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영향인지 요즘은 온통 세상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영어공부를 할 때 사전에 blue라는 단어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파란이라는 뜻 외에 우울한 이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줄을 그어가며 암기한 적이 있습니다. 온 세상이 비로 인해 파랗게 되면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 쉽습니다.
주역에는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아홉 글자의 뜻을 우리말로 풀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영원하다'라는 뜻으로, 여기서 궁하다는 것은 난관에 부딪혔다는 뜻입니다. 인생에도 맑은 날씨처럼 화창하고 즐거운 날이 있는 반면 장맛비가 내리는 날처럼 우울하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는 날이 있습니다.
주역은 인생의 고난과 역경도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변화한다는 것을 가르치며 힘든 순간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고 최선을 다하면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주역의 위 구절을 읽다가 문득 제가 좋아하는 고전 명구가 생각났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하실 적에는(天將降大任於是人也)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必先苦其心志)
몸을 아프게 하고(勞其筋骨)
몸을 굶주리게 하며(餓其體膚)
자신을 가난하게 하여(空乏其身)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行拂亂其所爲)
그 이유는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며(所以動心忍性)
능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增益其所不能) -맹자-
억수비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맑은 날이 오듯 인생의 역경도 매 순간 성실히 임하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이만 두서없이 적은 철학에세이는 마무리하고 오늘의 토론 주제를 쓰겠습니다.
역학의 분파는 크게 의리역학과 상수역학으로 나뉜다.
상수를 중심으로 하는 역학의 대표자는 소옹(邵雍)이요 의리를 중심으로 하는 역학을 대표하는 이는 왕필(王弼)과 정이(程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희(朱熹)는 정이의 의리역학을 계승하면서도 한편으로 소옹의 상수역학을 받아들이고 주역이 점 책이라는 점을 충실히 드러내는 주석을 하였다.
의리역학은 『주역』의 문사(文辭)를 통하여 『주역』의 철학 대의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즉 『주역』을 도덕과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보고 천지간의 이치를 밝히는 데 목적을 둔다. 정이는 주역을 그 당시 지식인들의 도덕적 측면 즉 사회·정치적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행위를 가르치는 문헌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도록 했다.
상수역학은 재난이나 자연의 이상 현상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명리학으로 발전했다. 훗날 천간지지(天干地支)가 가미돼 세속화된 명리학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주역이 바로 이것이다. 즉 상수역학은 『주역』을 수리와 예언의 책으로 보며 해석을 중요시하는 입장이다.
둘 중 어느 관점을 지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