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헬프캣츠 여러분,
연남동 고양이의 구조자입니다.
설야님이 올려주신 연남동 죽어가는 고양이 내용에 관심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동안 헬프캣츠에서 올라온 글들을 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인것 같네요...
혼자서 어찌해야될지 답답하기도 하고 설야님이 올려주신 연남동 고양이의 구조사연과 소식 업데이트 겸해서
이렇게 직접 올려봅니다.
제가 이 고양이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약 두달 전의 일인거 같아요,
허리가 아파서 병원 예약에 맞춰 가려고 급히 나오던 길에
온몸이 잔뜩 젖은,,, 무언가를 뒤집어 쓴거 같은,, 고양이 하나를 지나가면서 언뜻 보게 되었죠.
병원예약 맞춰가기 빠듯했던 시간이라 일순 깊이 생각을 못했지만
좀 지나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어요..
물은 아닌거 같고,, 뭔가 진득해 보이는 것이,,
누군가 해코지를 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예전에 나쁜 사람들이 고양이들에게 부동액을 부어서 문제 되었다는 걸 들은적이 있어서 ㅠㅠ)
그래서 그때 봤던 아이가 계속 걱정이 되더군요,,
그러다가 집근처에서 보이면, 밥도 몇번 주고 했는데,,
6월 초, 저희집 앞마당에서 아래층 집주인 사모님과 어미잃어버린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면서
(아직 저희집에 임보중입니다. 혹시 입양 원하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야기하다보니, 알고보니 이 아픈 아이에게 저만 아니라
집주인 사모님도 안타까이 여기시며 밥을 주고 계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도저히 안되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 아이를 구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통덫을 준비했지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이 아이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어요.
저랑 집주인 사모님 둘다 이 아이를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같이 사는 친구는 지나가다 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주 정도 기다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월 20일 새벽에 통덫에 먹이를 넣어두었지요.
결과는... 꽝,,,, 아무도 안 들어가 있더군요...
그래서 아, 이녀석이 결국 죽은건가,,, 아니면 다른 누가 잡은걸까,,,하며
마음을 비워야하나 하며 생각하던 그날 오후 저녁 저녁 6시 반 경 (지난주 월요일)
우연히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길에 이녀석을 발견했습니다.
2주 전보다도 훨씬 말라있더군요 ㅠㅠ
분위기가 왠지 바로 잡힐거 같은 느낌에 아픈 아이 바로 코앞에 먹이를 둔 통덫을 두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경계를 할 기운도 없는 듯, 슬슬 움직이더니 통덫에 들어와서 바로 잡을수 있었습니다.
같이 계셨던 집주인 사모님이 동물병원까지 차로 데려다 주셔서 덕분에 통덫채로 수월히 오게 되었습니다.
<구조 당시>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통덫 안에 넣어둔 캔먹이를 거의 먹지 않았더군요..
분명 배가 무척 고파보였는데 말이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검진하면서 그중 한가지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아픈 아이가 조금 흥분한 정도였는데 입에서 피가 막 나더군요
치아 검진겸 입안을 살펴보니 구내염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구내염 심하면 밥도 잘 못 먹는다고 알고 있어서 아,, 그래서 밥을 줬는데 얼마 못 먹었나보다 했지요,
혈액검사를 했는데 거의 모든 수치가 다 나쁘고,,
심한 빈혈에,,신장수치 나쁘고,,,만성이나 급성 신부전 의심되는 상황에 바이러스성 복막염의 가능성도 있어보이는데
지금 상태로는 검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언제 갑자기 죽을지 알수 없는 상태라고,, 그 정도로 나쁘다고,,하셨었어요 ㅠㅠ
여러 검사를 하려면 마취제나 진정제 쓰고 해야하는데 그걸 버틸수 있을거 같지 않다고..
그래서 일단 수혈을 해서 빈혈을 좀 낫게하고 체력을 좀 올린 후에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막상 수혈을 하려고 하니,, 혈액은행에 피가 없어서 금요일은 되어야 피를 구할 수 있을거 같다고 해서
의사쌤이 수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려봤지만,, 결국 금요일에 수혈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가 오길 기다리는 사이에 수액도 여러개 맞고, 다시 혈액검사를 해봤었는데,,
좋아진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예후가 미진하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시더군요.
며칠 치료한거에 비해 여전히 신장수치라던지,,글로블린 등 다른 안좋은 수치가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많이 좋아지진 않아서요...
그래도 수혈받으면 좀 나아지겠지 희망을 갖고 지난주 금요일에 수혈하고 나서
혈액검사를 다시 해본 결과,, 조금씩 좋아지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예후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하면
너무 별로라고,,불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하시더라구요.
잘 먹지도 않구요..
< 입원중 1>
<입원중 2>
어제 혈액검사 결과 얘기를 들으면서, 수혈도 해서 빈혈도 좀 잡혔으니,
이제라도 할수 있는 검사를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엑스레이와 초음파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엑스레이는 뭐 붙잡고하면 원래도 가능한데 초음파는 진정제를 맞아야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이가 너무 힘이 없어서 의사 선생님과 제가 둘이 붙잡고 진행했습니다 ㅠㅠ
엑스레이로는 애가 너무 말라서 확인이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신장이 완전 부어있더군요.. ㅠㅠ
그냥 부은것도 아니고 부질과 수질의 경계가 완전 사라져있다고..
그런 것으로 보아, 만성 신부전이나 급성 신부전도 아니고
결국 바이러스성 복막염 (건식)으로 인한 육아종성 염증이 신장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내리셨어요..
복막염은 검사로 확진이 어려워서 증세로 추정 및 진단하는 것 같더군요 ㅠㅠ
(복막염 확진은 죽은 후 해부해서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복막염으로 진단하게 하는데에 크게 기여한 알부민과 글로블린 비율이.. 정말 너무 안좋게 나왔더라구요.
보통 0.4 이하면 복막염이라고 하는데 0.24 정도 나온거 같아요 ㅠㅠ
글로블린 자체도 혈액검사에서 매우 높게 나왔구요.. 이정도 되면 거의 맞는거라고 인터넷 검색해보니 나오네요 ㅠ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이 고양이가,, 단순히 뭐 뒤집어 써서 피부병이 생겼거나
못 먹어서 영양실조 정도 일거라고 생각하며 구조했었는데
이렇게나 아픈데가 많은 고양이일줄은 몰랐어요 ㅠㅠ
또, 이 고양이 전에는 고양이들이 물 잘 안먹어서 신장관련 병이 많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복막염이 얼마나 위험한 병인지도 몰랐구요..
알고보니 신부전은 약먹으면서 생명 연장이 그나마 조금이나마 가능한 편이지만
복막염은,,, 정말 시한부 인생 같은거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갈지,, 몇일이 될지 몇달이 될지는 모르지만 거의 100% 사망률이라고..
의사 쌤도,, 이런 경우,, 안락사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상황이라고 하셨구요..ㅠㅠ
집에 데려간다 한들,,,먹는거 잘 안먹으려고 할거고 결국 계속 한자리에 누워만 있고 아예 안먹을거라고...
혹시 고통이 심한지 여쭤봤더니,, 이정도면 심할거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일단은 진단이 나온 상황이고, 신부전도 아니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나 강스테로이드로 치료를 좀더 해볼수 있다고 하셔서
스테로이드 치료 시작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병원비도 병원비지만,,그래도 전 이 아이가 나았으면 했는데,,
고통에 힘들어하는 아픈 애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건 아닌건지,,
그렇다고 주어진 생명을 인간이 멋대로 판단해서 안락사를 시키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여러가지로 속상하고 고민도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 고양이를 위한 것일런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ㅠ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리고 싶어서 구조한 거였는데...
이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 많이 받고 살 수 있는 아이인데
이렇게 고생만 하다 가는거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납니다.
두 달 전, 처음 봤을때 구조했다면,,,,,
달라졌을까요? 그때도 아파보였는데,, 지금보단 나았겠지요..
겉모습만 보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제가 너무 바보 같습니다.
복막염으로 많이 아픈 고양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어 이렇게 올려봅니다.
< 입원중 - 어제사진 1 >
< 입원중 - 어제 사진 2>
첫댓글 후~~~~ 사연을 자세히 들으니 더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저 아이를 구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복막염은 억만금을 줘도 못고친다죠 ㅠ 구조자분 맘 많이 아프실텐데 토닥토닥!!어째야하나?? 큰일이네요. 다른분들 묘안있으시면 의견 부탁드려요 ㅠㅠ
아가가 편하게 갈수 있길 기도드려요. 아프지말고..
아..
맘 아파요.
너무 많은 병을 얻었군요.
구조자분도 여러날 애쓰셨는데 이아이가 건강을 찾았음 보람이었겠죠?
오랜시간 지켜보기에 많이 힘드셨고 아이는 고통에 힘들고.
무엇이 현명한길일까요?
거리에서 살면서 편히 먹어보지도 못하고 눈치보며 지냈을것을 생각하니 ..ㅠ
무엇이 냥이를 위하는것인지에 촛점이 맞춰져야할거예요.
전 기도로....()...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이제라도 편히 남은 나날들을 쫓기지 않고 지내다 가기를...
진통제로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 듯 합니다
아파도 말을 못하는 게
잴 마음 아픕니다
고통이 없이 마지막 날까지
살 수 있기를 빕니다!!
그래서 의사에게 마지막 부탁을 해 놨데요. 통증없이 가게 끝까지 진통해 달라구요. ㅠㅠ 휴~~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목련화님 복막염은 못고치나요? 기적이 일어났으면 이 모습이 현실이 아니였음 좋겠어요. 왤케 저아이 인생이 박복한지 ㅠ 오늘도 저 아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싶어요
고달픈 길고양이들이
마지막까지 고통받지 않기를
늘 기도합니다
길고양이에겐
급식도 하루 단 한끼만 먹일 수 있지요
아파도 치료를 못 해 주지요ㅠ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급식하다 보면 모양이 형편없는
애들 많습니다
일일이 약을 못 챙겨주니
늘~가여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 나눠주셔서요.
요번에 잘 낫게 해주고 싶었는데 사람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사 인가 봅니다.
급식하다보면 많은 아이들 보게 되죠 ㅠ목련화님은 더 힘든일 많이 겪으실것 같아요. 모든 길냥이들이 조금이라도 잘 지낼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지면 거리 사진 캠페인도 하면 좋겠다 하고 있어요. 몇년전 부터 그런 생각중.
그래도 건강하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