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0일, 토요일, 가이아나 가는 길 (오늘의 경비 US $71: 베네수엘라: 택시 3,000, 15,000, 환율 US $1 = 2,600 bolivar; 브라질: 맥주 2, 버스 14, 11, 택시 5, 보트 2, 환율 US $1 = 3 real; 가이아나: 저녁 500, 맥주 180, 택시 1,500, 버스 8,000, 환율 US $1 = 200 가이아나 dollar) 베네수엘라는 휘발유 값이 세계에서 제일 싼 나라인 것 같다. 1리터 가격이 약 50원 정도이니 한국 가격의 20, 30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 베네수엘라에서는 소형차들은 별로 없고 모두 대형차들이다. 휘발유를 아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휘발유가 식수보다도 더 싸니 말 다했다. 브라질과의 국경도시 Santa Elena의 주유소에는 브라질에서 휘발유 넣으러 온 차들로 장사진이다.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약 3배를 낸다는데 그래도 브라질에서 내는 가격보다 훨씬 싼 모양이다. 베네수엘라에서 Roraima 산 트레킹을 할 때 만난 베네수엘라 친구에게 정부가 왜, 예를 들면 리터 당 세금을 한화로 250원 정도 붙여서 가격을 300원 정도로 올리고 세금으로 걷히는 250원은 학교, 병원, 도로 등을 짓는데 사용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 대답이 간단하다. 국민들은 250원이 모두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절대 반대라 한다. 베네수엘라 정치인, 공무원들 보통 부패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베네수엘라 Santa Elena에서 브라질 Boa Vista까지 가는 길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아침에 Santa Elena 숙소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Boa Vista 가는 버스가 아침 7시부터 8시 사이에 떠난다고 해서 아침 6시 반쯤 버스 터미널로 나갔다. 그러나 Santa Elena에서 Boa Vista까지 가는 버스는 없었다. 버스 터미널 매표원 말이 택시로 브라질 국경에 가서 걸어서 국경을 넘은 다음에 Boa Vista 행 버스를 타란다. 맞는 얘기 같다. Santa Elena 숙소 직원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아는 척을 한 것이다. 버스 터미널에 영어를 좀 하는 여자 택시기사가 있어서 그 여자 택시에 올라서 국경으로 가자고 했더니 우선 Santa Elena 시내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출국 스탬프를 받아야한다고 한다. 출입국 사무소가 국경에 있는 것이 아니고 Santa Elena 시내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국경까지 갔다가는 10km 되는 거리를 다시 되돌아 올 뻔했다. 그 얘기를 해준 정직한 여자 택시기사가 고맙다. 조금 나쁘게 마음을 먹었더라면 내가 하자는 대로 국경까지 갔다가 출국 스탬프 때문에 시내 왕복을 해서 쉽게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 택시에 올라서 시내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출국 스탬프를 받고 10km 떨어진 국경으로 갔다. 국경을 넘는 것은 간단했다. 브라질에 처음 입국할 때 받은 비자가 복수비자였기 때문에 다시 그 비싼 브라질 비자 수수료를 안 내고 간단히 입국했다. 국경에서 Boa Vista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브라질 돈을 조금 바꾸었다. 환전상에게 브라질 돈 40 real만 바꾸겠다고 하니 미화 $15을 내던지 베네수엘라 돈 32,000 bolivar를 내란다. 혹시 바가지가 아닐까 해서 전자계산기를 꺼내서 종이에 써가면서 환전상 보는 앞에서 다시 계산을 해서 환전상이 요구하는 환율을 확인했다. 거리의 환전상에게 환전을 할 때는 이렇게 종이에 써가면서 철저히 확인을 해야 한다. 드디어 Boa Vista 행 버스에 올라서 오전 9시 반쯤 국경을 떠났다. Boa Vista까지 3시간이 걸렸는데 처음에는 나지막한 산길을 가다가 다음에는 끝이 안 보이는 초원길을 갔다. 초원에는 가끔 방목을 하는 소떼가 보일뿐 텅 빈 땅이었다. 최근에 비가 왔는지 물이 고인 습지가 많이 보이고 습지에는 브라질 Pantanal 습지에서 많이 보았던 흰 새들이 많이 보였다. Boa Vista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정이 약간 지났다. 버스 안에서 내 앞자리에 앉았던 여자가 영어를 좀 하는 것 같아서 다음 목적지인 가이아나 국경도시 Bonfim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 혼자도 할 수 있겠지만 오랜만에 다시 써야하는 포르투갈어가 자신이 없어서 부탁을 한 것이다. 여자의 도움을 받아서 버스표를 사고 나니 브라질 돈 15 real만 남는다. 오늘밤을 브라질 도시 Bonfim에서 묵어야 하는데 숙박료가 15 real로 될지 모르겠다. Boa Vista 버스 터미널은 제법 크다. Banco do Brasil 은행 ATM이 보여서 카드를 넣어보니 안 된다. 베네수엘라 국경에서 브라질 돈을 바꿀 때 좀 많이 바꾸어 놓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 가이아나 3국을 여행한 다음에 다시 브라질로 들어갈 텐데 그때 또 써도 되는데 머리가 잘 돌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서 다른 은행을 찾아볼까 하다가 Bonfim에 가서 어떻게 해볼 생각으로 그만 두었다. 버스 터미널에 영국 여행객 두 명이 보여서 말을 걸으니 내가 오늘 아침에 떠난 베네수엘라 Santa Elena로 간단다. 혹시 브라질 돈 바꿀 돈이 있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Bonfim행 버스는 창문을 열고 가는 고물 버스다. 에어컨 버스보다 더 시원하고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 안에는 어린애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어느 가족은 아버지는 백인이고 엄마는 mestizo이고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 할머니는 거의 흑인이었다. 애들은 네 명인데 머리는 금발과 흑발 사이고 피부는 백인과 흑인 사이다. 남미에서 자주 보는 광경이지만 다시 한 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씨는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좀 있는 날씨여서 별로 덥지 않았다. 남미는 전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시원하다. 한국 무더위 같은 더위는 거의 볼 수 없다. 적도 부근은 고산지대가 아니면 매우 더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Bonfim 가는 길은 Boa Vista 가는 길처럼 넓은 초원이다. 산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옥토같이 보이는 빈 땅이 무진장 널려져 있다. 도로는 포장이 잘되어있어서 우리가 탄 버스는 고물 버스지만 신나게 달린다. 버스 좌석은 반도 안 차서 아주 편안하고 쾌적한 여행이 되었다. 가이아나 3국에 가는 것은 좀 모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외국 여행객은 나 혼자 뿐이고 이 고장 브라질 사람들도 내가 가려는 가이아나의 수도 Georgetown으로 가는 길을 잘 모른다. 길이 없다는 사람도 있고 근래에 길이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Lonely Planet에도 확실한 얘기가 없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것 같다는 어정쩡한 말만 있다. 저자가 육로로는 가보지 않은 것이다. 브라질 국경도시 Bonfim에 관한 정보도 없어서 오늘 어디에서 자야할지도 모른다. 말까지 서툰 포르투갈어를 써야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Roraima 산 트레킹을 함께 한 일본 젊은이 Makoto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Makoto는 영어조차 서툰데 전 세계 못가는 곳이 없다. 고맙다, Makoto! 오후 4시경 국경도시 Bonfim에 도착했다. 시내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그곳이 종점이 아니고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서 국경까지 가는 것을 버스가 떠난 후에야 알았다. Bonfim 버스 정류장이 이 버스의 종점인 줄 알고 내렸는데 내리질 않고 좌석에 그대로 앉아있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질 않았다. 다행이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음식점 주인 여자가 영어를 조금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어머니는 브라질 사람이고 아버지는 일본 사람이라는데 동양인 모습이 전혀 안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Japanese"가 아니었고 ”Javanese"이었다. Javanese는 인도네시아 Java 섬에서 이민 온 사람들인데 가이아나의 옆 나라 수리남은 옛날에 네덜란드 식민지였는데 당시 역시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수리남에 많이 이주해서 살았다 한다. 내 귀에는 Javanese가 Japanese로 들렸던 것이다. 이 여자 말이 오늘 밤을 Bonfim에 묵지 말고 국경을 넘어서 가이아나 쪽의 국경도시 Lethem에 가서 묵으라면서 가는 길을 자세히 가르쳐주었다. 그 여자가 가르쳐 준대로 택시를 타고 국경 근처에 있는 브라질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브라질과 가이아나의 국경인 Rio Takatu 강을 배로 건너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가이아나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2주간의 비자를 받았다. 오늘 베네수엘라, 브라질, 가이아나, 세 나라를 여행하면서 별로 어렵지 않게 가이아나에 도착했다. 여행정보도 거의 없었는데도 계획했던 것보다 하루 일찍 도착한 것이다. 가이아나 국경도시 Lethem은 100% 흑인 도시다. 이곳에서 수도 Georgetown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란다. 큰 버스와 미니버스로 갈 수 있는데 가격은 큰 버스가 6,000 가이아나 dollar이고 ($30 정도) 미니버스는 8,000 가이아나 dollar란다. 미니버스는 오늘 밤 자정에 떠나고 큰 버스는 내일 오정에 떠난단다. 큰 버스를 타면 더 편하게 갈수 있을 것 같은데 매표소가 닫혀 있었다. 내일 아침 10시에나 다시 열린다는데 그때 내일 오정에 떠나는 버스에 빈 좌석이 없으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 오늘 밤 자정에 떠나는 미니버스에는 빈 좌석이 딱 하나 남았다고 해서 고생이 좀 될지는 모르지만 오늘 밤 미니버스로 가기로 하고 버스표를 샀다. Georgetown에 어떻게 가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쉽게 가게 되었다. “궁측통, 窮側通”이라더니 정말 궁하면 길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일은 가이아나 수도 Georgetown에 도착이다. 오늘 아침에 Roraima 산을 떠났는데 참 빨리 가는 것이다. 여행지도 베네수엘라, 브라질 국경에 있는 도로 표지판에 내가 가는 브라질 도시 Boa Vista가 213km, 아마존 강 하류 도시 Manaus가 990km, 브라질 수도 Brasilia가 4,488Km라고 쓰여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초원, 그리고 습지, 남미는 어디를 가나 땅이 참 많다 가끔 대형 농장도 보인다 시원스러운 Bonfim 도로 넓고 넓은 초원 멀리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브라질과 가이아나 국경을 이루는 Rio Takatu 강을 건너서 가이아나에 입국했다 가이아나의 첫 도시 Lethem의 아담한 게스트 하우스, 이곳에서 자정에 떠나는 미니버스를 기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