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라 뉴질랜드 (1993년)
뉴질랜드 자연
남태평양 남쪽 아래 있는 나라, 지상의 마지막 낙원이라고 하는 뉴질랜드로 향했다.
호주 브리즈번을 출발하여 3시간 후에 뉴질랜드 제 1의 도시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뉴질랜드는 호주와는 또 다른 정취가 느껴졌다. 위치부터가 복잡한 곳이 싫어서 떨어져 나온 듯이 남태평양 아래쪽에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면적은 일본과 비슷하고 기후는 우리와 반대이지만, 4계절의 특징 때문에 분위기가 생소하지 않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계였고 원주민인 마오리족들도 간간이 눈에 띠였다.
간헐천이 치솟는 로토루아
여행코스의 편의상 오클랜드 투어 일정을 뒤로 하고 짐을 공항의 짐 보관소에 맡긴 다음 뉴질랜드 탐방에 들어갔다. 첫번째 코스로 뉴질랜드의 민속도시이며 온천도시인 로토루아(Rotorua)로 향했다. 이곳은 뉴질랜드 북섬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데, 도시에 들어서니 유황 냄새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부근의 산허리 곳곳에서는 하얀 김이 솟아오르고, 산골짜기에는 진흙이 하얀 김과 함께 뽀글뽀글 터져 오르고 있었다. 간헐천 지역으로 가니 뜨거운 물줄기가 일정 간격으로 하늘로 솟아올랐다.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자아내게 했다.
로토루아 시내를 벗어나니 넓게 펼쳐져 있는 목초지에 양과 말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전형적인 목장 풍경이었다. 카우보이가 끄는 한 떼의 소 무리가 큰길을 가로지를 때에는 지나가던 차들이 모두 기다려주었다.
산 중턱에 있는 종유석 동굴로 갔다. 동굴 속에는 형광 곤충들의 무리가 천정을 은하수처럼 수놓고 있었다. 동굴을 지나는 동안 마치 환상의 세계를 지나는 것 같았다.
민속 도시인 ‘로토루아’에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통문화가 많이 눈에 띄었고, 또 온천도시답게 시내 중심지의 우물에서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뿜어 오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숙소는 마당에다 온천물이 연결된 온천 풀(pool)을 만들어서 숙박객이 이용하도록 해 놓았다.
간헐천
영국 풍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로토루아 탐방을 끝내고 뉴질랜드 국내항공편으로 수도 웰링턴에 잠깐 기착한 후, 남섬의 중심도시이며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적인 도시라고 하는 크라이스트처치로 갔다. 아름다운 해안에 접해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였다. 빽빽한 여행 스케줄로 그곳에서는 오래 머물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명소들을 돌아보았다.
고색창연한 대성당,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공원들, 여유 있는 표정으로 거리를 오가는 모습들이 도시 분위기를 한층 더 평화스럽게 만들었다. 계절로 보면 늦여름에 해당하는 시기였지만 기온은 우리나라의 초가을과 비슷해서 시내 곳곳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이곳은 듣던 그대로 영국 밖의 가장 영국다운 도시답게 도시의 대부분이 영국 풍의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남국의 햇빛 아래 여유롭고 조용하던 그곳의 풍경들이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공원
퀸즈타운Queenstown)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다시 국내항공편으로 산간 호반 도시 퀸즈타운으로 향했다. 만년설이 덮인 험준한 산 위를 한 동안 날아서 눈 덮인 산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조용한 호반 도시 퀸즈타운, 듣던 그대로 태고의 신비에 싸인 듯이 첩첩산중의 아름다운 호반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 그림 같은 도시였다. 아름다운 호수에는 도시의 그림자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예약해 둔 숙소로 가서 여장을 풀고 숙소의 뒤쪽 언덕에 올라서 퀸즈타운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다. 2월의 기후는 그곳의 절기로는 늦여름이었지만 산간지역이라 좀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퀸즈타운 부근의 명소 탐방에 나섰다. 초기 이민 시절의 광산개발 도시 올드타운에서는 개척시절의 어려웠던 상황들과 어려움 속의 낭만적인 면들을 동시에 살펴 볼 수 있었다.
올드타운을 떠나 산간계곡으로 맑은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니 깊이 파인 계곡의 새파란 강물위에 놓인 다리 중간에 번지점핑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번지점핑을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점프대에서는 양쪽 발에 줄을 묶고 푸른 강물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뛰어내릴 때의 그 기분은 상상이 가지만,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었다.
번지점핑 계곡의 강
밀포드사운드(Milford Sound)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험준한 산들 사이를 한나절쯤 달리니 뉴질랜드 남섬의 서쪽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밀포드사운드’에 이르렀다.
밀포드사운드 로 가는 길
밀포드사운드는 피오르드(Fjord)식 해안으로 만들어진 만(灣)이며, 만의 둘레에는 정상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많은 폭포를 만들고 있었다. 좁은 입구가 바다와 접하고 있는 거대한 호수 같은 만(灣)이었다. 만 둘레의 산자락에는 폭포들이 장관(壯觀)을 이루었다.
밀포드사운드의 만년설 폭포 밀포드 사운드 물개들의 일광욕
만(灣)을 둘러싸고 있는 깎아지른 듯이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에는 안개구름이 허리를 감싸며 돌고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 했다. 배를 타고 바다와 접해 있는 만의 입구로 나가니 물개들이 떼를 지워 바위 위에 올라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정경이었다.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퀸스타운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오클랜드는 섬과 섬이 맞닿아 있는 듯이 연결된 지점에 자리 잡은 천연적인 항구 도시다. 도시의 양쪽에는 항만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 본 뉴질랜드의 전원적인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식 건물로 꾸며진 대도시였다. 뉴질랜드 총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100여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했다.
오클랜드 해변
하버브리지(Harbour Bridge)가 가로지르는 넓은 항만에는 요트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흔들리며 파도를 가르고 있었다. 시내 거리에는 이곳의 원주민인 마오리족 과 백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뉴질랜드는 영국인들이 들어와서 마오리족과 협정을 맺어 나라를 세웠기 때문에, 이 나라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면서 번영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시내의 군데군데에서는 영국의 체취가 짙게 풍기고 있었으며, 눈에 띄는 고풍스러운 영국식 옛 건물들은 이곳의 지난날의 역사를 무언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
오클랜드에서의 두 번째 날에는 아침 일찍 뉴질랜드의 북쪽 끝에 있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바다 절경을 찾아서 떠났다. 오클랜드에서 그곳까지는 버스로 거의 한나절이 걸리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차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는 중에 차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 양과 소 그리고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들판, 푸른 초원의 언덕 위에는 그림 같은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전원 풍경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섬들이 잔잔한 바다 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었다. 옛날 이곳 원주민들의 생활 근거지였던 와이탕기에 가서 바다의 절경에 도취되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멀리 수평선 끝에서 마오리 사람들이 특유한 배를 타고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았다. 와이탕기에는 마오리 사람들의 용맹성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시에 사용했던 엄청나게 큰 통나무배는 크기뿐만 아니라 정교함에도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차를 배에 싣고 만(灣)의 건너편에 있는 러셀로 갔다. 그곳은 영국이 뉴질랜드를 개척 할 때에 중심지 역할을 했고, 또 옛날에는 뉴질랜드의 수도였던 곳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지나간 날의 흔적들을 말없이 지키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한층 더 옛 정취를 느끼게 했다.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이 각기 특징이 있었다. 북섬은 간헐천을 상징으로 하는 온천지역과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을 곳곳에 가지고 있었고, 남섬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는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듯한 피오르드(fjord)식 해안의 절경, 그리고 눈 덮인 산 사이로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조용한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남섬에는 험준한 산봉우리들이 하얀 눈을 이고 있어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뉴질랜드 북섬의 평화로운 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