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Kyushu 자전거여행은 진짜 자전거여행이었다. 여행 중에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했다. 부산에서 페리선으로 Fukuoka로 가서 32일 동안 약 1,030km를 자전거로 달려서 Kyushu 섬을 일주하고 Simonoseki에서 페리선으로 부산으로 귀국했다. 하루에 평균 52km를 평균 시속 13km로 달렸다. 하루 평균 주행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그만하면 내 나이의 자전거여행 초보자로서는 만족할만한 기록이다. 아래 글은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쓴 여행 준비 과정에 관한 글이다. 호주-뉴질랜드 자전거여행 우선 올해 초에 했던 호주-뉴질랜드 자전거여행 얘기를 잠깐 해야겠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세계 배낭여행을 해왔지만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을 한 것은 호주-뉴질랜드 여행이 처음이었다. 6개월 동안에 10,000km를 자전거를 타고 다닐 계획을 하고 올해 1월 중순에 떠났는데 3개월 반에 약 1,500km만 자전거를 탔다. 아주 실망스러운 결과다. Lonely Planet에서 나온 "Cycling New Zealand"와 "Cycling Australia"라는 자전거여행 안내서를 가지고 자전거여행 계획을 했는데 두 책에 나오는 100여개의 자전거여행 코스 중에서 제일 쉽고 짧은 코스 20여개만을 선택했다. 그 정도면 6개월 동안에 적당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가서 해보니 어림도 없게 많은 양이었다. 자전거여행 안내서에 4시간 걸리는 코스라고 나와 있으면 나에게는 8시간 걸리는 코스였다. 그렇다고 4시간 정도만 달리고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주위에 숙식을 할 수 있는 도시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텐트를 가지고 갔지만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역시 도시나 마을 근처 아니면 불가능했다. 도시 아니면 농장, 목장이거나 허허벌판이었는데 도로변에 철조망이 쳐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철조망너머로 들어간다 해도 텐트를 칠만한 곳이 없었다. 결론은 호주나 뉴질랜드 자전거여행은 자전거여행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나 할 것이지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몇 시간 달리다가 피곤하면 쉬고 갈 수 있는 도시가 주위에 항상 있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맞는 것이다. 동남아와 유럽도 아마 그럴 것 같다. 호주나 미국 같이 땅이 넓고 도시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비록 호주-뉴질랜드 여행은 자전거여행으로서는 실패작이었지만 자전거여행에 관한 경험은 많이 했다. 이번 일본 자전거여행과 특히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6개월간의 서유럽 자전거여행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했다. 그러니 100% 실패는 아니었다. 나의 호주-뉴질랜드 여행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나의 여행기의 (cafe.daum.net/elsonpark) 대양주 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기간과 여정 일본 자전거여행도 내년 서유럽 자전거여행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일본 자전거여행의 기간은 10월 31일에 시작해서 12월초에 끝날 것이다. 원래 계획은 9월과 10월 2개월 동안 하는 것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11월 한 달로 변경되었다. 10월 31일 부산에서 페리선으로 Kyushu 섬의 Fukuoka로 가서 우선 Kyushu 섬 일주를 시작할 것이다. Fukuoka에서 Nagasaki, Kumamoto, Kagoshima, Myazaki, Kyushu 동해안, Beppu, Aso 산을 거쳐서 Kyushu섬 일주를 끝낼 것이다. 다음에는 Honshu 섬으로 건너가서 Osaka쪽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12월초에는 귀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Honshu섬 여행은 별로 많이 못할 것이다. 12월초에 Honshu 섬 적당한 곳에서 여행을 끝내고 페리선이나 항공편으로 귀국할 것이다. 장비 이번에 사용한 자전거는 호주-뉴질랜드 여행 때 사용한 자전거인데 미국 사는 딸이 대학생 때 사용했던 15년 묵은 Specialized란 상표의 자전거다. 무게가 페달 합해서 13.5kg인데 한 3kg 정도 덜 무거웠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10kg 정도 되는 새 자전거를 사려고 했으나 마땅한 자전거를 찾지 못했다. 내년 3월 서유럽 자전거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3kg 정도 덜 무거운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면 그만큼 힘이 덜 들 것이다. 그러나 어느 자전거 상점주인 말대로 "지고 다니는 것 아닌데 자전거가 좀 무거우면 어때요." 지금 자전거를 계속 사용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거운 만큼 다리 근육을 키우면 된다. 자전거가 튼튼하고 짐이 가볍고 (아래 참조) 내 몸 무게가 57kg 정도라 자전거에는 별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전거 고장도 거의 나지 않을 것이다. 3개월 반 동안의 호주-뉴질랜드 여행 중에 한 번도 타이어 펑크가 나지 않았다. 체인이 몇 번 빠진 것이 전부다. 그래서 자전거 수리를 위한 공구와 스페어 부속품은 최소로 가지고 다닌다. 펑크 난 튜브를 때우는 패치, 내 자전거 바퀴에 맞추어서 특별히 준비한 spoke 정도다. 펑크를 때울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서 스페어 튜브 하나를 가지고 다닌다. 그러나 자전거를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공구는 모두 가지고 다닌다. 일본은 호주-뉴질랜드나 유럽에 비해서 자전거를 기차나 버스에 실을 때 규정이 까다로운 것 같아서 자전거 완전 해체에 대비해야 한다. 더구나 일본에서는 해체한 자전거를 꼭 백에 넣어야 한단다. 한국에는 무거운 백 밖에 없어서 가벼운 백을 일본에 가서 살 생각이다. 일본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로 접어지는 자전거 백을 살 수 있단다. 짐 자전거는 무거운 편이지만 짐은 최소다. 자전거여행자들은 보통 20kg 정도의 짐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으로 안다. 작년 가을 국내 자전거 정비교실에서 만났던 한국 청년은 6개월간의 동남아와 호주 자전거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짐 무게가 무려 35kg나 되었다. 야영을 하면서 자전거여행을 할 계획이라지만 35kg은 너무 많다. 청년은 체중도 75kg은 족히 될 건장한 체격이어서 자전거가 무리가 많이 갈 것이다. 자전거여행 중에 생기는 자전거 고장의 대부분은 지나친 짐의 무게 때문에 생긴단다. 나도 작년 자전거여행을 처음 생각 했을 때 그런 식으로 계획을 했다. 대부분 자전거여행자들이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도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Trek 520 모델이나 Surly Long Haul Trucker 같은 제법 무게가 나가는 자전거를 구입하고 앞뒤 패니어 (pannier) 가방에 야영을 할 수 있는 최소 20kg 정도의 짐을 싣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동대문 전철역에서 세계 일주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는 미국 청년을 만나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그 청년의 짐 무게는 놀랍게도 7kg 정도였다. 대부분의 자전거여행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무게가 좀 나가는 패니어 가방도 없고 자전거 짐받이에 실은 350g 무게의 가볍게 보이는 조그만 배낭이 짐의 전부였다. 그 청년은 그런 가벼운 짐으로 약 2년간의 세계 자전거여행을 하고 한국을 마지막으로 하고 귀국 직전에 있었다. 아마 그런 식으로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은 전체 자전거여행자의 5% 이내일 것이다. 결국 나도 그 청년 식으로 짐을 줄이기 시작해서 모든 장비를 최경량으로 장만하기 시작했다. 텐트, 침낭, 취사도구 등 모든 것이 최경량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최경량으로 자전거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올린 정보가 많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9.3kg의 짐을 가지고 (음식과 물은 포함 안 하고) 호주-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 도중에 야영할 생각을 버리고 텐트, 침낭, 취사도구를 한국으로 보내고 나니 짐이 약 7kg으로 줄었다. 일본 여행의 짐은 더 줄어서 짐 무게는 아래와 같이 약 5kg이다. - 소형 배낭에 든 물건 2.8 kg - 허리에 차는 소형 백에 든 물건 1.2 kg - 자전거에 부착된 물건 1.0kg - 전대에 든 물건 150g 그 외에 1kg 정도의 식품과 1kg 정도의 물을 자전거에 부착하고 다닐 것이다. 몸에 지고 다니는 짐은 불과 4kg 정도인데 흡사 1박 2일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짐은 모두 몸에 지거나 자전거 부착하니 자전거에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짐받이도 없다. 이런 식으로 내년 6개월 서유럽 자전거여행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나도 좀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경비 호주-뉴질랜드 여행에는 3개월 반에 약 $12,000을 썼다. 하루에 평균 $115을 쓴 셈이다. 일본은 조금 더 들 것 같다. 특히 숙박비가 호주-뉴질랜드보다 더 들 것 같다. 그래서 하루에 $130 씩 35일 계산해서 $4,500 정도 쓸 것을 생각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서 준비 설명을 더 하겠다. 자전거는 딸이 대학생 때 쓰던 15년 묵은 Specialized란 상표의 중고 자전거다 페달을 포함해서 무게 13.5kg의 산악자전거다 기어는 앞에 3, 뒤에 8, 총 24단이지만 실제로는 8단 정도만 사용한다 26인치 바퀴에 1.5 인치 타이어다 페달은 미끄러움 방지 기능이 있는 보통 신발용이다 안장은 가장 편하다고 알려진 Brooks 안장이다 현재 속도, 평균 속도, 주행거리, 주행시간 등을 알려주는 속도계는 장거리 자전거에 필수품이다 나침판이 있는 찌르릉 종도 유용한 물건이다 케이블 잠을쇠 깨지거나 찢어진 물건을 임시로 수리하는데 유용한 수도관 수리에 쓰이는 테이프를 프레임에 감고 다닌다 내 자전거에 맞추어서 특별히 만든 비상용 spoke도 자전거 프레임에 붙이고 다닌다 탑 프레임에 걸려있는 좌우 두 개의 주머니에는 자전거 공구와 우비 재킷과 우비 하의가 들어있다 시트 포스트에 달려있는 조그만 백에는 스페어 튜브와 조그만 잠을쇠가 들어있다 1리터 물병 외에 빈 2리터 물병을 (collapsable) 따로 가지고 다닌다 450g 무게의 카메라 삼각대도 자전거 프레임에 붙이고 다닌다 식품 백을 핸들에 달고 다닌다 식품 백에는 라면, 식빵, 피넛버터, 잼, 소시지, 커피 등이 들어있다 최경량의 소형 배낭 배낭에 달린 조그만 백에는 소형 카메라와 은행카드 크기의 전자계산기를 넣고 다닌다 2.8kg 무게의 배낭에는 갈아입을 옷, 슬리퍼, 모자, 스웨터, 우산, 그리고 세면도구, 전자기기 부속품, 약, 기타 소모품이 들어있다 허리에 매고 다니는 fanny pack에는 8인치 삼성 갤럭시 노트, kindle, MP3 플레이어 등 전자기기와 자질구레한 그러나 꼭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있다 항상 몸속 허리에 차고 다니는 전대에는 여권, 현금, 은행카드, 여행기와 사진 백업용 SD 메모리 카드가 들어있다. 여행기와 사진 백업은 매일 한다. 나의 여행 파트너 네 가지 전자기기: 8인치 삼성 갤럭시 노트는 나의 여행용 컴퓨터, 내비게이션, 전화, 여행안내서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는 데도 사용하는데 약 40편의 영화를 SD 메모리 카드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그러나 영화를 볼 시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킨들은 전자책을 읽기 위한 것인데 약 200권의 책이 들어있다.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인데 약 1,000여곡의 음악이 들어있다. 과거 여행에는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110g 무게의 최소형 카메라를 즐거운 마음으로 가지고 다닌다. 이것이 일본 자전거여행을 할 때의 내 모습일 것이다 머리에는 얇은 자전거여행용 모자 위에 헬멧을 쓴다. 헬멧에는 소형 백미러가 붙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