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한국의 공적원조(ODA)는 “새마을 운동 방식"이어야 한다(김영모)

[값진GENE]

『GRIKS 창립10주년 기념』 기고칼럼(1)

한국의 공적원조(ODA)는 “새마을 운동 방식"이어야 한다

김 영 모

   가난 또는 빈곤이란 말을 정확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의하면 절대적 빈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를 뜻 한다. 흔히 가난을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도 분류하는데, 상대적 빈곤은 소득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그 정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이미 가진 자라도 더 많이 가진 자들과 비교하여 느껴지는 빈곤이기 때문에 절대적 빈곤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며 절대적 빈곤자들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여질 수 있는 괴리감이 있다. 상대적 빈곤은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므로 여기에서는 절대적 빈곤에 대한 의견을 전개하려고 한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약 200여개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 이 많은 나라들은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즉 선진국이라고 하는 잘 사는 나라 그룹과, 선진 그룹에는 못 미치지만 활발히 발전해 나가는 나라들로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을 기준으로 고 중소득국 (58개국, $4,126-$12,745), 중 저소득국 (36개국, $1,046-$4,125), 기타 저소득국 (4개국, ≦1,045), 그 이하를 최빈국 (48개국)이라 분류하고 UN이나 월드뱅크 등에서 원조대상을 정하여 도와주고 있다.

내가 10여 년 동안 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한국 국제협력단(KOICA)에서 파견하는 전문가, 일반봉사단, 중장기 자문단, 및 새마을리더로 활동 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학자들이 빈곤 정도를 나타내는 엥겔계수 같은 이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조차 부끄럽고 미안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 즉 절대빈곤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현상들을 많이 보아 왔다. 이들이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부분에서 위협받으며 사는 그들이 왜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벗어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월드뱅크나 많은 정부기구(GO) 및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그런 나라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나라들 국민들의 생활을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빈곤의 처지를 볼 수 있다. 무엇이(?) 왜(?) 그러한 빈곤의 처지를 면하지 못하게 하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많은 요인들이 있겠으나 그 첫째로 지도자 그룹의 부패를 들 수 있다. 외국의 원조가 늦거나 없을 때 공무원이나 선생님들의 월급을 못주는 상황들이 그들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 들이다. 엠블런스가 없어서 위급한 환자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의 개선은 안해도 정부 관리들은 고가의 자가용을 굴리는 모습을 볼 때 정부는 국민들의 절대빈곤을 해결할 의지마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희망을 접고 꿈마저도 포기한 삶을 사는 것처럼 의욕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조가 필요한 나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GO 및 NGO 단체들의 행동들이 아름답게 여겨질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경제 협력 개발 기구 (OECD)에 가입하고 개발원조 위원회 구릅 (DAC)에 가입함으로서 우리나라도 국가 예산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원조 해야만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원조를 받았던 나라로부터 원조를 해 주는 나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된 자랑스러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한 자부심은 KOICA 봉사활동을 나가면 대한민국의 당당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조국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이 희망이 없는 나라로 평가했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세계경제의 주요국가로 부상한 점은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나라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에는 원조를 받고자 하는 나라들이 많다. 아직도 전 세계 인구 중 약12억 명이 절대빈곤으로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가나한 사람들 중 반 이상이 농사일을 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반을 돕는 일이므로 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가난극복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자기 나라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실패하고 있다.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은 잘살아보자는 운동이었다. 개인이 잘 살기로 시작하여 이웃과 함께 그리고 공동체인 마을을 위해 온 국민이 노력했던 운동이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선도하는 지도자를 양성했고, 그 지도자는 보수도 받지 않고 잘 잘아보자는 꿈을 안고 자기가 속해 있는 마을을 위해 밤 낯으로 헌신하였고 또한 주민들이 협력한 결과임을 수원국들은 잘 알 수 없을 것이고 우리와 같이 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 가난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을 하겠다는 정신운동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가난극복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우리 대한민국은 “새마을운동” 이라는 성공적 실천 사례가 있다.

   개발원조 위원회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유.무상원조 및 다자간 협력이라 하여 수원국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지 않고 세계은행, UNDP 등 국제개발기구에 출자 및 출연(분담금)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원조와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원조, 기술협력, 예산지원, 부채경감, 식량원조, 긴급지원 및 고통경감, 시민사회(CSO) 등 NGO를 통한 간접지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ODA 및 지역 또는 국제기구에서 제공되는 자금이나 기술협력까지도 포함하는 다양한 원조 형태가 진행되고 있다.

   1992년 UN에서 빈곤과 기아 근절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10월 17일을 공식적인 '세계 빈곤퇴치의 날'로 제정하고 본격적으로 절대빈곤에 관심을 기우리기 시작하였으며, UN은 밀레니엄 개발 목표 (MDGs)를 설정하고 전 세계가 많은 노력을 기우렸음에도 불구하고 전 절대빈곤자 수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ODA 양(量)은 유엔이 권고하는 국민 총소득(GNI)의 0.7%에 훨씬 못 미친 0.14%로 전체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의 0.32%의 약 1/2 수준이며 국민1인당 ODA 지원액은 38달러 수준으로 DAC 회원국 평균 135달러의 약 1/4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0.25%), 캐나다(0.26%)에 비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여 국방비 지출이 많은 것이 UN의 권고 양을 채울 수 없는 요인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원조액의 상승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모범국가 이며, 봉사단 파견에 있어서는 원조그룹 국가들 중 미국 다음으로 일본보다도 많이 파견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외 원조 금액이 2조 원 가량이며, 그 금액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원조액은 우리 국민들의 혈세로 아주 값진 자금 또는 돈인 것이다. 그러나 원조를 받는 수원국의 태도는 다른 공여국과 비교하여 우리의 원조를 그 절대적인 양 만을 비교하는 늦둥이의 소박함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간의 봉사현장에서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원조 공여원국이 과연 수혜국이 원하는 원조를 했는가? 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아프리카 지역 프로젝트 파트너들의 재산만 늘려주었을 뿐 원조효과는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2005년 공여국과 수원국이 소위 ”파리선언“을 통해 원조의 효과성을 논의하였으며, 원조의 질과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이고 행동지향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원조를 시도해 보지만 여전히 그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고, 수혜국들은 원조 규모에 비해 그 효과는 작다고 하며 수원국을 의심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우리나라 원조액은 그 액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상징할 수 있는 적은 금액으로 질 높은 원조가 필요한 때이다. 여기에서 노르웨이의 평화운동가 요한 갈퉁 (Johan Galtung)이 개발 또는 발전을 넘어 평화, 특히 “적극적 평화”라는 보다 폭 넓은 관점에서 ODA에 접근해야 할 뿐 만아니라 기존의 공여국 중심의 ODA 패러다임을 수원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그의 말에 귀 기우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KOICA를 통하여 오랜 기간 동안 ODA 현장을 보면서 자금력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UN이나 유명한 원조기구의 직원들의 생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귀족 같은 존재였고 “나는 주는 사람이고 당신은 받는 사람이다”라는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고 을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참아야 하는 관계의 원조방식이었다. 현지 원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신변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이유로 저택을 임차하여 격리된 생활을 하며 현지 가난한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할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내가 과테말라에서 만난 미국의 피스코 단원의 삶은 현지인들과 같이 아니 오히려 더 초라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현지인들과 동화 하여 활동하는 것을 보았고 그러한 방법이 진정한 애정을 담은 원조라고 생각되었었다.

  더욱더 나를 감동시킨 또 하나의 사례는 내가 르완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우리나라 유네스코에서 파견한 여자 2명과 남자 1명의 봉사활동이었다. 그들의 봉사 근무지가 농촌지역이었고 반드시 그들과 같은 마을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물론 전기도 없고 물은 강에서 길어다 먹는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들도 처음에는 안전도 문제라 생각했고, 인터넷도 없어서 불편할 것이므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하며 부임했었다. 그러나 몇 개월 후에 그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들려주었던 말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그 곳 생활이 어렵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안전도 지켜주고, 물도 길어다 주며 음식도 나눠 먹고 외출시에는 열쇠가 없는 집을 그들이 지켜주는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리고 있으며, 뉴스를 잊고 사는 편안함과 여유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과 삶을 같이 하니 모든 것이 협조적이었다고 한다. 다만 벼룩과 함께 하는 삶은 좀 괴로웠다며 농담도 하는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 이들과 같은 방법이야만이 농촌개발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깨닫게 해주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서독이 선진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것을 라인강의 기적이라 부른 것과 같이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일본의 압제와 착취로부터 독립하자마자 5년 후 1950년에 6.25 전쟁이 발발하고 3년 동안의 전쟁과정에서 전 국토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 경제발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급기야 OECD 회원국이 되면서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되었음은 아무리 반복하여 얘기를 해도 뿌듯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이 어떻게 가능하였냐고들 말하며 특강을 요청하여 우리나라 발전상을 여러 차례 발표할 기회를 가진 바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대한민국의 발전은 “기적”이라는 말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나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UN은 지구촌에서 가난퇴치를 위해 새천년 개발목표(MDGs)를 2015년까지 추진하였고 그 성과를 과장되게 홍보하고 있지만 절대빈곤자들의 숫자는 여전히 답보상태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시 MDGs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세우고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빈곤종식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촉구하고자 설정한 발전계획이다. MDGs의 성적으로 미루어 볼 때 SDGs의 성적도 불투명할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새마을 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을 실천하면서 민과 관이 합심하여 가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을 보릿고개, 좀도리, 품앗이, 두레, 등등의 단어들을 기억나게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의 가난퇴치 방법을 필요로 하는 방법(Know-How)을 다른 나라에 전수할 차례라고 생각된다.

  그의 좋은 예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나 우리 국제새마을연구소 회원들은 성공을 확신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례가 미얀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그 나라 아웅산 수지 여사가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얀마 새마을사업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원조가 우리나라의 원조 색깔이고 바람직한 원조가 아닐까 생각된다.

원조는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빵을 주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부를 과시하듯 빵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10개 혹은 100개의 빵을 들고 원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느지막에 빵 하나를 원조하겠다고 세계 원조 무대에 등장하였다고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을 자주하곤 했다. 빵의 품질이 낮거나 맛이 없거나 형편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개발도상국에 맛이 없는 빵 10개나 100개를 주느니 맛이 있는 빵 한 개가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외 원조 빵은 새마을운동이라는 앙꼬를 넣은 빵이라야 그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개의 빵은 우리 대한민국의 혼과 땀방울이 맺혀 있는 새마을운동으로 소(앙꼬)가 채워져야만 적은 양의 원조로도 환영을 받을 수 있고 우리의 도움을 받은 나라들로부터 진정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정신의 작지만 야무진 얼이 담겨진 맛있는 빵을 지구촌 개발도상국 모든 나라가 원할 때 원조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원조가 환영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원조 효과성을 고민하는 다른 원조 공여국들에 한 수 지도하며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의 얼이 담겨진 빵을 세계 방방곡곡에 전파할 수 있는 나비효과를 확신하며 어려움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환한 웃음을 마음 속에 그려본다.

1. 김영모--한국의 공적원조(ODA)는 새마을 운동방식이어야 한다 (180826).pdf

[편집자 주]

<글쓴이>김영모. 농학박사. 국제새마을연구소 연구위원.

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연구원 역임, KOICA전문가로 수 차례 해외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