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일이 성사되는 경우에 흔히 이야기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치에 주목해서 리더십을 제시한 이가 한비자이다. 예전에 이주(離朱)라는 사람은 백보 밖에서도 털끝을 분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이주도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 왜일까? 백보 밖이 가깝고 눈썹이 멀기 때문이 아니라 도리 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획(烏獲)이라는 이가 천근의 무게를 들면서도 자기 몸을 들지 못하는 것도 자기 몸이 천근보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사세(事勢)가 그런 것과 같다. 이런 도리를 뒤로 하고 군주가 이주가 자기눈썹을 보지 못한다고 곤경에 빠뜨리거나 오획이 자신의 몸도 들지 못한다고 추궁하게 되면 아무리 金石과 같은 마음을 지닌 신하라도 그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다. 눈은 자기를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서 거울이 있는 것이니 거울이 눈의 티끌을 비춘다 하여 거울을 나무라서도 안 된다. 이런 事勢를 근거로 도리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明君의 자질이니 이렇듯 남는 것을 가지고 부족한 것에 채우면서 긴 것으로 짧은 것을 이어주는 것이 밝은 리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