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폰도란 이탈리아어로 "긴 거리를 이동한다."를 뜻하는 말로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 열리는 장거리 라이딩 이벤트를 말한다.
이번 영주에서 열린 백두대간 그란폰도에 참가하기 위하여 11월 2일 영월루에서 7시에 모여 이동하기로 하였다
가남에서 낙농업을 하시는 이제현사장님이 1톤짜리 봉고차를 가져오셔서 14명의 건각들의 잔차를 이동하시고
세종투어 사장님의 25인승 차량에 몸을 실고 영주로 향한다
나는 이제현사장님의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을 하며 구수한 우분냄새를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껏 즐기며(?)
풍기로 향한다
싸이클 4대, mtb 10대 치악휴게소에서 들려 해장국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풍기 동양대학교 교정에 도착하였다
고등학교에서 3학년 진학반 담임을 할때 동양대학교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많이 보내 달라고 자주 왔던 곳이라
낮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잔차에 배번을 부착하고, 등번호 달고 잔차 검차를 한다.
1000여명의 사람들 검차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합이 아니라 그란폰도이기에 100km 5시간 cut off에 만 걸리지 않으면 메달과 기록증을 주는 시합 아닌 시합이다
백화사 정도의 구간이 약 6km 정도의 옥녀봉과 10km 이상의 업힐이 존재하는 저수령과 죽령을 포함
업힐 구간이 40km 정도인 힘든 여정이다.
평속 20km(업힐 포함) 정도로 꾸준히 달려 주어야 컷 오프에 걸리지 않는다
평상시 속도에 비추어 보니 빡센 라이딩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들어 갈 것 같다
동양대학교에서 빠져나와 선도차와 싸이카의 선도로 몇 km 퍼레이드 아닌 퍼레이드
너무 많은 참가들로 인하여 사고가 날까 미리 정리하는 것 같다
잠시 후 옥녀봉까지 가는 빡센 업힐이 나타나고 점차 자신의 역량을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평시대로 꾸준히 업힐을 하며 컨디션 조절을 한다
생각보다 빡세다
조금씩 컨디션을 유지하며 속도를 내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지그재그 전법을 쓰지만
나는 정면돌파다. 여주고 업힐과 설매재 업힐을 생각하며 서서히 속도를 내며 한명 두명 뒤로
보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덧 옥녀봉 정상
음료수 한잔 마시고 고고
자 이제 업힐의 보상인 다운힐이다
ㅋㅋㅋ 죽어라 한번 달려보자
차도 없는데 이런기회가 언제 다시 오나 ~~~~~~~~~~~~~~~~~~
정상에서 아래로 최대의 기어로 빡세게 달리며 속도를 낸다
최대한 상체를 숙이며 커브만 제대로 돌며 속도를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상대적으로 타이어 폭이 좁은 싸이클 선수들을 모두 추월하는 기분 죽인다
평지에서는 추월을 당했지만 다운힐에서는 싸이클은 쥐약이다
상당한 속도에 가민의 속도계를 보니
허걱 ~~~~~~~~~ 내가 미쳤지 81km를 넘어가고 있다
잠시 걱정이 된다. 슬립당하면 영원히 슬리핑으로 가는데
에고~~~~~~~~~~~~~~~~~~~~~~~~~~~~~
모르것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사는 거지
언제 한번 이렇게 잔차로 죽어라 달릴 수 있으리오
암벽하다가 죽을뻔도 하고 여러번 격었는데~~
다운힐이 무려 10km를 넘는다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내려가는 다운힐 ~~~~~~~~~~~~~~
너무 너무 신나고 즐겁다.
어느덧 다운힐이 끝나고 얼마동안의 평지
정적을 깨고 다시 업힐의 시작이다
옥녀봉보다는 경사도가 높지 않지만 끝없이 오르는 업힐
가도 가도 끝이 없네 10km 이상을 오르고도 아직도 오른다
댄싱도 쳐보았다. 혼자 별 짓을 다한다
이제는 그저 앞만 보고 생각없이 발질만 한다.
평상시 속도보다 한참을 느리게 하며 심박도 140정도
산보하는 기분이다
드디어 보이는 저수령 정상
우와 죽여주는 화면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사과, 음료수, 콜라, 빵, 마음것 먹어도 된단다
이런 된장~~ 내 상의 뒤주머니에는 먹을 것이 가득인데 준비하지 말것을
콜라와 빵, 사과 2쪽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ㅋㅋㅋ 다시 기다려지는 다운힐
역시 다운힐은 신난다
죽어라 밟아댄다
이번에도 보상이라도 해주듯 15~20km 정도의 다운힐이다
중간 중간 보이는 계곡에 물든 가을의 정취는 더없는 기쁨을 준다
사인암을 돌아치는 계곡의 단풍은 절정이다.
잠시 넋을 잃고 라이딩을 하다 황천으로 갈뻔했다
내가 미쳤나 지금 시합중인데 &^%$*#
미친놈 ~~~~~~~~~~~~~~~~
단풍의 계곡을 빠져나오니 평지 싸이클 선수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앞에 5명의 라이더들이 라이딩을 한다
슬쩍 끼어들어 앞사람의 피를 빨기로 했다
ㅋㅋㅋ
브레키를 되도록 잡지말자 생각했지만 자주 잡는 브레키 소리에 라이더들이
성질이 났는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32, 34, 35, 38~~~ 에구
힘들어 죽겠는데 달리기는 왜 달려~~~~ 우씨
같이 속도를 맞추며 달린다
몇 키로를 달리다 기권~~~~~~~~~~~~
싸이클 선수들이 뒤를 보며 씩 웃는것이 사탄의 모습 같다
제기럴 니덜도 mtb로 달려봐라
아니 50만 넘어봐라 힘이 부치지 ~~~~~~ 힘들어 죽것다
서서히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비로 바뀌었다
이제부터 조심해야 한다.
60km 정도 라이딩을 했는데 비가 오면 몸이 움츠려들고 근육통(일명 쥐)이 일어난다
날씨가 맑을것을 예상하고 여름복장으로 왔는데 걱정이다
아까부터 아프기 시작한 허리는 아침에 먹은 약의 효과가 떨어진지 오래
점심약까지 준비를 하였는데 김진명회장이 어제 라이딩하다 엎어져 옆구리가 결리다고
약을 달라고 부탁을 하여 약을 주고 나니 정작 내가 필요할 때 사용을 못하고 있다
에구 #$%@
점차 상승고도와 더불어 업힐이 시작되는 구간 마지막 죽령고개로 넘어간다
이곳도 지루하기 그지 없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경사는 적지만 지루하다. 춥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잔차에서 내려 잠시 허리운동을 한다.
아뿔사 잠시 방심한 사이 좌측 대퇴부와 아랫부위에 쥐새끼 2마리가 살금 살금 올라온다
에구 내가 미쳐. 이럴때 방심하면 쥐새끼한테 물려 회수차에 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다
다리를 살살 달래며 천천히 페달링을 한다.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이곳 소백산과 월악산 구석 구석을 헤메며 약초를 캐던 시절을 생각해 본다
허리는 점차 아픔을 더한다. 잔차에서 내리면 다리, 계속 페달링을 하면 다리
참으로 난감하다.
둘다 살살 달래며 천천히 라이딩을 한다
어느덧 죽령고개
초코파이와 음료를 나누어 준다
하지만 나는 먹기도 싫고 온통 다리와 허리생각뿐이다
" 혹시 파스 가지고 계신분 있나요"
하지만 돌아오는 이야기는 없다는 대답
비는 점점 더 많이 오고 있다
얼마나 남았는지 묻자 27km 정도 남았단다.
지금 부지런히 가야 컷오프에 걸리지 않는단다
더구나 빗길이라 무리한 속도는 위험하단다
무언가 내예상과 틀리다 현재시간 3시간 58분 경과
거참 이상하네
할 수 없이 빗길을 무릅쓰고 다운힐을 무리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앞에가는 벤츠인지 빤스인지가 제대로 가지도 않고 브레크만 열심히 밟는다
에라 추월하자. 조그마한 공간을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추월한다.
이판 사판 공사판 죽어라 다운힐을 한다
앞바퀴에서 튀어오르는 물방울에서 짭짭함이 느껴진다.
된장 염화칼슘이 아직도 존재한단 말인가
힘이 들지만 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만 숨을 쉰다.
하이퍼서미아 걸리기 전처럼 몸이 엄청 추워진다
다운힐 속도가 60을 넘나드니 비바람에 체온이 급속도로 식어간다
몸이 식지 않기 위하여 다운힐을 하면서도 케이던스를 높인다
점차 평지가 보인다. 현재 속도 34정도다
이제는 속도 개념도 없다
우습게 보았다 크지도 않은 코가 다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에 속도를 높인다
좌측 2군데 우측 1군데에서 쥐새끼가 몸을 갉아먹는 소리가 들려 잠시 정차
아픈 근육을 사정없이 누른다.
잠시 아픈근육이 마비가 온다. ㅋㅋㅋ 성공이다. 잠시 동안은 견딜 수 있으리라
다시 잔차를 타고 페달링을 한다.
급격하게 외로움이 밀려온다.
꼭 이짓을 해야 하나
다시는 이런짓을 하지 않겠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몸이 조금 나아지니 잔차에 미쳐
아프면서도 이짓을 하고 있으니
생각에 잠기면서도 페달링은 그치지 않는다
옆을 지나는 싸이클 선수들의 뒤를 쫒는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천천히 라이딩을 하며 시간을 보니 4시간 25경과
이제는 여유가 있다
통증이 심한 좌측허벅지를 살살 달래며 몸이 식지 않을 정도로 달린다
그래도 29~30을 넘나 든다
이제 동양대학교 정문이 보인다
조금만 가면 휴식이다
골인 ~~~~
가민시간을 보니 4시간 32분 경과다
출발시작전에 타이머를 눌렀으니 4시간 30분 안에 들어 왔을것이다
우리팀에서도 몇명은 이미 들어와 있다
아뿔사 함께 타고온 차에 여유분의 옷이 있는데
이사장님은 번외경기라 아마도 세월아 네월아 할텐데
할수 없이 승합차에 들러 몸을 녹인다
막걸리 한잔, 맥주 한잔, 조금은 몸이 더워진다
잠시 후 통과 기록지와 물통, 메달을 수령한 후 휴식을 취한다
에고 추워라
한참을 기다리니 이사장님이 오신다. 여유분의 옷 위, 아래를 입고 행복에 겨운다
여주에 돌아와 명동닭갈비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닭에 맥주한잔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한 것 같다
넘 넘 넘 추웠고,
넘 넘 넘 단풍은 좋았고,
몸은 개차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