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은 뭐냐? / 윤기경
- 관찰을 본다
- 1 -
“꼴랑 눈만 보였는데…….”
“어디 어디?”
“금방 없어졌네."
초등학교 3학년 노마는 잘 달리는 아이였어.
누구든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빨랐어.
그런데 갯벌에는 아무도 없었어.
아무튼 무수한 구멍들만 보였어.
노마는 그 구멍들 속이 궁금했어.
구멍들 주변은 금방 오간 것들이 있었는지 작은 기포로
"뽀글뽀글!"
('뽀글뽀글!')
거렸어.
부랴부랴 그걸 파헤쳤어.
그때 멀리 있던 동수가 소리를 질렀어.
“여기 있다!”
그건 조개껍질이었어.
동수는 그걸 들고 바보같이 히죽거렸어.
아마도 누군가 조개 알맹이를 먹어 치운 거 같았어.
노마는 갯벌 가득 구멍을 낸 것들이 범인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
바로 뒤 바다는 마냥 작은 파도를 내몰며 시끄럽게 요동치고 있는데 갯벌만 너무너무 조용하다는 게 이상했어.
- 2 -
“이봐! 이봐!”
쥐 죽은 듯 조용한 갯벌에서 수상스러운(이상한) 일이 생겼어.
노마 발아래서 누군가 간지럼을 태우고 있었어.
노마가 고개를 숙여서 들여다봤어.
아주 작은 집게 손이 발등을 노크하고 있었어.
두 눈을 바짝 세운 녀석은 딱딱한 껍질로 무장했어.
한쪽 손은 몹시 크게 보였어.
그게
"짝짝!"
('짝짝!')
가위질했어.
“칠게?”
노마가 순천만에 가서 본 적이 있었어.
무슨 생각인지 게는 갯벌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어.
“코코?”
('코코!')
노마는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어.
하지만 게가 써준 대로 "코코"라는 이름을 써주기로 했어.
코코는 노마더러 따라오라며 손을 흔들었어.
“가자구?”
그렇게 코코가 따라오라는 방향으로 노마는 갯벌을 가로질렀어.
- 3 -
바위틈에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고여 있었어.
그곳에는 제법 여러 생물체가 헤엄을 즐기고 있었어.
“뿌우”
작은 고동이 물에서 비켜 나와 코코를 향해 인사를 했어.
노마도 그 풍경이 여유롭게 보여 좋았어.
고동은 노마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내 친구는 사람들 밥상의 된장찌개에 희생됐어.”
멍게도 바위틈으로 올라와 울고 있었어.
“우리 형도 그랬어.
뿌우뿌!”
그러고 보니 바위틈 담수(바닷물) 안에는 된장찌개 재료로(가) 가득했어.
작은 조개부터 큰 조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돌게며 뿔소라까지 있었어.
“부디!
우릴 함부로 다루지 말라구.”
노마가 코코를 따라가는 중에 뒤통수에 대고 뿔소라가 소리쳤어.
그 소리가 조용한 갯벌에 퍼져 나갔어.
노마는 깜짝 놀랐어.
바다 생물들이 말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노마가 코코를 향해 눈을 부릅떴어.
“우리는 몇 천 번이고 말을 했었어.”
예전부터 게들은 사람 말을 했다고 했어.
“그렇게 친구가 되자고 했는데 배신하더군.”
노마는 코코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
- 4 -
뿔소라는 설움이 받쳤는지 울고 있었어.
멍게도 성게도 조개도 갯지렁이마저도 우는 바람에 바위틈 담수는 울음바다가 되었어.
“얘들이 이러는 건 너희들 탓이야.”
코코는 억울한 표정이었어.
“그래도 너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우리와의 약속을 잘 지켰어.”
멍게가 빨간 여드름을 긁으며 말했어.
동죽은 여태 울고 있다가 볼멘소리로 외쳤어.
“누가 이 갯벌들을 없애고 있는지 알아?”
갑작스레 범인이 누구냐는 투정에 모두 말을 멈췄어.
한꺼번에 노마를 쳐다보고 있었어.
갯벌은 정말 많지 않았어.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서 갯벌을 포장하고 있었어.
거기서 내쫓겨온 동죽이 아직도 부르르 떨었어.
그때였어.
짱뚱어들이 한꺼번에 뛰어오기 시작했어.
“사람들이 온다!”
“갯벌이 사라진다!”
짱뚱어에 이어 새들도 쫓겨왔어.
갈매기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코코는 뛰기 시작했어.
노마도 놀라서 함께 도망가기 시작했어.
“새들이 설마 널 잡으러 오는 거야?”
“그게 아니라 포크레인이 오고 있어.”
“뭐라고!”
진짜 멀리서 중장비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코코와 노아는 우선 급한 김에 갯벌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
검고 부드러운 흙들이 온몸을 감싸안았어.
수천수만 마리의 조개와 낙지, 게, 지렁이들이 무기를 숨기고 반항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
“코코야!
사람들과 싸우면 안 돼!”
노마는 갯벌의 무수한 생물들이 희생될까 봐 걱정이었어.
“너희들이 우리와의 약속을 깼다고 했잖아.”
갯벌의 생명들이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준 만큼 배신당한 상처는 심했다.
코코와 모든 갯벌 친구는 숨죽여 사람들로부터 갯벌을 지키고 있어.
- 5 -
노마는 숨이 턱 막힐 것 같았어.
호흡이 힘들다고 생각된 건 어쩌면 갯벌을 덮는 중장비 소리였어.
노마는 갯벌을 벗어났어.
“노마야! 노마야!”
또 코코가 발끝을 간지럽히는 줄 알고 노마가 아래를 내려다봤어.
“무슨 생각 하니?”
동수였어.
“코코는 어딨어?”
“코코!
그게 뭐야?”
노마는 순간 웃음이 났어.
자신보다 훨씬 작은 코코와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건 그 자체가 꿈이었어.
“노마야!
저기 갯벌 공사하러 온다. 얼른 가자!”
동수는 서둘러 갯벌을 빠져나갔어.
하지만 노마는 좀 더 갯벌들을 지켜야 했어.
갯벌과 사랑의 약속은 아직 진행 중이었어.
발아래 갯벌에는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었어.
오늘만이라도 노마는 갯벌의 동지가 되기로 했어.
포크레인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도망갈 수 없었어.
“갯벌은 우리의 약속이야!”
노마의 음성이 갯벌을 가로질러 나갔어.
노마는 코코와 여러 친구가 희생되는 걸 지켜볼 수 없었어.
☆☆☆☆☆
그림 동화가 완성되었네요.
잘
다듬으면 더 좋은 동화가 되겠어요.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