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8일, 월요일, Ciudad Bolivar, Posada Amor Patrio (오늘의 경비 US $208: 숙박료 10,000, 버스 21,000, 아침 4,000, 간식 1,600, 택시 4,000, 저녁 22,000, Angel Falls 관광 $232, 환율 $1 = 2,600 bolivar) 어제 밤에 버스에서 추워서 혼났다. 밤 버스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탓이다. 따듯한 옷은 배낭 속에 있었지만 배낭이 버스 짐칸에 있어서 꺼낼 수가 없으니 추어도 더 입을 옷이 없었다. 문제는 에어컨이 너무 센 것인데 버스 안 온도가 15도 정도까지 내려온 것 같았다. 버스 시트커버 셋을 벗겨서 하나는 머리에, 둘은 몸에 감고, 간신히 밤을 보냈다. 다음에 밤 버스를 탈 때는 잊지 말고 준비를 잘 해야겠다. 아침 7시에 Caracas 근교에 도착했는데 출근 시간이어서 차가 너무 많아서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Caracas의 첫 인상은 미국의 Los Angeles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널찍한 도로에 차들이 꽉 차서 달리고 시내에는 고층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언덕에 브라질의 favela 같은 달동네가 보이는 것을 보면 이 나라도 브라질처럼 빈부 차가 심한 나라인 것 같다. Caracas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Ciudad Bolivar 가는 버스표를 사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한 다음에 화장실에 가서 세수와 면도를 하고 나니 Ciudad Bolivar 버스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좀 웃기는 것은 어제 밤에 Maracaibo를 놓치고 Caracas까지 왔는데 버스 요금을 더 안 냈다는 것이다. 내 버스표는 Cartagena- Maracaibo 버스표였다. 더 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자진해서 내기도 싫었다. 어쩌면 내가 Maracaibo를 놓친 것은 버스회사 탓일 수도 있다. 틀림없이 Maracaibo에 버스 터미널이 있을 텐데 왜 그곳에는 안 갔는지 모르겠다. Maracaibo 시내 어느 길가에서 손님 대여섯 명을 내리고 아무도 태우지는 않고 떠났는데 그것으로 Maracaibo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것을 대신했다는 말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버스 요금을 더 안 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한 셈이 되었다. 아침 9시에 Caracas를 떠나서 9시간 달려서 오후 6시경 Ciudad Bolivar에 도착했다. 긴 버스여행이었다. 어제 아침에 콜롬비아의 Cartagena를 떠났으니 거의 이틀 동안 버스를 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Caracas에 묵지 않고 거쳐만 가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오기 때문이다. 남미를 떠날 때 비행기가 이곳에서 떠나기 때문에 다시 와야 하니 Caracas는 그때 구경하면 된다. Caracas와 Ciudad Bolivar 사이에는 Llanos라고 불리는 대평원이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Pampas 평원처럼 거대한 규모의 초원이다. 이곳은 목장 지대이고 이곳의 대규모 목장 주인들과 카우보이들은 Simon Bolivar를 도와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라 Simon Bolivar가 원했던 "Gran Colombia", 다시 말해서 미국을 모델로 한 “남미합중국”을 세우는 데는 반대를 해서 동참하지 않았다. Simon Bolivar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를 합쳐서 "남미합중국" 비슷하게 만들었으나 얼마 못 가고 해체되었다. 그것을 보면 미국이 1776년에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거의 독립 국가들이나 다름없었던 13 주를 한 나라로 합쳐서 지금까지 지탱해온 것은 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전쟁 같은 큰 시련을 겪으면서도 해낸 것이다. 실패했더라면 미국도 지금의 중남미나 유럽 같이 수많은 나라로 갈라져있을 것이다. Ciudad Bolivar는 영어로 “City of Bolivar"라는 뜻이고 미국의 Washington D.C. 같이 남미 해방의 영웅 Simon Bolivar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같은 버스로 온 독일여자 Lisa와 함께 택시를 타고 Lonely Planet에 소개된 숙소로 찾아갔다. 숙소의 방이 다 차서 옥상에 있는 해먹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지붕이 있는 옥상에 해먹을 걸어 놓고 손님을 받는데 아름다운 성당이 보이고 그 너머로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Orinoco 강이 보이는 시원한 곳이라 답답한 방보다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긴 폭포인 Angel Falls의 관광 계약을 했다. 비행기로 갔다 오는 2박 3일의 관광인데 Lisa와 우리 숙소에 묵고 있는 영국에서 온 Steve와 Julie 부부와 함께 가기로 했다. 아마 떠나기 전에 다른 그룹들과 합쳐서 더 큰 그룹으로 갈 것 같다. Angel Falls는 육로로 가기는 힘든 모양이다. 베네수엘라의 공식 환율은 1,920대 1인데 국경에서는 2,300 bolivar를 받았고 이곳에서는 2,600 bolivar를 받을 수 있단다. 남미에서 은행 환율과 시중 환율이 다른 나라는 베네수엘라가 처음이다. 여행자한테는 신나는 일이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옛날 한국도 그랬었다. 숙소 매니저 얘기가 우리가 길가에서 돈을 바꾸다 경찰에게 걸리면 7년형을 받는다며 자기한테 맡기면 안전하게 2,600을 bolivar를 받아 주겠단다. 이 친구 틀림없이 커미션을 톡톡히 챙길 텐데 별 다른 수가 없으니 맡길 수밖에 없다.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저녁을 Lisa, Steve, Julie 부부와 함께 먹었다. 숙소에서 소개받은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서 먹었는데 음식 값이 비싼데다 16% 팁까지 붙인다. 이 나라 사람들은 팁을 안 낼 텐데 외국 여행객들에게는 받는다. 그래도 오랜만에 caesar salad, 맥주와 함께 그럴듯한 lasagna를 먹으니 좋았다. 여행지도 국경에 있는 "베네수엘라 환영" 간판, 조금 더 깨끗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 나라 첫인상이 안 좋다 바람이 몹시 강하게 부는 Caribbean Sea 해변을 지나갔다 Ciudad Bolivar 숙소 옥상에서 보이는 Amazon 강만큼이나 큰 Orinoco 강과 그 위에 놓인 장엄한 다리 Orinoco 강과 다리를 배경으로, 아침에는 별로 덥지 않다 성당에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