 기원하는 순례자 보고
아테네시를 거닐던 쏘크라테스 영혼이
파르테논 신전 뜰에 걸쳐 앉아
“너 자신을 알라” 외치는 것 같다
**:아크로폴리스(아테네의 신성한 바위로 불림) ~도시국가 신앙의 중심지로
아테네 중심에 있는 약간 높은 언덕
아테네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으로 알려진 이곳엔 성벽을 쌓고
수호신을 모시는 파르테논 신전, 니케신전, 에레크데이온 신전이 있음
*:파르테논 신전~BC438년 아테네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세워진 신전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샤를 정복하고 제사를 지낸 흔적이
48개의 우람한 돌기둥 사각 모서리에 남아있음,
유네스코 고적1호로 지정됨
*:쏘크리테스 감옥~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 있는 동굴 감옥
3개의 감옥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
73.메테오라
하늘에 닿아있는 수도원에 올랐다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기만 한 수도원
백여 미터 수직바위 꼭대기 우람히 서있다
오직 믿음하나 지키기 위해
그 옛날 모진 탄압과 박해 속에서
수십 미터 수직 바위 꼭대기
밧줄에 목숨 걸고 올라 다닌 수도사들
나도 그 믿음 본받아 살수는 없을까
주님이 덮어준 사랑의 이불 걷어차고
황량한 세상
방황하던 나의 믿음 생활 되돌아보니
참으로
주님 앞에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복음은 말로 전하는 것 아니고
신실한 신앙의 행위로 전해진다는 것
수도사들의 믿음에서 되 새겨본다
주여 이종에게도 굳건한 믿음 주소서
나의 기도가 메테오라 수도원 돌아
하늘로 오르기 바라며 눈을 감아 본다
**:메테오라~그리스 최고의 절경으로
높이 100m~150m의 거대하고 우람한 바위들이 기둥처럼 하늘로 솟아 있는 곳.
85m 높이의 바위 꼭대기에 있는 아니빱사스 수도원에는 13~14세기로 추정되는
성화들이 있으며
613m 높이의 메칼로 수도원(구세주 변형 수도원) 에는 다니엘이라는
수도사가 14년에 걸쳐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는 십자가 조각상과 유물 819점과
옛 문서들과, 여러 종류의 도서와 양피지 사본이 있다.
기암 괴석위에 세워진 수도원에는 12세기 초부터 그리스정교회 수도사들이 모여
신앙을 지킨 곳으로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가장 낮은 곳에 루사노 수도원이 있다
74. 사데교회에서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3:1)
하나님의 일곱 영과
일곱별을 가지신 이가 책망한 사대교회
우뚝 서있는 돌기둥,
허물어진 성전 뜰
여기저기 흐트러져있는 잔해들
현재 교회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프고 아리다
믿음의 첫 사랑 버리고
축적한 부를 자랑하며
큰 건물, 화려한 장식,
목회자들 권위 강조하는 현대교회
세상 향락에 젖어 사는 우리 삶
모두 회개하지 아니하면
주님은 결코 외면하지 아니 하실 것 같다
회개하고 이기는 자는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아니하겠다고(계3:5)
말씀하신 주님 음성 멀리하고
우상숭배와 향락에 빠져 살던 사데 교인
지금의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돌아보면 가슴 답답하고 정신이 멍해진다
주여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사데~B.C1200년경 세워진 부유한 상업도시
고대 리디아 왕국의 수도로 직물과 귀금속 사금이 많았고
인류 최초로 금화를 만든 도시
75..타프론* 사원
경고음 같은
매미울음 뒤로하고
숲길 속 내 달리는 톡톡히*에
흘린 땀을 씻는다
심술 많은 마녀인양
부라만의 영원한 안식처
타프론 사원
이리저리 통째로 움켜쥐고
아무리 몸부림 쳐도 놔주지 않는 괴물
스뽕나무* 이행나무* 천연덕스럽다
평화 기원하는 사원 벽 부조 물
여기저기 허물어진 사원 잔해
하나같이 모두가 나와
갈길 많은 발걸음 잡고
한사코 놓아주지 않는다
어머니 병 낫게 하기위해 만든
보석 방, 통곡의 방
아픈 상처 된 벽 자국들 만져보며
부라만의 효성에 감복한 불효자
돌아가신 어머니 불러 용서 빌어본다
**: 타프론사원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위해 지은 사원
톡톡히~ 오토바이 뒤에 리어커 같은 것을 달고 사람을 태워 나르는 것
스뽕나무~ 굵은 뿌리로 사원을 감싸 쥐고 있는 나무
이행나무~ 많은 뿌라가 서로엉키어 사원을 감싸고 있는 나무
76.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에서
베트남 난민 수상가옥들
부레 옥잠화처럼
여기저기 늘어선 톤레샵(호수)
관광객 태우고 오가는 배들
엔진소리 요란하다
조각배에 몸을 싣고
일렁이는 물결 따라
떠다니는 난민 어린아이
자기키보다
두 배는 긴 얼룩 뱀을
야윈 목에 두르고
1달러만 달라 졸라대는
검은 눈망울이 참 애처롭다
부평초같이
호수위에 떠있는
베트남 난민 학교
사시나무처럼 야윈 어린 새싹들
해맑은 얼굴 눈빛이
마음 아프게 고달파 보인다
77.돈 떼먹은 사람
40년 전
공무원 월급 3년 치도 넘는 돈 빌려가
끝내 갚지 않고 떼어 먹은 사람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준다준다 하면서
몇 년이나 아내 속을 태운 사람
지금은 어느 곳에서 또 누구의 돈을 떼먹고
애간장을 태우며 살고 있을까
한 푼이라도 받아 보겠다고
몇 년을 쫒아 다니며
잠 못 들고 울고불고한 아내
지금도 못 잊고
가끔은
그 사람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묻는다
못 쓰고 못 먹고 못 입고
몇 년 계해서 모은 돈 떼먹힌 아내
병이 될 만큼 잠 못 들고 신음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서성이던 아내
그 사람 포기하는데 10년 세월이 흘렀다
78.파도와 절벽
파도와 절벽
그 짧은 순간에 만나
도대체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가끔은 어떤 고백이라도 할 것 같이
저 멀리서 오다가 되돌아가고
가끔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 같이
세찬 바람을 몰고 달려와
절벽의 가슴을 할퀴고
따귀를 후려치고 돌아가는 파도
많이 그리웠다 말 했을까
많이 보고 싶었다 말 했을까
많이 사랑한다 말 했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왜 이리 무정하냐? 원망하고
원수 같은 놈이라 욕을 했을까
천추의 한 같은 그 무엇인가
둘 사이에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그 속마음 도무지 알 수 없고
둘이 주고받은 말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숙명처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파도와 절벽
그래도 언젠가는 서로의 품에 안겨
뜨거운 사랑 나눌 날 있으리란
굳은 희망 하나가
가슴 깊은 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것 같아 아리다
79.네가 어디에 있느냐?
아버지는 가끔 내게 물으셨다
네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비방과 모략의 자리에서
히죽거리고 있지는 않는지
불의를 모의하는 자리에서
얼굴 맞대고 앉아
수군거리고 있지는 않는지
맥반석에 구은 오징어처럼
몇몇 부정한 정치인을 씹으며
비방의 술잔 기우리고 있지는 않는지
언제나 너 자신을
돌아보며 살라 말씀 하신 아버지
돌아가신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때때로 꿈길에 찾아오셔서
지금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으신다
불의와 오만의 자리에 앉지 말고
헌신과 사랑으로 많은 사람에게
덕을 베풀며 살라 하신 아버지
병들고 소외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
외면하는 자리에 서있지 않기를
지금도 기도하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숙연 해 진다
80.낯 설은 손
이불을 덮고 자다가
어둠속에서
무심코 마주 잡아본 손이
무척 낯설다
남의 손 같이 낯 설은 손
거칠어지고 굵어진
손마디 하나하나가
나를 사랑한 징표 아닌가?
한 몸으로 살면서
나는 왜
이손
자주 잡아보지 못했을까
무관심無關心속에 자란
희생犧牲의 자국들이
어둠 속에서 나를 울린다
81.펙트Fact
사랑은 모두
화려한 물감 들인 거짓의 옷을 입고
진실이라 말 한다
붉은 시기의 옷을 벗기면
파란 비방의 옷이 나오고
핑크빛 사랑의 옷을 벗기면
노란 질투의 옷이 나온다
시기가 사랑을 비웃고
거짓의 눈물이 진실을 삼킨다
사랑엔 감춰진 진실이
거짓의 이름표 달고 숨어있다
그래도 사랑은 언제나
진실이라 말 한다
사랑은 믿음 속에서 자라는
그리움의 나무이고
소망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것이 사랑이다
82.태국 알카자 쑈
화려한 조명 속
환호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빤 강남 스타일
말 춤을 추는 게이gay들
어여쁘고 가녀린 몸매가
왜인지 측은해 보인다
청춘의 화려한 사랑의 꿈
번쩍이는 무대 위에서
말 춤으로 코믹하게 풀어내는
저들 몸동작 하나하나에
눈물 젖은 애련의 추억 같은
삶의 무거운 짐 벗어 던지고
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오빤 강남 스타일
가슴 안쪽에서
오랜 추억으로
지금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임을 불러내
나도 같이 박수를 쳤다
83.겨울여행
화려했던
오색 단풍잎들
굽이진 설산雪山
깊은 계곡에 묻어놓고
옛 임이 그리운 듯
긴 목 빼들고 서있던 나무들
높고 낮은
봉우리 휘 돌아온
살殺바람의 혼魂들로
밤새워 피운 흰 눈꽃
자지러지게
허공으로 날리며
청춘의 혼들 벅차게 싣고
달려만 가는 열차 보고
기적만 울리고 가지 말고
잠시라도
쉬어가라 손짓 한다
84.풍란
천진불天眞佛이 되려고
무명초無名草를 자른 동자승童子僧처럼
난향蘭香에 취한 여인이
눈을 감고 그윽한 미소로
염불을 외우듯 말을 했다
길가에 버려진 쇠비름처럼
모진 삶의 고뇌를 삼키며
돌에 붙어 고매하게 사는 풍란風蘭
신神 의 섭리攝理가 아니면
어찌 이 작은 선학仙鶴 같은 꽃에서
이렇게 깊고 짙은 향香이 나와
나를 품을 수 있는가 라고
인향人香이 없어
한 번도
남을 감동시켜 보지 못한 나는
돌 같이 굳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여인과 풍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구멍 숭숭 난 제주 현무암에 붙어
이리저리 공중으로 뿌리를 쳐들고
바람 속에 숨어있는 습기 먹으며
당차고 굳세게 사는 풍란
아무리 보아도
모진 고난과 어려운 역경 속에서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낸 여인처럼
고매하고 신기하고 사랑스러워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며 풍란을 바라본다
85.라택스 죽부인
어느 무덥던 여름날 밤
밤꽃향기에 취한 여인처럼
아무리 뜬금없는 행동으로
작란치고 귀찮게 하여도
마다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받아주는 네가
나는 참 좋다
너를 먼 타국에서 보고
외면하려 했던 나의 마음
부끄럽게 뒤돌아보며
포근하고 다정하고 순박한 너
다시 한 번 품에 안아본다
이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무엇이던 잘 받아주는 죽부인
너 때문에
내 마음이 행복하다
86.인생
젊어서 아니한 후회
나이 들어 많이 하네
망설이고 우물쭈물 하다
하지 못한 것
나이 들어 해보려니
되는 것이 하나 없네
87.연인
그 여인은 파도였다
가끔은 오다가 되돌아가고
가끔은 달려와 가슴을 할퀴고
속마음 다 뒤집어놓고 가는 파도
그 여인은 바람 이였다
가끔은 소리 없이 찾아와
부드럽게 감싸 안아보고
가끔은 살풍殺風지게 찾아와
마음 마냥 흔들어놓고 가는 바람
번번이 찾아와 시비를 걸고
속만 태우고 그냥 돌아가는
파도 같고 바람 같은 여인
그래도 가고나면
자꾸만 보고 싶고 그리운 여인
그 여인이 연인戀人 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