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동생이랑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어릴 적에 찍은 사진들 중에 연도가 써있지 않은 건
내 사진인지, 동생 사진인지 엄마도 아빠도 나도 그리고 내 동생도 모를 정도다.
내 위로 사촌오빠들이 9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나만 보면 이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커서 미스코리아 해라 등등 말을 듣고 자라왔더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크면서도 사촌오빠들에게 "우리 리를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의 공주병은 4살 때부터 시작되어 초등학교 5학년 때 정점을 찍었으며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왜냐? 새언니가 날 볼 때마다 "어머, 아가씨 어디 수술하셨어요? 왜 이렇게 이뻐지셨어요^^"라며 반겨주기 때문에..
예쁜 나에 비해 내 동생은 까맣고, 까맣고, 까맣고, 까맣고.. 음.. 까매..
키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얼굴도 못 생겼고 거기다 까맣기까지!
'제대로 된 여자나 만날 수 있을까ㅜㅜ'라는 고민을 하게 할 정도의 외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친척들은 내 동생에게 "남자답게 잘 생겼네!", "인물이 훤하네!"라는 갖은 칭찬을 하지만
내 귀엔 "넌 못생겼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고 살렴.."이라고 필터링이 되어 들린다.
(그래놓고 나한테 "예쁘다"고 하는 말은 진심 어린 칭찬으로 듣는다. 이중 잣대 쩔어!)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은 곳에 "나=이쁘장 / 동생=못생김"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생이랑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진심으로 정색을 한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어머~ 두 분 남매세요? ㅎㅎ"
"어떻게 아셨어요?"
"둘이 똑같이 생겼어요 ㅎㅎ"
.....................................................................................
헐.. 그럴 리가..
내가 쟤처럼 생겼다고? .........................
헐.................................................
아, 근데 서론이 왜 이리 길다냥ㅠㅠ
이 얘기를 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서론 10줄에 본론 1줄 꼴이네 아 땀나;;
어쨌거나 나에겐 시커먼 남동생이 하나 있다.
지지난 주였던가,
오랜만에 화장이 너무 잘 돼서 셀카를 마구마구 찍었다.
'오~ 화장이 잘 먹었더니 셀카도 완전 잘 나왔네 으힛 >_<'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조금 있으니 동생에게 카톡이 온다.
[ 너 왤케 못생겨졌음? ]
...... 그.. 그래.... 동생아 고마워......
근데 그 얘길 못생긴 너에게 들으니 그리 달갑지만은 않구나.
정말 진심으로! 내 눈엔 여신 셀카였는데 제일 친한 친구한테도 카톡이 왔다.
[ 야 프사 바꿔 이상해ㅋㅋㅋㅋㅋ ]
심지어 전남친한테도...... 카톡이 왔다.......
[ 잠결에 보고 귀신 사진인 줄 알고 놀랐잖아 ;;;;; ]
2.
지마켓에 들어가니, 이번달에 3건을 더 구매하면 SVIP로 승급이 된단다.
뭘 사야 잘 샀다는 소리를 들을까 뿌듯해하며 지마켓 상품을 둘러 보고 있다가
가끔 사먹던 사과쨈쿠키가 생각나서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 간식거리 보내줄게! 주소 알려줭! ]
[ 농협 401143 - 56 - xxxxxx ]
[ 계좌 ㄴㄴ 주소 ㄱㄱ ]
[ 그냥 돈으로 줘 그게 더 도움되는 거임 ]
[ 4천9백원에 사과쿠키 50개 들어있는 거란 말야! 주소! ]
[ 그럼 그냥 너나 먹어 ]
...... 아오, 기껏 지 생각해서 간식 보내준다니까 말하는 꼬라지 봐!
이걸 동생이라고 키웠다니-_-!
3.
올해 초, '말의 중요성'과 '말하는 대로'를 느끼게 해 준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내 동생의 이름 끝엔 '근'자가 들어간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동생을 "똥근아"라고 불렀다.
사실 지금도 동생 이름보다 "똥근"이라는 별명이 입에 착착 붙는다.
엄마가 나랑 동생 사주팔자를 보고 왔는데
내 이름과 동생의 이름이 좋지 않다는 점괘가 나왔단다.
특히 내 이름은 최악이니 꼭 바꾸라고 한단다.
엄마가 "리를아, 너 아름다울 美 쓰는 거 맞지?" 묻는다.
"아니 -_- 나 물결무늬 渼 쓰는데"
"그럼 니 이름은 안 바꿔도 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울 미 쓰는 줄 알고 그걸로 사주보고 왔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구나.. 내 이름에 '아름다울 미'가 없어서 안 예쁜 거였구나..
어쨌거나 동생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며 거금을 들여 이름 3개를 사왔다.
그 중에 '동근'이라는 이름이 가장 좋다고 그걸로 개명 신청을 한단다.
헐...... 나의 예지능력..... 대박........
-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