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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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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달려
남동구청을 지나고 있다. 소래포구(논현동)로 가는 길. 일찌감치 소래포구로 가, 물 빠진 포구의 정취를 맛보는 것도 좋겠지만 싱싱한 횟감이나 매운탕거리, 꽃게 등을 살 요량이라면 물이 차는 저녁시간으로 소래포구
방문은 늦춰두고, 아이들과 함께 염전과 갯벌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해양생태공원부터 가보도록 하자.
해양생태공원은 인천시 만수동 남동구청에서 소래 방향으로 가다 서해안고속도로 고가 밑에서 좌회전해 농로를 1.3km 정도 따라가면 찾을 수 있다. 99년 6월에 개장했음에도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해 잎조차 제대로 피우지 못한 가로수를 따라 5여 분을 가면 높다랗게 세워둔 '수도권 해양생태공원-해양탐구자연학습장'이란 문과 마주하게 된다.
키 큰 나무문을 지나 아직까지 가을빛이 채 가시지 않은 갈대 우거진
소로를 좀 더 달리면 차를 세워두는 주차장.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차를 이곳에 주차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폐염전과 폐염고(소금창고) 사이로 난 길을 걷게 되는데, 차를 타고 가더라도 생태공원
내 식생보호를 위하여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지는 못한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찻길을 버리고 폐염전 사잇길을 걸으면 웃자란
갈대밭 사이로 붕괴된 염전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치 11월처럼 황량해 보이는 폐염전. 70년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천일제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라는데, 그 영화는 온데 간데 없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은 공터만 쓸쓸히 길손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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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 폐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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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폐염고(소금창고)와 폐염고 사이에서 자라는 파란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밭, 그리고
눈처럼 하얀 소금이 이끼처럼
남아 한차례 눈이 흩뿌린 듯 뽀얀 폐염전을 지나고 나면 염전학습장으로 이용되는 염전 못미처 지점에 옛날 소금창고를 고쳐 만든 전시관이 나타난다. 폐염고의 전시관에는 벌노랑이,
해당화 등 염생식물의 사진과
염부들이 땡볕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 소래포구의 정경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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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장 및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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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60여 평의 학습장(강의실, 책·걸상 100개)이 마련되어 있는데, 환등기, 슬라이드, 스크린
등이 설치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학습지에 수록된 현장위주의 식생, 염전시설 등에 대한 이론 영상 교육을 실시한다. 초등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6~7월, 9~ 10월에 주 5일간씩 개방하는데,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은 20분 정도다.
학습장과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파고라(야외학습토의장)를 지나면
폐염전의 일부를 살려 염전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넓은 염전이
나타난다. 21만 3천 평 중 1만 3천 여 평만을 복원한 이곳에선, 하루
4백㎏~1.2t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문자로
하여금 소금의 생산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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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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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둑판 모양의 염전과 바닷물을 퍼 올리는 물레방아(수차), 밀짚모자를 쓰고 소금을 가래로 긁어모으는 인부들이 어울려 멋진 풍광을 빚어내는 이곳에서는,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해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학습장 곳곳에 마련된 염전에서 소금물을 퍼 올리는 수차(水車)를
직접 밟아볼 수 있어 좋다. 또
소금 채취시간(보통 오후 4시)과
맞아떨어지면 직접 곰배로 가래질을 하며 소금을 긁어모으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염전학습장 곁에는 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1천여 평의 미니갯벌도 마련되어 있다. 맨발로 갯벌에 들어가 게 등
살아있는 생명체를 관찰할 수 있는데, 흙을 밟을 기회가 없는 아이들과 도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갯벌체험장 곳곳이 벌써 죽어있는 듯 하얗게 일어나 안타까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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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학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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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체험을 한 뒤에는 5백여 평의 담수연못 한켠에 조성되어
있는 해바른 쉼터에 앉아 싸 간
도시락을 먹거나 가족들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다. 시원하게 뚤린 염전과
갯벌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 트이고, 담수연못 가까이로
가 아이들과 함께 잉어, 붕어들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아직 공원조성이 덜 돼 주차장이나 매점 등 다른 편의시설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도시락이나 음료수, 간식거리 등을 지참해 가면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있으므로 그리 큰 불편은 없다. 각종 시설물과 식생보호를 위해 주말 및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가족 단위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학교 등 단체 참가자는 인천 남동구청 도시정비과(032-453-2670)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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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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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공원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서해대교 고가 아래에서
좌회전하면 길은 드디어 소래포구로 이어진다. 싱그러운 바다내음, 수인선 협궤열차에 대한
추억, 횟집주인과 젓갈장수들의
호객행위, 포구 방파제 한켠 좌판에서 벌이는 막소주 파티의
흥청거림이 들리는 듯한 그곳은, 해양생태공원 갈림길에서
10분~15여 분을 더 달리면 닿게 된다.
싱싱하고 저렴한 회, 새우젓 등으로 유명한 곳답게 소래포구(어시장)는 입구부터 몹시 북적거린다. 입구 곳곳에 있는 주차장이나 버스 종점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논현선박출입신고소 방향으로 5분 정도를 걸으면 벌써 서쪽으로 많이 기운 해를 등지고 어선들이 하나 둘 귀항하기 시작하는 포구에 이른다.
각종 건어물상회와 새우튀김집, 조개구이집, 횟집들을 지나고 어시장을 통과하는 길이라 수시로 사람들에 어깨가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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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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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 냄새가 진동하는 어물전을 비집고 지나면 포구를 가로질러 녹슨 철교가 마치 지나온
세월마냥 덩그러니 걸려 있다.
철교 위로 올라가 손을 맞잡고
궤도 한 쪽씩을 밟고 걷게 되면
소래를 찾아온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는데, 이 철로가 바로
지난 94년 운행 중단된 수인성
협궤철도다.
소래철교 부근의 일부만 옛날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어 아쉬움을
주지만 사람이 건너다닐 수 있도록 안전하게 철판을 깔아두어 남녀노소 누구나 이 엉성한(?) 철교를 건너는 낭만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다. 철로 위에서는 아름다운 포구의 저녁 전경과 귀항하는 어선들을
뒤따르는 갈매기떼도 한눈에 보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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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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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궤철도를 내려와 싱싱한
꽃게라도 한 마리 사기 위해 어시장으로 들면 시끌벅적한 시장
상인들의 고함소리부터 들려온다. "알찬 암꽃게가 한 마리에 2만 6천원!" 한 마리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고함과 몸짓에 어시장은 거의 '광분의 도가니'다.
그런 어시장을 지나 수협공판장으로 가면 통통배로 불리는 15t
미만의 작은 어선들이 승봉도,
장봉도, 굴업도 등 서해바다 연안해역에서 잡아온 꽃게, 왕새우 등을 부리고 있다.
연신 집게발을 파닥거리는 꽃게와 '푸드덕' 거리는 왕새우는 부려지기가 무섭게 경매에 붙여지고, 시장 상인들의 수신호 몇 번만에 다
팔려 나가고 만다. 경매에 참가할 수 없어 구경만 하고 있던 일반인들은 경매에서 물건을 뗀 도매상 곁에서 펄펄 뛰는 꽃게를 사기 위해
흥정을 하고 있고, 단순 관광객들은 왁자지껄한 경매 구경에 신이 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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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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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 혼란을 이루던 경매잔치가
끝나고, 하늘빛이 발그레해지면
공판장에서 나와 서서히 몸을
소래대교 쪽으로 돌려보자. 소래포구에서 지는 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대교 위에 자리를 잡고 서서 고개를 포구 쪽으로 돌린 채 숨죽이면, 야트막한 산과
바다, 시끌벅적한 소래어시장을
물들이며 소래의 해가 아련히
넘어간다. 겨울에 보는 일몰만큼 장엄하진 않지만 뱃머리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해는 그 날 잡은 생선이 풍기는 비린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상인들의 합창과 어울려 진한 삶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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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운전
소래포구는 제2경인고속도로의 종점에서 좌측으로 해안도로를 통과해 가거나 남동IC에서 빠져나와 남동공단로를 지나 논현동에서 소래포구로 가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외지에서 가는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월곶IC를 이용하는 편이 길 찾기가 쉬운데, 주말에는 교통체증이
심하므로 각오하고 가야 한다. 소래포구 가까이에 있는 생태학습장은 서해안고속도로 북쪽 수산파출소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는데, 단체 방문 시에는 1주일 전에 신청(032-460-0274)해야 한다. 소래포구 주차료는 30분당 8백원~1천원 정도한다.
▶ 대중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이 가장 편리한데, 지하철 1호선 제물포역에서 내려 길을 건넌 뒤 21번 버스(동인천 경유, 20~30분 간격 운행, 40~50분 소요)를 타도 되고, 주안역이나 동암역에서 내려
38번 버스(인천터미널 경유)를 타도 된다. 21번 버스를 탈 경우에는
소래포구의 종점에서 내리게 되고, 38번을 탈 경우에는 소래포구 입구에서 내리게 되는데, 소래포구는 각각의 정류장에서 5분 정도를
걸어 들어가면 된다.
생태학습장은 제물포역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가다 소래포구 못미처 파출소(서해안고속도로 밑)에서 하차해 이정표를 따라 1.3km 정도 농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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