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4년 5월 21일, 금요일, Iquitos, Hobos Hideout (오늘의 경비 US $6: 숙박료 15, 맥주 5, 환율 US $1 = 3.50 sole) 거의 7개월 만에 페루에 다시 돌아왔다. 7개월 전 페루를 떠나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브라질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오늘은 아마 남미 여행 중에 제일 힘들었던 날 같았다. 우선 10시간 걸린다든 배가 16시간이나 걸렸다. 새벽 4시에 브라질의 Tabatinga를 떠나서 밤 8시에나 Iquitos에 도착한 것이다. 타고 온 배는 16인 승의 소위 "fast boat" 이었는데 경주용 배같이 생긴 모터보트였다. 처음에는 고급 배처럼 생각이 들었는데 타고 보니 지옥 같은 배였다. 만원에다가 빈 공간은 짐으로 꽉 차여 있고 의자는 소형 의자라 일단 앉으면 꼼짝도 할 수도 없었다. 배 위는 포장으로 덮여져 있고 플라스틱 창이 몇 개 있어서 내부는 침침하고 후텁지근했다. 물론 배 안에는 화장실도 없었다. 이런 배는 한 30분 타라면 모를까 16시간 동안 탄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사람이 아니라 짐짝으로 탄 것이다. 그것뿐인가, 10여 번이나 엔진 고장이 났다. 고장이 날 적마다 선장은 배를 강 한가운데 세우고 고치고 떠난다. 그래도 고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제일 힘든 것은 과속을 하는 것이다. 흡사 총알택시처럼 달리는데 속도가 시속 80km는 되는 것 같았다. 낮에는 그런 대로 괜찮았는데 어두워지면서부터는 겁이 났다. 강 여기저기 떠다니는 통나무와 충돌 할 것 같아서이다. 충돌했다 하면 배는 하늘로 뜰 것이고 그 다음에는 침몰이다. 꼼짝없이 당하는 것이다. 꼭 가로등 없는 밤길을 헤드라이트 없이 달리는 차와 같다. 정말 지겨운 16시간이었다. 이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천천히 달리는 큰 배로 왔을 것이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큰 배가 틀림없이 있을 거다. Lonely Planet은 이렇게 위험한 배를 주의의 말 한마디 없이 소개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마 Lonely Planet 저자가 탔을 때는 쾌적한 여행이었나 보다. 아니면 타보지도 않고 글을 썼거나. Iquitos에 도착했을 때는 꼭 죽다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함께 탄 영국 부부는 포켓 나이프를 보이며 배가 침몰하면 그 나이프로 바로 머리 위에 있는 배의 포장을 찢고 탈출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탈출이 가능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Iquitos에 도착해서 그 동안 같이 행동하던 우리 다섯 명 외국 배낭여행객들은 변변히 인사도 하지 않고 뿔뿔이 헤어졌다. 둘씩 짝이니 나만 혼자다. 이메일 주소도 교환하고 같은 호텔에 들어서 저녁 식사도 같이 하며 그 동안의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호텔을 찾아서 다른 방향으로 나섰는데 나는 결국 영국 부부와 다시 만나서 같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독방이 없어서 침대가 7개 있는 기숙사형 방에 같이 들었다. 영국 부부는 제일 안쪽 침대 둘을 차지하고 나는 제일 바깥쪽에 있는 침대를 차지했다. 호텔 이름이 Hobo's Hideout인데 재미있는 이름이다. Lonely Planet에 소개가 안 된 곳인데 남미 여행 중 어느 여행객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곳이다. "호보의 은신처"라는 뜻인데 "호보"는 미국 대공황 때 일거리를 찾아서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노숙자들을 부르던 말이다. 이 호텔은 순전히 외국 배낭여행자 상대인 모양인데 조그만 정원, TV 룸, 라운지 등이 있고 정글 테마로 아담하게 단장을 한 곳이다. 정글 관광 소개도 한다. "한국에도 이렇게 길 한가운데 큰 구멍이 있어요?" 하고 묻던 영국 여자 말이 생각난다. 새벽에 Iquitos로 떠나는 배를 타러 숙소를 나서서 선착장으로 걸어갈 때였다. 껌껌한 길 한 가운데 큰 구멍을 발견하고 놀래서 피해가던 영국 여자가 나에게 묻는 말이었다. "있기는 하지만 경고판이 꼭 있지요." 하고 대답했다. 영국 여자가 다시 "영국에는 이런 구멍이 경고판 없이 있으면 당장 고소당하지요." 한다. 당연한 얘기다. "한국에는 ..." 하고 물었을 때 이 여자 생각은 어떤 것 이였을까? 외국 사람들이 보는 한국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컴퓨터 기술이 앞선 나라, 휴대폰 기술과 사용도가 높은 나라, 월드컵 축구를 주최한 나라, 삼성, 현대, LG의 나라 등 긍정적인 얘기가 들리는가 하면 동시에 개고기 먹는 나라, "북한은 지금 ...",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축구경기에서는 좀 ..." 하는 부정적인 소리도 들린다. 그 여자가 "한국에는 ..."하고 얘기했을 때는 한국도 브라질처럼 경고판 없이 길 한가운데 구멍이 있는 나라로 생각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안 좋았다. 여행지도 악몽 같았던 "fast boat", 보기엔 멀쩡했지만 "death trap"이었다 페루 입국을 위해 잠깐 들렸던 조그만 원주민 마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비가 많아서 지붕이 높다, 텅 빈 듯한 천장은 창고다 바나나를 가득 실은 배 마을 소년들 마을 소녀 두 명, 사진을 찍으려하니 몹시 부끄러워했다, 너무나 순수한 표정이다 배가 고장이 나서 이 마을에 들려서 고쳐서 갔다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Iquitos, Hobos Hideout (오늘의 경비 US $88: 숙박료 15, 저녁 11, 인터넷 13, 항공료 $74, 기타 2, 환율 US $1 = 3.50 sole) Iquitos는 인구 50만의 제법 큰 도시이지만 시내 중심에서만 빙빙 도는 나로서는 얼마나 큰지 알 수 없다. Cuiaba 같은 도시에서는 고층 건물이 많이 보였었는데 이곳은 있는지 없는지 하나도 안 보인다. 매우 시끄러운 도시다. 모터 택시들 때문이다. 모터 택시는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바퀴가 셋 있는 택시인데 보통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버스나 보통 택시는 안 보이고 어디를 가나 모터 택시들뿐이다. 이 도시 주 교통수단인 모양이다. 아침에 주방에 나가서 커피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만들어서 옥상 정원에 올라가서 어제 밤에 산 과자와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 이 숙소는 외국 배낭여행자들로 꽉 찼다. 방 값은 내가 든 기숙사형 방이 15 sole인데 아침 식사를 포함시키려면 8 sole을 더 내야 한다. 아침 식사를 이곳에서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싼 때문이다. 브라질 Olinda의 호스텔 생각이 난다. 18 real에 푸짐한 아침 식사가 포함되었었다. 옥상 뒤에 Tiki Hut과 같은 방에 머물고 있는 여자 배낭여행객 셋과 얘기를 나눴다. 미국 영어를 하고 있어서 반가워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둘은 미국 Minesota 주에서 왔다 한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Minesota 주를 배경으로 한 "Lake Obegon Story"라는 책 얘기를 했더니 자기네도 읽었다며 그 책의 저자의 고향인 Lake Obegon은 Minesota 주의 St. Cloud라는 도시에서 4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900명의 조그만 마을인데 진짜 이름은 아니라 한다. "Lake Obegon Story" 책은 미국 농촌 생활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소설에 나오는 이 소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노르웨이 이민의 후세들인데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직종은 은행가, 변호사, 신문기자라 한다. 농부들을 착취하는 비생산적인 사람들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직종들은 유대인들이 제일 많은 직종이다. 왜 유럽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그렇게 싫어했는지 이 소설에 나오는 농부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다. 세 번째 여자는 영어가 독일식 영어 같아서 독일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네덜란드에서 왔다 한다. 외국 배낭여행객들은 여행 중 주로 영어를 쓰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영어 악센트를 접하게 된다. 미국 악센트를 들으면 반갑고 영국 악센트는 제일 알아듣기 힘들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북유럽, 동유럽 사람들의 영어는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미국 영어 악센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도 다 알아듣기 힘든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만 그런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영국 안에도 사투리가 많은 모양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참 못한다. 한국 사람들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같은 유럽 나라인데 유독 프랑스 사람들만 그렇게 영어를 못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프랑스 사람들보다는 조금 날 것 같다. 오늘은 페루 수도 Lima로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 그리고 더 이상 필요 없는 약간 남은 브라질 돈을 바꾼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했다. 이메일을 하고 미국과 한국 신문을 대강 훑어보고 브라질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냈다. 페루에서 만났던 Slovenia 친구 Damjan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Slovenia에 꼭 한번 오란다. Slovenia는 구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는데 인종은 슬라브족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오스트리아에 가깝고 종교도 가톨릭이란다. 알프스 산 경치가 좋아서 "미니 유럽"이라 불린단다. 미국에 사는 세 애들에게서도 이메일이 와 있었다. 다 열심히 잘 살고 있다하니 다행이다. 어제 저녁은 6 sole인데 맥주를 시켰더니 5 sole이 더 나왔다. 이곳은 브라질과는 달리 캔 맥주가 아니고 1리터 짜리 큰 병맥주다. 나에는 너무 많다. 버리기도 아깝고 자주 마시지 말아야겠다. 모터 택시로 하루 종일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운 Iquit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