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강
이남섭 저 | 푸른사상
〈현대문예〉 신인상 및 〈불교문예〉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남섭 시인의 신작 시집. 시인은 할아버지 밑에서 유교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 전통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고향을 그리는 그의 시에는 “가내 (可川)터에 집(堂)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 곧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가내 마을”(「可隱堂」) 사람들의 정서가 깊이 배어 짙은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다. 지극정성 선조를 모시는 마음이 녹아 꾸밈없이 평화스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시편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이남섭
호는 隱村,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가내마을에서 태어나 1972년부터 36년 동안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봉직했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현대문예〉 신인상 및 〈불교문예〉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시작활동을 했다.
■시인의 말
제1부
돌아가야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추억의 강
漁水樵山
고향 바다
보성강
상추 씨앗을 뿌리며
낯선 고향
可隱堂
머슴 매수 씨
섣달 그믐밤 고향집에선
月白堂
성묘
워낭소리
추석 무렵
제2부
레테의 강
첫사랑
만연사
법고소리
범종소리
대원사 가는 길
雪頌
동백꽃
겨울나무
교정에서
침묵의 강가에서
석류꽃 사랑
겨울밤 산행
마음의 江
물소리
제3부
찔레꽃
함께 알프스로 가요
수국을 보며
불갑사 꽃무릇
5월의 성산포
바래봉에 올라
일림산 5월
꽃집에서
천관산 억새
茶鄕에 가면
송재 서재필 기념공원에서
청령포에서
제암산에서
정지용 시인 생가를 찾아서
득음정을 찾아
진도 탐방 길
제4부
저녁노을
돌아서 온 길
벗
黎明
혼불
녹차를 따르며
산행
사랑
진실 게임
공룡시대
下手
산중일기
우물
대원사 숲길에서
■ 작품해설 - 「고향, 자연, 사랑」/이은봉
시인 이남섭은 전통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는 그가 隱村이라는 고풍스러운 호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隱村이라는 그의 호는 ‘숨어 있는 마을’, ‘시골에의 은거’ 등의 내포를 갖는다. 따라서 그는 세상에 알려지기를 별로 바라지 않는 隱者形의 사람으로 보인다. 실제의 그의 삶은 오늘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매우 바쁘고 분주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의 호 隱村은 선조인 “李箕大공”(「可隱堂」)의 당호(堂號) 可隱堂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그가 명성에 급급하는 속물들과 거리가 먼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집을 月白堂이라는 당호로 높여 부르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된다. 그의 시에 따르면 “산골 마을/연분홍 분꽃/홀로 피어 빈 집을 지키”(「月白堂」)는 것이 月白堂이다.
이 月白堂에서 그는 할아버지한테 유교식 교육을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의 시에 드러나 있는 “새벽부터/천자 책 펴고는” “어린 손자 훈도하던/우리 할아버지”(「성묘」)와 같은 구절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가 이렇게 할아버지의 슬하에서 외롭게 유년시절을 보낸 것은 찔레꽃이 “만행 떠난 아버지/기다리시는 어머니 같”(「찔레꽃」)이 피어나는 곳이 그의 고향이라는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할아버지 밑에서 유교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가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세계관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에는 “가내 (可川)터에 집(堂)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 곧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가내 마을”(「可隱堂」) 사람들의 정서가 깊이 배어 있다. 그의 선조인 “李箕大공”이 可隱堂을 짓고 처음 뿌리를 내린 이 ‘가내’는 성주 이 씨의 집성촌이거니와, 이들은 진작부터 상당한 부를 축적한 듯싶다. 이는 그의 후손들이 “수천 여권의 책을 可隱堂의 시렁에 싸놓고/세상 얽매임 없이 書와 詩를 즐”겼다든지, “公의 외손자 송재 서재필도 일곱 살까지/이곳에서 공부했고, 추사 김정희도/가끔 들러서 함께 일필휘지했다”(「可隱堂」)든지 하는 구절이 징험해준다.
- 이은봉(시인,광주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