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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CROSS COUNTRY RALLY 2011
도전을 향한 도전!! 태양을 가로지르는 그 거침없는 질주의 현장에서..
2011년 8월의 뜨거운 여름 어느 날.
아시아 모터사이클 연맹 앤듀로 한국지부장인 허문범 단장과 그의 사랑스런 아내, 그리고 허단장의 오른팔 격인 그의 처남 등 3명은 2005년도 아시아 크로스컨트리 랠리에서 개최국인 태국을 누르고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종합우승을 차지한 정승철 우승자와 그의 BMW 동호회원 2명과 함께 총 6명으로 구성된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의 ADVENTURE CLASS프로그램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ADVENTURE CLASS는 선수들과 똑같은 코스를 직접 드라이브하여 완주하게 되는 2010년부터 본 대회에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ADVENTURE CLASS와 실제 선수들과의 차이점은 ADVENTURE CLASS는 완주하는 데에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8월 6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대회에 허단장은 2012년부터는 4×4 자동차와 함께 모터사이클 랠리도 함께 경기를 개최하려는 주최측의 계획에 따라 사전에 전반적인 사항들의 체크 차원에서 참가하게 되었으며, 2005년도 본 대회에서 태국 이외의 국가로는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정승철 우승자는 2012년 정식으로 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사전답사 차원에서 참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정승철 우승자에게 다시 한 번 Again 2005!!의 영광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럼 지금부터 태국 파타야(PATTAYA) - 태국(SAKAEO) - 캄보디아(ANGKORWAT) - 태국(BANGKOK)으로 이어지는 경기용 구간 955km, 이동 구간 920km, 총 1,875km의 태양을 가로 지르는 6일간의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 대장정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8월 5일 금요일]
랠리 1일 전. 내일부터 시작될 랠리에 여유있게 대비하기 위해 하루 전에 입국한(자정을 전후로 운항하는 인천↔방콕 간 비행기 시간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5일 새벽 1시에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 택시로 2시간에 걸쳐 파타야까지 이동) 우리 일행은(이하 허단장님 팀으로 지칭^^) 새벽에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오전 내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내일 본 대회의 START CEREMONY를 장식하게 될 파타야 일대의 해변을 관광하기로 한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파타야는 마치 우리나라의 인천과도 흡사한 지리적 환경의 해안 관광도시이다. 우리는 사전에 준비한 파타야 일대의 관광지도를 손에 쥐고 호텔에서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볼거리,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찾아 나선다.
해안가에는 대부분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으며, 보트와 수상스키 등 물놀이가 한창이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차도에는 말 그대로 발디딜 틈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가득하다. 자동차 산업이 형성되지 않은 태국에서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이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브랜드는 역시 TOYOTA. 그 다음이 ISUZU와 MITSUBISHI. 그리고 간혹 HONDA도 보인다.
한편 해안가에는 소위 길거리 음식들이 끊이지 않고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워낙 뜨거운 날씨 탓에 주로 빙과류와 과일 종류의 먹거리가 대부분이다. 늦은 오후가 되자 점차 거리의 여자들이 여기저기서 화장을 고치며 영업준비(?)에 한창이다.
우리의 속옷은 물 속에 넣었다 건진 것처럼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밖으로 노출된 피부는 점차 햇볕에 그을려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이후 저녁이 되자 길거리는 불야성이다. 뜨겁게 달구어진 거리에는 색색깔의 인종들이 섞여 알 수 없는 거리의 음식 냄새에 취해 차와 오토바이로 가득한 도로 사이를 누비며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들이 파타야에서의 첫날 관광의 절정을 이룬다.
(태국의 택시로 불리는 ‘뚜뚜’) (파타야의 쇼핑몰에서 허단장님 부부)
(파타야 해변에서 허단장님과 처남) (잘생긴 처남 송주현^^)
저녁이 되자 몇몇 선수용 차량이 호텔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분주하게 차량 정비를 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선수와 스텝들의 모습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선수용 차량들은 대부분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각종 안전장치로 완벽하게 세팅한 무적차량들이다. 불필요한 장치를 뜯어내고 무게를 최소화 하면서 랠리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안전하게 튜닝으로 새롭게 태어난 차량들이다. 랠리는 곧 대회이고 대회는 다시 승부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기만 할 뿐 절대 손대지 말라는 허단장님의 조언이다.
(튜닝으로 새롭게 태어난 선수 차량)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
이번 랠리는 6일간에 걸쳐 LEG1~LEG6까지 일자별로 질주하게 된다. 그림1을 보면 LEG별 코스를 전체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림1] LEG별 코스
여기서 잠깐. 앞으로 자주 사용하게 될 LEG라는 용어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LEG는 랠리를 펼치는 기간 중에서 1일 동안에 완주해야 하는 코스를 말한다. 위의 그림을 보면 LEG6까지 있으므로 이번 랠리의 총 기간은 6일이 되는 것이다.
[LEG1 : 8월 6일 토요일]
랠리 첫째 날. 날씨 맑음. 호텔에서 주차장을 내려다 보니 랠리 출전용 차량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최소 하루 전에 입국해서 준비를 하지만 태국 선수들은 자국에서 오게 되므로 보통 랠리 첫날 오전에 일찍 집결한다고 한다. 호텔이 비싸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랠리 출전 차량이 모두 집결되면 곧바로 공식적인 랠리 출전 차량 검사를 한다. 그리고 참가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에 걸쳐 대회 임원진 소개와 대회 규정 및 공지사항, 주의사항 등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한다. 대회 임원진 중에는 현재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서규원 위원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랠리 첫째 날로서 오후에 LEG1 코스로 파타야 외곽 해변가를 질주하게 된다. 즉 오늘의 랠리 코스는 파타야에서 파타야까지인 셈이며, 길이도 2.14km의 상당히 짧은 코스로서 워밍업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선수용 차량은 LEG1부터 기록 측정이 시작된다.
[그림2] LEG1 코스(SS1 구간)
출발 지점에 선수용 차량들이 대기하고 서 있다. 많은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 주는 선수들. 그러나 그러한 선수들의 표정 뒤에 어찌 기록에 대한 긴장과 초조함이 없겠는가. 묵직한 엔진소리 속에 감추어진 그들만의 긴장된 순간. 그것은 분명 전쟁터에서 승전의 깃발을 꽂기 위해 적장으로 돌격해야만 하는 운명적인 어느 용맹한 장군의 그것과도 같으리라.
선수용 차량들은 2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미디어 관계자와 일반 관광객은 물론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도 모두가 하나되어 그들을 응원한다. 선수용 차량이 모두 출발하고 나면 다음으로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 차량이 출발한다. ADVENTURE CLASS에 참가한 차량들은 별도의 기록측정을 하지 않고 체험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차량에 부여된 번호 순서대로 출발한다. 하지만 아무리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여행과 실전의 중간이라는 컨셉으로 적정 속도(선수용 차량의 약 70%)를 유지하며 사실상 질주를하게 된다.
(출발 전 일본 선수와 함께~ 파이팅~) (일본 현역 탤런트 출신 선수 哀川翔[아이카와쇼])
(출발 전 카운트다운) (급커브 구간을 질주하는 선수 차량)
여기서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이 바로 ROUTE MAP이라는 것인데, 물론 랠리를 경험해 본 선수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책일 것이라 생각되어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랠리는 기본적으로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로 구성된다. 드라이버는 순수하게 운전에만 집중하게 되며 코드라이버는 일종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코드라이버(CODRIVER)에서 CO는 부조종사인 COPILOT의 CO와 같은 의미의 어근으로 코드라이버는 사전적으로는 교대운전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동차 랠리 등에서 코드라이버는 ROUTE MAP에 따라 길안내를 완벽하게 해야만 하는 어찌보면 드라이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코드라이버는 드라이버가 신속, 정확, 안전하게 정해진 코스대로 달릴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때 코드라이버에게 주어지는 LEG별 코스 네비게이션의 지침서가 바로 ROUTE MAP이다. ROUTE MAP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기하학적 도형무늬로만 가득 채워진 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하학적 도형무늬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바로 우승으로 가는 지침서임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ROUTE MAP)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코스별 특성과 상태 및 특정 지형지물 등이 매 구간별로 표시되어 있는데, 코드라이버는 시속 150km 이상으로 달리는 산악지형 속에서도 저 기하학적 암호풀이와도 같은 ROUTE MAP을 순간순간 파악하며 옆의 드라이버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코드라이버가 ROUTE MAP을 잘못 판독하거나 판독 속도가 늦어져서 차량이 이미 정해진 코스를 지나치기라도 하면 그 차량은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함께 ADVENTURE CLASS에 참가한 2005년도 우승자인 정승철 선수는 물론 많은 경험자들은 코드라이버의 ROUTE MAP 판독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드디어 저녁 8시. 파타야에서도 가장 번화하고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Walking Street'의 화려한 네온사인의 조명을 받으며 파타야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랠리의 공식적인 START CEREMONY를 하게 된다. 선수용 차량과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 차량들이 하나하나 소개될 때마다 울려퍼지는 관중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쉬의 화려함은 이번 랠리의 웅장함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한다.
(파타야 시장의 축하 연설) (한국의 ADVENTURE CLASS팀)
START CEREMONY는 FINISH CEREMONY와 함께 본 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은 물론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념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운영위원이신 서규원 위원님과 함께) (허단장님 팀과 CEREMONY 도우미들)
[LEG2 : 8월 7일 일요일]
랠리 둘째 날. 날씨 맑음. 오늘은 호텔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강행군이 시작되는 날이다. 실제 경기를 하기 위한 OFF ROAD 지형까지 이동하는 RS(ROAD SECTION) 구간만 149.85km에 실제 경기 구간인 SS(SPECIAL STAGE) 구간의 거리가 212.40km에 달하는, 그야말로 앞서 설명했듯이 자칫 코드라이버가 ROUTE MAP이라도 잘못 판독하는 날에는 오늘 안으로 FINISH도 못할 수 있는 거리이다. 드라이버는 물론 코드라이버는 200km가 넘는 거리를 정신 바짝 차리고 ROUTE MAP과 차량이 실제 달리고 있는 랠리 코스를 거의 동시에 OVERLAP 하듯 눈으로 읽어야 한다.
[그림3] LEG2 코스(SS2 구간)
이렇게 RS와 SS구간을 질주하면서 우리 모두는 조금씩 캄보디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랠리 5일째에는 CROSS COUNTRY의 두 번째 국가인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일정에 따라 구간을 이동하기 때문에 당연히 호텔도 매일 바뀌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는 선수들과는 다르게 우리의 짐을 매일 차에 싣고 랠리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선수들처럼 별도의 스텝이 없기 때문이다.ㅠㅠ
차에 짐을 잔뜩 싣고 하루에 200~300km 가까운 거리를 그것도 OFF ROAD를 달리다 보면 아무리 짐정리를 잘 했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짐도 뒤섞이게 되고 혹여 허술하게 포장된 상자는 포장박스가 찢겨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도 실전 선수와 똑같은 코스를 달리기 때문에 도로의 사정이 좋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항상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이유는 OFF ROAD를 달리다 보면 쉴 새 없이 울퉁불퉁한 산악길을 달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소화력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호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었더라도 랠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혹시 주위에 평소 소화가 잘 안되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2012년도 랠리에 꼭 참가해 보기를 적극 권한다.^^
한편 4×4 자동차 랠리는 모터사이클과 달라서 앞서가던 경쟁차가 사고로 멈춰 섰다면 뒤따르던 차는 좋든 싫든 그 차를 도와주어야 한다. 모터사이클의 경우라면 옆으로 비켜 갈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4×4 자동차 랠리의 또 다른 묘미라고 할 수 있다. OFF ROAD는 도로의 상태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마음대로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진흙이나 빗물이라고 고여 있는 물웅덩이 코스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코스에서 드라이버가 속도를 내야하는 지에 대한 판단의 힌트로서 앞선 차량의 속도를 알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도로 옆 초목에 묻어 있는 진흙의 양이다. 진흙이 멀리까지 많이 튀겨 있다면 그건 분명 그 코스에서 충분히 속도를 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코스를 막고 서 있는 사고 차량) (진흙 코스를 질주하는 선수용 차량)
이렇게 깊은 산중에 코스를 개발하여 랠리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식수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보이고 먹을 거리도 위생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구경나온 마을 어린이들의 표정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누가 더 많이 가졌고 누가 더 잘 살고의 개념이 없다. 그들은 그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일 뿐이다. 이곳이 과연 천국이 아니고 어디겠는가.
이들의 교통수단은 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교통수단마저 없다면 이건 사는 게 아니라 완전 고립의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저 낡은 오토바이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편 이 지역에서는 코스를 달리다 보면 고무나무가 쉽게 눈에 뜨인다. 고무나무에서 고무를 채취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고무 채취의 현장에서 고무나무의 소중함 또한 새삼 느낀다.
(랠리용 스티커를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 (고무나무에서 고무를 채취하는 모습)
마을을 지나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연의 순수함을 배우고 깨달으며 다시 그 자연의 순수함을 가로질러 내달리는 랠리의 순간 순간에서 나의 세포는 깨끗해 지고 역동적으로 활성화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 하루의 랠리는 이렇게 대자연의 순수함 속으로 스며드는 석양처럼 아름답게 기억되어 간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허단장님 아내) (천진난만한 마을 어린이들)
내일도 SS의 구간만 200km가 넘는 긴 코스가 기다린다. 어휴~ 지겨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랠리를 하다 보면 코스에는 긴장감이, 차창 밖에는 천연의 자연 경관이 끊임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덕분에 조금도 지겨울 틈이 없다.
우와~ 신난다~! 랠리는 정말 즐거운 모험의 세계야~!! 라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랠리가 FINISH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내일 펼쳐질 ADVENTURE CLASS의 또 다른 매력을 상상하며 랠리 둘째 날의 여정을 정리한다.
[LEG3 : 8월 8일 월요일]
랠리 셋째 날. 날씨 맑음. 오늘도 RS 구간 144.86km, SS 구간 202.9km의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의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남들은 랠리 갔다고 하면 그게 뭔지 그냥 여행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늘 호텔에서 SS로의 출발 시각은 오전 7시 45분. 적어도 6시에는 기상해야 그나마 허겁지겁 아침식사라도 하고 이런저런 출발 준비를 할 수 있는 빠듯한 시간이다. 그래도 어제 LEG2의 7시 출발에 비하면 훨씬 여유있는 시간이다. (음.. 위로가 안되는군..^^) 어제에 이어 오늘의 LEG3도 총 350km에 달하는 강행군. 왠지 해병대 극기훈련에 참가한 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랠리 기간 중에 모든 중요사항이나 공지사항 등은 HQ(운영본부)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HQ에서 결정되는 모든 사항은 개별 공지나 통보를 하지 않고 오로지 호텔을 옮길 때마다 새롭게 세팅되는 호텔 로비층의 HQ 사무실 앞 게시판에 지면으로 공지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선수와 스텝들은 HQ 사무실 앞의 게시판을 수시로 확인하고 체크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모든 불이익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을 지고 그에 대한 수습을 해야 한다. 물론 게시되는 모든 내용은 영어로 표기된다. 첫째 날 주최측의 브리핑에서 본 대회에 참가한 한국, 일본,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많은 나라의 참가자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각국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대회의 공식 기준어는 영어임을 미리 규정했기 때문이다. 내일 오전 출발 시각도 물론 게시판에 분명히 적혀 있다. 그리고 당일 출발 시각이 되면 일체의 출발 신호음이나 안내멘트도 하지 않는다. 그냥 선두차량이 조용히 출발한다. 그러면 그 이후에 대열 순서대로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서 이동하게 된다. 사실 이 장면이 정말 장관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일체의 소음이나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랠리의 조심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소리없는 질주는 시작되는 것이다.
(HQ 앞 게시판의 공지를 확인하는 참가자들) (당일 순위별 랠리 결과 안내문)
그런데 개인적으로 불가피하게 출발이 늦어졌다거나 대열에서 이탈되었을 경우에는 매일 새롭게 배부되는 LEG별 ROUTE MAP을 보고 SS 구간까지 찾아오면 된다. 그러나 RS 구간만 하더라도 보통 150km에 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정확한 출발 시각에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참고적으로 매일 배부되는 ROUTE MAP은 B5크기에 분량은 약 150페이지에 달한다. 이 중에서 RS 구간에 해당되는 부분만 약 1/3 정도 분량이다. 이 정도의 분량에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 판독하게 되면 그 날은 실전 SS 구간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2012년 본 대회에 ADVENTURE CLASS로 참가하려는 여성분이 있다면 랠리 기간동안 만큼은 원활한 랠리의 진행을 위해 그대의 아름다운 미모를 잠시 접어 둘 것을 당부한다. 특히 아침 출발 전에는.(사실 이래서 저희 누님이 남편인 허단장님에게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야단 맞음. ㅋ~)
(아침부터 출발 준비에 한창인 스텝들) (대열을 갖추어 이동 중인 선수 차량들)
오늘의 코스는 이곳 PRACHINBURI에서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지역인 SAKAEO까지이다. 오늘 SAKAEO에 도착하면 내일 LEG4는 SAKAEO의 국경 근처를 질주하는 랠리가 된다. 선수들이나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나 모두 RS 구간을 이동할 때에는 그다지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동 대열에서 낙오되거나 이탈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에만 집중해서 신속하게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태국에서 운전 할 때 주의해야 사항으로서 태국은 도로교통의 흐름이 우리나라와는 반대라는 점이다. 왼쪽 차로로 주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차로에서나 원형 로타리, 또는 좌회전 우회전 모두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생각해서 주의 운전을 해야만 한다. 특히 고속으로 이동하는 RS 구간에서 중간에 끼어드는 일반 차량을 추월할 경우에는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오른쪽 차로 주행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좌측 주행의 태국 도로) (우측 주행의 캄보디아 도로)
SS 구간 출발 전. START LINE에는 어딘가 모를 미묘한 긴장감이 돈다. 아무리 잘 짜여진 팀이라도 그것은 언제나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세계로 집약된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두 사람, 아니 둘이 하나된 고독하고 야심찬 운명의 질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림4] LEG3 코스(SS3 구간)
실전 선수들은 왠만한 OFF ROAD 코스에서도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린다. 그러나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 상당한 속도를 내며 실전 선수들이 먼저 지나간 코스의 바퀴자국을 주시하며 그들이 태양을 가로지르며 무한한 엔진의 야성으로 휘감았을 이 밀림의 적막함을 깨뜨리며 질주한다.
그런데 이번 랠리에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제3의 선수(?)가 있다. 실전 선수들과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에 이어 이번 랠리를 더욱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해 줄 예술가들이 있었으니 바로 미디어팀이다. 미디어팀은 촬영을 목적으로 이번 랠리에 합류한 팀이기 때문에 이유야 어쨌든 많은 촬영기록을 담아가야 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팀은 실전 선수들이 출발하기 전에 역시 ROUTE MAP을 보고 먼저 코스를 이동하여 촬영하기 적정한 장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기다린다. 한마디로 사진발이 잘 받을 만한 곳을 미리 찾아가서 촬영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팀은 이동시간에 여유가 없다. 카메라맨이 차량에 탑승하기가 무섭게 출발해야만 하는 것이 미디어 차량의 운명이다.
전속력으로 달려올 선수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미디어 차량 역시 상당한 속도로 코스의 적정 촬영 장소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카메라 기자라면 OFF ROAD의 랠리에서 진흙탕 코스를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랠리의 하이라이트를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같은 욕심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튀어나오는 진흙으로 온몸이 뒤범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도로의 폭이 3m도 되지 않는 좁은 코스에서 그 놓칠 수 없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가는 기분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진흙 코스를 질주하는 선수 차량) (촬영 중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카메라 기자)
이렇듯 미디어팀의 긴박감과 촬영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미디어 차량의 드라이버는 특별히 태국 현지 스텝으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 스텝보다 태국 현지의 도로 사정에 조금이나마 익숙하지 않을까 하는 배려에서이다.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운 코스를 가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이 대회가 왜 8월에 열리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의 8월은 우기로서 하루에서 1~2번씩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쏟아 붇거나 그 뜨겁던 한낮의 열기가 저녁에 소나기가 되어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늘 LEG3의 경우가 그렇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의 섬광이 내리친다. 그러면 일단 긴장부터 하게 된다. 안그래도 그 동안 내린 비로 코스는 완전히 진흙 구덩이 투성이인데 또 한번의 폭우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이다. 저 번뜩이는 섬광의 번개가 사나이 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비를 쏟아 부을까. 잠시 후 천지를 반으로 갈아 놓을 기세의 천둥소리가 내리친다. 꽈광~ 쾅~ 쾅~!! 우르르 꽝~!!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고 했던 군대시절 유격장에 커다랗게 씌여 있던 구호를 되새기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써 낙관하라’ 고 했던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 명언을 기억하며 급기야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곧장 줄기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지형적으로 산악지대를 달리기 때문에 산등성이나 상류쪽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의 양이 상당히 많다. 잠시 후 코스 곳곳에서 역시나 기대했던 커다란 물 웅덩이를 만난다. 대부분의 물 웅덩이는 토사와 진흙 등으로 4×4 바퀴로도 쉽게 건널 수 없는 곳이 많다. 선수용 차량들은 저 물 웅덩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얼마나 세차게 달렸을까.
본 랠리가 8월 우기철에 열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묘미를 맛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 ADVENTURE CLASS도 뒤질세라 과감하게 물 웅덩이를 도하한다. 행여 선수용 차량만큼 튜닝이 되지 않은 우리 ADVENTURE CLASS의 차량이 물 웅덩이 중간에서 시동이 꺼지거나 또는 바퀴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 되고 만다. 그 때는 모두가 발 벗고 물 웅덩이에 뛰어 들어가서 차를 꺼내야 한다. 그야말로 고난도의 코스인 것이다. 한국팀과 일본팀 모두 누가 운전해서 저 깊은 물 웅덩이를 빠져 나갈 것인지 잠시 각 나라별로 회의를 한다. 일단 우리 한국의 허단장 팀에서는 내가 운전하기로 결정된다. 정승철 선수팀에서는 역시 정승철 선수가 운전하기로 한다. 먼저 선두차량이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물이 차량 문의 중간정도까지 올라온다. 이로써 대략 웅덩이의 깊이가 파악된 상태. 이어 한국팀과 일본팀이 교대로 물 웅덩이를 통과한다. 한국팀과 일본팀으로 구성된 우리 ADVENTURE CLASS 차량 모두가 다행이, 아니 각 드라이버들의 고난도 테크닉으로 모두 안전하게 물 웅덩이를 빠져 나온다. 한 대씩 차량이 물 웅덩이를 건너올 때마다 미디어 기자들의 촬영과 다른 나라 일행들의 환호성과 격려의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국경과 인종을 넘어서 랠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이런 기분, 이런 느낌.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감히 말을 하지 말자..!!
(각각 물 웅덩이를 건너는 한국과 일본의 ADVENTURE CLASS팀)
(물 웅덩이를 건너는 선수용 차량) (성공적으로 도하에 성공하여 도로에 진입)
랠리의 종합 우승자는 각 LEG별 시간 기록을 합산하고 여기에 패널티 시간을 적용하여 결정하게 된다. 일단 오늘의 LEG3에서 가장 먼저 FINISH에 도착한 선수는 일본.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2위와의 시간차는 불과 15초. 2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랠리에서 202km를 질주하고 15초의 근소한 차이로 FINISH에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202km의 SS 구간 대부분을 서로 추월경쟁의 연속으로 달려 왔다는 얘기이다. 얼마나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랠리였을지는 가히 상상할 수 있다. 3위는 1위와 약 14분 차이로 도착한 일본의 青木拓磨[아오키타쿠마] 선수팀. 굳이 여기서 3위의 다쿠마 선수 이름까지 직접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하반신 장애이다. 그러나 그는 해마다 이 랠리에 참가한다고 한다. 그것도 항상 아내와 아들을 동반하여 참가한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의 하반신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며 자신의 아들에게도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손으로만 운전할 수 있도록 차량을 직접 개조하는 열정까지 보이며 참가한다고 한다. 랠리 기간동안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 보았다. 역시 그의 표정에는 과감함과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 보인다. 많은 갤러리들도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나 역시 랠리 기간동안 줄곧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한다.
(하반신 장애의 다쿠마 선수와 허단장님 부부) (출발 전 안전 점검에 한창인 다쿠마 선수)
그리고 오늘 저녁, 호텔에서는 저녁만찬에 이 지역 부지사를 비롯하여 경찰과 군부의 주요인사가 방문하여 선수와 운영진 및 모든 스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 깊은 우호와 친목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태국은 물론 오늘 우리가 머물게 될 이 지역 SAKAEO는 특별히 본 랠리의 개최를 환영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것이 본 랠리를 통해 지역 관광산업의 성장과 함께 생동감과 활성화를 꾀할 수 있으며, 명성있는 국제적인 대회를 유치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랠리를 하다보면 지역 경찰과 군 관계자가 어떠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 랠리의 진행을 위해 직접 현장에서 체계적인 교통정리와 행사를 지원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본 랠리는 행사기간동안 그 나라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는 것이다. RS 구간 이동 중에는 항상 선두차량으로 경찰차의 CONVOY를 받는다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태국의 군경과 허단장님) (안전을 위해 수고하시는 태국의 군경)
SAKAEO 지역 주요 인사들과의 환영회에는 이 지역 부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군과 경찰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서 함께 뜻깊은 자리를 이어갔다. 저녁식사와 함께 주요 인사들의 환영식에 이어 일본 선수팀의 장학금 전달식이 이어진다. 일본에서 오늘의 장학금 전달식을 위해 미리 준비된 모금액을 장학금으로 SAKAEO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후원하는 것이다. 전달식은 TRIANGLE GEOLANDAR 2010의 3명이 대표로 나섰다. 한편 이 TRIANGLE팀은 그 모체격이라 할 수 있는 GEOLANDAR TRIANGLE CHAMPIONSHIP의 JAPAN FINAL 경기에서 우승한 팀이 선발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UNDER71 CLASS라고 하는 별도의 CLASS 우승자도 함께 본 대회에 ADVENTURE CLASS로 참가하게 되었으며, 그들은 직접 일본의 토산기념품도 함께 우호의 뜻으로 전달했다. 어쩐지 랠리 기간동안 우리와 같은 ADVENTURE CLASS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드라이버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건만 역시나 대회 우승자다운 실력이다.
장학금 전달식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우리 한국도 내년 2012년에 본 랠리에 참가하게 된다면 이 같은 성격의 후원금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양국의 우호와 본 대회의 위상확립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AKAEO 주요 인사의 환영회) (일본선수들의 장학금 전달식)
이제 계속해서 LEG4의 총 길이 200km가 넘는 SS 구간이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와 차량 모두가 피곤해 보이기 시작하는 랠리의 중반전에 돌입.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 어떻게 한 발 먼저 선두에 설 것인지. 이것이 곧 승패의 열쇠가 아닐까.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한 일본이나 개최국인 태국, 그리고 멀리 인도에서 출전한 선수들, 그리고 우리 한국을 포함한 ADVENTURE CLASS 참가팀 모두가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이팅을 외친다.
[LEG4 : 8월 9일 화요일]
랠리 넷째 날. 날씨 맑음. 어제 SAKAEO에서의 첫날 밤은 아직도 많은 여운이 남는다. 그것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SAKAEO의 주요 인사가 경의의 표시로 호텔에 방문하여 함께 했던 저녁 만찬. 그것만으로도 ASIA CROSS COUNTRY RALLY의 규모와 위상을 한 번에 쉽게 알 수 있다. SAKAEO는 지역 전체가 본 랠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랠리의 코스 요소요소에 많은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사실 이런 모든 것들이 남모르게 본 랠리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오랜 동안 안팎으로 애쓰고 수고하신 주최측 운영진의 숨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준비된 가운데 현지 군경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랠리의 묘미 아닐까. 더욱이 선수와 스텝들 그리고 운영진 모두가 랠리를 구성하는 공인으로서 그에 걸맞는 적절한 행동으로 설사 자신만 편하고 자신에게만 유리하면 좋다는 생각 따위는 빨리 떨쳐버리고 이렇게 훌륭한 대회를 우리의 다음 그리고 그 다음의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꾸준히 일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이 같은 랠리를 통해 현지의 관계자는 물론 이번 랠리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와 우호적인 깊은 인연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 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멋진 인생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두 번의 SS 구간에 걸쳐 랠리를 해야 하는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날이다. 이동 거리만 해도 RS 구간 164.1km, SS 구간 206.7km의 총 370km에 달하는 직선 거리로만 친다면 서울~목포간 우리나라를 종단하는 거리와 맞먹는 거리이다. 태국의 면적이 우리나라의 5배임을 감안하더라도 태국의 1/5을 달리게 되는 셈이다. 오늘은 이곳 SAKAEO에서 출발하여 다시 이곳 SAKAEO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출발 시각은 오전 7시 30분.
[그림5] LEG4 코스
(SS4 구간) (SS5 구간)
우선 오전에는 SS4 구간을 달리고 오후에 SS5 구간을 달리게 된다. 오늘처럼 이렇게 긴 코스를 잠깐의 휴식도 없이 달리게 되면 그야말로 사람이든 차량이든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그나마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의 경우는 다른 팀원과 교대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게 천만 다행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역할을 서로 바꾸어 가며 체력 안배도 해 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랠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탑승한 차량도 그렇고 정승철 우승자가 탑승한 차량도 서로 역할을 바꾸어 가며 안전하게 드라이브를 한다. ADVENTURE CLASS는 차량에 부여된 번호 순서대로 대열을 갖추어 랠리를 하게 되는데 일본의 ADVENTURE CLASS 차량은 우리보다 뒷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랠리 기간 동안 계속해서 우리 한국 ADVENTURE CLASS 팀의 뒤를 따라 랠리를 펼쳤는데 그들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UNDER71 CLASS라는 대회의 우승팀이다. 내년 랠리 대회에 정식 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사전 경험차 참가한 그들 역시 오늘 만큼은 수시로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를 번갈아 가며 랠리를 펼친다.
(잠시 휴식 중인 차량들) (화보(?) 촬영 중인 한일 ADVENTURE CLASS 팀^^)
그러나 실전 선수들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들은 LEG별 구간의 길이에 관계없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바뀌지 않는다. 드라이버는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안전하게 드라이브를 하며 코드라이버는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네이게이션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운명공동체와 같다. 우승이라고 하는 공동 목표에 대해서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물론 다른 스텝들의 생각이 서로 다를 리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 내에 상하관계가 아닌 어디까지나 파트너쉽으로 서로 의지하며 협력하는 관계가 잘 유지되어야만 한다. 즉, 드라이버는 차량 정비에 관해서는 차량정비 팀원에게 믿고 맡기며 오히려 PADDOCK(랠리에 출전하는 차량을 정비, 점검하는 장소)에서 기름투성이로 차량을 정비하는 팀원에게 간식을 챙겨다 주거나 정비에 지장이 없도록 간단한 대화만을 주고 받으며 내일의 랠리에 대한 작전과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굳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느낌과 표정만으로도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팀의 리더는 팀원이 더 이상 다른 팀원에게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되면 내일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휴식을 취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잦은 비에 대비해 텐트 안에서 정비하는 모습) (늦은 밤까지 정비에 열중인 정비사들)
여기서 참고적으로 아까 위에서 언급한 TEAM TRIANGLE GEOLANDAR 2010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그들에게 정비사는 따로 없다. 참가 선수들 자신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그리고 차량정비까지 모두 해야 한다. 따라서 만일 차량 정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라도 하면 그만큼 취침 시간도 짧아지게 되고 당연히 수면부족으로 다음 날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으며 랠리 마지막 날까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무리한 질주나 차량 파손은 당연 금물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오늘로서 랠리 4일 째를 맞는다. 어제까지의 총 주행거리는 약 720km, SS 구간만도 약 420km를 달려 왔다. 이제 어느덧 중반을 넘어 점차 후반전에 돌입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남아 있는 SS 구간은 모두 4개. 오늘은 태국에서의 마지막 랠리이다.
SS4 구간은 선수들이나 ADVENTURE CLASS 모두 큰 사고 없이 무사 완주. 계속되는 SS5 구간. 연일 계속되는 랠리에 참가자 모두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러한 긴장감 속에 샘솟듯 솟구치는 희열과 무한 질주에 대한 쾌감은 모두에게 ‘감동’이라는 느낌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이런 감동을 그대로 옮겨 온 SS5 구간의 START LINE.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본 선수팀의 차량 한 대가 움직이지 않는다. 시동모터인 CELL MOTOR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누구의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신속히 원인을 발견하고 수리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드라이버의 실수에 의한 엔진 고장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START LINE 전에서 발생되는 차량 이상에 대해서는 사진에서처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온-코스 위에서 엔진 고장 등으로 차량이 멈추어 섰을 때는 반드시 출전 선수 스스로의 자력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온-코스 전에서의 사고 차량 도와주기) (온-코스에서 도로 이탈은 자력으로 해결)
여기서 재미있는 랠리 규정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온-코스 위에서 선수 차량에 이상이 있을 때에 혹시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기라도 한다면 그 의도와 관계없이 그 선수는 자동 탈락하게 된다. 즉, 온-코스 위에서의 차량 이상에 대한 모든 해결은 출전 선수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혹여 과잉친절이라도 베풀게 되는 날에는 본의 아니게 선수에게 자동탈락이라는 오명도 함께 베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은 안전을 위한 보호장비의 하나로 헬맷을 착용하게 된다. 1kg에 가까운 무게의 중력을 선수들은 랠리 기간동안 머리의 힘으로 견뎌내야만 한다. 그런데 만일 온-코스 위에서 선수가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헬맷을 벗으면 그것은 시합을 포기한다는 표시이다. 따라서 이 때는 도와주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선수가 헬맷을 착용한 상태이고 아직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때에는 도와주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도 꾹 참고 기다려 줄 것을 당부한다. 선수를 위해서..
오늘의 SS5 구간은 정말 다양한 랠리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태국의 산악지형. 길도 없는 풀숲 속을 헤치고 오로지 ROUTE MAP에만 의지하며 앞으로 돌진하기를 한참. 겨우 차량 한 대 지나갈 정도의 폭으로 연이어 늘어선 나무들. 이 나무들은 모르긴해도 아마 랠리를 위해 자란 듯 하다. 이런 코스에서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속도를 내다보니 코너 부분의 일부 나무들은 차량이 치고 간 흔적도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유실 도로. 잦은 폭우로 움푹 패인 정도가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이런 코스는 일반 차량으로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불가능한 길이다. 원주민들의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운기보다 길이가 긴 태국의 경운기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오로지 4×4 자동차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같은 랠리 참가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받은 길이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평탄치 않은 코스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늘도 완주의 기쁨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내일을 향한 새로운 용기를 아낌없이 심어 준다. 시작이 있었으니 끝을 맺는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뿌듯한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자, 이제 내일은 드디어 CROSS COUNTRY RALLY라는 타이틀을 실감 할 수 있는 국경 이동이 있는 날이다. 이곳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입국하게 된다. 이번 랠리에 캄보디아 선수는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캄보디아에서의 랠리는 태국 선수들에게도 별다른 잇점 없는 동등한 조건하에서 펼쳐지게 된다.
[LEG5 : 8월 10일 수요일]
랠리 다섯째 날. 날씨 맑음. 오늘은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리고 정식 랠리인 LEG5의 SS6는 캄보디아 국경을 통과하여 캄보디아 Prey Moun 지역에서시작하게 된다. 이틀 밤을 지낸 덕분에 어느덧 정이 들어 버린 이곳 SAKAEO의 Aran Mermaid Hotel에서의 출발시각은 오전 7시 15분. 오늘은 랠리 이상으로 중요한 국경 통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오늘은 호텔에서 출발할 때부터 대열의 맨 앞 선두에 태국 경찰의 CONVOY를 받으며 그야말로 멋지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 지역의 햇살은 아침부터 따갑다. 우리나라 같으면 적어도 11시 이후는 되어야 그래도 여름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텐데 이곳에서는 아침 9시만 되어도 흐르는 땀방울에 옷이 젖기 시작한다. 2시간 정도 달렸을까. 어느덧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지역인 Aranya Prathet에 도착한다. 태국의 출국 관문이자 캄보디아로의 입국 관문이기도 한 이곳. 국경에 도착하면 각 차량의 드라이버 1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하차하여 정식으로 출국과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랠리 기간 중에 국경을 통과한다는 건 랠리에 지친 모든 참가자들에게 또 하나의 색다른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태국에서의 출국은 그래도 간단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캄보디아 입국절차를 밟는다. 캄보디아는 아직 공산주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 엄격하게 입국절차가 이루어진다.
물론 이번 랠리에 참가한 참가자 모두는 이 나라의 규정에 최대한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긴장된다 싶을 정도의 그러한 엄격함이 몸에 배지 않은 우리로서는 캄보디아의 입국심사대 앞에서 우연히 만난 케냐 흑인들과 그 잠깐을 못참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이국에서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 때, 저 편에 있던 캄보디아 직원들이 서로 무어라 주고받는 듯 하더니 잠시 후 우리에게 다가온다. 왠지 느낌이 안좋다. 직원은 한국의 허단장님 앞에 서더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무어라 강한 어조로 주의를 주는 듯 하다. 그 느낌은 우리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러면서 벽에 붙여진 사진촬영 금지 표지를 가리킨다. 앗차차~!! 왜 저걸 못 봤을까...!! 분위기에 들뜬 나머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우리의 실수이다.
그러나 수 년간 모터사이클 랠리를 통해 외국 경험을 많이 한 허단장님은 순간 재치있게 상황을 모면한다. 그 재치의 비결은 바로 시치미 뚝~!! 떼는 것이다. 어디서 배웠을까.. 어쨌든 허단장님 브라보~!! 우리 매형 브라보~!! 그러자 그 직원은 다시 우리 팀의 바로 뒤에 줄서 있던 일본 스텝팀의 카메라를 확인한다. 일본 스텝팀의 카메라는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은 고급 카메라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직원은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그들도 입국심사대에서 찍은 사진은 없었나 보다. 위기 탈출의 순간이다. 직원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주의를 주며 되돌아간다. 한숨 돌렸다. 뒤에 있던 일본 스텝팀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케냐인과 함께 허단장님) (고급 카메라를 맨 일본 스텝 앞에서)
아무 탈 없이(?) 입국심사를 받고 캄보디아에 들어 선 우리팀은 차량 수속절차를 기다린다. 국경 통과시 차량에는 오직 드라이버 1명만 탑승할 수 있다. 또한 차량에 의한 전염병 예방과 입국에 대한 예의의 표시로서 캄보디아에 차량이 입국할 때에는 반드시 세차를 해야 한단다. 그래서 모든 차량은 어제 태국의 호텔 근처 세차장에서 한국보다 비싼 1대당 200바트(한화 약 8천원)나 주고 깨끗히 세차를 했다. 덕분에 별다른 문제없이 모든 수속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우리 한국팀에 문제가 생겼다. 함께 ADVENTURE CLASS에 참가한 2005년도 본 랠리의 우승자인 정승철 선수의 여권이 사라진 것이다. 정승철 선수는 물론 우리 한국팀의 책임자이자 본 랠리의 운영위원이신 서규원 위원님께서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여권의 행방을 쫒는다. 한참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서규원 위원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팀은 달려가서 상황을 여쭈었다. 여권을 찾았단다. 정말 다행이다. 어찌된 일이냐고 여쭈니 서규원 위원님의 말씀이... 태국에서의 출국절차 간소화를 위해 어제 저녁에 운영진이 참가자 전원의 여권을 일괄적으로 수거하였는데, 그 때 2005년도 본 랠리의 우승자인 정승철 선수를 이번 대회의 실제 선수로 착각하여 따로 분리해 놓았던 것이다. 2005년도 우승자인 정승철 선수. 어쩌면 국내보다도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닐까. 사실 랠리기간 동안 많은 외국의 선수들과 스텝들이 우리와 함께 ADVENTURE CLASS에 참가한 정승철 선수에게 갖는 관심은 쉽게 가라않지 않는다. 그럴수록 오히려 내가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정도.
어쨌든 사람들의 수속절차가 끝나면 다음으로 차량의 수속절차가 진행된다. 차량은 검사관이 차량의 내외부를 꼼꼼히 검사하며 트렁크의 짐도 하나하나 살펴본다. 캄보디아에서도 이번 랠리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으며 자국의 관광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관료는 물론 군경까지 나서서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입국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차량 수속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선상에서 양국을 오가는 교역의 현장을 두 눈으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무엇을 실어 나르는지. 리어카에 잔뜩 싣고 리어카 1대당 보통 3~4명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부지런히 캄보디아에서 태국으로 넘어간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순간 나도 모르게 숨어있는 봉사와 희생의 정신이 발동한다. 봉사와 희생의 정신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리어카가 지날 때마다 그들을 도와 리어카를 힘껏 밀어 주었던 것이다. 말은 안통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미소로서 고마움을 대신한다. 내가 누구인지, 왜 자기들을 돕는지, 묻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그저 나의 작은 도움이 그들은 고마울 따름이다. 힘껏 밀어주고 그들의 등을 토닥이며 한국말로 열심히 살라는 마지막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준다.
(수속 절차 중인 대회 차량들) (리어카를 밀고 있는 송주현)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을 넘어 이곳 캄보디아에서 잠시 대기하는 동안 이번에는 운영위원들이 직접 참가자들에게 A4크기의 인쇄물을 배포하기 시작한다. 우리 한국의 ADVENTURE CLASS 팀은 서규원 위원님이 직접 인쇄물을 챙겨 주신다. 캄보디아어로 표기되어 있어서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인쇄물은 다름아니라 본 랠리 참가자 및 참가 차량이 이곳 캄보디아에서 랠리기간 동안 원활하게 랠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캄보디아 정부는 적극 협조하라는 캄보디아 국무총리가 직접 내린 공문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국무총리의 직인도 찍혀 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태국은 물론 이곳 캄보디아에서도 ASIA CROSS COUNTRY RALLY에 대한 관심과 나아가 관광산업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많은 지 쉽게 알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국경을 넘는다는 것, 그것은 육로를 달리는 랠리에 있어서 상당히 멋지고 자극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의 ADVENTURE CLASS 팀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가자는 이 순간을 본 랠리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4×4 자동차 랠리는 일정한 공간에서 순환하여 달리는 환상(環狀) 코스가 아니고 계속해서 이동하며 달리기 때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의 변화가 또한 일품이다. 이렇게 달릴수록 새롭게 바뀌는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늘도 땅도 자연도 공기도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세계관까지도 모두 바뀌는 듯 하다. 천천히 조금씩의 변화가 아니라 단번에 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국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역동적이면서 이국적인 경험은 다른 모터스포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기회가 아닐까.
(대자연 속을 쉼없이 달리는 선수차량) (깊은 산속 오두막 집)
태국과 캄보디아. 같은 아시아의 입헌군주국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배를 받지않고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이다. 공업화에도 빠른 기술도입으로 급성장하여 지금은 동남아시아 거대 자동차 공업국이 되어 있다. 태국의 경제력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신형자동차의 비율이 자동차 대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보다 높아서 TOYOTA와 MITSUBISHI의 Pick-Up용 차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Station Wagon Type의 4×4 자동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아니, 차라리 넘쳐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캄보디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3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여 뒤늦게나마 빠르게 근대화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나라이다. 주요 산업은 농업으로서 국도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모두 논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지평선 너머까지도 벼의 물결이 이어진다. 과거 우리나라의 시골풍경도 이러했을까. 어쨌든 이러한 파란 벼의 물결은 우리나라의 국토가 깨끗하고아름답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문득 지난 날 검소하고 소박한 우리의 농촌 생활이 그리워진다. 캄보디아에서는 마을 거리에 나와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유적지 주변에는 토산품이나 관광품을 거의 반 강매하듯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의 적극성(?)에 어쩔 수 없이 팔아주게 된다. 이것도 이런 관광지에서는 또 하나의 미덕 아니겠는가. 이 나라 경제력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주요 산업으로 성장한 관광산업. 관광대국으로서의 캄보디아, 그리고 캄보디아의 많은 관광지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ANGKOR WAT가 바로 이번 랠리의 GOAL 지점이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흘렀다. 다시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지역으로 되돌아 와서, 태국의 국경 지역은 Aranya Prathet이며 캄보디아의 국경 지역은 Poipet 라는 마을이다. 캄보디아로 들어가는 국경의 관문은 역시 캄보디아 최고의 유적지인 ANGKOR WAT를 본떠 설계한 듯 보인다. 캄보디아 국경의 관문을 통과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곳곳에 들어선 카지노. 아마도 국경지역이고 외국인들도 많이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지역 전체를 하나의 레져랜드와 같은 성격으로 조성하려는 모양이다.
(캄보디아 국경 앞에서 허단장님) (국경에서 서규원 위원님과 허단장님 부부)
이제 모든 참가자들과 차량들이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 5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한다. 이 5번 국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 5번 국도의 별칭은 ‘ASIAN HIGHWAY 1호선’. ASIAN HIGHWAY는 지난 1959년 국제연합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현재의 ESCAP)가 현대판 실크로드 구축을 통해 아시아 각국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국가간 경제 문화교류와 친선을 꾀하기 위해 입안한 프로젝트로서 우리 한국을 포함하여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란, 인도 등 아시아지역 32개국을 연결하는 55개 노선에 14만km로 주로 아시아 각국의 수도 및 상공업도시와 항만은 물론 주요 사적지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구상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의미 깊은 5번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리다가 도중에 6번 국도로 진입하면서 오늘의 본 경기인 SS6의 출발 지점까지 약 85km의 거리를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랠리 참가 차량들이 캄보디아 경찰의 CONVOY를 받으며 신속히 빠져 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SS6 구간. 처음 START 구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로처럼 보인다. 반듯하게 자로 대고 줄을 그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조성된 이 도로는 소형 운하를 따라 일본의 협력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도로 양쪽 옆에는 실개천이 흐른다. 개천을 만들기 위해 퍼올린 흙으로 이 길을 만든 듯 하다. 이 도로는 우기철 폭우 탓에 차량의 뒷부분이 제멋대로 움직일 정도로 미끄럽다. 곱디 고운 황토가루처럼 보이는 흙길에 비가 자주 내리니 도로는 완전 미끄럼틀 그 자체이다. 우리가 탑승한 차량은 마침 SS6 구간에서 내가 드라이버를 맡게 되었는데 4×4 자동차의 네 바퀴로도 제어가 쉽지 않은 정도의 난코스이다. 속도를 내려 하면 차의 뒷부분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자칫 미끄러져서 옆의 개천으로 빠지기라도 하면 오늘의 랠리는 아마 이대로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릴 적 집도 짓고 자동차도 만들고 공룡도 만들며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찰흙이 어찌 이보다 더 질퍽하랴. 곱디 고운 황토색의 흙가루가 빗물에 아주 잘 반죽되어 잠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곧장 옆의 개천으로 빠트릴 기세이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수록 드라이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량 전체가 옆으로 계속 미끄러진다. 아니 흘러 내린다. 이렇게 속만 태우고 있는 사이 행여 반대편에서 화물차라도 마주오는 날에는 이 비좁고 미끄러운 길을 최대한 신중하게 비켜가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진땀 빼며 드라이브 했던 코스로 기억된다. 이토록 통제 불능의 미끄러운 길도 선수 차량은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질주하여 내달려야만 하는 운명. START 지점의 허공을 휘감아 도는 긴장감이 내게도 느껴진다.
특히 오늘 LEG5의 SS6 구간은 선두를 다투는 1~3위 사이의 선수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는 서규원 위원님의 말씀이다. 오늘의 랠리에서 순위가 거의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랠리의 마지막 날인 내일 LEG6의 SS7 구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내일 하루에 순위가 변동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 이 SS6 구간에서 현재 스코어 1위 차량은 선두 유지를 위해, 그리고 2위와 3위 차량은 1위 탈환을 목표로 아마도 거의 ‘Death Race’ 수준의 랠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림6] LEG5 코스 (SS6 구간)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출발!! 1위 차량은 그토록 질퍽하고 미끄러운 코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폭발적인 굉음을 내며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2분 후 2위 차량. 예상대로 조금 전 1위 차량보다 더 폭발적인 속력과 터질 듯한 포효(咆哮)를 하며 질주한다. 그리고 2분 후 다시 3위 차량. 역시 예상대로 뒤질세라 터질듯한 엔진소리의 울부짖음과 함께 그 뒤를 바짝 따라붙는다. 역시 서규원 위원님의 예상이 적중했다. 1~3위의 차량들은 그야말로 순위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그리고 이어서 2분 간격으로 계속 선수 차량이 출발한다.
대회 규정상 선수 차량들이 모두 출발한 후에 우리 ADVENTURE CLASS 팀이 출발하기 때문에 그 동안 우리 ADVENTURE CLASS 팀은 선수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펼친다. 정해진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도 아니다. 다만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즐겁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선수들의 사기 진작,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선수로 참여한 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띤 응원... 그런데 이 응원전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멤버들이 있으니 바로 이 지역 아이들이다. 수 십대의 차량들이 대열을 갖추어 줄지어 서서 엔진소리를 내고 있으면 어느새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모여 든다. 이들은 이런 광경을 평생에 한 번 볼까말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모여들자 허단장님과 나는 자동적으로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각자가 응원단장이 되고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선수 차량이 출발하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응원연습도 한다. 낯선 우리들과의 응원연습이 신통치 않으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곧바로 사진촬영에 들어간다. 이 녀석들.. 응원하기는 싫어도 사진촬영은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이들과의 거리감이 없어지고 아이들도 이내 곧 웃으며 친근감으로 응원에 동참한다. 저만치서 혼자 있는 아이에게는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몇 번의 손짓에 마지못해 오는 듯한 아이를 보며 세상 어느 곳에서나 아이들의 순수함은 모두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수들의 차량이 지날 때마다 우리 모두는 두 손을 하늘높이 흔들며 환호성을 외친다. 어느새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솔직히 나도 즐겁다. 허단장님은 아이들과 거의 동급 수준의 천진함을 보이며 즐거워 한다.
(마을 아이들과 함께 허단장님) (응원 도중 아이들과 기념 촬영)
다시 랠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ADVENTURE CLASS 팀도 어렵게 빠져나온 START 구간의 질퍽한 난코스를 지나 잠시 길다운 길을 달리는가 했더니 이후 10km 이상 계속되는 울퉁불퉁한 진흙 길. 아무래도 이쪽 지역의 토양은 고운 황토흙 같은 성분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듯 하다. 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는 어김없이 물이 고여 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랠리 초반에는 이런 작은 물웅덩이도 조심조심 속도를 줄여가며 달렸다. 그런데 이제는 랠리도 어느덧 종반에 접어들면서 나름 랠리의 감각과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는지 이런 정도의 코스는 그냥 속도를 내서 내달린다. 차의 가속도에 의해 좁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타이어의 탄력만으로 수평이동 하듯 질주하는 랠리의 묘미는 언제나 박진감이 넘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화력이 약한 분들은 2012년 랠리에 꼭 참가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전반전 랠리를 마치고 차량의 정비와 수리를 끝낸 후 다시 출발하게 되는 후반전. 그런데 후반전 랠리가 한창 진행되던 중에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선수 차량과 시간을 측정하는 스탭과의 FINISH POINT가 서로 엇갈려 첫 번째로 FINISH에 도착한 선수 차량의 시간을 측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야말로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설에 의하면 OFFICIAL을 유도하는 경찰의 실수로 생긴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오늘의 이런 중대 사고로 SS6 구간의 후반전 기록은 선수 전원의 합의 하에 기록 측정에 산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전력을 다해 FINISH에 도달한 선수들은 순간 하나같이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목표를 향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며 전력투구하여 달렸을 선수들의 모습에서 나는 모두가 승리자임을 확신한다.
자, 어쨌든 다사다난(?) 했던 LEG5의 SS6 구간 랠리를 마치고 이제 남은 것은 LEG6의 SS7 구간 뿐. 이제 내일은 캄보디아의 정글과 전원지대를 달려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 최대의 유적지인 ANGKOR WAT 유적지에서 펼쳐질 최고의 GOAL CEREMONY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누가 1위로 GOAL LINE에 들어올 것인가. 길고 길었던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도 이제 서서히 FINAL에 접어든다.
(한국팀의 완주를 위한 V 포즈) (랠리 중 한국팀과 일본팀의 우정 인증샷)
[LEG6 : 8월 11일 목요일]
드디어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의 마지막 날. 아직은 FINAL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오후에 ANGKOR WAT 정문 광장에서 펼쳐질 최고의 GOAL CEREMONY가 더 기대되는 시간이다. 길게만 느껴졌던 6일간의 랠리. 아쉬움에 눈물도 흘렸고 기쁨에 환호성도 외치며 모두가 동고동락했던 이번 랠리는 오늘로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지막의 아쉬움과 2012년 다시 만날 약속의 땅으로서 대망의 순간을 함께 나눌 이곳,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캄보디아의 국기 중앙에 그려진 이곳, 바로 ANGKOR WAT이다.
(ANGKOR WAT 전경) (캄보디아 국기에 그려진 ANGKOR WAT)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과 함께 ANGKOR WAT의 세계로 잠시 들어가 보기로 한다. ANGKOR WAT는 12세기 전반, 당시의 권력자인 크메르 왕조의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이 무렵 유럽은 십자군의 시대이며 일본은 헤이안(平安)시대 말기, 그리고 우리나라는 고려초기에 접어들 때이다. 크르메 왕조는 서기 802년부터 1431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600년 남짓 동남아시아를 지배하였으며 한창 왕조가 번성할 때에는 태국, 라오스, 베트남을 포함한 거대한 지역을 영유했다고 한다. 시엠립 시의 북쪽 6.5km 지점에 있는 ANGKOR WAT는 1860년 식물학자 앙리무오가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이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ANGKOR WAT의 구조는 동서로 약 1,500m, 남북으로 약 1,300m의 넓이에 중앙에 있는 탑을 기준으로 석조의 대사원이 건설되어졌다. 사원 주변의 운하는 바다를 의미하며 높이 65m의 중앙탑은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을 나타낸다. 또한 사원의 회랑은 히말라야 산맥을 의미한다. 그리고 ANGKOR WAT의 주변에는 넓은 도로가 지나고 있으며 그 외부는 너비 약 200m의 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오늘은 마지막 SS의 FINISH 후, 약 7km의 RS 구간을 지나 ANGKOR WAT 서대문에 집결하게 된다. 마지막 RS는 ANGKOR WAT 유적지를 통과한다는 뭔가 대단하고 그럴듯한 컨셉이다. ANGKOR WAT를 둘러싸고 있는 수로의 서쪽 횡단보도가 있는 T자형의 도로가 이번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의 1,430km의 종착지이다. T자형 도로를 북쪽 방향으로 올라가면 다시 수로가 나오는데, 이 끝이 거대한 성채도시유적인 ANGKOR DOME이다. 석교의 끝은 자동차가 빠져나갈 수 있는 정도 크기의 남대문이 있는데 이번 랠리의 차량들이 이 곳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 또한 장관이다. 그러나 다른 일반 차량들은 유적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많은 경찰들이 일일이 확인하며 차량들의 무단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마치 세계적인 유적지를 우리 랠리팀이 잠시나마 독점 사용하는 듯한 분위기.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체제에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ADVENTURE CLASS 팀도 LEG 마지막 날인 오늘만큼은 그 동안의 긴장과 스릴의 세계에서 조금은 일탈(?)하여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ANGKOR WAT 유적지 일대를 관광하는 기분으로 랠리에 참여하기로 한다. ANGKOR WAT는 얼핏 보면 모두가 비슷한 사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하나하나에 형언할 수 없는 예술적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아니, 왜 만들었을까. 이곳 제단에서 기도를 올리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잠들어 있을까. 오래된 석조의 흔적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신(神)을 향한 기도소리. 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랠리 중 ANGKOR WAT를 배경으로 일본 ADVENTURE CLASS팀과 함께)
한편 랠리 마지막인 오늘의 RS 구간은 40.2km로 비교적 짧다. 본격 랠리 코스인 SS7 구간도 역시 54.5km로 짧은 코스이다. 따라서 다른 선수들이 실수라도 하지 않는 한 오늘의 SS 구간에서 어제까지의 순위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제 LEG5의 SS6 구간에서 선수들은 그렇게 ‘Death Race’ 수준으로 죽어라 달렸던 것이다.
[그림7] LEG6 코스 (SS7 구간)
그런데 간혹 오늘같은 마지막 코스에서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어 달리는 선수들도 있게 마련이다. 마지막 LEG에서는 2~3위의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탓에 전속력으로 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바로 그런 상황이 재현되었다. 우리 ADVENTURE CLASS 팀이 FINISH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차량 한 대를 둘러싸고 모여서 웅성이며 연거푸 사진을 찍어댄다. 나도 가까이 가 보았다. 거의 반파 수준의 선수 차량이다. 랠리 도중 과속으로 코스를 이탈해 계곡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어제 SS6 구간의 후반전에서 스텝의 기록측정 오류로 후반전 기록이 산입되지 않게 되자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어제까지의 순위 3위였던 일본 선수가 무리해서 달린 것이다. 그래도 선수용 차량은 이런 유사시의 사고에 대비해 튼튼하게 튜닝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저 정도이지 일반 차량 같았으면 아마도 생애 마지막 날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선수의 차량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반파된 자신의 차량 앞에서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그 선수. 바로 하반신 마비의 그 드라이버, 다쿠마 선수이다. 놀라웠다. 차는 사진에서처럼 반파되었지만 다행이도 선수는 크게 다치지 않은 듯 하다. 사고에 대비해 탄탄하게 튜닝한 안전장치들이 역시 그 진가를 발휘한 듯 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사고없이 정상적으로 완주했다면 적어도 2위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 만큼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승리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선수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 주고 싶다.
(반파된 일본의 다쿠마 선수 차량) (반파된 자신의 차 앞에서 다쿠마 선수)
이제 잠시 후 FINISH CEREMONY가 펼쳐진다. START CEREMONY는 태국 파타야의 가장 화려한 'Walking Street'에서 수많은 관중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이제 동남아시아 최대의 유적지 ANGKOR WAT에서 더 많은 관중과 더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 앞에서 평생 잊지못할 영광스런 FINISH CEREMONY를 하게 된다. FINISH CEREMONY의 순서는 선수 차량은 GOAL 순위별로, 그리고 우리가 참가한 ADVENTURE CLASS는 차량에 부여된 번호 순서이다. 우리 ADVENTURE CLASS 팀은 순위와는 무관하게 체험과 도전의 참가형 프로그램으로 낙오자 없이, 또 낙오된 차량없이 모두가 랠리 코스를 완주한 기쁨과 영광을 함께 나누게 된다.
이제 드디어 FINISH CEREMONY의 화려한 축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FINISH CEREMONY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할 참가자들의 등장에 앞서 사회자와 도우미들이 간단한 시선 집중형 율동을 선보인다. 나름 제법이다. 이어서 사회자의 FINISH CEREMONY 진행이 시작된다. 오늘의 시상은 본 대회의 공식 후원사인 일본 요코하마 타이어의 임원과 ANGKOR WAT가 있는 시엠립 시의 부시장이 수고해 주신다. 먼저 선수들은 6일간의 랠리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자신들의 애마인 출전 차량을 타고 FINISH CEREMONY 무대에 들어선다. 무대에 들어서면 차량에서 하차하여 드라이버와 코드리아버는 각각 랠리 완주 기념 메달을 목에 건다. 가로 12cm 세로 5cm 크기의 황금 메달이다. 이것이 24K의 순금 메달이든 아니면 금색 도금이든 중요치 않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목에 걸고 있는 이 메달은 누가 뭐라해도 24K의 순금 메달일 수 밖에 없는 이 기분을 알까 모른다. 메달 수여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나면 이번에는 다시 차량 위로 올라가서 6일간의 랠리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도록 말없이 함께했던 영원한 동반자인 자신들의 애마와 함께 거국적인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 한국팀도 팀별로 자신의 차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이번 랠리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팀 모두가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아~ 이 기분, 이 감격, 이 영광의 순간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모터사이클 엔드류 허문범 단장님 팀) (2005년도 본 대회 우승자 정승철 선수팀)
(한국팀 모두 함께 완주 기념 촬영) (한국팀의 완주에 큰 힘이 되신 서규원 위원님)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런 나머지 우리 한국팀이 참가한 ADVENTURE CLASS에 관한 사진을 먼저 실었다. 그러나 본 대회의 명성과 명예를 빛낸 이들은 누가 뭐라해도 바로 실전 선수들 아니겠는가. 그들은 오늘의 이 기쁨과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실전 훈련과 함께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준비해 왔겠는가. 우리 한국팀은 당연히 그들에게 격려와 영광의 박수를 보낸다. 1위는 주최국인 태국팀이 차지했다. 차종은 ISUZU의 D-MAX, 총 소요 시간은 10시간 35분 54초. 그들은 시상식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우승자로서 영광의 순간을 모두와 함께 했다. 마지막 순위 팀의 19시간 10분 23초와 비교해 보면 쉽게 그 정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편 많은 일본팀이 참가한 탓에 2~3위는 물론 하위 순위도 대부분 일본이 차지했다. 특히 마지막 LEG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무릅쓰고 끝까지 투혼을 펼쳐 당당히 3위를 차지한 일본의 하반신 장애 선수(青木拓磨-아오키타쿠마)는 시상식 때 옷 속에 미리 준비해 온 캔맥주를 흔들어 터뜨리며 자축하는 익살까지 부리며 많은 관중의 박수를 받기도 한다. 모든 것이 축제의 현장이다.
(대회 우승자인 태국 선수들) (차량 전복으로 3위를 차지한 다쿠마 선수)
이러한 성격의 스포츠가 우리 한국에서는 아직 저변 확대가 미흡하고 매니아 층도 두텁지 않은 탓에 아직은 사회적 인식도 다소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2012년 본 대회에는 우리 한국도 많은 기업의 후원과 함께 훌륭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여 태극기를 휘날리며 영광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더구나 내년 랠리에는 ADVENTURE CLASS 팀에 함께 한국팀 대표로 참가했던 2005년도 정승철 우승자가 출전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랠리기간 동안 많은 외국의 선수들이 정승철 선수를 은근히 경계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러한 국제적 규모의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실력있고 유능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이 분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 관광객과 함께 한국 ADVENTURE CLASS팀) (외국 관광객과 함께 허단장님 팀)
또한 오늘의 이 자리를 빌어 본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기 위해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언제나 일선에서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도맡아 오신 한국의 서규원 위원님과 대회장이신 일본의 사사 위원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렇게 좋은 대회를 안전하게 치를 수 있도록 안팎으로 늘 애써 주신 덕분에 참가자 모두는 이렇듯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로 받아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랠리기간 동안 우리 ADVENTURE CLASS팀과 함께 우리의 안전과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 애써 주신 태국 스텝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느새 오랜 친구사이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출 필요는 없겠지.
(대회장인 일본의 사사 위원장님과 함께) (ADVENTURE CLASS 스텝[왼쪽 1st, 6th]과 함께)
‘랠리’라고 하는 말 속에는 ‘다시 한 번 뭉치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많은 이야기와 많은 느낌들이 오갔던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 참가자 모두가 진정 마음으로 주고 받았던 지난 6일간의 시간들이 각자의 마음 속에 과연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후기문은 한 번 더 반복해서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시상식 후에 서로가 이별의 아쉬움을 위로라도 하듯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침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내년에 다시 한 번 모입시다~!!’
(선수 및 ADVENTURE CLASS 전원 단체 촬영)
오후 3시경. FINISH CEREMONY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 지금까지 랠리의 열광에 휩싸여 바로 코 앞에 두고도 자세히 관람하지 못했던 ANGKOR WAT를 우리 일행은 잠시나마 둘러보기로 한다. 제대로 관람하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린다는 ANGKOR WAT를 그래도 그냥 떠나기에는 아쉬운 탓에 간단하게나마 ANGKOR WAT의 주변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참고적으로 오늘 이 나라 캄보디아의 ANGKOR WAT 하늘은 무진장 뜨겁다. 햇살에 노출된 피부는 따가울 정도로 햇살의 화살이 꽂히는 느낌이다. 과연 적도에 가까운 탓일까..
(ANGKOR WAT 입구에서 허단장님) (ANGKOR WAT 인근 호수에서)
(사랑스런 애마 No.53에서 허단장님) (무적 탱크 No.53에서 송주현)
랠리의 마지막 밤인 오늘 호텔에서는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캄보디아의 전통 공연으로 이국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그 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워 지는 듯한 느낌에 기분마저 새롭고 상쾌해 진다. 전통 공연이 끝나고 곧이어 성공적인 이번 랠리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참석한 이곳 ANGKOR WAT가 있는 시엠립 시의 시장과 캄보디아 문화관광부 장관의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그리고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 이번 ASIA CROSS COUNTRY RALLY 2011 참가팀에 대한 트로피 수여식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저런 상은 아무리 받아도 나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그 자태를 뽐내는 시상 트로피) (시장, 장관과 함께 한국 ADVENTURE CLASS팀)
공식적인 트로피 수여식이 끝나고 이제 우리 모두가 우승자라는 자축 메시지와 함께 오늘이 지나면 내년에나 다시 만날 수 있을 참가자들이 서로 어울려 이별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마지막 단체촬영에 들어간다. 참가자 전원이 먼저 단체촬영을 하고 이어 삼삼오오 계속되는 카메라 플레쉬의 번쩍임에 단상은 한강 고수부지의 불꽃축제를 연상케 한다. 함께 참가한 우리 한국의 정승철 선수 팀은 물론 일본의 ADVENTURE CLASS 팀과도 정말 소중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고 싶지 않은 정지된 시간으로 2012년 ASIA CROSS COUNTRY RALLY 2012를 기약하며 장문의 본 후기문을 마치고자 한다.
(한일 ADVENTURE CLASS 선수팀) (한국 ADVENTURE CLASS 선수팀)
(태국 선수팀과 허단장님 부부) (심사위원과 허단장님)
(한국 ∙ 태국의 운영 위원님과 허단장님 부부) (일본 현역 탤런트 출신 선수 哀川翔[아이카와쇼])
도전하라, 그대 젊은 날들이여~
ASIA CROSS COUNTRY RALLY 2012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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