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9일, 수요일, Salta, Hostal Casa de Abuela (오늘의 경비 US $37: 숙박료 24, Salta 버스표 42, 점심 3, 저녁 27, 택시 4, 기타 6, 환율 US $1 = 2.85 peso) 새벽 3시에 일어나서 4시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 Tupiza를 떠나서 국경도시 Villazon으로 두 시간 걸려서 갔다. 국경 수속은 간단했다. 볼리비아 국경을 넘기 전에 볼리비아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가서 여권에 출국 스탬프를 받고 한 5분 걸어서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90일 아르헨티나 비자를 즉석에서 받았다. 30일 비자면 족하다고 해도 무조건 90일 비자를 주었다. 후하다 해야 할지 무관심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고 들어간다. 국경 바로 너머에 있는 아르헨티나 도시 La Quiaca는 볼리비아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서 더 들어갈 때는 다른 외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류조사를 받는 것 같다. Salta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 짐을 싣는 남자가 팁으로 1 peso를 요구한다. 남미 여행을 시작한 후에 아직 팁을 주어본 적이 없는데 아르헨티나에는 팁이 있는 모양이다. 골치 아픈 게 팁인데 아르헨티나에서는 골치 아프게 생겼다. 몇 시간 달려서 Juyjuy라는 도시에 당도하니 고도도 1,400m로 낮아지고 푸른 산과 푸른 벌판으로 풍경이 싹 바뀌었다. 이런 풍경은 남미에 와서 처음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주로 황량한 풍경이었다. Juyjuy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예상보다 좀 늦게 오후 6시경 Salta에 도착하였다. Salta는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이다. Tupiza에서 만난 이스라엘 사람들로부터 소개받은 Casa de Abuela에 (할머니 집) 숙소를 정했다. 생각보다 비싼 24 peso이다 (약 10,000원).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저렴한 페루나 볼리비아의 물가와는 다른 모양이다. 여행 경비를 좀 올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고기가 하도 부드러워서 부위 이름을 물어보니 “lomo filet”란다. 한국의 등심인 것이다. 고깃간에 들려서 가격을 알아보니 1kg에 7 peso 정도이니 100g에 300원 미만인 것이다. 한국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정말 싼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싸고 좋은 고기를 수입해서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동안 실컷 등심 고기나 먹어야겠다. 여행지도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다 2003년 11월 20일, 목요일, Salta, Hostal Casa de Abuela (오늘의 경비 US $28: 숙박료 24, 점심 20, 식료품 3, 관광 10, 인터넷 4, 선물 9, 기타 5, 환율 US $1 = 2.85 peso)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아침 해가 잘 비치지 않는 방이라 늦게 눈이 떠진 것이다. 어제 밤 깜박 잊어버리고 알람도 켜놓질 않았다. 침대가 편하고 춥지도 않아서 가벼운 담요만 덮고 잘 잤다. 호텔 거실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며 오래 만에 영어 CNN을 봤다. 터키에 무슨 테러 사건이 났다는 것이 주요 뉴스였다. 남미에서는 CNN을 스페인어로 "쎄 에네 에네"로 발음하는 것이 귀에 거슬린다. 호텔에는 손님이 별로 없는 듯 거실에는 우리뿐이었다. 오늘은 돈을 찾는 게 급선무다. 그야말로 수중에 1원도 없다.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Salta까지 오는데 필요한 돈만 바꿨기 때문이다. 걸어서 시내 중심가로 갔는데 별로 멀지 않았다. Pedestrian Mall을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상가, 남미 큰 도시에는 꼭 있다) 통해서 걸어갔는데 볼리비아와는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딴 세상 같았다.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다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면서 먹고 싶었으나 점심때 후식으로 먹기로 하고 은행부터 찾아갔다. HSBC란 한국에서 있는 영국계 은행인데 HSBC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다. 볼리비아에서 만난 영국에서 은행에 근무했었다는 Matt에 의하면 HSBC는 Hong 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의 줄인 말이고 1865년 홍콩에 설립된 은행인데 중국, 일본, 동남아, 인도를 상대로 은행사업을 해왔고 지금은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큰 은행이다. ATM에서 돈을 찾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이번 문제는 ATM의 인출 한도액이 몰라서 생겼다. 다시 말해서 내 실수였다. ATM 화면에 이곳 화폐인 peso 금액이 "100, 200, ... 700, Other Amounts"라고 나와 있는데 1,500 peso 정도를 ($500 정도) 찾고 싶어서 "Other Amounts"를 누른 다음에 금액 난에 1500을 처넣었더니 돈은 안 나오고 알 수 없는 스페인어 에러 메시지가 화면에 나온다. 은행 경비원이 근처에 있어서 도움을 청했더니 내 허락도 없이 500을 눌러서 500 peso가 나와 버렸다. 이번에는 영어를 좀 하는 은행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내 허락을 받고 화면의 최고 액수인 700을 누르는데 역시 에러 메시지가 뜬다. 결국 500을 눌러서 합계 1,000 peso를 ($380 정도) 찾았다. 은행 직원 얘기가 비록 ATM 화면에는 여러 가지 액수가 나와도 최고 한도액은 내 은행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얘기다. 내 은행에 연락해서 하루 인출 한도액이 얼마인지 알아봐야겠다. 어쨌든 돈은 찾았으니 다행이다. 점심은 Don Martin이란 음식점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고기 요리 parilla를 (파리야) 먹었다. 1인당 가격이 불과 7 peso인데 (약 3,000원) 도저히 다 먹지 못할 많은 양의 고기가 나온다. 여러 가지 고기가 섞여서 나오는데 살펴보니 소갈비, 간, 염통, 순대, 곱창, 두 종류의 소시지, 닭고기, 그리고 종류를 알 수 없는 고기 두어 가지가 화로에 얹혀서 나온다. 옛날에 아르헨티나 부자들은 등심 같은 좋은 부위의 고기만 먹었고 서민들은 부자들이 안 먹는 부위의 고기를 야외에서 불에 구어서 먹었는데 그것이 parilla 요리의 시초였다. 나온 고기는 다 맛있었는데 특히 순대와 곱창이 맛있었다. 그러나 좀 짠 것이 흠이었다. 다음에는 꼭 소금을 조금만 처 달라고 얘기해야겠다. 둘이서 맛있는 빵, 푸짐한 샐러드, 코카콜라 합해서 푸짐하게 먹고 고작 18 peso를 (약 8,000원) 냈다. 아르헨티나는 고기 음식 천국이다. Parilla를 맛있게 먹다보니 음식점 벽에 아르헨티나 카우보이 gaucho (가우초) 그림이 보인다. Gaucho는 아르헨티나 판 카우보인데 좀 풍자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1536년 지금의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Buenos Aires를 세웠다. 당시 스페인 사람들은 식량을 완전히 인디언에게 의존했었는데 인디언들은 처음에는 식량을 잘 대주었는데 가만히 보니 스페인 사람들은 금은만 찾는 순 도둑놈들이고 자기네들을 노예로 만들려고 하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남은 곡식을 감추고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식량이 떨어진 스페인 사람들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서 Buenos Aires를 떠나서 Buenos Aires 앞을 흐르는 강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의 파라과이 수도 Asuncion에 자리를 잡고 매우 고분고분한 그곳의 인디언들과 금방 피가 섞여서 지금의 파라과이가 생기게 되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Buenos Aires를 떠나서 파라과이 쪽으로 이주하기 전에 그들의 소유였던 소와 말 몇 마리가 도망갔는데 이들이 아르헨티나 중부의 끝없이 넓은 Pampas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맘대로 먹으면서 스페인 사람들이 파라과이에 가서 50여 년 사는 동안에 수만, 수십만 마리로 불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파라과이에서 돌아와서 Buenos Aires를 다시 세웠을 때는 드넓은 Pampas는 말과 소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금은은 못 찾고 대신 수많은 말과 소를 찾은 것이다. 못된 짓만 하던 이들에게 왜 이런 큰 복이 돌아왔을까? 이들은 금은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목축으로 돌았고 목축은 지금까지도 아르헨티나 제일의 산업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2016년 후기: Pampas에 관한 최근 소식은 초원을 콩밭으로 만들어서 수확한 콩을 중국에 수출한단다. 그것이 소를 기르는 것보다 더 이익이란다.) Pampas 목장을 중심으로 gaucho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Parilla 음식은 gaucho 음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Gaucho들은 나중에 정치 세력까지 얻어서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Parilla 음식점의 규모는 꽤 큰데 (300석 정도) 손님은 우리 빼고 두어 사람 더 있는 정도였다. 아마 우리가 너무 일찍 갔던 모양이다. 이곳 사람들의 식사 시간은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근처 공원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사먹었는데 과연 맛이 좋았다. 서울 분당 수내역 근처에서 먹던 과일 아이스크림 맛이다. 남산 케이블카 비슷한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비슷한 산으로 올라갔다. 케이블카 가격표에 은퇴한 사람의 할인가격이 있어서 나도 은퇴한 사람이라고 하니 묻지도 않고 할인가격으로 해준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하고 기분이 좀 상했다. 나이라도 물어볼 것이지. 싸게 해주는데 왜 심술이 나는지 모르겠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바람이 시원하고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참 좋다. Salta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남산처럼 360도 경치다. Salta는 참 아름다운 도시다. 인구 20만의 도시인데 남쪽만 빼고 3면이 푸른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이곳 기후는 제주도 비슷한 아열대 기후인데 고도가 1,300m라 제주도보다 더 좋을 것 같다. 여학생들이 (13-15세)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찍어주었다. 아마 우리를 일본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아서 코레아노라고 (Coreano) 해주었다. 우리가 서양 사람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올 때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정거장이 버스 노선에 따라 달라서 정거장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잘 타고 돌아왔다. 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 gaucho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그림이다, parilla를 구면서 기타를 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산정에서 보이는 Salta 주위 풍경 2003년 11월 21일, 금요일, Salta, Hostal Casa de Abuela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24, 점심 24, 식료품 13, 인터넷 2, 환율 US $1 = 2.85 peso) 조용하던 호텔이 어제 저녁때 우루과이 관광객 6명이 들어와서 시끌벅적 해졌다. 50-60대 사람들인데 영어를 못해서 스페인어로 조금 대화를 나눴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이들이 떠나니 호텔은 또 조용해진다. 우리 둘 뿐이라 호텔 전체가 우리 독차지다. 10시쯤 호텔을 나섰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에서 주로 하는 것은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 한국 신문, 미국 신문을 읽고 이메일을 읽거나 쓰는 것이다. 이메일은 주로 미국에 사는 애들과 친구들, 그리고 여행하면서 사귄 여행 친구들로부터 온다. 최근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서 Lonely Planet 홈페이지도 자주 들어간다. 주로 다음 갈 도시의 호텔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내가 찾는 정보가 없을 땐 질문을 올려놓고 다음날 체크하면 대부분 답변이 올라와있다. 정보가 있어도 항상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큰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가끔 사진을 한국과 미국에 보내고 은행 ATM에서 돈을 찾은 다음에는 꼭 인터넷으로 내 은행계좌에 들어가서 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다. 중앙광장으로 걸어서 갔다. 오늘 점심은 중식으로 할까 하다가 어제 갔던 parilla 고기 음식점 Don Martin에 다시 갔다. 어제와 같은 prilla를 주문했다. 주문할 때 소금을 치지 말아 달라고 하고 먹을 때 소금을 쳐가면서 먹었는데 이상하게 어제만큼 맛있지 않았다. 소금을 처서 굽는 것하고 나중에 처서 먹는 것하고 맛에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음식점 옆에 책방이 있어서 점심을 먹은 다음에 가보니 닫쳤다. 12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닫는다고 쓰여 있다. 참 편하게 장사를 한다. 오후에는 호텔로 돌아와서 책을 읽으면서 쉬었다. 별로 할 것이 없는 날이다. 점심때는 매우 더웠다. 오후에는 구름이 많이 끼고 비가 올듯하더니 오지는 않았다. 다음 갈 도시인 Tucuman은 이곳보다 훨씬 더 덥다는데 좀 걱정이 된다. 나는 더운 기후는 딱 질색이다. 나중에 갈 브라질 정글 같은 데서는 고생을 많이 하게 생겼다.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