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입구에서 왼쪽부터 김정영 권혁돈 김명자 오인석 홍석천 오세택 김정숙 이규녀 윤태갑 조성임 박정선 신현민 앞 왼쪽
홍순복 오른쪽 최월용
이 글은 16명 발안 1516의 친구들의 관악산 호수공원 탁족기(濯足記)이다.
‘발을 세탁한다’는 뜻의 탁족(濯足)은 옛사람들의 취미이자 낭만이었다고 문화재청장을
지낸 저명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선생이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권에서 말한다.
그가 경험한 바로는 탁족하기에 경남 함양의 안의 계곡에 있는 농월정 (弄月亭)이 가장
환상적이라고 한다.
탁족은 준엄하기로는 선비가 지켜야 할 바를 말함이어서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흐르는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흐르는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
깨끗한 세태에서는 적극적으로 관직에 참여하고
혼탁한 세태에서는 세상을 멀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한 인간의 기개를 말함에 있어
진의천인강(振衣千仞岡). 천길 우뚝 선 벼랑 위에 서서 옷깃을 휘날리노라.
탁족만리류(濯足萬里流). 만 리 흐르는 강물에 발을 씻노라.
이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세속의 때를 발로 씻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높은 곳에
올라 넓은 세상을 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대우의 창업자인 고 김우중 회장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했던가!
브라질의 아마존 강의 최대 강폭은 평소에는 11km이고 우기에는 40km에 달한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그 하구의 길이는 무려 325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320km)보다도 약간 크다. 참고로 서울의 한강 다리의 폭은 최대 1.2km이고 낙동강 하구 둑의 길는 2.2km라고 한다. 전 세계의 강과 비교하면 한강의 폭도 큰 편에 속한다는데 아마존의 강폭과 하구의 길이는 상상이 안 된다. 국가의 비용으로 누구나 젊은 시절에 아마존을 필수적으로 답사하도록 하는 정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상 보는 눈과 생각이 획기적으로 크고 넓어지리라!
탁족
올라가며 내려가며
앞 모습도 다정해
뒷 모습도
윤회(輪迴)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이 낙엽은 다시 후대의 영양이 되어 영원으로 간다. 영원하면 또한 빠지지
않을 것이 발안 1516의 불명의 우정이 아닐쏘냐!
무너미 고개로 향하며
물론 쉬기도 하면서
폭포 쉼터에서
신림 사거리 오장동 흥남 냉면집에서 뒤풀이
그러나 어찌 탁족의 풍류가 선비에게만 한할 것인가? 가방끈의 길고 짧음을 넘어 시원한 계곡에서 성염(盛炎)의 한더위를 식히는 피서 또는 야유회라는 말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
물론 오늘의 관악산 계곡의 물은 그 크기에 있어 아마존이나 만리 흐르는 강물에 비할 바는
아니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서 보듯
불휘기픈남ᄀᆞᆫ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곶됴코여름하ᄂᆞ니
ᄉᆡ미기픈므른ᄀᆞᄆᆞ래아니그츨ᄊᆡ。내히이러바ᄅᆞ래가ᄂᆞ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니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니 내(川)를 이뤄 바다에 가나니
그 생명이 영원함에 있어서는 아마존, 나아가 태평양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또한 영원함에 있어서 우리 발안 1516 친구들의 우정도 결코 지지 않으리라!
물론 탁족은 한여름의 7.8 월이 제격이겠으나 더위는 늦여름에도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으니 우리는 산수와 함께 오늘 옛사람들의 취미와 낭만에 젖어 청간옥수(淸澗玉水)
에 발을 담가 씻으며 불멸의 우정을 확인하였다.
또한 관악산 입구의 폭포 쉼터에서 우리는 외쳤다.
나이야 가라!
오호라!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온
친구의 피부가 유난히 젊어 보인다!
첫댓글 위 濯足記를 읽으며 저 名文, 屈原의 漁父辭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위에서 인용한 세상과 타협하라는 漁父의 一喝과,
멱라수에 투신한 굴원의 결백한 처세관의 이해충돌은, 기원전 楚나라 때나 이천삼백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茶飯事, 늘 그런 세상인가 봅니다.
박회장님의 박학다식으로 다달이 우리들 이야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주니,
그 필력에 또 한번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