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수)
개학 첫날 입니다. 코로나때문에 결석한 아이들이 좀있었습니다. 그래도 새담임선생님과 함께 새교실에서 진지하게 새학년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날짜와 날씨 - 절기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지금은 '입춘'을 지나 얼었던 땅이 녹는 '우수'입니다.
칠판을 좀 손봐야 할 것 같지요? 좀 뿌옇네요.
뉴스타임 -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나눕니다.
노래부르기 - "돌틈 사이로 시냇물이 쉬지 않고 흘러가네.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 노래를 부르며". 봄 절기 '우수'를 이미지로 연상시키는 노래..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 온몸으로 불렀습니다.
팽이치기 - 겨울놀이. 두 아이가 쉬지 않고 팽이를 돌립니다. 점심시간에는 6층에서 내려온 형아들도 한바탕 팽이를 치고 갔습니다.
목마타기 - 마무리 주간에 진샘과 중고등아이들이 직접 산에가서 나무를 잘라와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금방 몸으로 배웁니다. 세욱이는 뒤로도 총총 걷는 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오전 수업 마무리- 진샘은 칠판에, 아이들은 각자 공책에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던 체험을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3월3일(목)
어제 두 아이가 하루 종일 끊임없이 뛰어 노는 바람에 하윤이가 몸살이 났나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욱이 혼자지만, 그래도 어제처럼 하루를 꽉차게, 즐겁게 보냈습니다.
병뚜껑으로 딱지 만들기 - 오늘은 병뚜껑으로 직접 딱지 만들기를 했습니다. 야무지게 장갑을 끼고 작업시이작~~
진샘의 리코더 연주를 들으며 작업 계속~~ 진샘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잠시 음정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셨습니다. 한해 절기를 가사로 넣어 부를 노래를 중비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옥상으로 올라가서 딱지만들기 2단계. 조심해서 망치질을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6층 아이들에게 들어보니 6층 전체가 쿵쿵거렸다고 하네요.
완성된 병뚜껑 딱지
완성된 딱지로 진샘과 세욱이의 딱지치기 대결.
오후에는 뒷산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두 사람 걷는 모습이 무척 닮았네요.
산에서 '계절탁자'에 올릴 것들을 주워오기로 했습니다. 오늘 수집해온 것들을 '계절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앞으로 이 계절탁자에 어떤 '봄'들이 오르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3월4일(금)
어제 하루 쉬면서 힘을 회복한 하윤이가 등교했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요? 진샘 책상에 무언가가 보자기에 덮여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진샘은 힌트를 주고 아이들은 맞춰봅니다.
바로바로... 연입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 구민운동장으로 출발~~~
오늘 따라 바람이 전혀 안불어서 연이 날아오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하윤이랑 세욱이는 계속 운동장을 뛰어~ 뛰어~~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합니다. 진샘이 먼저 높이 높이 올려봅니다. 저 위쪽에는 바람이 제법 있는가 봅니다. 이제는 연이 내려오지 않네요.
이제 연줄도 요리조리 잘 다룹니다.
학교로 돌아와서 그림그리기.
<한주를 보내며...>
비록 3일뿐인 한 주였지만, 그 3일은 (초등이 처음인 저에게)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책이나 말로 배웠던 것들을 현실에서 실감하게 해주는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초등아이들은 정말 쉼없이 즐겁고 신나게 논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그렇게 합니다. 개학 전날, 초등교실을 청소하는 진샘을 도우러 잠시 학교에 갔다가, 개학 날 두 명만 등교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두 명으로 수업이 가능할까? 두 아이가 심심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진샘에게 걱정을 했더니, 진샘은 웃으면서 내일 눈으로 한번 보고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혼자든 둘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낸다는 것, 그리고 그 놀이에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는 것을 단 하루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ㅎㅎ
두 번째로 놀라웠던 점은, 아이들이 배우는 방식입니다. 교실에는 문자는 최소화되고, 이미지와 놀이로 가득합니다. 날씨를 기록할 때도 글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표시합니다. 하루의 활동도 그림으로 정리합니다. 연을 날리는 그림 옆에 ‘연날리기’라는 짧은 글이 하나 더해질 뿐입니다. 문자나 개념없이도, 아이들은 놀이처럼 하는 활동을 통해 무척 많은 것들을 배운다는 사실을 3일 내내 실감했습니다.
예를들어, 목마타기를 할 때, 내가 처음으로 해본다고 했더니, 한 아이가 발과 닿는 표면이 가장 넓은 것을 일부러 찾아와서 권해주었습니다. 그것이 초보에게는 더 쉽다면서...
병뚜껑으로 딱지를 만들 때도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아 무척 힘들어하던 아이가 조금 지나니, 나에게 어떻게 도구를 쥐고 어디로 힘을 주면 병뚜껑의 홈이 잘 펴지는지 시범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병뚜껑을 망치로 두드려서 어느정도나 평평하게 만들어야 잘 뒤집어지지 않는지, 어느정도일 때 힘을 받아 다른 딱지를 잘 뒤집는지, 딱지를 칠 때 팔의 힘과 각도는 또 어때야하는지 등등.. 작은 병뚜껑으로 딱지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노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그 많은 것들을 몸과 감각으로 배웁니다. 연날리기를 할 때도, 바람이 없으면 연줄을 잡고 마구 뛰면 된다는 것을, 높이 올라간 연이 하강할 때는 연줄을 아래로 살살 당겨줘야 한다는 것을, 연이 잘 날아오르게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를... 아이들은 수많은 시도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알아냅니다.
놀면서 배우기, 의식하지 않은 채 배우기. 사실, 여기서 ‘배우기’라는 말도 사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말 그대로 ‘직면한 놀이(삶)’를 통해 자기식대로 방법을 찾고, 시도하고, 즐기고 누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아이들의 경험, 아이로부터 비롯하는 그러한 배움을.. 내가 기대하고 내가 정의하는 배움으로 환원시켜서 확인하고 싶어했던 내 생각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면 진샘은 매일 무언가를 들고 교실에 옵니다. 그런데 그것은 매번 보자기로 덮여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무척 궁금해합니다. 보자기를 벗기면 팽이도 나오고 병뚜껑과 망치도 나오고 연도 나옵니다. 처음에 나는 그 보자기가 그저..단순한 호기심 자극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샘에게 물었더니, 보자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초등1,2학년들은 그러한 장치 없이도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깨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워하고 흥미로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 3학년이 넘어가면 그러한 무조건적인 호기심의 정도가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에 보자기같은 장치가 이 시기 아이들에게 흥미를 더해 주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다음날 날씨를 예상해보게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예보한 날씨를 칠판에 그림으로 기록해둡니다. 다음날 누구의 예보가 맞았는지 확인합니다. 자기가 어제 말한 일기예보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등굣길 아이들이 하늘을 보면서 해와 바람을 살피고 느끼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것 역시, 이 시기 아이들을 깨어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발달론은 우리학교 교사로 있는 동안 여러번 읽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에 많이 참고하고 도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발달론을 좀더 섬세하게 적용하고있는 실례와 그 적용에 대한 초등아이들의 반응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작 3일을 보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쓴 것 같습니다.ㅎㅎ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니, 그동안 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더 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저의 뒤늦은 배움을 조금씩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끝)
첫댓글 고동선생님~~ 넘 반갑고 고맙습니다!!! 하윤이가 학교 다녀오면 늘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재미난 일이 가득하네요~~^^
세상에~ 이런 작지만 아름답고 신나고 충만한 시작이 있네요. 아이들도, 선생님도, 아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눈길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온통 고마움으로 읽었습니다. 반가운 고동샘, 진샘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이렇게 멋진 쌤들이 함께하니^^
쌤 글 읽으며 저도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