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막 전문의가 된 새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구요.
책을 쓰는게 꿈이라서 제가 배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재해보는 정신과 이야기 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성격이란 뭘까? 많이들 궁금해한다. 사실 정의내리기 엄청 어렵다.
그렇지만 오늘은 성격에 대해 이런저런 잡설을 풀어보고 싶다.
주제는 '과연 좋은 성격은 무엇인가?'이다.
먼저 '좋은 성격'을 알려면 '성격'이 뭔지 알아야 한다.
위에서 말한대로 정의내리기 엄청 어려우니까, '성격'의 특징을 2가지만 잡아보자.
'나는 직설적으로 말해야 하는 성격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고정된 생활 방식을 성격으로 규정했다.
이 말을 들으면, 그 앞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나를 기분나쁘게 만드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직설적으로 말해야 하는 성격이야.'
라고 하면 좀 비겁한 느낌이 든다.
'(정의에 위배되는 행동을 보면 나보다 강한사람에게라도 잘못을 지적해야 하므로) 직설적으로 말해야 하는 성격이야.'
라고 하면 상당히 대단해 보인다.
결국 성격이란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개인이 반응하는 고정된 방식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사람이 강인지 약인지만으로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약약강강인지, 약강강약인지까지 따져야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성격'이라면, '어려운 조건에서도 옳은 가치를 행하는 방향으로 고정된 반응 방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또다른 성격의 특징 하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예는 제목에도 쓴 '너 인성 문제 있어?'이다.
최근 인터넷 밈으로 흥한 일갈이다.
아마 한국말에 서툰 사람이 말을 하다보니 성격 대신에 인성이라는 말을 쓴 것 같다.
가짜사나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으로 파악해보면
'(조금밖에 안 힘든 명령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그 쉽게 포기하는) 너 인성 문제 있어!'
라고 숨겨진 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위에서 이야기한 '옳은 가치'가 뭔지를 고민하는 요소가 포함된다.
수직적인 공무원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힘들고 이상한 명령이라도 일단 참고 따르는 것이 그 집단에서 옳은 성격이 될 것이다.
수평적인 사회라면 (예를 들면... 한국에는 없나? 뭐 서양의 개인주의 사회 정도라고 해보자) 이상한 명령은 따르지 않는 것이, 그리고 부당한 얼차려라고 판단한다면 저항하는 것이 옳은 성격이 될 것이다. 주변 상황이 강압적이라면, 일부러 실패하는 형태로 수동적인 저항을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즉, 같은 성격이라도 그 성격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가 있고 아닌 곳이 있다는 말이다.
말을 한 사람의 성장 배경과 당시 가짜사나이의 훈련 상황을 조합하면
'(너는 명령을 들으면 참고 수행해야하는 사회에 들어왔는데 그렇지 않으니) 너 인성 문제 있어!'가 된다.
이 괄호 안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이근 대위의 말을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낄 것이다.
괄호 안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불쾌하고 아니꼬울 것이다.
위 두가지 내용을 바탕으로 '좋은 성격'이란 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정의해보자.
'개인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 옳은 가치를 행하는 방향으로 고정된 반응 방식이, 그 개인의 반응 방식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우' 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 개인은 여러 사회에 속해있다.
나는 가장이자 직장인이고 아들이다.
그런데 내 반응 방식은 고정되어 있고 인간의 변화 능력은 한계가 있다.
결국 아무리 노력하고 훈련을 해도 '좋은 성격'이 될 수 있는 역할은 1~2개 뿐이다.
그래서 최고의 친구이지만 최악의 남편인 사람이 있고, 최고의 남편이지만 고문관인 상사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좋은 성격'이라는 것은 굉장히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격은 장단점이 있는 것이지, 좋다-나쁘다는 굉장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이고 상황적이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 사람 성격 나빠'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더 나아가서는 '그 집단은 성질이 이상해'라는 말도 쉽게 하면 안될 것이다.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집단의 단 일면만이 나쁜 것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뭔가 막 쓰다보니 글이 이상하네요. 다음에는 뭔가 좀 더 목적성을 가지고 써봐야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종종 병원을 찾아가곤 한답니다. 우직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거 같더라구요. 늘 (좋게말하면)다양화된 사람들 앞에서 원칙에 충실한다는게 이렇게 피곤하고 사람을 병들게 만들줄은 몰랐어요. 앞으로 한국에서 정신 신경과가 많이 늘고 더 발전하고 전문화가 되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만
감사합니다! 나라 정책이 정신과는 나름 키워주는 것 같아서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신기하군요....ㅇㅇ
더 신기한 것 많이 써볼게요 ㅎㅎ
옳은 이야기입니다. 사람, 그리고 성격이 하나여도 결국 어떤 상황에서냐에 따라 비춰지는 면이 많이 틀리죠... 그덕에 선입견에 빠지기도 쉬운게 인간관계인듯...
요새는 인터넷에 선입견을 확신하시고 엄청나게 달려드는 분들이 많아서 무서워요 ㅠㅠ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됩니다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과 도덕적인 사람은 다르죠. 범죄자의 악행이나 도주를 돕는다면 적어도 그 범죄자에게 난 착한 사람일테니까. 하지만 도덕적인 사람은 누군가의 개인적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나쁠 수 있어도 객관적으로 도덕적일 수 있죠. 마찬가지로 상황과 입장, 역할에 따라 개인의 태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죠. 학교에서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와 집안에서의 나가 다르듯이. 이렇듯 각각의 "페르소나"는 예컨데, 사회에선 존경받는 사람이지만 가정에선 엄하고 소홀한 나쁜 가장이나 아빠가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요. 잘 읽었습니다. 개인방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정신과 입장에서는, 어떤 관념이 확고한 사람보다는 적절한 페르소나를 상황/입장/역할에 따라 쉽게 잘 갈아끼워서 모든 사회에 적절하게 응대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도 시대에 따라서 변할 것이고, 현대에서는 더더욱이나 순식간에 변하겠지요. 그런데 인간이 가진 성격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그렇게 상황에 따라 바뀌지를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는 내용입니다 ㅎ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세련되게 글 다듬는 기교만 는다면 재밌고도 유익한 좋은 글을 잘 쓰실 재능이 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살다보면서 이게 좋은가? 좋은게 진짜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얘기 더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