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7일, 월요일, Pasto, Colombia, Koala Inn (오늘의 경비 US $21: Tulcan 행 버스 $4.80, 택시 $2, 미니버스 $2, 이상 에콰도르; 숙박료 12,000, 간식 3,300, 햄버거 6,000, 맥주 1,500, 커피 500, 식료품 1,600, Pasto 행 버스 5,000, 택시 2,400, 인터넷 1,500, 이상 콜롬비아, 환율 US $1 = 2,700 peso) 모든 일이 척척 잘 된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만들고 짐을 싸서 Quito 숙소를 나서니 5시 40분이다. 어제 방값을 다 치렀으니 아침에 체크아웃 하는데 시간이 안 걸린다. 택시를 잡아서 타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사고 에콰도르-콜롬비아 국경도시 Tulcan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니 10분 정도 후에 버스가 떠난다. 시내를 빠지는 데는 며칠 전처럼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이른 버스를 타서 걱정이 없다. 아침에 숙소에서 만들어 온 커피와 비스킷으로 버스 안에서 아침을 들었다. 날씨가 다시 흐려서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별로 볼 것이 없다. 그러나 산을 거의 완전히 덮은 바둑판 모양의 밭은 역시 눈길을 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5시간 달려서 오전 11시경에 Tulcan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로 바꿔 타고 국경으로 가는 미니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미니버스를 타고 국경에 도착했다. 에콰도르의 출국수속과 콜롬비아의 입국수속을 간단히 마쳤다. 콜롬비아 비자를 수수료 없이 쉽게 준다. 지금 까지 다닌 남미 나라들 중에 파라과이와 브라질만이 비싼 수수료가 있었을 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없었다. 비자를 내주는데 돈을 받는 것은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세계 제 1의 부자 나라인 미국이 돈을 받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된다. 국경에서 미화 $60을 콜롬비아 돈 2,550 peso로 바꾸고 미니버스를 타고 콜롬비아 쪽의 국경 도시인 Ipiales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던 Pasto 행 버스에 올랐다. 어쩌면 페루 국경과는 이렇게 다를까. 페루-에콰도르 국경을 넘을 때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곳은 아주 쉽고 편하게 넘었다. 베껴 먹으려는 사람도 없고 두 나라 출입국 사무소가 국경에 가까이 있어서 편했고 출입국 사무소에 일하는 직원들도 친절했다. Ipiales를 떠나서 오후 3시경 콜롬비아에서 첫날밤을 묵는 도시 Pasto에 도착했다. Pasto는 제법 큰 도시다.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는데 차가 많아서 한참 걸렸다. 버스 터미널은 규모가 크고 깨끗하고 시설이 좋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콜롬비아 버스 노선 중에서 Pasto에서 Popayan으로 가는 노선이 게릴라 위험이 제일 많다는데 이 버스 터미널을 보아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버스 출발시간을 체크했더니 새벽부터 거의 매 시간마다 버스가 있었다. Popayan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니 내일 아침 9시 버스를 타면 적당할 것 같다. 택시를 타고 Lonely Planet에 나온 숙소 Koala Inn까지 2,400 peso를 주고 갔다. 미화 $1이 채 안 되는 싼 요금이다.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있었는데 주위는 매우 번잡했지만 호텔 안은 조용했다. 호텔 가판 옆에 "Welcome Backpackers" 라고 쓰여 있어서 반가웠다. 호텔은 옛날 건물을 개조했는데 건물 한 가운데 있는 아담한 마당을 둘러싸고 방이 3층까지 있다. 방 값은 12,000 peso로 에콰도르보다 약간 비싼 것 같았다. 짐을 풀어놓고 중앙광장으로 나갔다. 광장 한쪽에 조그만 쇼핑몰이 있는데 그 안에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반시간 정도 인터넷을 했다. 카페 주인이 영어를 하는 것 같아서 말을 걸었더니 유창한 영어다. 미국 악센트여서 미국서 왔느냐고 물으니 칠레에서 왔는데 미국에 유학을 했단다. 이 나라의 게릴라 상황에 관해서 물어보니 2, 3년 전 사정과 별로 다를 바 없는데 밤 버스를 타지 않고 너무 후진 지역에만 안 가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다. 게릴라 문제보다는 버스를 터는 강도 사건이 더 많단다. 내일 Popayan에 버스로 가는 것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재 콜롬비아에는 가끔 게릴라와 전투가 일어나고 있어서 외국 여행객들이 별로 안 오는 나라다. 그러나 가끔 만난 콜롬비아를 여행한 외국 배낭여행객들은 콜롬비아는 별로 위험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다고 하나 같이 콜롬비아 여행을 극구 추천했다. 남미 13개국을 모두 여행하는 것이 내 목표이기 때문에 콜롬비아에도 왔지만 하도 위험하다고 해서 좀 망설였다. 작년 겨울에 콜롬비아의 Ciudad Perdida (Lost City) 관광을 하던 외국 배낭여행객 10여명이 납치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 후 소식은 모르지만 아마 아무 일 없이 석방되었을 것이다. 콜롬비아는 남미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너무나 싸움이 많은 나라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인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소설을 읽어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서 일생을 살면서 싸운다. 도대체 정치적 이념이 무엇이고 얼마나 다르기에 이렇게 싸우는 것일까? 그 소설을 읽어봐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저 원수가 되어서 대를 이어서 싸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좀 더 정확히 알아야겠다. 현재의 무장 게릴라들은 진보파 내의 극좌파들인 것 같다. 진보파 내의 중도파들은 선거를 통해서 보수파와 싸우고 정권도 보수파 못지않게 차지하곤 하는데 무장 게릴라들은 같은 진보파와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원주민 인디언 숫자는 미미해서 페루나 에콰도르 같이 원주민들과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 마셨는데 미국의 스타벅스 커피만큼이나 맛있다. 과연 콜롬비아는 커피의 본고장인가보다. 여행지도 Pasto 가는 길의 산은 완전히 밭으로 덮여있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탐스러운 바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