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꿈
1권
이원호 지음/1997
실종자 ·
집념의 남과 여
추적
차테네 탈출 .
역습 ,
케이트 베이의 저격자
배신
서울의 밤
대리전쟁
실종자
4월, 니제르 북부 국경지역에 주둔한 프랑스 외인부대 제17파견대
사하라 사막에 둘러싸인 목조 막사는 모래를 실은 열풍에 쉽싸여
있었다.
오후 여섯시 반, 제2막사의 내무반 안이다. 분대원들은 옆쪽 식
당에 모여 있었으므로 빈 내무반에는 상사 피에르 김과 바슬로프
대위 두 사람뿐이었다, 바슬로프는 신장이 1미터 90센티미터에
100킬로그램이 넘는 체구의 거인이다. 그가 피에르 김에게 한 걸
음 다가섰다
「상사, 두 명만 데리고 가도록. 직선거리가 120킬로미터니까 세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알겠습니다.」
피에르가 기둥에 걸어놓은 권총벨트를 집었다. 그는 한국인으
로 외인부대 경력이 8년째였다 프랑스 유학을 왔다가 국적을 취
득하려고 외인부대에 지원했다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쟈크와 멀빈을 데려가지요.」
「그 자를 안내해 주기만 하면 돼 , 피크닉 가는 셈으로 치라구.」
「사막에서 엔진이 터지면 곤란합니다 5호차를 주십시오.」
「그럴 줄 알았어 .」
바슬로프가 쓴웃음을 지었다. 백발에 눈썹도 희었고 눈알이 푸
른 그는 러시아계였다. 외인부대 경력이 13년으로 전직 교사였다
지만 역시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피에르는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접어 가슴 포켓에 넣었다.
「그런데 그 자는 무슨 일로 가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아마 소령도 내용을 모를 거야.」
「정치적인 일이군요.」
어제 헬기에서 내린 세 명의 사복은 지금도 파견대장 부루노 소
령과 함께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을 리비아 영토 내의 기지로 안
내하는 임무인 것이다.
피에르는 총가에서 그의 스나이퍼 라이플을 집었다. 시야가 트
인 사막에서는 4킬로미터 밖의 사람도 육안으로 볼 수가 있다. 따
라서 발사속도가 빠른 근접전용 소총은 쓸모가 없을 때가 많은 것
이다.
「대위님 , 안전은 보장되어 있겠지요?.
「걱정 마라, 그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놈들은 움직이는 것에는 모조리 총질부터 합니다. 」
9 유라시아의 꿈
몇 달 전에 사막에서 길을 잃은 니제르 국경 수비대가 리비아
영내로 들어섰다가 총격을 받아 세 명이 죽은 일이 있었다.
「오늘밤은 그러지 않을 거야.」
바슬로프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여덟시에는 출발하도록.」
「3주 후에 휴가신청을 해놓았습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대위
님 .」
「마르세유의 애인을 만나러 갈 참인가?.
저녁무렵이 되자 더위는 조금 숙여졌지만 열풍은 더욱 기세를
부렸다. 모래바람이 앞창에 부딪치고 있었으므로 윈도 브러시를
작동시켜야 했다. 사막용트럭은쿠션이 딱딱해서 한시간쯤달리
자 벌써 엉덩 이가 얼얼해졌다.
「이봐, 저쪽 능선 밑으로 꺾어라.」
조수석에 앉은 피에르가 턱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사막의 모래
능선을 말하는 것이다.
「이 빌어먹을 바람을 능선이 막아줄지도 모른다. 」
쟈크가 핸들을 꺾었다. 엔진에 무리가 올까봐 에어컨을 켜지 않
았으므로 열려진 창으로 열풍이 사정없이 휘몰아온 것이다. 멀빈
과 함께 됫좌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상사, 열두시 이전에는 도착할 수 있겠소?.
「물론이오.」
피에르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차바퀴가 모래에 박히지 않는다면 말이지 .」
「열두시 안에 도착해야 돼 .」
사내가 정색을 했다. 40대 중반쯤의 단단한 체격의 사내였는데
아직 이름도 모른다. 차에 오르기 전에 이쪽 이름을 밝혔으나 그
는 악수만 했지 입을 열지 않았다. 피에르가사내 뒤쪽에 쌓인 두
개의 상자를 눈으로 가리켰다 열쇠가 단단히 채워진 가방은 컸고
무거웠다.
「상자엔 뭐가 들어 있는 거요?.
「말할 수 없어 , 상사.」
「정치적 인 일이구만.」
그러자 멀빈과쟈크가 웃었다. 그들도사내의 분위기에 거부감
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리비아군 기지는 국경안 70킬로미터 지점에 있었다. 사막을 가
로지른 국경선에는 표시도 초소도 없었지만 가끔씩 국경수비대가
지나간다. 피에르가 지도를 펼쳐들었다.
「이제 오른쪽으로 15도 틀어서 직진이다. 」
열풍은 가라앉는 중이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하늘은 회
색빛이었고 모래언덕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을 뿐으로 사막
은 환했다
「상사님 , 엔진이 과열되었는데 좀 쉬어야겠수다. 」
쟈크가 속도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두 시간이나 달렸소.」
「좋아,저 언덕 밑에서 쉰다. 」
피에르가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무전기도 쓸 수 없겠다. 차가 고장나면 모두 죽는다. 」
사내가 피에르 김 옆에 앉았다.
「당신은 한국태생인가?.
「작년에 프랑스 국적을 얻었소.」
피에르는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따라 그에게 건네주었다.
「2년만 더 지나면 연금을 받게 되지 .」
「사격솜씨가 좋다던데 .」
「1,200미터 밖에 서서 내 표적이 되어준다면 솜씨를 보여주지 .)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커피를 모래 위에 쏟았다.
「화가난 것 같군.내 이름도 말해주지 않아서.」
「당신이 바른 향수냄새가 싫어서 그래 .」
멀빈이 다가왔다 손에는 위스키병을 들고 있었다.
「상사넘 , 한잔 어떠십니까?.
「난 싫어 , 이 양성놈아.)
머리를 끄덕인 멀빈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는 스물여덟살로 피
에르와 같은 나이였으나 외인부대 경력은 3년이었다 시카고에서
가구상을 했다는 그는 여자대신 자위행위만 했다. 그래서 별명이
양성이다. 사내가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프랑스에 친척이 있나?.
「이봐, 내가 대답해야 하나?.
시선이 마주치자 사내가 희미하게 웃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눈동자가 검다
「한국이름은 김한, 최종학력은 파리제3대학 중퇴, 컴퓨터엔 그
것밖에 기록되지 않았더군.」
「빌어먹을 보안부대놈들.」
피에르가 잔에 담긴 커피를 천천히 모래에 쏟았다.
「당신도 그중 하나로군.」
「함께 작전에 나선 동료의 신원을 조사해 두는 것은 당연한 일
01야.」
「난 당신 동료가 아냐.」
「실망했어 , 난 네가 이렇게 적대적일지는 예상하지 못했어 .」
「난 당신과 하룻밤만 같이 있으면 돼 .」
털고 일어선 피에르가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가자, 요즘 사람을 별로 겪지 않았지만 당신과는 친해지기 싫
다
첫댓글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잘 보고 갑니다
기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즐감요~~~
잘 보고 갑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ㅎㅎ
ㅈㄷ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