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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는 고양이!
동화작가 김동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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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마당에 깔린 모래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똥 싸고 갔다.
가족들은 모두 고양이를 찾아 혼내줘야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아무도 없는 집에 와서 마당에 똥을 싸고 사라졌다.
"이 녀석이!"
동수는 삽을 들고 와 고양이 똥을 치웠다.
고양이 삼탱이는
고추밭에서 동수가 똥 치우는 걸 지켜봤다.
"마당에 모래를 깔지 말았어야지!"
고양이 삼탱이는 동수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고추밭을 지나 뒷산으로 올라갔다.
"어떻게 혼내주지?"
동수는 똥을 치울 때마다 삼탱이를 붙잡아 혼내 줄 생각을 했다.
고양이가 모래를 좋아하는지는 생각도 못했다.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울까?"
동수는 아빠에게 개를 키우자고 했지만 시끄럽다면서 사주지 않았다.
"모래를 다 치우면 괜찮을까?"
동수는 마당에 모래를 깔은 뒤로 삼탱이가 와서 똥을 싼다는 건 몇 달이 지난 뒤 알았다.
..
"또 쌌어!"
삼탱이는 동수네 마당에 또 똥을 쌌다.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마당 끝 고추밭에 숨어 동수가 언제 똥을 치우는 지 지켜보고 있었다.
"빨리 치워!"
삼탱이는 동수에게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동수는 똥을 치우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저 녀석을 어떻게 혼내주지!"
동수는 똥 싸는 삼탱이를 어떻게 혼내주고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할까 고민했다.
"모래를 없애야 해!"
동수는 마당에 모래를 치우지 않으면 삼탱이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도 와 똥을 싸고 갈 것으로 판단했다.
"이제는 똥도 숨기지 않고 가다니!"
언제부턴가 삼탱이는 똥싸고 난 뒤 모래를 덮지 않았다.
"봐! 봐!
내 똥이 얼마나 예쁜지!"
삼탱이는 동수에게 똥을 봐달라는 것 같았다.
"뭘 먹고 저렇게 많이 쌀까!"
동수는 갈수록 똥이 많아지는 걸 보고 놀랐다.
"누가 밥 주는 것도 아닌데!"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먹고 사는 삼탱이는 정말 똥을 많이 쌌다.
"히히히!
집은 없어도 먹을 복은 타고 났다고!"
삼탱이는 마을에 먹을 것이 어디에 있는 지 다 알고 있었다.
..
"동수야!
요즘도 마당에 똥 싸고 가는 고양이 와?"
영희가 학교 가면서 물었다.
"삼탱이!
어젯밤에도 똥 누고 갔어."
동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동수야!
너희 앞으로 부자 되는 거 아냐?"
“부자?"
"그래!
꿈속에서 똥을 보면 부자 된다고 그러잖아!"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고!"
"현실이면 더 좋지!
고양이는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고 또 마당에 똥을 싸주니까 얼마나 좋냐?"
영희는 동수가 부러웠다.
"부자는 무슨!
난 똥이나 안 싸면 좋겠다!"
동수는 보름달이 뜨는 날 똥을 두 배나 싸고 가는 삼탱이가 싫었다.
"동수야!
<똥 싸는 고양이!> 동화를 써 봐!"
영희는 고양이가 마당에 똥 싸는 게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화를 쓰라고!
똥 치우는 것도 싫은 데 그 녀석을 생각하며 동화를 쓰라고?"
동수는 영희가 하는 말이 싫지는 않았다.
"그런 사건이 있으니까 동화를 쓰는 거야!
나는 우리집에 고양이가 와서 똥을 싸고 가면 좋겠다.
그래야 똥을 치우며 고양이를 생각하고 어떤 영감이 떠오를 텐데!"
영희는 무엇이든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럼!
매일 아침마다 와서 우리집 마당에 똥을 치우는 건 어때?"
동수는 누군가 똥을 치워주었으면 했다.
"싫어!
우리집 마당도 아닌데 내가 왜 똥을 치워!"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그래도!
너희집 마당에 싼 똥을 치우고 싶지는 않아."
영희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동화를 쓰지 못해도 동수네 마당까지 가서 똥을 치우고 싶지 않았다.
..
"보름달이 떴다!"
고추밭에서 뒹굴던 삼탱이는 산 위로 보름달이 떠오른 것을 봤다.
"히히히!
똥을 누러 가야지!"
삼탱이는 얼굴을 내밀고 동수네 집 마당을 힐끗 쳐다봤다.
"히히히!
아무도 없다!
모두 잠이 들었겠지!"
삼탱이는 모래가 깔린 마당 한 가운데로 살금살금 걸었다.
"히히히!
코를 골고 깊은 잠에 빠졌군!
그동안 싸지 못한 똥을 다 싸야지!"
삼탱이는 발톱을 꺼내 마당에 있는 모래를 모았다.
제법 많은 모래가 마당 한 가운데 피라미드처럼 쌓였다.
"히히히!
똥을 눠야겠다."
삼탱이는 자리를 잡고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저 녀석이 똥을 누려고 하는 군!"
동수는 방문에 구멍을 내고 삼탱이를 기다렸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반드시 똥을 누러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꼼짝 마!"
동수는 문을 박차고 소리쳤다.
방을 나온 동수는 신발도 신지 않고 마당에서 똥 누는 삼탱이를 향해 달렸다.
"으으악(으악)!"
삼탱이는 나오는 똥을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나오는 똥을 질질 끌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잡았다!"
동수의 빠른 발걸음에 삼탱이는 그만 붙잡히고 말았다.
"마당에 똥 누지 말랬지!
으악! 지독해!"
동수는 삼탱이를 붙잡았지만 똥 냄새가 독해 참을 수 없었다.
"야옹! 야옹!"
동수 손에 붙잡힌 삼탱이는 나오는 똥을 멈추지 않고 쌌다.
"넌 오늘 죽었어!"
동수는 삼탱이를 미리 준비해 둔 고양이 집에 가두고 손을 씻으러 갔다.
"아휴! 지독해!"
동수는 고양이 똥 냄새가 너무 지독해 머리가 아팠다.
손을 다 씻은 동수는 삽을 들고 와 마당 이곳저곳에 흩어진 똥을 치웠다.
"똥 싸는 고양이!"
동수는 달빛이 비추는 마당 한 가운데 서서 하늘을 봤다.
"너도 똥 싸잖아!
고양이가 똥 싸는 게 당연하지!"
보름달이 동수에게 말했다.
"마당에 똥 싸는 고양이는 혼내줘야겠죠?"
동수가 보름달에게 물었다.
"혼내준다고 나오는 똥을 참을 수 없지!"
"혼나면!
다음부터는 다른 곳에 가서 똥을 누겠죠!"
동수는 보름달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마당에 똥 누는 게 어때서!
고양이가 똥 보고 밥 달라는 거 모르겠어?
밥을 안 주니까 마당에 똥을 싸는 거야!
제발 밥 달라고."
보름달 말을 들은 동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고양이 밥을 준 적이 없었다.
"고양이밥을 주라고요?"
"그래!
고양이밥을 주면 마당에 똥 싸지 않을 걸!"
보름달 말을 들은 동수는 잠시 생각했다.
"고양이밥!"
동수는 집에 고양이밥이 없었다.
"내일부터 줄게요!
그런데 고양이밥을 주면 정말 마당에 똥 싸지 않을까요?"
"두고 봐야지!
그 녀석 마음이니까!"
보름달은 동수에게 말하고 새까만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야옹!
꺼내주세요."
삼탱이는 좁은 우리 안에서 밤새 울부짖었다.
하지만 동수는 꺼내주지 않고 방에 들어가 잤다.
..
"야옹! 야옹!
제발 꺼내주세요!"
삼탱이는 아침 일찍 마당에 나온 동수엄마에게 말했다.
하지만 동수엄마는 삼탱이 울음소리를 들은 척도 안했다.
항상 주변에서 고양이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살았기 때문에 무감각해진 것 같았다.
"엄마!
마당에 똥 싸는 고양이 잡았어요!"
"뭐라고?"
"똥 싸는 고양이 잡았다고요!"
“고양이를 잡으면 어떡해!"
엄마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쳤다.
"하하하!
마당에서 똥 싸는 순간!
내가 방에서 달려 나가 붙잡았다니까!"
"이놈아!
똥 싸는 걸 기다려야지 나가서 붙잡았다고?"
"네!"
동수는 웃으며 그 순간을 생각했다.
"엄마!
그런데 그 녀석이 내가 붙잡았는데도 똥을 계속 쌌다니까!"
동수는 손에서 고양이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어디에 가뒀어?"
엄마는 아들보다 고양이가 더 걱정되었다.
"창고!
우리에 가뒀어요."
"어디 보자!"
엄마는 창고로 갔다.
"아이구!
도망가지 왜 잡혔어!"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야옹! 야옹!
빨리 꺼내주세요."
삼탱이는 불안했다.
"엄마!
목걸이 채워서 밧줄로 묶어둘 거야!"
"괜찮을까?"
"고양이밥 사와서 주면 괜찮을 거예요!"
"고양이밥!
지금까지 안 줘도 잘 커왔는데!"
"어젯밤에 보름달이 고양이밥을 주면 마당에 똥 싸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동수는 어젯밤 보름달과 대화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줬다.
"보름달이!
그렇게 말했다고?"
엄마는 아들이 말하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네!
저 녀석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신호라고 했어요.
고양이밥을 주면 아마도 마당에 똥 싸지 않을 거래요."
동수는 보름달이 속삭인 말을 믿었다.
"마당에 똥 싸는 걸 치워주니까 좋았겠다!"
엄마는 삼탱이를 한 참 보며 말했다.
"도망치지!
바보 같이 잡히다니!"
엄마는 웃으며 말하더니 부엌으로 갔다.
"넌!
오늘부터 며칠 동안 이 우리에 갇히게 될 거야!"
동수는 목걸이를 삼탱이에게 해줄 참이었다.
"야옹! 야옹!
꺼내주면 다시는 마당에 똥 누지 않을게요!"
"아니!
소용없어!
목걸이 채우고 밧줄로 묶어둘 거야!"
동수는 삼탱이를 이번에 집고양이로 키울 생각이었다.
..
"여보!
동수가 잡은 고양이 봤어요?"
엄마는 아침상을 차리며 아빠에게 물었다.
"고양이!
그 요물을 잡았다고?"
"네!
동수가 어젯밤에 똥 누는 고양이를 잡았어요."
"똥이나 누고 나면 잡지!
똥 누는 고양이를 잡았다고?"
아빠는 마당에 똥 누는 고양이를 보고도 붙잡지 않았었다.
"동수가 키운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키운다고!
혼자도 잘 크는 녀석을 뭘 키운다는 거야!"
삼탱이는 누가 돌보지 않아도 잘 자랐다.
"그건!
당신 말이 맞아요."
엄마도 그동안 삼탱이가 생선을 물어가도 모른 척 했다.
"당장!
풀어줘!"
방에 들어오는 아들을 보고 아빠는 말했다.
"싫어요!
내가 키울 거예요."
동수는 마당에 똥 싸지 않게 잘 키우고 싶었다.
"자유를 빼앗으면 안 돼!"
아빠는 아들보다 고양이 편을 들었다.
"저 녀석이 마당에 똥 싸는 게 싫어요."
동수는 어떻게든 아빠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보다 자유롭게 살아온 고양이 편을 들었다.
"아빠 말이 맞아!
동수야!
밥 먹고 고양이 풀어 줘."
엄마도 아들보다 고양이 편을 들었다.
"삼탱이!
저 녀석은 자유롭게 커서 밧줄로 묶어 키울 수 없을 거야!"
엄마나 아빠는 자유롭게 자란 고양이를 묶어 키울 수 없다는 것 알았다.
"천천히 길들이면 되겠지!"
동수는 겨우 붙잡은 삼탱이를 놔주고 싶지 않았다.
"아빠 말을 들어!
고양이는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면 복수한다고 하잖아."
엄마는 아들을 설득시켰다.
"마당에 똥만 안 싸면 풀어줄게요!"
"마당에 똥 싸줘서 얼마나 고마우냐!
꽃나무랑 고추나무에 거름 줄 수 있으니!
세상에 저런 고양이 수백 마리만 있으면 농사지을 때 거름 걱정 없겠다!"
아빠는 삼탱이가 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더럽고 냄새나긴 한데!
고마운 일이지!"
엄마도 삼탱이 편을 들었다.
..
"잘 들어!
다시는 마당에 똥 싸지 마!
알았지?"
동수는 삼탱이를 풀어주기 전에 눈을 마주보고 말했다.
"야옹! 야옹!
빨리 풀어주세요!"삼탱이는 우리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똥 싸다 붙잡히면
다음엔 풀어주지 않을 거야!"
동수는 삼탱이를 가둔 우리 문을 열었다.
"야옹! 야옹!
고마워요!"
삼탱이는 뒷마당을 지나 고추밭을 향해 달렸다.
뒷산에 있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큰 대나무 위로 올라갔다.
삼탱이가 위로 올라갈수록 대나무가 휘청거렸다.
“히히히!
좋아! 좋아!”
삼탱이는 배가 부르면 대나무에 올라가 노는 게 재미있었다.
"히히히!
오늘 밤에 또 마당에 똥 싸야지!삼탱이는 기지개를 펴며 지난밤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나보다 빠르다니!"
사람에게 잡힐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삼탱이는 대나무 숲을 나왔다. 마당 끝에 있는 감나무에 올라가더니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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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겠지!"
동수는 아침에 똥 치울 생각을 하고 잠이 들었다.
“히히히!
잠이 들었겠지?”
보름달이 밝게 비추는 고추밭에 고추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삼탱이가 마당을 향해 움직였다.
"히히히!
모래를 모아야지!
이제 똥을 눠야지!"
삼탱이는 동수가 자는 방을 지켜보면서 똥을 눌 준비를 했다.
"이상하다!
똥이 안 나오다니!"삼탱이는 한 참 동안 똥을 누려고 엉덩이에 힘을 주었지만 똥이 나오지 않았다.
"똥이 안 나와!
어떡하지?"
삼탱이는 모래만 쌓아두고 다시 고추밭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동수는 똥을 치울 생각을 하고 마루에 서서 마당을 봤다.
"왔군!
똥을 모래로 덥고 간 건가?"
동수는 마당 한 가운데 피라미드처럼 쌓아둔 모래성을 봤다.
"오늘은 얼마나 많이 싸고 간 거야?"
동수는 삽으로 모래를 이리저리 펼쳐봤다.
"이상하다!
똥이 없잖아!"
동수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똥이 어디로 간 거야?"
동수는 모래가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아니!
삼탱이가 똥을 싼 뒤 똥이 썩어 모래가 된 것 같았다.
삼탱이는 그 뒤로 동수네 집에 똥을 싸지 않았다.
동수는 아침이면 마당 구석구석을 돌며 삼탱이 똥을 찾았지만 없었다.
"이상하다!
똥이 없어!
이 녀석이 똥을 어디에 누운 거야?"
동수는 삼탱이 똥을 찾고 또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가끔!
고추밭에서 삼탱이는 흙을 파는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고추나무가 흔들리며 앉아있던 나비가 멀리 날아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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