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바이올린 선생'으로 꼽히는 김 교수는 "이젠 학생의 얼굴만 보면 어떨 것이라는 감(感)이 온다"고 했다. 그가 우선시하는 제자의 첫 번째 조건은 '끈기'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많아요. 하지만 끈기가 없으면, 반짝 하다가 말지요." 10대에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연주자야말로 기다리는 것은 슬럼프밖에 없으므로 가장 불행하다고도 했다.
연주회 직전에는 신경이 곤두서 밥을 먹지 않거나, 까다로워지는 연주자들도 많다. 김 교수는 "예전엔 주변부터 깨끗하게 청소해야 리사이틀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도 다 없어졌다"고 했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후배나 제자에게도 "별나게 굴지 말고, 일상처럼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김 교수가 연주할 작품은 만만치 않다.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 다소 낯설면서도 연주가 까다로운 작품들이다. 김 교수는 "수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항상 새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스트라빈스키는 40년 전 줄리아드 재학 시절 배웠는데 워낙 어려워서 미련이 남았다"면서 "이번에 할 수 있는 만큼 잘 연주해보고 싶다"고 했다.
동료인 김성기 교수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Lamentoso 1·2·3'도 프로그램에 올랐다. 김 교수는 "독주회를 할 때마다 창작곡을 꼭 포함시킨다"고 했다. "현대작품을 공부하는 게 어렵지만 재미있다. 작곡가가 바로 옆에 있으니 사기를 칠 수도 없고." 그는 "연주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연주"라고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피아니스트 이경숙(66) 연세대 명예교수가 노크를 했다. 이 교수는 김 교수의 단골반주자로 리사이틀 연습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찾았다. 김 교수가 밖에 있는 제자에게 물었다. "김밥 배달 왔니?" 환갑을 넘긴 두 사람은 연습실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막바지 연습에 들어갔다.
#후기: 인터뷰 이틀 뒤 김남윤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자 강주미(23)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주미의 전화를 받으며 한참 울었어요. 너무 기뻐서요." 자신의 연주회와 관련된 질문에는 차분했던 김 교수의 목소리가 제자의 우승을 전하는 전화에는 들떠 있었다. 그는 역시 타고난 '선생'이었다.
|
첫댓글 1998년 부산음악콩쿨 바이올린 부문에 나가기도 한 저의 딸의 바이올린 선생으로 모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납니다.
종친이신 줄도 모르고 늘 선망해왔답니다. 김남윤교수는 1975년 제가 경희대1학년시절에 총장님이 집행하시는 전교회의에서 막 유학을 마치고 들어오신 교수님으로 소개한 그 장면이 아직도 아른 거립니다. 김남윤교수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부산에서 행복을여는문 상담센터 소장 김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