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교우를 모셔오라 II - 1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떠난 원인 알아야 냉담교우 회두ㆍ예방 가능
지난해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와 함께 기획해 보도한 '냉담교우를 모셔오라'로 교회 안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평화신문은 창간 23주년을 기해 그 후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1차 기획시리즈에서는 한국교회 냉담교우 문제의 전반적 현황과 원인, 냉담교우 모셔오기의 단계별 방법론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2차 기획에서는 냉담교우 회두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냉담교우들의 신앙적 갈등과 고민, 그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에 대한 솔직한 고백 등을 겸허하게 듣겠습니다.
그리고 냉담교우들을 다시 모셔오기 위해, 또 냉담교우 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교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제시하겠습니다.
냉담하는 신자들을 만나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생활고에 시달려 신앙생활의 여유가 없는 사람도 있고,
신앙 자체에 회의를 느껴 성당에 발길을 끊은 사람도 있다.
본당 공동체에서 소외감을 느껴 점점 교회에서 멀어지거나 뜻하지 않게 사제나 수도자,
또는 주변 신자들의 언행에 상처받고 냉담 하는 경우도 있다.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했다.
이처럼 냉담교우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을 뒤집어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요한 첫 걸음이다.
심 소피아(47)씨는 얼마 전 냉담교우 모시기 활동으로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자매를 방문했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민망한 경험을 했다.
그 교우는 현관문을 반쯤만 열고 다시 성당에 나올 것을 권하는 심씨를 오히려 질타했다.
"다른 자매님들은 이른 아침부터 성당에 나와서 열심히 일했는데,
반장이라는 분이 제일 늦게 와서 수녀님한테는 자기 혼자 일을 다 한 것처럼 떠벌이더니 기가 막혀서….
오늘은 뭐 하러 왔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할 말을 잃은 심씨는 "그랬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오늘은 신부님 편지와 작은 선물을 전해드리고 갈게요"라고 말하고는 도망치듯 뒤돌아 왔다.
그 후 심씨가 몇 차례 다시 방문하자 그 냉담교우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성당 다니는 사람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세례를 받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돼 낯선 성당에 이사 와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성당에 가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느껴져 항상 소외된 느낌 이었다"고 말했다.
본당 공동체 안에도 문제는 있어
"우리 모두가 그들을 냉담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부산교구 안락본당 김창대 주임신부는
"그들이 왜 교회를 떠났을까 따져보니 결국 '내 탓'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2009년 가을과 이듬해 봄 신자들과 함께 '모실 분 찾기운동'이라는 대대적 냉담교우 초대운동을 벌여 1300여 명을 회두시키는 성과를 거두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주인공이다.
"우리는 옆 신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잘 모르는 교우에게 무관심하거나 형식적으로 인사합니다.
성숙한 신앙의 길로 안내하지 못하면서도 신앙적으로 미숙하다고 함부로 대하며 신자다운 표양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또 전례는 재미없고 강론은 지루합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이를 배려하고 포용하며 돌아온 탕자도 사랑으로 보듬어줄 줄 아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강 스테파노(43)씨는 출근길에 집 근처 성당 앞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성당에 안 나간 지 꽤 오래됐구나'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강씨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한식당에 취직한 후부터 냉담교우가 됐다.
휴일에도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미사참례를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냉담으로 이어졌다.
아침 9시 출근해 밤 10시까지 12시간 넘게 일하는데다 한 달에 서너 번 평일에만 쉴 수 있는 그에게 신앙생활은 여유로운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때 신앙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일찍 떠나보낸 강씨는 실직과 이혼 등 잇따른 불행이 겹치면서 '왜 나만 이렇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느냐'고 하느님을 원망했다.
냉담교우를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를 보면 첫 번째로 꼽은 냉담 이유는 강씨처럼 '직장(생계)이나 학업' 등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앞서다보니 '바빠서' 신앙생활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앙에 대한 회의, 신자ㆍ수도자ㆍ성직자에 대한 실망,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귀찮아서 등을 꼽는다.
"저는 유아세례를 받았고 어릴 때는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주일학교에도 열심히 다녔지만 신앙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고3때부터 입시공부를 핑계로, 대학 진학 후에는 학업과 취업준비로 이래저래 바쁘고 귀찮아서 성당에 나가는 걸 소홀히 하게 됐어요."
8년째 냉담하고 있는 권 레지나(27)씨는 "한 번 두 번 주일미사를 빠지다보니 타성에 젖어 이제는 굳이 성당에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털어놨다.
외짝교우인 권 마리아(40)씨는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면서 점점 교회에서 멀어져 지금껏 냉담을 하고 있다.
주일 아침마다 혼자 어린아이 둘을 챙겨 성당에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미신자인 남편에게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격주로 주말마다 시댁에 가야해서 주일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웠다.
마음 한편으로는 '성당에 나가야지'하고 생각하면서도 고해성사가 부담스러워 자꾸 미루다 몇 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어려서 세례를 받기는 했으나 그저 의례적으로 성당에 다녔던 것 같다. 미사에 참례하면서도 강론이 마음에 와 닿거나 벅차오르는 신앙적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
주일마다 습관적으로 성당에 가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주님을 만나러 가는 즐거움보다는 무의미하고 귀찮다는 생각마저 들게 됐다.
냉담교우들이 권씨처럼 고해성사에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어떤 이유로 죄를 짓게 되면 고해성사를 봐야 영성체를 할 수 있는데,
지나친 죄책감 탓에 아예 주일미사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냉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해성사가 부담스러워요"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펴낸 「2007년 쉬는교우 대상 설문분석 보고서」를 보면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서 냉담을 하게 된 경우가 무려 39.6%나 된다.
냉담교우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면 '고해성사 부담 경감'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편으로 냉담교우 산출 통계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가톨릭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교회법 제920조)하는데, 대부분 본당에서 통상 3년 동안 한 번도 판공성사를 보지 않으면 냉담교우로 분류한다.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아무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도 판공성사를 받지 않으면 '냉담자'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성당에 잘 나오지 않다가도 3년에 한 번이라도 판공성사를 보면 냉담교우로 분류되지 않는다.
안락본당 홍보분과장 정태영(베네딕토)씨는 "모실 분 찾기운동 과정에서 냉담교우 방문카드를 살펴보니 실제로 냉담교우가 아님에도 교적에 냉담교우로 분류된 경우가 허다했다"고 밝혔다.
직장과 학교 문제로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고해성사를 보는데도 몇 년 동안 소속 본당 판공성사를 놓쳐 냉담교우로 분류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1년 5월 22일, 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