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31일, 월요일, Cuenca, Hotel Pichincha (오늘의 경비 US $21: 숙박료 $4.50, 점심 $0.80, 인터넷 $1.35, 간식-저녁 $12.40, 식료품 $1.80) 에콰도르는 자국의 화폐가 따로 없고 미화를 공식 화폐로 쓴다. 남의 나라 돈을 자국의 화폐로 쓰는 나라는 처음 본다. 에콰도르의 첫 번째 도시인 Cuenca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페인 풍 도시란다. 페루 Tumbes에서 국경을 넘을 때 에콰도르 수도 Quito를 가는데 Guayaquil을 거쳐서 갈까, Cuenca를 거쳐서 갈까 한참 망설이다가 Cuenca를 택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오늘은 섭씨 18도 정도의 온도에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청명한 날씨다. Cuenca는 지금 까지 본 남미 도시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도시이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외국 여행자를 편하게 해주는 도시다. 중앙광장에 가도 달라붙는 사람이 없고 여행객만 상대로 하는 상점도 없다. 사람들도 깨끗하고 친절해 보인다. 어쩌면 페루와는 이렇게 다를까? 페루와의 국경을 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다가 이곳에 오니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다. 어제 밤 Cuenca로 오는 버스기사는 큰 버스를 흡사 경주용 차를 몰듯이 몰았다. 20대 말로 보이는 기사는 운전대를 거의 몸으로 꽉 껴안고 밤길을 미친 듯이 몰아댄다. 앞차를 계속 추월하면서 달렸다. 한동안 안개가 자욱이 낀 곳을 달릴 때만 약간 속력을 줄였다. 큰비가 금방 내렸었는지 도로가 많이 파이고 도로 여기저기에 큰 돌이 있다. 그런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커브를 돌 때도 커브에 바짝 붙어서 돌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는 속력을 줄이기커녕 속력을 올린다. 며칠 전 브라질 Tabatinga에서 탔던 "fast boat" 생각이 난다. Cuenca에 도착하니 Tabatinga에서처럼 죽다가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Cuenca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도시다. 페루 도시들과는 달리 100% 안전하게 느껴진다. 아침 9시쯤 호텔에서 두어 블록 떨어진 중앙광장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페루 도시와는 달리 실직자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군악대가 음악을 울리며 행진이 광장 쪽으로 온다. 데모인가 하고 보니 금연 선전을 하는 행진이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남미 다른 나라에서는 행진이라 하면 주로 정치적인 데모인데 이곳의 금연 행진은 참 보기 좋다. 근처 빵 가게에서 금방 구어 낸 빵을 사먹었다. 그리고 아침 겸 점심으로 미국식 hot dog을 사먹었다. 남쪽으로 걸어가니 강이 나온다. 물살이 제법 세다. 강 양쪽에는 고급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강물이 깨끗하고 강 주위 경치를 자연 그대로 보존해서 참 보기 좋았다. 서울의 청계천을 이 강처럼 만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청계천은 너무 자연적이지 못하다. 강변을 따라서 한참 산보를 했다. Cuenca에는 이런 강 서너 개가 시내를 통과해서 흐른단다. Cuenca는 제법 큰 도시인데 어떻게 강을 이렇게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아침에 관광 안내소에 들렸는데 직원이 떠듬거리는 영어로도 성심껏 도와준다. 에콰도르의 명물 기차 Nariz del Diablo 기차 시간을 알아보느라고 들렸는데 직원이 여러 군데 전화를 걸어서 알아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참 친절하다. 에콰도르를 여행하면 Cuenca를 빼놓지 말고 들리라고 꼭 권고하고 싶다. 여행지도 "에콰도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름다운 도시 Cuenca, 에콰도르에서 옛날 건물들이 제일 잘 보존된 도시란다 중앙 광장에 있는 아름다운 Cuenca 성당 "아빠 엄마 담배 끊으세요" 금연을 위한 가두 행진에 나온 어린이들 Cuenca 시내를 흐르는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강물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 보이는 강이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