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카드는 그 많던 플래시메모리의 표준 규격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따져보면 종류가 참 많습니다. 요즘은 SDXC가 나오고 있고, SDHC도 많이 쓰입니다. 게다가 UHS니 클래스니, 따져볼 게 참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SD카드는 처음 나올 때부터도 헷갈리게 만든 경력이 있습니다. SD카드와 똑같이 생긴 MMC라는 메모리가 있었지요. 이 MMC카드의 규격에 디지털콘텐츠 보안을 심은 게 바로 ‘시큐어 디지털’, SD카드입니다. 이후 MMC는 빠르게 시장에서 사라졌죠.
이 SD카드는 그 자체로 충분히 작은 메모리지만 휴대폰과 스마트폰에도 저장공간이 늘어나면서 더 작은 메모리의 수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T플래시’라는 메모리가 나왔지요. 우리가 요즘 많이 쓰고 있는 ‘마이크로SD’입니다. 규격은 같지만 SD라는 브랜드를 살리기로 결정하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껍데기만 두고 메모리카드를 구분해야 할 것은 SD카드냐,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SD카드냐 뿐입니다. 마이크로SD카드는 어댑터에 끼워 SD카드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가격 차이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플래시메모리는 마이크로SD를 구입하는 편이 대체로 낫습니다.
속도 구분은 클래스
자, 이제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요즘 나오는 모든 SD카드에는 ‘클래스(Class)’라는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대문자 ‘C’ 안에 2, 4, 10처럼 숫자로 표기합니다. 이 클래스는 최소 쓰기 속도를 의미합니다. 클래스2는 1초에 최소 2MB를 기록한다는 것을 보장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클래스6은 최소 6MB를 쓸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쓰려면 사진 1장의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게 맞지만, 요즘은 어지간하면 대부분 클래스10입니다. 플래시메모리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클래스10은 꼭 1초에 10MB를 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클래스의 의미는 최소 보장이고, 이 약속은 10까지만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이상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플래시메모리 업체들은 별도로 속도 자랑을 합니다. 1초에 60MB 이상 기록할 수 있다는 표시처럼 말이지요.
혹은 이 표시를 ‘배속’으로 하기도 합니다. 이건 예전 CF메모리 때부터 계속된 습관인데, 배속의 기준은 CD 리코더 1배속 기준입니다. 1배속 CD 리코더는 CD 650MB 1장을 채우는 데 74분이 걸립니다. CD 규격이 1초에 읽고 쓸 수 있는 데이터 기록량은 150kB입니다. 네. 킬로바이트 맞습니다. 8배속 CD는 150kB ×8이니 1.2MB를 쓸 수 있던 겁니다. 플래시메모리에 적힌 400배면 초당 60MB 정도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쨌든 플래시메모리의 집적도와 속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업계도 기술 자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클래스와 별개로 또 하나의 속도 규격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UHS입니다. ‘울트라 하이 스피드'(Ultra High Speed)의 약자입니다.
UHS라는 말이 혼용돼 쓰이기 때문에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UHS-I, UHS-II 등은 SD카드의 버스 규격입니다.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U1, U3 등으로 나뉩니다. 이는 ‘UHS 스피드 클래스’라고 부릅니다. U1은 초당 최소 10MB, U3는 30MB를 쓸 수 있다는 표기입니다. 클래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나오는 제품들은 거의 UHS-I 버스를 씁니다. 그리고 플래시메모리에 따라 실제 속도는 U1과 U3 정도로 나뉜다고 보면 됩니다. 4K 영상을 찍으려면 U3 정도 속도가 필요하고, 풀HD라면 클래스10, 혹은 U1이라고 표기된 제품이면 됩니다.
HC·XC는 용량 차이
복잡한 이야기가 하나 더 남았습니다. 우리가 SD카드라고 흔히 부르긴 하지만 사실은 SDHC, SDXC 등으로 세대 교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세대는 SD, 2세대는 SDHC, 3세대는 SDXC로 보면 됩니다.
차이는 용량입니다. 세대의 차이가 직접적인 속도를 말하진 않습니다. 각 규격은 포맷할 수 있는 방법의 차이인데, SD카드는 FAT16을 씁니다. 이 포맷은 이미 하드디스크에서 한계를 드러냈던 규격이기도 하죠. 최고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 2GB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SD카드도 이보다 더 크게 포맷할 수 있는 FAT32를 받아들입니다. 그게 SDHC입니다.
4~32GB까지는 이 규격을 씁니다. 이 역시 FAT32의 한계 때문입니다. 실제로 FAT32는 4TB까지 담을 수 있긴 하지만 안정성과 성능 문제 때문에 일반적으로 용량을 제한합니다. 윈도우에서도 억지로 2TB까지 포맷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32GB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SDHC도 32GB가 한계입니다.
64GB 이상은 SDXC라는 규격으로 넘어갑니다. 이는 FAT를 확장한 exFAT를 씁니다. 이론상으로는 64ZB(제타바이트)까지 지원합니다. 6만4천TB(테라바이트)죠. 실제로는 512TB 정도로 제한하긴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한동안은 SD카드의 용량 문제에 골치를 썩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SD카드 클래스별 성능 차이. (출처 : sdcard.org)
성능 차이요? SD카드와 SDHC, SDXC 사이의 직접적인 성능 차이는 없습니다. 그저 담을 수 있는 공간 차이일 뿐입니다. 속도 차이는 자연스럽게 최신 제품들이기 때문에 나는 것일 뿐입니다.
표기는 최소 쓰기 속도, 실제 속도는 천차만별
그럼 실제 어느 정도 속도가 나오나 볼까요? 샌디스크의 마이크로SD카드로 테스트해봤습니다. SDXC UHS-I U3 64GB 제품과 SDHC UHS-I U3 32GB 제품입니다. 두 제품 모두 규격상 UHS-I 버스에 U3로 초당 최소 30MB 이상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속도는 64GB SDXC 카드가 쓰기 51MB/s, 읽기 64MB/s를 냈습니다. 32GB SDHC는 쓰기 48MB/s, 읽기 68MB/s입니다. 속도 차이가 약간 있긴 하지만 오차로 볼 수 있을 정도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리고 U3 클래스로 보증된 30MB/s 이상의 기록 속도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 속도는 제조사마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딱 30MB/s만 맞춰도 U3고, 60MB/s가 나와도 지금은 U3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SD카드도 성능과 저장공간의 발전으로 꽤나 복잡한 족보를 갖게 됐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SD카드를 고를 때는 카드의 크기로 일반 SD카드와 마이크로SD카드를 구분합니다. 그리고 속도는 클래스와 U1, U3를 보면 됩니다. U3가 가장 빠르고 U1, 그리고 클래스 순으로 내려갑니다. 용량은 2GB까지 SD, 32GB까지 SDHC, 64GB 이상은 SDXC로 나뉩니다. 이것만 알면 ‘SDXC UHS-I U3’처럼 암호같던 이름도 조금은 정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