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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즐기는 소녀!
짧은 동화 12편
글 김동석
그림
머리말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차례
머리말
1. 바람마녀와 허수아비! ..................................... 6
2. 아빠의 선물! ................................................... 12
3. 똥만 먹고 자란 시금치! .................................. 26
4. 상사화 꽃이 피는 날! ..................................... 43
5. 암탉이 된 소년! .............................................. 52
6. 눈 속에 숨은 별 하나! .................................... 64
7. 사색을 즐기는 소녀! ....................................... 71
8. 돼지새끼가 주렁주렁! ..................................... 79
9. 장화를 훔치다니! ............................................ 89
10. 나비효과를 알다니! ........................................ 94
11. 신이 내린 은총! ............................................. 104
12. 천상에서 온 손님! ......................................... 117
후기
1. 바람마녀와 허수아비!
바람이 불었어요.
무섭게 아주 무섭게 바람이 불었어요.
들판의 허수아비는 눈을 살짝 뜨고 지켜봤어요.
“누굴! 누굴! 죽여야 이 한이 풀릴까!”
바람마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어요.
허수아비는 무서워서 숨도 쉴 수 없었어요.
눈을 뜨고 바라볼 수도 없었어요.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바람은 심장을 파고들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허수아비는 외쳤어요.
하지만 바람마녀는 더 강한 바람을 몰고 들판을 맴돌았어요.
“누굴! 누굴! 누굴 죽어야 하나!”
바람마녀의 목소리는 더 앙칼지게 들렸어요.
..
“안 되겠어!”
할아버지는 들판의 허수아비가 걱정되었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데 할아버지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들판으로 나갔어요.
“허수야! 허수야!”
할아버지는 논두렁을 걸으면서 허수아비를 불렀어요.
바람마녀는 할아버지의 모자를 빼앗아 갔어요.
“모자! 모자!”
할아버지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자를 잡을 수 없었어요.
“허수야! 허수야!”
할아버지는 허수아비를 부르며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너도 죽일 거야!”
바람마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어요.
“너도! 너도! 죽일 거라고!”
할아버지는 바람마녀 목소리를 들었지만 무섭지 않았어요.
“허수야! 허수야!”
할아버지는 논두렁을 걸으면서 허수아비를 찾았지만 바람에 날려갔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
“다리가 부러지다니!”
강한 바람에 허수아비는 다리가 부러졌어요.
하지만 가슴까지 파고드는 앙칼진 바람을 두 손으로 밀쳐내고 있었어요.
“안 돼! 안 돼!”
허수아비는 논두렁을 걷고 있는 할아버지가 더 걱정되었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세요.”
허수아비는 바람마녀와 싸우면서 외쳤어요.
“하하하하! 너도 죽이고 저 영감탱이도 죽일 거야!”
바람마녀의 목소리는 넓은 들판에 메아리쳤어요.
“허수야! 허수야!”
할아버지는 멀리서 바람마녀와 싸우는 허수를 봤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세요!”
바람마녀 머리카락을 붙잡고 싸우던 허수아비가 외쳤어요.
“허수야! 허수야!”
할아버지는 앙칼진 바람마녀의 충고에도 허수아비에게 달려갔어요.
“이 영감탱이가! 죽인다고 했는데도!”
바람마녀는 더 강한 바람을 불었어요.
‘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으으으으응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람은 할아버지와 허수아비를 모두 죽일 것 같았어요.
..
“할아버지! 할아버지!”
허수아비는 바람마녀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다가오는 할아버지를 불렀어요.
“놔! 노라고!”
바람마녀는 허수아비의 손을 빼려고 했지만 도저히 뺄 수 없었어요.
“널 죽일 거야!”
바람마녀는 더 크게 소리쳤어요.
“진흙이나 먹고 죽어라!”
할아버지는 허수아비가 붙잡고 있는 바람마녀에게 들고 온 진흙을 입에 가득 넣었어요.
‘프프프프파아아악!’
바람마녀가 진흙을 토하며 허수아비의 손을 뿌리쳤어요.
그리고 바람마녀는 입안에 가득한 진흙을 뱉기 위해 호수로 갔어요.
“허수야!”
할아버지가 넘어진 허수아비를 일으키며 불렀어요.
“할아버지!”
허수아비는 일어나 할아버지를 꼭 안았어요.
바람이 멈추고 들판이 조용해 졌어요.
“언젠가는 너 죽고 나 죽자!”
할아버지는 도망가는 바람마녀를 향해 소리쳤어요.
“할아버지!”
허수아비는 눈물을 흘렸어요.
“집에 가자!”
하고 다리가 부러진 허수아비를 안고 할아버지는 집으로 향했어요.
..
할아버지는 부러진 다리를 만들어 주고 멋진 옷도 새로 입혀주었어요.
“허수야! 일어나 봐!”
새로 만든 옷을 입고 허수아비가 할아버지 앞에 섰어요.
“멋지구나!”
할아버지는 허수아비가 다시 걸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허수아비는 들판으로 나갔어요.
하루 종일 참새를 쫒고 있어도 외롭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허수아비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할아버지를 불렀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들판에 나오면 외롭게 서 있는 허수아비를 혼자 두지 않았어요.
“허수야!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
“네! 할아버지 이제 봄이 온 것 같아요!”
허수아비도 할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너무 행복했어요.
..
다시 앙칼진 바람이 불었어요.
“너희 둘을 다 죽일 거야.
허수고 나발이고 영감탱이고 할아버지 일지라도 둘 다 둘 다 죽일 거야”
멀리서 바람마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젠! 무섭지 않아. 나도 싸울 거야!”
허수는 바람마녀가 무섭지 않았어요.
언제든지 바람마녀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허수아비를 지켜주는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널 죽일 거야.”
들판에서 참새를 쫓고 곡식을 지키는 허수아비는 행복했어요.
2. 아빠의 선물!
“새우 두 마리, 따뜻한 녹차와 미역. 또 무얼 가져갈까?”
소라게는 엄마에게 가져갈 도시락을 싸면서 생각했어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늙고 기운이 없는 엄마를 위해서 무엇이 좋은지
항상 생각하는 소라게의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병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를 목욕시켜드리는 소라게는
자꾸만 야위어가는 엄마가 불쌍해 보였어요.
“엄마. 먹고 싶은 게 있어요?”
몸을 씻기면서 엄마에게 자꾸만 말을 시키곤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대답이 없었어요.
엄마에게 새 옷을 입히고 과일을 깎는데
“홍시가 먹고 싶어.”
“뭐? 엄마. 뭐라고?”
들릴락 말락 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소라게는 다시 엄마에게 물었어요.
“호옹시!”
“호옹시. 홍시?”
“응.”
“엄마. 홍시가 먹고 싶구나?”
엄마 소라게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홍시. 언제 먹어봤어?”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알았어. 금방 가서 홍시 사올게. 엄마.”
소라게는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병실을 나갔어요.
눈가에 눈물이 주루룩 흘렀어요.
자꾸만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맛있는 홍시를 사야겠다.”
소라게는 과일가게로 달려갔어요.
“홍시 두 개 주세요?”
“네.”
주인은 홍시를 두 개 비닐봉지에 담아서 주었어요.
“빨리 가서 엄마에게 줘야지.”
소라게는 병원을 향해서 달렸어요.
“엄마. 홍시 사 왔어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라게는 소리쳤어요.
잠이 든 엄마 소라게는 딸이 소리치는 데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엄마. 자는 거예요?”
소라게는 조용히 물었어요.
“엄마. 홍시 사왔어요.”
하지만 잠이 든 엄마를 깨울 수가 없었어요.
소라게는 소파에 누워 잠깐 쉬었어요.
“고향이 그리울 텐데. 바다 향기가 얼마나 그리울까?”
가방에 주섬주섬 빨래를 넣고 있는데 엄마 소라게가 일어났어요.
“엄마. 잘 잤어요?”
하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엄마. 홍시 사왔어요.”
“홍시?”
“응. 엄마가 먹고 싶다고 그랬잖아요?”
“바닷가에 있는 감나무 홍시야?”
“아니. 시장에서 사왔는데!”
“홍시는 바닷가에 있는 감나무 위에 올라가서 먹어야 맛있지.”
“그래. 그럼 엄마 그 바닷가가 어디지?”
“음!”
엄마 소라게는 한참 생각했어요.
“흰 눈이 내리는 날, 바다에서 나와서 해안가에 있는 감나무에 올라갔어.”
“엄마 혼자서?”
“아니. 아빠도 같이.”
“정말?”
“응.”
“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아빠 손을 잡고 해안가 감나무에 올라가서 홍시를 먹었어.”
“언제부터?”
“널 낳기 전부터지. 아마도!”
“와! 우리 엄마 아빠 낭만적이네.”
“아빠가 그랬어.”
“그때 먹은 홍시 맛있었어?”
“세상에서 최고로 달콤한 홍시였어.”
“바다에서 먹는 고기보다 더 맛있었어?”
“바다 고기는 비교도 안 되지.”
“정말?”
“그럼!”
딸 소라게는 갑자기 엄마 아빠가 먹은 홍시가 먹고 싶어졌어요.
“거기가 어딘지 알아?”
“알지.”
“지금도 감나무가 있을까?”
“아마도 두 세 그루 남아있을거야. 그 홍시가 먹고 싶다.”
“엄마. 지금 가볼까!”
“없을지도 몰라.”
“왜?”
“아빠가 있으면 쉽게 찾을 텐데!”
“엄마도 아빠랑 같이 갔다면서?”
“그렇긴 한데.”
엄마 소라게는 해안가에 도로를 새로 건설하면서
감나무가 많이 없어진 것을 알고 있었어요.
“엄마 일단 가보자.”
“그럴까?”
“응.”
눈을 크게 뜬 딸 소라게의 목소리가 우렁찼어요.
“엄마. 밖에는 날씨가 무척 추워요. 따뜻하게 입어야 해요.”
“알았어.”
딸은 엄마에게 빨간 코트를 입히고 노란 목도리를 해주었어요.
“엄마. 택시를 부를게요.”
“맘대로 해.”
엄마가 기억 하나를 되찾은 게 딸 소라게는 너무 좋았어요.
“해안가로 가주세요.
“네.”
택시는 엄마 소라게와 딸 소라게를 태우고 해안가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아저씨 천천히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저씨 혹시 감나무 있는 해안가 아세요?”
“감나무!”
“네.”
“야자수나 선인장은 봤는데 감나무는 못 본 것 같은데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딸은 엄마 손을 잡고 운전기사에게 말했어요.
“엄마. 해안가 어디쯤인지 기억나요?”
“큰 바위가 있고 그 뒤로 감나무가 있어.”
“큰 바위!”
“바다에서 절벽을 타고 올라와야 해.”
“절벽!”
“응.”
“아저씨 절벽이 있고 큰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주세요.”
“절벽과 큰 바위 있는 곳으로요?”
“네.”
“그런 곳이 어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해안가 끝자락인 거 같기도 하고.”
택시는 천천히 달렸어요.
도로 양편으로 야자수와 선인장이 몇 그루 보이고 많은 건물들이 보였어요.
카페 건물 앞에는 자동차들도 많이 주차되어 있었어요.
“어르신. 절벽이 있고 큰 바위가 있는 해안가가 어딘지 아세요?”
택시 기사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곳이군요. 혹시 그곳에 감나무도 있어요?”
한 참을 통화한 택시 기사는 전화를 끊었어요.
“해안가 끝인 것 같아요.”
“정말요?”
“네.”
운전기사는 감나무가 있는 바닷가를 알 것 같았어요.
“엄마. 찾은 거 같아.”
“찾을 수 있을까?”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어요.”
“정말?”
“네.”
딸 소라게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택시가 멈추고 엄마 소라게와 딸 소라게가 내렸어요.
“아저씨 여기서 기다리세요.”
“네.”
“엄마 걸을 수 있겠어요?”
“천천히 걸어보자.”
딸은 엄마 손을 꽉 잡았어요.
눈앞에 푸른 바다와 절벽이 보였어요.
조금 걸어가자 큰 바위가 보였어요.
“엄마 저기가 맞아?”
“와!”
엄마 소라게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엄마. 여기가 맞구나!”
엄마 소라게는 딸의 손을 힘껏 잡았어요.
“엄마. 그런데 감나무는 없다.”
“아니야.”
“뭐가?”
“아빠가 찾은 감나무는 바위 뒤로 가야 있어.”
“정말?”
엄마 소라게는 뭔가 찾은 듯 빨리 걷기 시작했어요.
“엄마. 천천히 가.”
딸 소라게는 엄마가 쓰러질까봐 걱정되었어요.
“여기가 맞아. 여기가!”
“정말?”
“응. 저기 바위 밑으로 감나무가 있을 거야.”
엄마 소라게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어요.
“아!”
“엄마 힘들어요?”
“그래.”
“엄마 여기서 잠시 쉬어 가요.”
엄마 소라게는 많은 것들이 생각났어요.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엄마 눈 온다!”
“눈이 오는구나!”
엄마 소라게는 하늘을 오랫동안 쳐다봤어요.
“눈 오는 날이면 언제나 이곳에 왔단다.”
“아빠랑 같이?”
“그래.”
“하늘에서 아빠가 보고 있겠다.”
“그럴까?”
“엄마가 여기에 온 줄 알고 있는 가봐.”
“가자 어서.”
엄마와 딸 소라게는 다시 바위 뒤로 걸어갔어요.
“와! 저기 감나무 있다.”
“맞아. 저 감나무다.”
“엄마. 홍시도 있어요.”
“그래.”
바위 뒤편에 두 그루의 감나무가 있었어요.
빨간 홍시도 몇 개 매달려 있었어요.
“너무 높은 데 어떻게 올라갔어요?”
“소라 집을 내려놓고 천천히 올라가봐.”
“알았어. 내가 올라가서 홍시 따올게요.”
“올라가서 눈 맞으며 먹어야 맛있는데!”
“그건 엄마가 위험해서 안 돼.”
딸 소라게는 열심히 감나무를 올라갔어요.
“조심해!”
“알았어요.”
딸 소라게는 홍시가 있는 곳을 향해 열심히 올라갔어요.
“와! 바다도 보인다. 엄마 너무 멋져요.”
“정말 멋진 곳이지.”
“엄마 아빠랑은 너무 좋았겠다.”
“좋았지.”
“영감. 당신 딸이 감나무에 올라갔어요.
미안해요. 우리만의 비밀을 이야기해서.”
엄마 소라게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어요.
“엄마. 홍시 몇 개 딸까?”
“하나만. 까치도 먹어야 하니.”
“네.”
“와! 향기가 난다.”
하얀 눈송이를 맞으며 익은 홍시가 정말 탐스러웠어요.
딸 소라게는 홍시를 하나 따서 내려왔어요.
“엄마. 먹어봐요.”
“아! 이 향기…….”
“영감. 당신과 내가 먹은 이 홍시 기억나요?”
엄마 소라게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어요.
“평생 이 홍시를 먹게 해준다고 약속했으면서…….”
엄마 소라게는 홍시를 다시 딸에게 주고 눈가의 눈물을 옷자락으로 훔쳤어요.
“먹어보렴.”
“엄마는?”
“엄마는 향기만 맡아도 이미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딸 소라게는 홍시를 한 입 베어 먹었어요.
“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홍시는 달콤하고 향기로웠어요.
“아빠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그래.”
“엄마. 또 아빠랑 어디 갔어요?”
“저 산 너머로 바나나를 먹으러 갔었지.”
“너무 먼 곳인데?”
“그래. 한 달이나 걸어갔지.”
“와! 나도 가보고 싶다.”
“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보는 거야.”
“알았어요.”
“엄마. 또 이야기 해줘요?”
“기억이 나야지.”
“잘 생각해봐. 아빠랑 또 어디 갔는지?”
“그래.”“엄마. 이제 가자. 너무 춥다.”
엄마와 딸 소라게는 언덕을 내려와 택시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어요.
“아저씨. 병원으로 가주세요.”
“아니야. 여기서 조금만 더 해안가로 가보자.”
“왜요?”
“저기 어딘가에 아빠가 숨겨둔 게 있어.”
“그게 뭔데요?”
“나중에 딸이 어른이 되면 주라고 만들어 둔 게 있어.”
“어딘지 알아?”
“알 것 같아.”
“스톱!”
“아저씨 차를 세워주세요.”
엄마 소라게는 온 힘을 다해서 택시에서 내렸어요.
그리고 해안가 절벽 모퉁이로 걸어갔어요.
“여기 어딜 텐데?”
절벽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여기다.”
“엄마. 찾았어요?”
“그래.”
“아가. 아빠의 선물이다.”
엄마는 딸 소라게에게 아주 예쁜 진주 목걸이를 주었어요.
“와! 너무 예쁘다.”
“그래. 아빠가 만든 거야.”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든 거란다.”
“아빠…….”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 병원으로 왔어요.
“엄마. 다음에 어디로 갈까?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쳐다보며 딸은 물었어요.
“자야겠다. 피곤하다.”
“알았어요. 한 숨 주무시고 일어나세요.”
딸 소라게는 진주목걸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오래오래 엉엉 울었어요.
“아빠!”
“엄마가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만들어줘야지.”
딸 소라게는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우선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해야겠어.”
딸 소라게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짜기 시작했어요.
“엄마. 곁에 항상 있어줄게요. 엄마 사랑해요.”
3. 똥만 먹고 자란 시금치!
“악몽! 악마! 마녀! 다 삽니다.”
꿈을 사는 소년(현수)은 장터에서 크게 외쳤다.
“어젯밤 꿈도 지나간 꿈도 모두 삽니다!”
참기름 공주가 옆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난주에 <백일홍 예술인 마을>에 동화작가를 함께 만나고 난 뒤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는 꿈을 사는 소년과 친해졌다.
“여러분! 참기름 팝니다. 한 병에 팔천 원! 그리고 여러분의 꿈도 삽니다.”
참기름 공주는 목소리 높여 장터에서 참기름을 팔고 꿈을 사겠다고 외쳤다.
“욕쟁이 할머니 콩나물도 너무 맛있어요.”
참기름 공주는 신나게 장사를 했다.
“똥만 먹고 자란 시금치! 금보다 더 비싼 시금치 팝니다!”
인형 공주도 시금치 공주가 한 말을 따라하며 크게 외쳤다.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 골라서 무조건 만 원!”
참기름 공주가 어깨춤을 추며 외쳤다.
“목쉬겠다!”
두부 파는 할머니가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를 걱정했다.
추운 날씨에 목이 아프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었다.
“두부! 한 모에 천 원!”
두부 파는 할머니가 외쳤다.
장터는 상품 파는 목소리로 시끌시끌했다.
..
“꿈을 삽니다! 여러분의 꿈을 삽니다!
좋은 꿈! 나쁜 꿈! 악마를 만난 꿈!
악몽에 시달린 꿈! 모두 모두 삽니다.”
꿈을 사는 소년은 간절함을 담아 외쳤다.
“악몽 꿈도 사는 거야?”
아주머니 한 분이 꿈을 사는 소년에게 물었다.
“네! 말씀만 하시면 악몽 꾼 꿈도 삽니다.”
하고 말한 소년은 아주머니 앞에 의자를 내밀었다.
“어젯밤에 내가 악몽을 꾸었단다. 아주 무서웠어. 그리고 그 악몽 꿈에 악마도 나오고 마녀도 나왔어. 또 귀신도 나왔어. 정말 무서웠어.”
아주머니는 지난밤 꿈 이야기를 소년에게 자세히 말했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났어요?”
꿈을 사는 소년이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처녀 귀신이 나타났는데 내 목을 졸랐어. 그리고 나를 죽이려고 했어. 숨이 막혀서 죽을 뻔 했는데 겨우 살아났어.”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귀신은 또 나타나지 않았어요?”
소년이 다시 묻자
“잠에서 깬 뒤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었어.”
아주머니는 어둠 속에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불을 켜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주머니! 그 꿈 제가 살게요.”
“정말이니?”
“네.”
“오천 원 드릴 테니 꿈 제게 파세요.”
“무슨 소리야! 악몽을 들어준 것만도 고마운데!”
아주머니는 악몽 꿈을 돈도 받지 않고 꿈을 사는 소년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꿈을 사는 소년은 너무 좋았다.
오늘도 아주머니가 꾼 악몽 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말하는 게 힘들구나!”
꿈을 사는 소년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아주머니를 어디에 숨긴 거야?”
아주머니를 괴롭힌 악몽이 꿈을 사는 소년의 꿈에 나타났다.
“숨기다니요!”
꿈을 사는 소년은 너무 무서웠다.
“내가 악몽을 꾸다니!”
꿈을 사는 소년은 눈을 뜨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난 아주머니 꿈에 나타난 악마인데 왜 소년이 눈앞에 있는 거야!”
악마는 아주머니를 괴롭히고 싶었는데 소년의 꿈에 나타난 게 싫었다.
“이 꿈은 제가 샀어요!”
꿈을 산 소년은 악마를 보고 크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 꿈을 누가 판 거야?”
악마는 자신의 꿈을 팔았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
“아주머니가 제게 팔았어요.”
꿈을 산 소년이 말하자
“이건 내 꿈이야! 그러니까 돌려 줘!”
악마는 꿈을 산 소년에게 꿈을 돌려달라고 했다.
“안 돼요! 제가 산 꿈을 돌려드릴 수가 없어요.”
꿈을 사는 소년은 어떤 꿈도 남에게 팔지 않았다.
꿈을 판 사람들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절대로 어린이에게 안 팔아!”
악마는 악몽을 누구에게도 팔지 않았다.
악마는 꿈을 돌려주지 않으면 소년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협박해도 소용없어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저는 절대로 꿈을 팔지 않을 거예요.”
꿈을 산 소년은 악마에게 크게 말했다.
“그렇다면!”
악마가 말하는 순간 꿈을 산 소년은 온 힘을 다해 잠에서 깨어났다.
..
“현수(꿈을 사는 소년)야! 현수야!”
하고 엄마가 불렀다.
참기름 공주(은주)와 인형 공주(순이)가 찾아와서 엄마는 아들을 깨웠다.
“네! 나가요.”
꿈을 사는 소년이 방에서 나왔다.
악몽을 꾸다 나온 소년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안녕! 안녕!”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가 인사했다.
“안녕! 여길 어떻게?”
꿈을 사는 소년은 생각지도 않은 두 공주의 방문에 놀랐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어.”
참기름 공주가 말하자
“들어와! 들어와!”
꿈을 사는 소년이 두 공주를 방으로 안내했다.
“와! 책이 많다.”
꿈을 사는 소년의 방에는 책이 가득 있었다.
“이걸 다 읽은 거야?”
인형 공주가 묻자
“다 읽었지! 몇 번씩 읽은 책도 많아.”
꿈을 사는 소년은 두 공주에게 자신감 있게 말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응. 좋아해.”
꿈을 사는 소년은 한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수줍은 듯 말했다.
“넌! 꿈이 뭐니?”
인형 공주가 꿈을 사는 소년에게 물었다.
“난! 동화작가가 되는 게 꿈이야.”
하고 말하자
“정말?”
참기름 공주가 다시 물었다.
“응! 앞으로 동화작가가 될 거야!”
“와! 멋지다! 나도 동화를 쓰고 싶은데.”
참기름 공주는 지난주에 동화작가를 만나고 온 뒤 자신도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동화를 쓰고 싶어!”
인형 공주도 참기름 공주와 꿈을 사는 소년을 보고 말했다.
..
“꿈을 사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인형 공주는 꿈을 사는 소년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동화를 쓰는 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을 주겠다.”
참기름 공주가 말하자
“맞아! 장터에서 꿈을 사는 이유가 바로 동화를 쓰는 데 도움이 되어서 사는 거야.”
꿈을 사는 소년은 겸손하게 두 공주에게 말했다.
“그래서 지난번에 꿈을 사는 이유를 물으니까 비밀이라고 했구나!”
참기름 공주가 웃으면서 말하자
“그랬어. 부끄럽기도 하고!”
꿈을 사는 소년은 남과 다른 장사를 하는 게 부끄러웠다.
“아니야! 큰 충격이었어.”
참기름 공주가 꿈을 사는 소년을 보고 말했다.
“맞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장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
인형 공주도 꿈을 사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말 도움이 되는 거야?”
인형 공주가 꿈을 사는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많은 도움이 되지! 동화 주제를 정할 때도 도움이 되고 또 감동을 주는 꿈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야기대로 동화를 쓰기도 해.”
꿈을 사는 소년의 말이 맞았다.
“나도 꿈을 사는 소녀가 되고 싶다!”
이야기를 듣던 참기름 공주도 꿈을 사보고 싶었다.
“그런데 꿈을 파는 사람이 없어서 생각보다 쉽지 않아!”
꿈을 사는 소년은 그동안 장사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두 공주에게 말해주었다.
“그래도 난! 꿈을 사는 장사를 해보고 싶어. 하지만 이곳 장터에서는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참기름 공주는 꿈을 사는 장사를 해도 다른 곳에 가서 한다고 꿈을 사는 소년에게 말했다.
“고마워!”
꿈을 사는 소년은 자신을 바보 같다고 말하지 않은 두 공주가 좋았다.
“어떤 동화를 쓸 지 기대된다!”
인형 공주는 벌써 꿈을 사는 소년의 동화가 읽고 싶었다.
“아직 멀었어!”
꿈을 사는 소년이 두 공주를 보고 말했다.
“지금 쓰고 있는 동화 있어?”
“응!”
“제목은 뭐야?”
“<달콤한 꿈을 선물하는 동화!>”
“와! 제목 좋은 데!”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는 제목을 듣고 놀랐다.
“기대된다!”
“잘 쓸지 모르겠어.”
꿈을 사는 소년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
..
“장터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써도 좋을 거야!”
참기름 공주가 꿈을 사는 소년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야. 너희들이 허락하면 장터에서 장사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싶어.”
꿈을 사는 소년도 장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좋아! 우리가 도와줄게. 아니 우리가 장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이야기 한 것을 모두 말해줄게.”
“고마워!”
꿈을 사는 소년은 기분이 좋았다. 두 공주가 장터 이야기를 해준다고 하니 더 멋진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너희들 이야기도 동화로 쓰고 싶어!”
“우리를!”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참기름 장사를 시작했는지 또 어떻게 인형을 만들어 팔 생각을 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쓰면 어린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
하고 꿈을 사는 소년이 말하자
“와! 우리들 이야기가 동화가 된다니 믿어지지 않아!”
참기름 공주가 너무 기쁜지 크게 말했다.
“참기름 공주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을 거야!”
하고 인형 공주가 말하자
“무슨 소리야! 할머니랑 손녀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그리고 밤마다 어린이가 집에서 인형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야.”
참기름 공주가 인형 공주와 꿈을 사는 소년을 보고 말했다.
“둘 다 좋아! 허락만 해준다면 써보고 싶어.”
꿈을 사는 소년이 말했다.
“좀! 생각해보자.”
참기름 공주는 학교에서 공부도 못하고 집도 가난해서 동화 책 주인공이 되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 우리 이야기보다 먼저 장사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써봐!”
인형 공주도 갑자기 동화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부끄러웠다.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 생각하자.”
두 공주 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하자고 꿈을 사는 소년이 말했다.
“똥만 먹고 자란 시금치 이야기만 써도 재미있을 것 같아!”
인형 공주가 장터에서 시금치 파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맞아! <똥만 먹고 자란 달콤한 시금치!> 제목도 좋다.”
참기름 공주가 말했다.
“왜! 똥만 먹는 시금치야?”
꿈을 사는 소년이 물었다.
“하하하하!
시금치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똥을 퍼다 시금치 밭에 거름으로 준다고 했어.
그래선지 시금치가 정말 달콤하고 맛있어.”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똥을 주면 달콤한 시금치가 자라는 구나!”
꿈을 사는 소년은 집에서 키우는 시금치가 달콤하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앞으로 똥만 주고 기른 시금치 할아버지 이야기를 우리가 해줄 테니 동화 잘 써봐!”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가 꿈을 사는 소년에게 말하자
“알았어! <똥만 먹고 자란 달콤한 시금치!>라고 제목도 정하고 써볼게!”
꿈을 사는 소년은 정말 시금치 할아버지 동화를 쓰고 싶었다.
..
“장터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아!”
참기름 공주와 인형 공주가 돌아간 뒤 꿈을 사는 소년은 방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콩나물 파는 욕쟁이 할머니 이야기도 재미있겠고 두부 파는 할머니 이야기도 재미있을 거야!”
꿈을 사는 소년은 불을 끄고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똥만 먹는 시금치는 어떤 기분일까!”
스르르 잠이 든 꿈을 사는 소년은 꿈을 꾸었다.
말로만 듣던 똥만 먹는 시금치 밭이었다.
“안녕! 시금치야!”
똥만 먹는 시금치 밭에서 소년이 시금치를 보고 인사했다.
“안녕! 똥 가져왔어?”
똥만 먹는 시금치가 소년에게 물었다.
“아니! 똥은 안 가져왔는데!”
소년이 말하자
“그럼! 여기다 똥 싸고 가!”
“뭐라고! 여기서 똥을 싸라고!”
“그래! 뱃속에 똥이 가득 들어 있잖아!”
시금치들이 소년을 보고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밭에서 똥 싸!”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다.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밭에서 똥 싸고 가는 데!”
시금치 밭주인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시금치 밭에 오면 똥을 누고 갔다.
“정말!”
“그래.”
시금치들은 고개를 쭉 내밀고 소년에게 말했다.
“그래도 난 못 싸!”
“아직 똥이 안 마려운 거지?”
키가 큰 시금치가 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소년은 똥도 안 마려웠지만 시금치 밭에서 똥은 정말 눌 자신이 없었다.
“그럼 시금치 밭 끝까지 달려 봐!”
시금치들은 시금치 밭에 들어온 사람들이 반드시 똥을 누고 가게 만들었다.
“저기 밭 끝까지 달리라고?”
“그래! 그래!”
시금치들은 모두 고개를 내밀고 웃으며 말했다.
“갔다 오는 건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똥은 안 쌀 거야!”
소년은 정말 밭에서 똥 싸는 것은 못 할 것 같았다.
“일단 달려!”
“알았어!”
소년은 시금치 밭고랑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시금치들이 달리는 소년을 응원했다.
“조심해! 어린 시금치를 밟으면 안 돼!”
“알았어!”
소년은 열심히 달려서 시금치 밭 끝자락에 도착했다.
“이제 똥 마렵 지?”
옆에 있던 시금치가 소년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안 마려워!”
소년은 정말 똥이 마렵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어린 시금치가 소년에게 말했다.
“그럴까! 으윽! 배가 아파!”
“하하하하! 그렇지! 이제 배가 아프지?”
시금치들이 웃으며 소년에게 물었다.
“조금 아파!”
소년은 정말 배가 아프고 똥이 마려웠다.
“빨리 밭 한 가운데로 가!”
밭 끝자락에 서 있던 시금치가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소년은 밭고랑을 달려 시금치 밭 한 가운데로 갔다.
“이제 똥 싸도 돼!”
키가 작은 시금치가 자기 옆에 똥을 싸라고 자리를 만들어 줬다.
“무슨 소리야! 난 여기서 똥 쌀 수 없어!”
“그럼 바지에 쌀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소년은 똥이 나올 것 같았다.
“모두 눈을 감을 테니 얼른 싸!
그리고 휴지는 없으니까 제일 큰 시금치 잎으로 닦고 가면 돼!”
가장 큰 시금치가 말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으윽! 정말 싸도 될까!”
소년은 밀려 나오는 똥을 참을 수 없었다.
바지를 내리고 밭고랑에 앉아 그만 똥을 싸고 말았다.
“휴지도 없는 데! 잎으로 닦으라고 했지! 미안! 미안!”
소년은 가장 넓은 시금치 잎을 뚝 잘라 똥을 닦았다.
그리고 시금치들이 눈을 뜨기 전에 바지를 올렸다.
“미안해! 냄새가 지독해!”
똥 냄새는 지독했다.
“괜찮아! 바람이 다 해결해 줄 거야.”
하고 시금치가 말하자 멀리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아! 잘 부탁해!”
바람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소년이 싼 똥을 덮고 지독한 냄새를 한 아름 가지고 멀리 달려갔다.
“고마워! 달콤한 시금치가 될게!”
작은 시금치는 소년이 싼 똥을 먹고 달콤한 시금치로 크겠다고 말했다.
“안녕! 잘 있어.”
“안녕! 안녕!”
시금치와 헤어진 소년은 집에 돌아오더니 <똥만 먹고 자란 달콤한 시금치!>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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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갑자기 똥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이나 들판이라면 어디에서라도 똥을 누울 수 있겠지만 휴지가 없으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린이 여러분!
어떤 순간이 우리에게 다가와도 우리는 지혜롭게 잘 극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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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사화 꽃이 피는 날!
똥서기는 새벽부터 바빴어요.
엄마가 반죽한 옥수수 빵을 솥에 넣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어요.
오늘 엄마와 함께 불갑사에 옥수수 빵을 팔러가야 했어요.
상사화 꽃이 피는 날이면 엄마는 옥수수 빵을 머리에 이고 가서 팔았어요.
봄에는 딸기를 팔고 여름에는 참외를 팔러 갔었어요.
똥서기는 엄마와 함께 먼 길을 걸어서 불갑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과일을 팔거나 옥수수 빵을 팔았어요.
“빨리빨리 준비해!”
엄마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말했어요.
옥수수 빵을 한 솥 가득 쪄낸 뒤 하나하나 비닐로 포장했어요.
큰 바구니에 가득 넣고 또 허름한 가방에도 가득 넣었어요.
엄마는 옥수수 빵을 머리에 이고 똥서기는 옥수수 빵을 들고 집을 출발했어요.
“오늘도 빨리 팔리면 좋겠다!”
똥서기는 집 앞 감나무 밑을 걸으면서 엄마에게 말했어요.
“빨리 팔리면 얼마나 좋겠냐!”
엄마도 옥수수 빵을 빨리 팔고 싶었어요.
“좀 쉬어가자!”
한 손으로 흐르는 이마의 땀을 닦았어요.
엄마와 똥서기는 불갑저수지가 보이는 길가 모퉁이에 옥수수 빵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어요.
“엄마 무겁죠!”
“그래.”
똥서기는 엄마의 무게를 줄여줄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커서 돈을 많이 벌게요.”
“그래야지!”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어요.
상사화 꽃이 피면 많은 사람들이 불갑사를 찾았어요.
“정말 멋지게 꽃이 피었어요.”
옥수수 빵을 들고 앞서던 똥서기가 엄마를 보고 말했어요.
불갑사 입구부터 핀 상사화는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어요.
엄마는 아들 말을 듣고도 무거운 옥수수 빵을 이고 오는 중이라 대답 할 수 없었어요.
두목동에서는 꽤 먼 거리였지만 걷다 쉬고 또 걷다 쉬면서 오다보니 불갑사 절 앞에 도착했어요.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똥서기는 장사가 잘 되는 곳을 몇 군데 기억하고 있었어요.
“엄마! 여기가 좋겠어요.”
똥서기는 상사화 꽃이 만발한 길모퉁이에 옥수수 빵을 내려놓고 엄마에게 말했어요.
“거기가 좋겠다!”
엄마는 머리에 이고 온 무거운 옥수수 빵을 내려놨어요.
“아이고! 아이고!”
엄마는 힘들었는지 무릎을 손으로 만지면서 말했어요.
“고생했어요.”
똥서기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말 뿐이었어요.
“엄마! 여기다 돗자리를 깔게요?”
“그래라!”
똥서기는 불갑사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돗자리를 깔고 옥수수 빵을 하나하나 꺼내서 놓았어요.
“사람들이 저기서 걸어오니까 이렇게 놔야겠어요.”
똥서기는 사람들이 옥수수 빵을 보면 먹고 싶고 사고 싶게 제법 근사하게 진열했어요.
“오늘도 장사가 잘돼야 할 텐데!”
엄마는 이슬이 가득한 길목 풀들을 툭툭 털면서 말했어요.
“여기가 가장 장사 잘 되는 곳이니 금방 다 팔 거예요.”
똥서기는 옥수수 빵을 빨리 팔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절에 가서 마실 물 좀 떠와라!”
엄마는 물통을 아들에게 주면서 말했어요.
“알았어요.”
똥서기는 물통을 들고 불갑사를 향해 달렸어요.
“와! 이렇게 아름답다니!”
상사화를 보며 달리는 길이 힘들지 않았어요.
“엄마! 물 마시세요.”
똥서기는 엄마에게 물통을 주었어요.
‘벌컥! 벌컥!’
엄마는 아들이 주는 물통을 들고 마셨어요.
“시원하다!”
엄마는 힘들고 지친 몸이 물 한 모금으로 풀리는 것 같았어요.
“엄마. 불갑사 물은 정말 맛있죠!”
“그래. 부처님이 맛있는 물을 줘서 고맙구나!”
엄마는 장사를 마치고 언제나 불갑사에 들려 부처님께 공을 들이고 집으로 갔어요.
“옥수수 빵 사세요. 달콤하고 맛있는 옥수수 빵!”
똥서기는 상사화 꽃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어요.
“아저씨! 옥수수 빵 맛있어요. 하나 사세요!”
“얼마지?”
“천 원이예요.”
“그럼 두 개 사마!”
“감사합니다!”
똥서기는 오늘 개시로 옥수수 빵을 두 개나 팔았어요.
“엄마! 오늘은 일찍 옥수수 빵을 팔 것 같아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
엄마는 정성을 가득 담은 옥수수 빵을 사람들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 뿐 빨리 팔리고 늦게 팔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옥수수 빵! 두목동에서 수확한 옥수수로 만든 옥수수 빵 사세요!”
똥서기는 불갑사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고 외쳤어요.
“얼마예요?”
예쁜 아가씨가 물었어요.
“하나에 천 원입니다.”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옥수수 빵은 잘 팔렸어요.
엄마는 앉아서 봉지에 빵을 담아주면서 쉬었어요.
“엄마! 오전에 다 팔 것 같아요.”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사람들이 옥수수 빵을 많이 사갔어요.
“너무 큰 소리로 외치지 마!”
엄마는 아들이 너무 크게 외치는 것이 걱정되었어요.
멀리서 온 다른 사람들도 장사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알겠어요.”
똥서기는 엄마에게 말하고 돗자리를 깔고 있는 아줌마에게 갔어요.
“안녕하세요. 아줌마! 도와줄까요?”
“괜찮다.”
대추를 팔러 온 아줌마가 똥서기에게 말했어요.
“대추가 빨갛게 익었네요!”
“그래.”
똥서기는 대추가 먹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엄마에게 갔어요.
“옥수수 빵 사세요!”
똥서기는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외쳤어요.
“하나 주세요.”
“네.”
“두 개 주세요.”
“네.”
엄마는 봉지에 옥수수 빵을 넣기에 바빴어요.
“가방에 빵 꺼내라!”
엄마가 이고 온 바구니 옥수수 빵은 벌써 다 팔았어요.
“네.”
똥서기는 허름한 가방에 들어있는 옥수수 빵을 꺼냈어요.
“엄마! 점심때까지는 다 팔 것 같아요.”
“그래. 오늘은 장사가 잘 되는구나!”
엄마도 아침에 힘든 것을 다 잊고 즐겁게 장사를 할 수 있었어요.
“옥수수 빵이요!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옥수수 빵!”
똥서기는 빵이 잘 팔려서 신났어요.
“이제 몇 개 안 남았어요. 옥수수 빵 사세요. 두목동에서 온 옥수수 빵입니다.”
똥서기가 외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옥수수 빵을 사갔어요.
“이제 두 개 남았어요. 옥수수 빵 사세요.”
똥서기는 더 크게 외쳤어요.
“두 개 주세요.”
딸을 손잡고 온 아주머니가 마지막 남은 옥수수 빵 두 개를 샀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똥서기는 마지막 손님에게 인사를 했어요.
“아들 수고했다!”
엄마는 아들이 곁에 있어서 든든했어요.
“엄마. 이제 절에 가요!”
똥서기와 엄마는 돗자리 위에 바구니와 허름한 가방을 놔두고 불갑사를 향해 올라갔어요.
“엄마! 오늘처럼 장사가 잘 되면 좋겠어요.”
“그래. 오늘은 장사가 잘 되는구나!”
엄마는 아들 덕분에 장사를 빨리 마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엄마! 내일도 옥수수 빵 팔러 올 거예요?”
“아니! 내일은 밤을 팔러와야겠다.”
“생밤을 팔 거예요?”
“아니! 찐 밤을 팔 거야.”
엄마는 내일 자식들이 새벽에 주어온 밤을 쪄서 팔러올 생각이었어요.
불갑사에서 공을 들이고 똥서기와 엄마는 집으로 향했어요.
“내일은 엄마 혼자와도 될 거야.”
“왜요?”
“밤은 많지 않고 가벼우니까!”
“알겠어요.”
똥서기는 엄마랑 같이 장사를 하러 오고 싶었지만 학교에 가야했어요.
엄마와 똥서기는 집으로 오는 길이 힘들지 않았어요.
“엄마! 고마워요.”
똥서기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서 먼 길을 힘들게 다니면서 돈을 버는 엄마가 자랑스러웠어요.
5. 암탉이 된 소년!
“할아버지 정말 닭은 암컷이 많아요?”
소년은 치킨을 먹으면서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당연하지! 농촌에서야 암컷 수컷 구별하지 않지만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은 구별해서 키우지.”
할아버지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손자에게 말해주었어요.
“알을 낳게 하려면 암컷을 많이 키우고 치킨용으로 팔기 위해서도 빨리 자라는 암컷 병아리를 키우지.”
“그렇군요!”
소년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우리가 먹는 치킨은 대부분 암컷이란 말이죠?”
“그렇다고 봐야지.”
할아버지는 병아리로 태어난 뒤 감별사들을 통해 차별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었어요.
하루에도 수억 마리 수컷 병아리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어요.
..
“할아버지 알을 통해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없어요?”
“아직은 없으니까 병아리로 태어난 뒤 암수를 구별하겠지.”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쎄다! 과학자들이 알을 통해 암수 구별을 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뉴스는 많았는데 아직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태어나자마자 암수 구별 하는 것이나 알을 보고 암수 구별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병아리 감별사를 그만둔 것도 차별이 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할아버지 반응 속도나 화학 반응으로 알 상태에서 암수 구별이 어려울까요?”
“궁금하면 연구 해봐!”
할아버지는 알과 병아리 문제를 질문하는 손자가 밉지 않았지만 귀찮았어요.
소년은 그날 밤 중력과 무중력 상태에서의 물질의 변화와 화학반응과 반응 속도에서의 물질의 이동에 대해서 공부했어요.
..
마을에서 닭을 많이 키우는 동수 형에게 유정란 스무(20) 개를 사왔어요.
“우선 알의 무게를 달아봐야지!”
소년은 유정란을 하나하나 저울에 달고 무게를 기록했어요.
“무게 차이가 별로 없는데!”
유정란은 정말 크기도 비슷하고 무게도 비슷했어요.
“물 위에 띄워볼까!”
소년은 큰 대야에 물을 담은 뒤 유정란을 모두 넣었어요.
유정란은 모두 바닥으로 내려갔어요.
“변화가 없는데!”
소년은 암컷과 수컷의 병아리가 탄생한다면 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모양도 큰 변화가 없어.”
소년은 오랜 시간 유정란을 쳐다봤어요.
위아래 구분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있는 지 찾아봤어요.
“알 수 없다니!”
소년은 병아리로 태어난 뒤에는 암수 구별이 가능하지만 알 상태에서는 암수구별을 못하는 게 신기했어요.
“분명히 알 상태에서 암수 구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소년은 백과사전을 뒤적이며 다양한 화학 반응과 알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어요.
..
“무엇을 제거하거나 포기하고 수용할 것인가!”
소년의 고민은 깊어졌어요.
알을 통해서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큰 난관에 빠진 것 같았어요.
“식초에 넣어볼까!”
소년은 대야에 식초를 가득 넣고 유정란을 넣어봤어요.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고 느껴야 해!”
소년은 알을 통해 암수를 구별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의 무엇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변화가 있을까!”
소년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게 무중력 상태의 상자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유정란을 넣었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어요.
“이렇게 해도 암수 구별은 어렵구나!”
소년은 알 수 없는 벽에 갇힌 것 같았어요.
..
“할아버지! 사람이 알을 품어도 병아리가 탄생할까요?”
“당연하지! 유정란이어야 하고 온도만 잘 유지하면 가능하지.”
“제가 병아리를 부화시키면 암수 구별을 해주세요.”
“알겠다.”
소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게 된 알의 특성을 보고 암수 구별을 했어요.
그리고 내일부터 알을 직접 품을 생각이었어요.
방학을 맞은 소년은 3주 동안 유정란 8개를 품기 시작했어요.
“병아리 부화기는 산거야?”
할아버지가 물었어요.
“아니요. 제가 직접 품을 거예요.”
“정말이니!”
“네.”
할아버지는 손자가 알을 품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호기심 많은 손자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어요.
..
“엄마! 아빠! 유정란을 품어서 병아리를 부화시킬 거예요.”
“그 시간에 공부나 해. 병아리는 사서 키우면 되잖아!”
엄마가 큰 소리로 아들에게 말했어요.
“얼마동안 알을 품어야 하고 또 온도는 몇 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알아?”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어요.
“네. 백과사전을 통해 공부했어요.”
“병아리 부화기 사줄까?”
“아니요. 제가 직접 품어보고 싶어요.”
“직접 품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아빠는 아들에게 다시 물었어요.
“제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알에서 암수 구별을 했어요. 그래서 직접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탄생시키고 싶어요. 병아리가 탄생하면 할아버지가 암수 감별을 해준다고 했어요.”
“할아버지가!”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아들에게 물었어요.
“네.”
소년은 그렇게 가족의 동의를 얻어 유정란을 품기 시작했어요.
화장실 갈 때나 밥을 먹을 때는 오리털 잠바로 덮어 온도를 유지했어요.
..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은 힘들고 귀찮았어요.
“부화기를 사용할 걸!”
하지만 소년은 느리고 또 미련한 짓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호기심 천국! 중력과 무중력! 차별의 연속성!”
소년은 알을 품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했어요.
“닭 튀기는 치킨 가게!”
남녀 차별을 한다고 아우성치는 인간에 비해 태어날 때부터 차별을 받아도 말없이 살다 죽는 병아리 삶을 생각해 봤어요.
“며칠 째야?”
할아버지가 손자 방으로 들어오더니 물었어요.
“오늘이 십팔(18)일 째 예요.”
“이제 며칠 안 남았구나!”
할아버지는 손자가 잘 버티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요즘 어린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비해 손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
“삐약! 삐약!”
드디어 병아리가 태어났어요.
“여덟(8) 마리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호호호! 정말 병아리가 태어났네!”
엄마가 병아리 소리를 듣고 달려오더니 말했어요.
“미쳤어! 미쳤어! 알을 품더니 병아리를 낳다니!”
엄마는 아들이 한 짓을 보며 말했어요.
“엄마! 귀엽죠!”
병아리가 아들 품에서 얼굴을 내밀며 엄마를 봤어요.
“어쩜 눈이 초롱초롱할까!”
엄마는 아들을 낳을 때보다 더 기분이 이상했어요.
“엄마 암컷 같아요 수컷 같아요?”
“글쎄! 모르겠다!”
엄마는 병아리 모습을 보고는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에게 물어 봐!”
“네.”
아들은 엄마에게 대답하고 할아버지에게 갔어요.
..
“할아버지! 병아리가 태어났어요.”
“그래!”
“네. 감별해주세요.”
“알았다!”
할아버지는 손자 방으로 갔어요.
“수탉이라고 했지?”
할아버지는 유정란을 품기 전에 손자가 한 말이 기억났어요.
“네. 수탉이라고 고른 알이에요.”
손자의 대답을 듣고 할아버지는 돋보기안경을 썼어요.
그리고 병아리 감별을 시작했어요.
“하하하! 이 녀석 수컷이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고른 알이 모두 수컷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녀석도 수컷!”
“정말이죠!”
“그래.”
소년은 할아버지가 수컷이라고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이 녀석도 수컷!”
벌써 네 마리를 감별 했는데 모두 수컷이었어요.
..
“하하하! 대단하구나!”
할아버지는 병아리 감별을 모두 끝내고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도 확률이 70%가 넘는구나!”
할아버지는 암컷 두 마리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손자가 수컷 병아리를 더 많이 구별해 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감사합니다.”
소년은 두 마리 암컷이 나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어요. 같은 화학반응과 다양한 조사를 통해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알을 골라서 품었는데도 암컷과 수컷이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좀 더 연구를 하면 알을 보고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도 있겠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하고 방을 나갔어요.
“하하하! 70%가 넘다니!”
할아버지는 손자가 연구한 게 보고도 믿기지 않았어요.
그날 밤,
저녁을 먹으면서도 가족들은 병아리 부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소년도 직감이나 관찰력을 통해 알을 선별했지만 더 과학적인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
“나머지 열두(12)개도 부화시켜 봐야지.”
소년은 나머지 알도 부화시켜 암컷과 수컷 비율을 알고 싶었어요.
“아버지! 부화기 사주세요.”
아들은 아버지에게 병아리 부화기를 사달라고 했어요.
“알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문방구에 가서 병아리 부화기를 주문했어요.
“만약 열두 개 모두 암컷이 나온다면 대박이겠다!”
소년은 병아리 부화기를 기다리며 기분이 좋았어요.
며칠 후에 부화기는 도착했어요.
그리고 소년은 남은 알을 모두 부화기에 넣고 병아리 탄생을 기다렸어요.
어떤 결과를 얻을 지 아무도 모르지만 소년 가족은 모두 3주 동안 묵묵히 지켜보기로 했어요.
..
“차별은 사라져야 해! 동물이든 인간이든 차별은 반드시 없어야 해.”
소년은 수십억 마리의 수컷 병아리들이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죽는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소년은 수컷 병아리가 태어난 뒤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인간들 세상에도 편견과 증오가 만연되고 다수와 조직화되는 문화가 다양한 차별을 통해 개인의 삶에 고통을 주는 것도 싫었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해.”
소년이 살아가는 사회는 남녀 차별, 세대 간의 차별, 민족 차별 등을 통해 누군가를 제거하고 또 울타리를 높이 쌓고 구획을 정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었어요. 진실이 묻히고 거짓이 세상을 지배하는 일도 생겼어요.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도 언제부턴가 흔들리는 사회가 되었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어요.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서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일도 일어났어요. 병아리 생명은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생명의 존엄성!”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자신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모르고 태어난 뒤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만 했어요.
“불쌍한 수컷 병아리!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면 수컷 병아리가 태어난 뒤 바로 죽는 일은 막아야 해.”
소년은 눈에 보이는 세상이 중요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도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6. 눈 속에 숨은 별 하나!
동화마을에 흰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많은 눈이 내리자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어두운 밤이 되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많이 내렸어요.
동화마을 끝자락 산골짜기에 사는 소녀는 할아버지와 둘이서 살았어요.
‘콜록! 콜록!’
창문 너머로 할아버지 기침소리가 들렸어요.
소녀는 눈 오는 밖을 보며 일기 쓰더 것을 멈추고 부엌으로 갔어요.
“생강차를 만들어 볼까!”
소녀는 기침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생강차를 만들었어요.
뜨거운 물을 컵에 부은 뒤 생강을 넣고 벌꿀도 조금 넣었어요.
“앗! 뜨거워.”
컵이 무척 뜨거웠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소녀는 할아버지를 부르며 방문을 열었어요.
“아직 안 잔거야!”
‘콜록! 콜록!’
할아버지가 기침을 하면서 일어났어요.
“네. 일기 쓰는 중이었어요. 생강차 타왔어요.”
소녀는 할아버지 앞에 생강차를 내밀었어요.
“고맙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미안했지만 천천히 생강차를 마셨어요.
“눈이 많이 오는구나!”
할아버지는 방에 누워서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어요.
“앞이 하나도 안 보여요!”
소녀는 조금 전에 창문으로 본 밖의 상황을 할아버지에게 말해주었어요.
“걱정이다! 눈이 많이 오면 동물들이 죽을 텐데!”
할아버지는 산에 사는 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몇 번 봤어요.
“내일 큰 바구니에 곡식을 넣어 산모퉁이에 놔둘게요.”
소녀는 할아버지가 하던 모습을 생각하고 말했어요.
“보리도 많이 담고 고구마와 감자도 담아야 해.”
할아버지는 숲에 사는 동물을 더 걱정하는 듯 했어요.
“알았어요.”
소녀는 방으로 돌아와 쓰다 만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
<눈 속으로 숨은 별 하나!>
소녀의 일기 제목을 보니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눈 오는 깊은 밤!
소녀는 창문으로 눈 오는 풍경을 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 방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 소녀의 가슴은 철렁했어요.
소녀는 할아버지와 둘이서 산골짜기에 살고 있는 데 할아버지 건강이 걱정되었어요.
강추위 속에 내리는 눈은 숲에 사는 동물들을 위기로 몰아갈 것 같았어요.
할아버지가 겨울마다 숲에 동물들의 먹이를 갖다 주듯 소녀도 내일 아침에는 곡식을 담은 바구니를 숲 입구에 갖다 놀 생각이었어요.
숲에 사는 동물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먹을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언제나 할아버지와 소녀가 먹이를 갖다 주었기 때문이었어요.
..
밤하늘의 별들이
할아버지와 소녀가 숲속 동물들에게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을 지켜봤어요.
“소녀를 도와주자!”
별들은 착하게 사는 할아버지와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무엇을 도와줄까!”
별들은 겨울에 필요한 물건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흰 눈이 내린 날,
밤하늘의 별 하나가 소녀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찾아왔어요.
“소녀가 아직 잠을 자지 않잖아!”
별은 소녀의 집 울타리에 쌓인 눈 속에 몰래 숨었어요.
그리고 소녀가 잠들기를 기다렸어요.
소녀가 잠이 든 시간에 별은 창고에 있는 바구니에 선물을 가득 담아놓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어요.
착한 소녀의 모습에 밤하늘도 감동받은 것 같았어요.
“이게 뭐지!”
아침에 소녀는 창고에 선물보따리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누가! 누가 갖다 놓았을까!”
소녀는 선물보따리를 들고 할아버지에게 갔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왜! 야단이야!”
할아버지는 아랫목에 누운 채로 말했어요.
“할아버지! 창고에 선물보따리가 있었어요.”
“선물!”
할아버지는 손녀가 들고 온 보따리를 보더니 일어났어요.
“열어 봐!”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말했어요.
소녀는 천천히 선물보따리를 풀었어요.
“와!”
선물보따리에는 장갑, 목도리, 코트, 모자 등이 들어 있었어요.
“할아버지 따뜻해요!”
소녀는 장갑을 끼고 말했어요.
“할아버지 것도 있어요.”
할아버지 내복, 털옷, 털모자, 감기약 등이 들어 있었어요.
“누가! 누가 갖다 놨을까?”
할아버지가 손녀를 보고 물었어요.
“마당에 발자국도 없었어요.”
소녀는 아침에 마당을 봤지만 발자국은 없었어요.
소녀는 지난밤에 일기 쓰다 잠이 든 순간까지 기억났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었어요.
소녀는 누군가 보내준 장갑, 목도리를 하고 동물 먹이를 들고 숲으로 갔어요.
“안녕! 토끼야! 새들아! 노루야! 멧돼지야! 그리고 나머지 동물들아!”
소녀는 숲을 향해 외쳤어요.
“여기에 먹이 놓고 간다! 모두 조금씩 나눠먹기 바란다.”
소녀는 동물들의 먹이를 놓고 집으로 갔어요.
소녀는 기분이 좋았어요.
숲에 사는 동물들이 모두 소녀의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하하! 내가 농장 주인이야!”
소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어요.
농사지을 땅도 없고 집에서 키우는 동물도 없지만 소녀는 항상 부자 같았어요.
“숲도 내 것이고 숲에 사는 동물도 내 것이야!”
소녀가 이렇게 말해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 숲에 먹이 갖다 주었어요.”
“잘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추운 겨울에 밥하고 일하는 게 걱정되기도 했어요.
“할아버지! 병원에 다녀오세요.”
며칠 동안 기침을 하는 할아버지가 소녀는 걱정되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창고에 가더니 대나무를 쪼개가면서 바구니를 짜기 시작했어요.
..
숲속 동물들은 소녀가 갖다 놓은 먹이를 먹으면서 눈 위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먹이가 작았지만 숲속 동물들은 조금씩 나눠먹었어요.
“모두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자!”
숲속 토끼가 동물들에게 말했어요.
“그래! 그래!”
새들도 노루도 멧돼지도 대답했어요.
동물들은 먹이를 나눠먹고 숲으로 돌아갔어요.
내일도 모레도 소녀는 또 바구니에 동물 먹이를 갖다 놓을 거예요.
오늘밤에도
밤하늘 별들은 소녀의 방 창문을 통해 소녀를 지켜주고 있었어요.
7. 사색을 즐기는 소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 그건 아무도 모르지!”
소녀는 사색의 문을 제일 좋아했어요.
숲으로 달려간 소녀는 사색의 문을 열었어요.
“어디로 떠나볼까!”
소녀는 커다란 바위에 앉더니 눈을 감았어요.
“바람이 부는구나!”
소녀의 머리카락이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저 나무 둥지에 새끼 새도 있구나!”
둥지에서 꼼지락 거리는 새끼 새 소리가 들렸어요.
“엄마는 먹이를 구하러 간 걸까!”
두 마리 새끼 새는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더 깊은 곳으로 가볼까!”
소녀는 더 깊은 사색의 길로 향했어요.
“토끼가 한 마리 있군!”
작은 나무들 사이로 토끼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있었어요.
“아무도 찾을 수 없겠다.”
토끼는 갈색을 띠며 나무기둥처럼 앉아있었어요.
“토끼야! 덫은 조심해야겠다.”
소녀는 토끼가 다니는 나무 사이에 덫이 있는 게 보였어요.
소녀는 사색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누가 놨을까!”
소녀는 나무에 묶인 덫을 풀면서 말했어요.
“마녀 짓일까!”
소녀는 숲에 사는 마녀를 본 적이 있었어요.
숲속에 사는 마녀는 토끼 고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었어요.
“분명히 마녀가 덫을 놨을 거야!”
소녀는 다음에 마녀를 만나면 혼내주고 싶었어요.
소녀는 다시 커다란 바위로 가서 사색의 문을 열었어요.
“눈 온다!”
소녀는 눈 오는 날을 좋아했어요.
소녀는 숲에 눈이 쌓여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세상이 하얗다니!”
온통 하얀 색으로 변하는 세상이 아름다웠어요.
“천상에도 눈이 올까!”
눈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것만 본 소녀는 하늘나라에도 눈이 내일까 궁금했어요.
“천상으로 가보자!”
소녀는 깊은 사색을 하더니 천상으로 갈 수 있었어요.
“와! 천상에도 눈이 온다니!”
소녀는 천상에서 눈 오는 것을 봤어요.
“루돌프 사슴이다!”
멀리서 루돌프 사슴이 놀고 있었어요.
“안녕!”
소녀는 루돌프 사슴에게 다가가서 인사했어요.
“안녕!”
루돌프도 소녀에게 인사했어요.
“여기서 뭐하는 거야?”
소녀가 루돌프 사슴에게 물었어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어.”
“정말!”
“응.”
루돌프는 천상에서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나눠줄 거야?”
소녀는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이 궁금했어요.
“나도 몰라! 산타 할아버지만 알고 계시니까!”
루돌프는 정말 몰랐어요.
소녀는 루돌프와 오래도록 이야기 하며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렸어요.
..
“이봐! 이봐!”
숲속에 사는 마녀가 바위 위에 앉아있는 소녀 등을 두드리며 말했어요.
“이봐! 사색하는 소녀!”
마녀는 눈 감고 사색하는 소녀를 다시 깨웠어요.
“네네네!”
소녀는 깜짝 놀라서 눈을 떴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마녀는 소녀가 깨어나자 물었어요.
“무슨 생각이라니요! 저는 루돌프를 만나고 있는 중이었어요.”
소녀는 잠꼬대 하듯 마녀에게 말했어요.
“루돌프를 만났다고?”
“네.”
“어디서?”
“천상에서 만났어요.”
소녀는 마녀가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했어요.
“그럼 산타 할아버지도 만났어?”
“네.”
소녀는 마녀의 질문에 보지 않은 산타 할아버지를 봤다고 그만 대답하고 말았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녀에게 줄 선물은 뭐라고 했어?”
“잘 모르겠어요.”
“왜! 산타 할아버지 만났으면 숲속에 사는 마녀 선물도 이야기 했을 거 아냐?”
마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이 궁금했어요.
“물어보지 않았어요.”
소녀는 마녀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어요.
“그럼 가서 물어보고 와!”
하고 말하더니 마녀는 바람같이 사라졌어요.
“마녀 주제에!”
소녀는 마녀에게 가끔 구박 당했지만 무섭지 않았어요.
“세상에 마녀에게 선물 주는 산타가 어디 있어!”
소녀는 즐겁고 행복한 사색의 시간을 망친 마녀가 미웠어요.
..
소녀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어요.
“소녀가 왔어!”
아기 나무가 엄마 나무에게 말했어요.
“아주 예쁜 소녀가 왔구나!”
아기 나무와 엄마 나무는 예쁜 소녀를 보고 신기해했어요.
“안녕!”
아기 나무가 가까이 온 소녀에게 인사했어요.
“안녕! 넌 어떤 나무니?”
소녀는 아직 어린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없었어요.
“도토리!”
“도토리나무구나!”
소녀는 도토리 잎과 나무를 보면서 말했어요.
“어디서 왔어요?”
소녀를 처음 본 어린 도토리나무가 물었어요.
“난 저 아래 마을에서 왔어.”
“저 아래?”
“응.”
하지만 도토리나무는 키가 작아서 소녀가 가리킨 마을이 보이지 않았어요.
“좀 더 크면 보일 거야!”
소녀는 너무 작은 도토리나무에게 말했어요.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요?”
도토리나무는 호기심이 많았어요.
“깊은 숲속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
소녀는 숲속이 궁금해서 더 깊숙이 들어왔어요.
“여기는 나무들뿐인데!”
도토리나무가 소녀를 보고 말했어요.
“이 주변에 어떤 나무들이 있어?”
소녀의 눈에는 소나무와 도토리나무만 보였어요.
“철쭉, 진달래, 아카시아,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있어요.”
도토리나무가 말했어요.
“키도 작은 데 어떻게 알았어?”
소녀는 아직 어린 나무가 숲속에 있는 나무를 모두 알고 있는 게 신기했어요.
“엄마가 알려 줬어요.”
“그랬구나!”
소녀는 어린 도토리나무 옆에 앉아서 깊은 숲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제는 토끼 두 마리가 서로 싸웠어요.”
“왜?”
“새끼 세 마리를 낳았는데 엄마 아빠가 서로 안고 잔다고 싸웠어요.”
“하하하! 정말?”
“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엄마 토끼가 두 마리 새끼를 안고 자고 아빠 토끼가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잤어요.”
“하하하! 재밌다.”
소녀는 어린 도토리나무가 해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또 어떤 일이 있었어?”
소녀가 물었어요.
“멧돼지 형제가 하루 종일 울었어요.”
“왜 울었어?”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 어린 도토리나무를 쳐다봤어요.
“엄마 멧돼지가 사냥꾼이 쏜 총에 맞아죽었어요. 그래서 너무 슬프다고 울었어요.”
“그랬구나! 나쁜 사냥꾼!”
소녀도 죽은 엄마 멧돼지가 불쌍했어요.
숲에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소녀는 어린 도토리나무와 헤어지고 숲을 내려갔어요.
..
“정말 눈이 온다!”
소녀가 숲에서 나오자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내일은 하얀 숲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
소녀는 눈 내린 숲이 더 좋았어요.
“그런데 어린 도토리나무 괜찮을까!”
소녀는 눈이 많이 내리면 어린 도토리나무가 죽을 까 걱정되었어요.
소녀는 저녁을 먹고 다시 사색의 문을 열었어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게 보였어요.
오늘 밤 소녀는 또 어느 별을 찾아가 누구를 만날지 모르겠어요.
8. 돼지새끼가 주렁주렁!
12살 수현이에게 아빠가 차고에 연구실을 차려준지도 1년이 돼 가고 있었어요.
집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를 연구해서 거름을 만들겠다면서 아빠 차고를 차지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실로 달려가는 수현이는 요즘 고민이 많아졌어요.
수박, 참외, 오이, 토마토 등을 크게 키워낸 수현이는 지금까지 가지만 크게 키우지 못했어요.
“왜? 왜? 왜? 가지는 안 크는 거야?”
수현이가 연구한 거름이 가지에는 맞지 않은가 봐요.
“내가 포기할 줄 알았지? 천만에!”
기록한 공책을 펴면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어요.
“분명히 가지가 좋아하는 게 있을 거야.”
“칼슘이 부족한가?”
멸치도 하루에 다섯 마리나 넣어서 만드는 거름인데 정말 이상했어요.
“가지나무야. 뭐 먹고 싶어?”
수현이는 걱정되는 눈빛을 하며 가지나무에게 물었어요.
“고기.”
“뭐라고? 고기?”
“응.”
“무슨 고기 먹고 싶은데?”
“돼지고기.”
“그건 사람들이 먹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먹고 싶어.”
“정말? 먹을 수 있어?”
“응. 많이 먹을 수 있어.”
“알았어. 조금 기다려.”
수현이는 방으로 달려갔어요.
거실을 지나 부엌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돼지고기가 어디 있을까?”
다시 냉동실 문을 열었어요.
그곳에 탱탱하게 얼어 있는 돼지고기가 있었어요.
“이걸 먹는다고? 참 이상한 가지나무야. 엄마가 알면 혼낼 텐데!”
하고 말하면서도 돼지고기를 꺼내고 냉동실 문을 닫았어요.
그리고 열심히 연구실로 달렸어요.
“가지나무야. 돼지고기 가져왔어.”
“좋아! 좋아! 어서 뿌리에 넣어 줘.”
화분 한쪽을 파고 가지나무 뿌리가 있는 곳에 돼지고기를 넣고 다시 흙을 덮었어요.
“이렇게 하면 돼?”
“응. 잘했어. 맛있게 먹을 게.”
“괜찮을까?”
수현이는 가지 나무에 돼지고기를 준 것이 옳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에 어려웠어요.
“설마! 죽지는 않겠지. 모르겠다.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죽지는 않겠지.”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수현이는 연구실로 달려갔어요.
“가지 나무야. 안녕.”
“안녕. 꿀꿀!”
“뭐야? 돼지가 된 거야?”
“아니. 돼지는 아니야.”
“괜찮은 거지?”
“응. 너무 맛있게 먹었어. 내일도 고기 먹고 싶어.”
“정말?”
“응. 앞으로 매일매일 부탁해.”
“오 마이 갓!”
학교에서 돌아온 수현이는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돼지고기가 없다!”
냉동실에 있던 돼지고기가 없었어요.
어제 수현이 가족은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었어요.
“어떡하지!”
침대에 푹 쓰러져 한 참을 생각하던 수현이는 일어나서 책상 위에 있는 돼지저금통을 봤어요.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필통에서 칼을 꺼내서 돼지저금통 배를 갈랐어요.
‘지지직! 지직!’
볼록한 배가 금방 터졌어요.
“오천 원만 가져갈게.”
돼지저금통에게는 미안했지만 가지나무가 먹고 싶다는 돼지고기를 사러 가야 했어요.
“아저씨! 돼지고기 주세요.”
“어느 부위로 줄까?”
“음! 삼겹살로 주세요.”
“얼마치 줄까?”
“오천 원.”
검정 봉지에 담아준 돼지고기를 들고 신나게 달렸어요.
“가지나무야! 고기 사왔어.”
“고마워! 어서 뿌리에 넣어줘.”
“알았어.”
“와! 꽃이 피었다.”
돼지고기를 먹은 가지나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이제 가지가 열리겠구나!”
“그래! 곧 가지가 열릴 거야.”
꽃을 피운 가지나무가 대답했어요.
“고마워. 가지 나무야.”
“놀랄 거야. 가지가 열리면.”
“정말?”
“응.”
가지나무 대답을 들은 수현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와! 가지가 열린다니 꿈만 같다.”
방으로 들어와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 가지나무에 꽃이 피었어요.”
“정말! 잘됐구나.”
“네.”
며칠 동안 돼지고기를 먹은 가지나무에 열세 개의 꽃이 활짝 피었어요.
곧 열매가 맺을 것 같았어요.
“돼지고기가 참 맛있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어.”
가지나무는 혼자서 입맛을 다시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식물이 고기를 좋아하다니 믿어지지 않아.”
수현이는 오늘도 새로운 거름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는 중이였어요.
“수박이나 참외도 돼지고기를 주면 어떨까?”
“안 돼!”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하기도 싫은 표정을 지었어요.
가지나무에 돼지고기를 준 지 10일이 되는 날 아침 이었어요.
일요일이라 학교에도 안 가서 수현이는 오늘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생각을 했어요.
“음식찌꺼기를 다시 분석해 봐야겠어!”
책상에서 그동안 기록한 노트를 다 꺼내들고 연구실로 갔어요.
‘드르륵!’
“안녕 가지 나무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가지나무에게 인사했어요.
“꿀꿀! 꿀꿀!”
“이게 무슨 소리지?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수현이는 가지나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나! 이런 일이.”
가지나무에 돼지새끼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엄마! 엄마! 엄마!”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갔어요.
“왜 그렇게 난리야?”
“엄마! 엄마! 큰 일 났어.”
“뭐가?”
“가지 나무에 가지가 열렸어! 아니! 아니!”
“그럼! 뭐가 열렸는데?”
“가지나무에 돼지새끼가 열렸어!”
“이것이 연구한다고 봐줬더니 거짓말도 하다니!”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수현이를 노려봤어요.
“정말이야! 돼지 새끼가 가지 나무에 열렸다니까!”
“이게 정말! 자꾸 거짓말 할래!”
수현이는 엄마 손을 끌고 연구실로 갔어요.
“봐봐! 돼지새끼가 열렸다니까.”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엄마 눈이 사과만 해졌어요.
“어머! 이게 웬일이니?”
“엄마! 너무 신기하죠?”
“그래!”
“꿀꿀! 꿀꿀!”
“너무 귀엽다! 어쩌면 저렇게 귀여울까?”
“딸! 대단한데!”
“고마워요!”
돼지새끼들은 가지나무에 매달려 잘도 놀았어요.
“가지가 부러지겠다. 어떡하면 좋니!”
“엄마! 어떡해요?”
“따라 와!”
“네.”
엄마는 수현이를 데리고 뒷산으로 갔어요.
그리고 대나무 몇 개를 톱으로 베었어요.
“조심해!”
“네!”
대나무를 들고 연구실로 향했어요.
돼지새끼가 매달린 가지마다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대나무로 기둥을 세워주었어요.
“괜찮을까요?”
“이제 괜찮을 거야!”
“휴! 다행이다.”
엄마와 수현이는 한 참을 보고 또 봤어요.
“세상에! 가지나무에 돼지새끼가 열리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네! 제가 연구한 거예요.”
가지나무에 돼지새끼가 열렸다는 소문이 동네에 쫙 퍼졌어요.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하고 다녀!”
“사실이라니까요!”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동네 어른들은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우리도 밭에 가지 나무를 심어야겠어!”
“우리도 심어야겠어요!”
돼지새끼가 열리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걱정이 생겼어요.
수현이가 연구한 거름과 돼지고기를 준 것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밭에 가지 나무를 심는다고 하니 말이예요.
가지나무에서 돼지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랐어요.
수현이는 더 열심히 연구해서 가지나무가 튼튼하게 해주었어요.
“쓰러지고 가지가 찢어지면 안 돼!”
“알았어!”
“가지가 찢어지면 돼지새끼들이 다치니까!”
“알았다니까!”
가지나무는 돼지새끼들을 잘 키웠어요.
한 달이 지나자
가지나무에서 자라던 돼지새끼들이 한 마리씩 톡톡 떨어졌어요.
“와! 신기하다. 과일이 떨어지는 거 같아.”
“정말 신기하다!”
수현이 가족은 돼지가 떨어지는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었어요.
“봐도봐도 신기하다!”
“수현이 노벨상 타는 거 아냐!”
“정말 그러겠어요!”
엄마와 아빠는 수현이가 자랑스러웠어요.
수현이는 더 열심히 음식찌꺼기를 이용해 식물에게 줄 거름을 지금도 연구하고 있어요.
열세 마리 돼지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9. 장화를 훔치다니!
외딴 섬에 고양이 샘이 살았어요.
샘은 고기 잡는 어부들을 보면서 무럭무럭 자랐어요.
어른이 된 샘은 바닷물이 빠지자 바다를 향해 달렸어요.
“야옹! 야옹! 신난다.”
샘은 얼마 못가서 그만 갯벌에 빠지고 말았어요.
“어떡하지!”
(어떡하긴 죽거나 살거나 하겠지!)
꼼지락 거릴수록 샘은 더 깊숙이 빠졌어요.
“살려주세요!”
샘은 소리쳤어요.
그러나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혼자서는 도저히 갯벌을 벗어날 수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샘은 점점 무서웠어요.
“빨리 나가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
뜨거운 태양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힘이 빠진 샘은 꼼짝도 못하면서 생각했어요.
..
새까만 게 한 마리가 다가왔어요.
“넌 뭐야?”
“난, 고양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들판에서 놀 것이지 갯벌에는 왜 왔어?”
“바닷물이 빠지니까 달리고 싶었어!”
“여긴 우리 구역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러니까 나 좀 구해줘!”
샘은 자신을 구해줄 것만 같은 게에게 말했어요.
“얘들아!”
새까만 게가 친구들을 불렀어요.
많은 친구들이 달려왔어요.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바빠 죽겠는데! 장어를 잡아줄 거야 아니면 바지락을 잡아줄 거야!”
샘 앞에 서 있는 게에게 물었어요.
“나도 먹을 게 없는 데 왜 내가 너에게 잡아줘! 그런데 여기 멍청이가 빠졌어.”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 새까만 게 뭐야! 하하하하!”
눈만 깜박거리는 샘을 보고 모두 웃었어요.
“고양이야.”
“뭐라고? 고양이!”
가까이 다가오던 친구들이 뒤로 물러났어요.
“아~ 안녕!”
샘이 인사했어요.
하지만 고양이가 무서운 친구들은 더 멀리 도망갔어요.
“우리가 도와주자!”
샘을 처음 본 게가 말했지만 친구들은 머뭇머뭇 거렸어요.
“제발! 도와줘. 다시는 갯벌에 들어오지 않을 게.”
샘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하나 둘 모여들었어요.
“우리가 털을 집게로 붙잡을 거야. 그러면 아플 수도 있고 털이 빠질 수도 있어.”
“알았어! 알았어!”
모두 샘의 털을 한 가닥씩 붙잡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당겼어요.
“영차! 영차!”
샘의 몸이 갯벌 위로 조금씩 올라왔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갯벌 친구들의 도움으로 샘은 갯벌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고마워! 친구들아!”
샘은 육지로 나온 뒤 구해준 친구들에게 인사했어요.
“다음에는 장화를 신고 들어 와!”
낙지 한 마리가 말했어요.
“장화를 신고 오라고!”
샘은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물가를 찾았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고양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갯벌이라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샘은 어부의 집을 찾았어요.
창고에는 크고 작은 장화가 많았어요.
“장화를 훔쳐도 될까!”
하고 망설이는데 마당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요.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숨어야 해! 숨어야 해!”
샘은 큰 장화 속으로 들어가 숨었어요.
어부는 창고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나갔어요.
“들킬 뻔 했다!”
샘은 어부에게 들키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걸 훔치면 되겠다!”
빨간 장화를 들고 창고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걸음아 살려라 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장화를 신고 들어오면 갯벌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지.”
빨간 장화를 신고 갯벌로 갔어요.
“정말 빠지지 않을까!”
갯벌 앞에서 샘은 들어갈까 말까하고 망설였어요.
또 갯벌이 무섭기도 했어요.
어제 빠져서 죽을 뻔 했잖아요.
“여긴 우리 구역이야!”
하고 말한 새까만 게가 생각났어요.
샘은 갯벌로 들어가려다 말고 집으로 향했어요.
“장화를 갖다 놓자!”
샘은 장화를 훔친 게 부끄러웠어요.
“다시는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 샘은 어부의 집에 장화를 갖다 주고 오는 길에 갯벌로 갔어요.
“안녕! 얘들아.”
샘은 갯벌에서 노는 친구들에게 인사했어요.
“안뇽(안녕)! 안뇽! 안뇽!”
갯벌에 사는 친구들이 인사했어요.
태양과 갯벌 친구들은 오늘도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었어요.
샘은 생각했어요.
나도 언젠가는 장화를 신고 갯벌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 거야! 하고.
10. 나비효과를 알다니!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조그만 메모리칩 하나가 거대한 도서관이 되었듯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가치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고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모두가 큰 위기를 맞았다.
..
“엄마! 언제 학교가요?”
어린이들이 이제는 학교 갈 날을 기다리며 부모에게 물었다.
“<코로나 19> 유행이 끝나야지!”
엄마의 대답은 핑계 같은 일상적이었다.
“엄마! 학교 가지 않아도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연아는 <코로나 19> 대 유행이 터진 뒤 새로 입학한 초등학교에 아직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컴퓨터로 공부하니까 올라갈 거야!”
엄마는 학교가지 않는 딸이 걱정되었지만 교육청에 전화라도 해볼까 싶었다.
“엄마! 우리 반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연아는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싶었다.
“학교가면 보겠지!”
엄마는 쓰윽 지나가는 바람처럼 딸에게 말했다.
학교가면 당연히 볼 친구들이지만 입학식도 친구들과 인사도 하지 않고 학년이 올라간다는 게 신기했다.
“엄마! 학교에 가면 입학식을 하는 거야?”
입학식도 없이 이학년이 될 연아는 아직 입학식과 새로 만날 친구들 볼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해줄 거야!”
엄마도 입학식 날 사진 찍어야 먼 훗날 추억을 생각할 수 있다며 학교에서 꼭 입학식은 열어주었으면 했다.
..
“정연아!”
“네!”
“강다연!”
“네!”
“김창수!”
“네!”
처음 학교에 간 날 연아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 출석을 불렀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친구들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마주치며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김천수! 김천수!”
선생님이 두 번이나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이 녀석이 첫날부터 결석이라니!”
선생님은 마음속으로 걱정하면서 다음 친구들을 불렀다.
..
“천수가 코로나에 걸렸데!”
선생님이 교무실에 간 사이에 천수 옆집에 사는 명준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정말! 걸렸어?”
“그러니까 학교에 안 왔지!”
명준이도 정확히 모르는 눈치였다.
“함부로 말하지 마!”
연아는 아직 보지도 못한 친구를 코로나에 걸렸다고 단정짓는 명준이에게 한 마디 했다.
“알았어!”
명준이는 놀이터에서 매일 놀던 천수가 놀이터에도 나오지 않자 걱정되었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학교도 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한 어린이들은 학교에 오자 신나게 떠들고 놀았다.
“김영희! 마스크 써!”
마스크를 벗고 노는 친구들을 보면 이름을 부르며 마스크를 쓰게 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마스크 쓰고 있어서 친구들의 얼굴을 반쪽만 기억하게 되었다.
..
“오늘은! 한 명씩 나와서 인사하고 마스크 벗고 친구들에게 얼굴 보여주고 들어간다.”
선생님이 친구들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말은 하지 말고 고개 숙여 인사만 하고 마스크 벗는다!”
선생님은 혹시나 침이 친구들에게 튀여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조심스러웠다.
“김명준!”
선생님이 부르자 명준이는 앞으로 나가서 인사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하하하하!”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
명준이 얼굴에 마스크 자국이 선명하게 보여서 더 웃겼다.
“웃지마!”
명준이가 자신을 보고 웃는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말하지 말라니까!”
선생님이 말하자
“제 얼굴을 보고 웃잖아요!”
명준이는 화난 얼굴을 하고 선생님에게 말하며 자리로 들어갔다.
“김영희!”
선생님이 부르자
영희가 앞으로 나갔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 한 뒤 영희도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하하하하!”
이번에도 친구들이 영희 얼굴을 보고 웃었다.
영희 얼굴에도 마스크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볼이 두툼한 영희 얼굴에는 마스크 자국이 더 크게 보였다.
“웃지마!”
영희도 명준이처럼 친구들이 웃자 한 마디 했다.
하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안철수!”
철수가 나오더니 인사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하하하하!”
이번에도 친구들은 모두 웃었다.
철수도 친구들이 웃자 같이 웃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친구들은 앞에 나가 인사하고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보여 주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생님은 친구들 이름을 부르면서도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빨리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
“여러분! 마스크는 밥 먹을 때 빼고는 꼭 쓰고 다녀야 합니다!”
선생님은 <코로나 19> 유행으로 어린이들이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말했다.
“선생님! 집에서 똥 눌 때도 마스크 써야 되요?”
철수가 웃으면서 물었다.
“하하하하!”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
“집에서도 마스크 쓰면 좋지!”
선생님은 어디에서나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선생님! 질문 있어요!”
연아가 손을 들고 질문이 있다고 했다.
“네! 말해보세요.”
선생님이 말하자
“선생님도 마스크 벗어 보세요!”
연아와 반 친구들도 선생님 얼굴이 궁금했다.
“좋아요!”
선생님이 마스크를 벗자
“하하하하!”
반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
선생님 얼굴에는 어린이들보다 더 깊게 마스크 자국이 있었다.
“선생님! 누가 마스크 그린 것 같아요!”
명희가 말하자
“맞아! 맞아!”
하고 말하는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이 그렸지!
선생님도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에 누군가 연필로 마스크 모양을 그려놓은 것 같았다.
..
“마스크 하나에 웃다니!”
나비의 날갯짓이 온 세상을 위기로 몰아가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크고 작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웃었다!”
학교에 처음 나온 어린이들은 <코로나 19> 유행으로 쓰고 다니는 마스크 때문에 학교에서 신나게 웃었다.
"그 녀석들 웃었어!
모든 존재가 이것과 저것으로 구분되거늘 그걸 알다니!
상대적인 것은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지 않고 0과 1사이의 본질에 충실한 법이다.
어린 것이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과 미세한 바이러스가 세상을 요동치게 만드는 나비효과까지 알다니 참으로 대견하군!"
선생님은 학교에 어린이들이 와서 좋았다.
교실도 운동장도 살아있는 생명체 같이 느껴졌다.
“학교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넘쳐야지!”
나와 다르다고 또 나와 다른 것을 대립시키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어느 것 하나도 내 맘에 드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어린이들은 웃고 학교에 다녀야 한다.
“<코로나 19>로 대립할 필요는 없어!”
대립을 해소하고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시작점이다.
“김천수!”
교무실에 온 선생님은 오늘 학교에 오지 않은 김천수 어린이 집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별일 없겠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모두 돌아가자 교실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
“일이 많아졌어!”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열심히 청소했다.
“나는 나를!
너는 너를!
우리는 우리 모두를!
긍정하고 받아들일 때 세상이 아름다워질 거야!”
선생님은 노래를 부르며 교실 청소를 했다.
“나와 다르다고
제발!
나와 똑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억지 부리지 말자.
또
나와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고 편견을 갖지 말고 상대를 미워하거나 얕보지 말자!”
바이러스 하나가 날갯짓 하면 세상은 온통 혼돈의 시대가 됨을 보지 않았던가!
어린이들 일상이 곧 나비효과이거늘 크게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누가 대답해 보겠는가!
선생님은 아름다움과 추함이 다른 것은 맞지만 어떤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선생님은 교실 청소를 하면서 조금 전에 웃던 어린이들을 생각했다.
“마스크 자국만 보고도 행복한 웃음을 짓다니!
천진스러운 것들!”
선생님은 학교에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기운이 났다.
..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선생님은 청소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 기도를 했다.
“미래! 희망!”
어린이들은 희망이고 미래였다.
선생님뿐만이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어린이들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유산이었다.
이처럼 세상의 어린이들은 큰 차이가 없이 자라야 한다.
또 동일한 시선으로 어린이들을 보아야 함을 잊지 말자!
11. 신이 내린 은총!
“안녕! 내일 봐!”
고양이 샘과 신나게 놀던 개구리는 펄쩍 뛰어 연꽃잎 위로 올라갔다.
“호수가 좋아!
연꽃이 만개한 호수가 나는 좋아!”
개구리는 연꽃잎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샘은 호숫가에 있는 백일홍 나뭇가지에 앉아 낮잠을 자려다 개구리가 부르는 노래가 자꾸만 거슬렸다.
“시끄러워!”
하고 개구리에게 말하고 다시 낮잠을 청했다.
“나처럼 호수에 들어오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치긴!”
하고 말한 개구리는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쓰그럽다니까(시끄럽다니까)!”
샘은 짜증이 났다.
낮잠을 자려다말고 나무에서 내려와 개구리가 노래부르는 호수를 쳐다봤다.
“연꽃이 만개한 호수 위를 걷는 나는 신의 축복을 받은 개구리!”
개구리는 샘을 보고도 아는 채도 않고 연꽃잎 위에 누워 노래를 불렀다.
..
“나도 가능하겠지!”
샘은 개구리처럼 연꽃잎 위에 눕고 싶었다.
“무슨 소리야! 넌 무거워서 들어오자마자 물에 빠질 걸!”
개구리는 샘이 연꽃잎 위로 올라오려고 하자 지켜보며 말했다.
“웃기지마! 나도 너처럼 연꽃잎 위에 올라가 낮잠을 자야겠어!”
하고 말한 샘은 가장 가까운 연꽃잎 위에 앞발을 한쪽 올렸다.
“괜찮겠지!”
샘이 앞발로 살짝 누르자 연꽃잎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넌! 물에 빠진다니까!”
개구리는 노래 부르다말고 일어나더니 샘에게 말했다.
호수에서 놀던 물고기들도 샘이 연꽃잎 위에 올라가려고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중력! 중력을 잘 이용하면 되겠지!”
샘은 포기하지 않고 연꽃잎 위에 올라가려고 노력했다.
“서로 당기는 힘이 같아야 해!”
샘은 온 몸에 힘을 네 발에 분산하기 시작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이 같으면 물에 빠지지 않고 연꽃잎 위에 서있을 것 같았다.
“물에 빠진다니까!”
개구리는 계속 샘을 말렸다.
“씨끄러워(시끄러워)!”
샘은 개구리가 소리치는 바람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안 된다니까!”
개구리는 샘이 물에 빠지는 게 걱정되었다.
“조용히! 조용히!”
하고 말하더니 샘은 앞발을 연꽃잎 위에 올렸다.
온 몸의 힘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연꽃잎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네 발이 연꽃잎 위에만 올라가면 될 것 같은데!”
샘은 앞발을 연꽃잎 위에 올려놓고 생각했다.
“와! 고양이가 연꽃잎 위에 올라서다니!”
물고기들은 샘의 행동을 보고 놀랐다.
“연꽃잎 위에 올라와서 우리를 잡아먹는 것 아닐까요?”
어린 붕어가 어른 붕어에게 물었다.
“생선을 제일 좋아하는 녀석이라 그럴 수도 있어!”
물고기들은 샘이 연꽃잎 위에 올라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잉어야! 샘이 지탱하고 있는 연꽃줄기를 흔들어 줘!”
어른 붕어는 호수에서 제일 큰 잉어에게 말했다.
“왜?”
큰 잉어는 샘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샘이 호수에 들어오면 우리를 잡아먹을 거야!”
“정말 잡아먹을까?”
“생각해봐! 연꽃잎 위에서 낮잠을 자다가 지나가는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잖아!”
“그렇겠다!”
큰 잉어는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더니 샘이 앞발을 올려놓은 연꽃 밑으로 갔다.
‘푸다닥! 푸다닥!’
큰 잉어가 꼬리로 연꽃줄기를 흔들었다.
“야옹! 야아옹!”
샘은 그만 호수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하! 물에 빠진다고 했지!”
개구리는 물에 빠진 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허우적! 허우적!’
샘은 온 몸이 물에 젖었지만 헤엄쳐서 호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
“올라갈 수 있었는데!”
샘은 개구리처럼 연꽃잎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잉어가 연꽃줄기를 흔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지 몰랐다.
“중력이란!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이 같아야 해!”
하고 말하더니 샘은 햇볕이 잘 드는 장독대 항아리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큰 항아리 위에 올라가 물에 젖은 몸을 햇볕에 말렸다.
“개구리가 올라가면 나도 올라갈 수 있어!”
샘은 젖은 몸이 마르면 다시 연꽃잎 위에 올라가고 싶었다.
“호수 한 가운데까지 가서 연꽃잎 위에서 낮잠을 자는 거야!”
샘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호수 한 가운데 들어가 있으면 사람들이 놀랄 거야!”
샘은 장독대 항아리 위에서 어떻게 하면 연꽃잎 위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을까 생각했다.
“빠르게 움직이면 될까!”
샘은 물에 빠지기 전에 발을 움직이면 연꽃잎 위에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해볼까!”
샘은 항아리에서 뛰어내리더니 호수로 향했다.
..
“또 왔어! 또 왔어!”
물고기들이 놀다가 호숫가에 나타난 샘을 보고 말했다.
“뭐라고!”
개구리도 낮잠을 자다 물고기들이 떠드는 소리에 일어났다.
“잘 봐! 연꽃잎 위를 걸어 다니는 걸!”
샘은 개구리와 물고기에게 말하더니 호숫가에서 달릴 준비를 했다.
“또 들어오려고?”
개구리가 샘에게 물었다.
“그래!”
“또 빠질 거야!”
개구리는 샘이 또 물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더니 연꽃잎 위에 누워 노래를 불렀다.
“연꽃잎 위에는 아무나 올라올 수 없지!
나처럼 용감하고 씩씩한 개구리라면 모를까!
개구리는 물속에서도 헤엄치고 땅에서도 걸어 다닐 수 있지!
개구리는 신이 준 선물이 많아!”
개구리가 길게 노래를 부르자 샘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조용히 하고 비켜!”
하고 샘이 개구리를 향해 외쳤다.
“왜!”
“내가 거기까지 갈 테니까 잘 봐!”
하고 말한 샘은 연꽃잎 위를 달릴 준비를 했다.
“오면 비켜줄게!”
하고 말한 개구리는 연꽃잎 위에서 샘이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더니 샘이 연꽃잎 위를 달렸다.
‘두투투툭!’
샘은 빠른 속도로 연꽃잎 위를 달렸다.
“와! 와!”
하고 개구리와 물고기가 놀란 사이
“야아옹!”
호수 중간쯤에서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개구리와 물고기들이 모두 웃었다.
물에 빠진 샘은 호수 한 가운데까지 걸어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봤지! 봤지!”
샘은 헤엄쳐 호숫가로 나오면서 개구리와 물고기들에게 말했다.
“봤어! 정말 빠르던데!”
개구리와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중력! 내게 있는 힘만 잘 조절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어.”
샘은 물에 빠져도 무섭지 않았다.
..
“이번에는 천천히 힘을 분산하면서 걸어봐야겠어!”
샘은 연꽃잎 위를 천천히 네 발로 걷는 생각을 했다.
“이제 출발해볼까!”
샘은 호숫가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연꽃잎 옆으로 갔다.
“잘 봐!”
하고 말한 샘은 호수에 떠있는 연꽃잎을 자세히 봤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걸어갈 지 계산하는 듯 했다.
“하나! 둘! 셋!”
샘은 천천히 느린 것 같지만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샘은 춤을 추는 듯 연꽃잎 위를 밟으며 호수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와! 잘한다.”
개구리와 물고기들이 샘이 천천히 연꽃잎 위를 걷는 것을 보고 응원했다.
“으악!”
샘은 호수 한 가운데쯤 와서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개구리와 물고기들이 웃었다.
“봤지! 봤지!”
샘은 기분이 좋았다.
호수 한 가운데서 헤엄치며 하늘을 봤다.
“나는 할 수 있어!”
하고 하늘을 향해 외치더니 헤엄쳐 밖으로 나왔다.
샘은 매일 호수에 와서 연꽃잎 위를 걷는 연습을 했다.
개구리와 물고기들은 샘이 걷는 모습을 보며 즐겁게 지냈다.
..
“하하! 이런 재미가 있다니!”
샘은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연꽃잎 위에 누워 하늘을 보고 말했다.
“개구리 마음을 알겠다!”
샘은 개구리처럼 연꽃잎 위에 누워 노래를 불렀다.
“야옹!
지구상에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그것은 바로 고양이! 고양이! 고야앙이!
세상에 고양이보다 더 똑똑한 동물은 없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도 고양이보다 못하지!”
샘의 노래는 호수에 울려 퍼졌다.
“세상에! 호수에 고양이가 어떻게 들어갔지!”
사람들은 고양이가 호수 한 가운데 들어가 연꽃잎 위에 앉아서 노는 게 너무 신기했다.
“믿을 수 없어!”
사람들은 샘이 호수 한 가운데서 노는 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신의 은총을 받은 고양인가!”
연꽃잎 위에 누워 있는 샘을 보고 사람들은 신의 은총을 받은 고양이라 생각했다.
“하하하하!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은 고양이야!
연꽃잎 위를 걸어 다니는 고양이!
신은 고양이에게 큰 은총을 내렸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고!”
샘은 네 발로 물장구를 치며 연꽃잎 위에서 즐겁게 놀았다.
..
“가까이 오지 마!”
개구리와 물고기들은 샘이 잡아먹을까봐 걱정되었다.
“안 잡아먹을 테니 걱정 마!”
샘은 호수 한 가운데서 개구리와 물고기들에게 말했다.
연꽃잎 위에서 세상을 보고 낮잠을 자는 것만으로 샘은 행복했다.
“연꽃 줄기만 흔들지 않으면 안 잡아먹을 거야!”
가끔 큰 물고기가 와서 연꽃줄기를 흔들고 가면 샘은 물에 빠지곤 했다.
“알았어!”
물고기들도 샘이 잡아먹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믿기로 했다.
..
“하하하! 저 녀석!”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연꽃잎 위에서 태평스럽게 낮잠 자는 샘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한 마디씩 했다.
“팔자 좋구나!”
하고 말하며 개 팔자보다 고양이 팔자가 좋다며 샘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기까지 갔을까!”
사람들은 샘이 호수 한 가운데 연꽃잎까지 어떻게 갔을까 궁금했다.
“고양이처럼 사람들도 물 위를 걸을 수 없을까!”
사람들은 고양이가 물 위를 걸어서 호수 한 가운데로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처럼 중력을 잘 이용해 보세요!”
샘은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샘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고양이가 제일 똑똑하지!”
샘은 몇 번이나 물 위를 걷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했다.
"내 말을 안 듣다니!"
샘이 말하는 중력의 힘과 에너지 분산에 대해서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사세요!”
샘은 이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평생 고양이를 부러워하며 사세요!”
샘은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12. 천상에서 온 손님!
“눈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보던 명수는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며 놀 수 있겠다!”
명수는 이불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어요.
“명수야! 장독대 앞에도 치워!”
엄마는 명수가 눈 치우는 것을 보고 말했어요.
“네!”
명수는 힘들었지만 마당에 쌓인 눈을 모두 치웠어요.
“엄마! 샘터에 가는 길도 치웠어요.”
“잘했다! 물도 한 통 떠와!”
“네!”
하고 대답한 명수는 물통을 들고 샘터로 향했어요.
..
“눈으로 집을 지을까!”
명수는 아침을 먹으며 동생들에게 말했어요.
“오빠! 초가집 지을 거야?”
하고 명희가 물었어요.
“초가집도 짓고 기와집도 짓자!”
하고 명수가 말했어요.
“오빠! 난 이층집을 지을 거야!”
막내 명옥이가 말했어요.
“이층집 지으려면 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언니 명희가 말하더니
“내가 도와줄게!”
하고 말했어요.
명수와 동생들은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갔어요.
..
“오빠! 눈사람 멋지지!”
명희가 눈사람을 만들고 오빠에게 물었어요.
“멋지다! 목도리도 해주고 숯으로 눈썹도 만들어 줘!”
하고 명수가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명희는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아궁이에서 숯을 챙겨왔어요.
“언니! 나도 좀 줘!”
하고 명옥이가 언니에게 말했어요.
“여기!”
명희는 동생에게 숯을 몇 개 주었어요.
“오빠! 초가집 지붕은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명희가 오빠가 만든 집을 보고 물었어요.
“외양간에 있는 마른 풀을 사용할까!”
“좋겠다!”
명수는 외양간에 들어가 소에게 먹일 잡초를 들고 나왔어요.
“와! 오빠! 너무 멋지겠다.”
명옥이는 오빠가 들고 온 잡초를 보고 말했어요.
하얀 눈으로 지은 집 지붕도 만들어 줄지 생각 못했어요.
..
“오빠! 기와집 지붕은 어떻게 해?”
하고 명옥이가 물었어요.
“기와는 소나무 껍질로 하면 되지 않을까!”
명수가 말하자
“오빠! 멋지겠다.”
하고 말하더니 명희와 명옥이는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언니! 소나무 껍질을 올리면 정말 멋지겠다!”
“그러겠지!”
명희와 명옥이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들고 뒷산에서 내려왔어요.
“오빠! 소나무 껍질이야.”
하고 명옥이가 말했어요.
“수고했어!”
하고 말하더니 명수는 동생들이 만든 기와집을 천천히 둘러봤어요.
“벽을 더 두껍게 하고 이쪽에 창문을 만들면 좋겠다!”
하고 동생들에게 말해주었어요.
“알았어!”
명희와 명옥이는 벽을 두껍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창문도 만들고 나뭇가지로 창문 틀도 만들었어요.
..
“와! 멋지다.”
동생들이 만든 기와집은 너무 멋졌어요.
“오빠! 이제 이층집 만들자.”
“그래!”
명수는 동생들과 처음으로 이층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명옥아! 창고에서 삽 가져와!”
“응!”
명옥이가 창고로 달려가 삽을 가져왔어요.
명수는 삽으로 눈을 떠서 동생들 앞으로 던져주었어요.
“오빠! 이 정도 두께면 될까?”
“어디 보자!”
“좋아!”
명수는 손바닥으로 재어보더니 두꺼운 벽이 맘에 들었어요.
“오빠! 눈이 많이 필요하겠어!”
“알았어!”
명수는 삽으로 눈을 퍼서 열심히 동생들에게 던졌어요.
“와! 힘들다.”
명수 이마에서 땀이 났어요.
“오빠! 물 가져올까?”
하고 명옥이가 물었어요.
“응! 콜라도 가져오고 고구마도 가져 와!”
명수는 벌써 배가 고팠어요.
“명옥아! 책상 서랍에 사탕도 가져 와!”
명희가 막내에게 말했어요.
“알았어! 언니.”
명옥이는 방으로 달려가더니 사탕도 챙기고 냉장고에서 콜라도 챙기도 삶은 고구마도 챙겼어요.
..
“오빠! 날마다 눈 오면 좋겠다.”
막내 명옥이는 눈 오는 날이 좋았어요.
“눈이 너무 많이 오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어!”
명수는 지붕 위에 눈이 너무 많이 쌓이면 집이 무너질까 걱정되었어요.
“오빠! 우리가 지붕에 올라가서 눈을 치우면 되지!”
하고 명희가 말했어요.
“그러면 되겠다!”
막내 명옥이가 박수치며 말했어요.
“그러면 되겠다!”
명수는 동생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며 노는 게 즐거웠어요.
..
“엄마! 집 한 채 사겠어요?”
막내 명옥이가 엄마에게 달려가더니 말했어요.
“집이 몇 채나 되는 데?”
하고 엄마가 물었어요.
“초가집! 기와집! 이층집! 이렇게 있어요.”
“집이 세 채나 있다니! 너희들 부자구나!”
하고 엄마가 말했어요.
“네! 우리는 부자예요.”
산골마을에 사는 명수 가족은 눈 오는 날은 부자가 되는 것 같았어요.
집도 딸랑 한 채였는데 이번에 자녀들이 집을 세 채나 지어서 엄마도 기분이 좋았어요.
..
어젯밤에 또 눈이 내렸어요.
“오빠! 눈이 많이 왔어!”
명희가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보고 말했어요.
“그래! 좀 더 자.”
명수가 말하더니 추운지 이불을 당겼어요.
“알았어!”
하고 명희도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어요.
..
“오빠! 이층집 벽에 그림 그릴까?”
“좋아! 그림 그리자.”
하고 대답하더니 명수는 눈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했어요.
“언니! 인어공주 그려 줘!”
하고 막내 명옥이가 언니에게 말했어요.
“인어공주! 좋아.”
명희는 인어공주를 한쪽 벽에 그리기 시작했어요.
“오빠! 여기에 피노키오 그려줘!
하고 막내 명옥이가 오빠에게 말하자
“하하하! 거짓말해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
“응!”
명수는 새까만 숯을 들고 피노키오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언니! 인어공주 입술에 빨간 립스틱도 발라 줘!”
“알았어!”
하고 대답한 명희는 빨간색을 무엇으로 만들까 고민했어요.
“명희야! 부엌에 가서 고춧가루 통 가져 와!”
“알았어!”
명희는 눈에 고춧가루를 섞어서 입술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어요.
“눈이랑 고춧가루랑 섞으면 빨간 색이 나오겠지!”
하고 말한 명희는 오빠가 그리는 피노키오를 봤어요.
“오빠! 코를 더 크게 그려 줘!”
“그럴까!”
“응!”
명수는 피노키오 코를 아주 크게 그렸어요.
..
“하하하하! 정말 립스틱 바른 것 같아!”
막내 명옥이는 인어공주 입술을 보고 놀랐어요.
“언니! 눈사람 입술도 발라 줘!”
하고 막내 명옥이가 말하자
“그럴까!”
하고 말하더니 명희는 눈사람 입술을 빨갛게 모두 고춧가루 립스틱을 만들어 발라주었어요.
“와! 너무 귀엽다.”
눈사람마다 입술을 빨간 립스틱을 칠해주자 너무 귀엽고 멋진 눈사람이 되었어요.
..
산골마을에 사는 명수는 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눈이 오면 산골마을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명수네 집에는 천상에서 눈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오빠! 우리 집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살다니!”
명희가 말하자
“그래! 집도 세 채나 있으니 더 많이 와도 걱정없어.”
하고 명수가 말했어요.
“엄마! 오늘 밤에는 일곱 사람 밥을 더해야 해요.”
하고 막내딸이 말하자
“왜! 누가 오나?”
하고 엄마가 물었어요.
“엄마! 천상에서 눈사람 일곱 분이 와서 밖에서 놀고 있어요.”
“그렇구나!”
엄마는 막내딸이 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엄마는 솥단지에 쌀을 가득 넣고 밥을 지었어요.
“오늘 밤에는 국도 많이 끓여야겠다!”
하고 말한 엄마는 뒷마당으로 가더니 달콤한 시금치를 눈을 밀치면서 많이 뜯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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