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와 처음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에 다녀왔다.
2호선 강남역에서 신분당선 전철을 갈아탄 뒤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내렸다.
매봉 윤봉길의사의 기념관이 있는 역이다. 조금만 남쪽으로 걸어내려가면 양재동 꽃시장이 나온다.
토요일답게, 봄철답게 나무와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봄철 대목을 보려는 장사꾼도 넘쳐났다.
이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생기가 난다.
가동(棟) 나동 다동의 화원 속에는 온실재배 화초와 키 작은 화목들이 싱싱하게 꽃대를 올리고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식물을 고르는 사람들.
고교 친구네 가게를 찾았건만 오늘 나오지 않았다고,
그의 내자가 운영하는 꽃가게. 그는 퇴직한 뒤에 심심풀이로 내자를 도우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분재 위주였는데 올해에는 화사한 난 위주로 주종목을 바꾸었나 보다.
곱상한 젊은 새댁 둘이서 가게를 지키기에 아쉽게도 다음에야 친구를 만날 듯 싶다.
야외 판매장에 가식한 관상수와 과일나무 묘목.
야생화 판매상에서 곰취와 곤달비를 골랐다.
곰취 한 판 12개에 10,000원, 곤달비 작은 포트 한 개당 1,500원씩 3개.
양손에 들으니 묵직했다.
차를 가져가지 않았기에, 전철로 이를 운반하는 무게가 좀 그랬다.
이들 모종의 무게로도 어깨가 기울었다.
몇 년 전 곰취를 심었으나 죽였다.
이들은 봄나물로 활용하기에 재배하고 싶었는데..
재작년과 작년에 우환이 생기는 바람에 텃밭가꾸기를 포기했다.
잡초가 무성하여서 내가 애써 심은 키 작은 모종들은 녹아서 사라졌다.
재작년에는 늙은 어머니의 긴 병환, 지난 해에는 어머니가 먼 여행길 떠나셨기에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무척이니 바쁘면서 지쳤다.
어머니와 관련한 재산상속은 얼추 끝났으나 대신 다른 일이 또 생겼다.
올봄에는 고향 선산이 일반산업단지로 토지가 수용되기에 산소 10기를 옮겨야 한다.
이런 핑계로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햇볕나고 바람 부는 들판 산판으로 나가야 한다.
이태나 종합병원과 아파트 안에서 갇혀 지냈던 우울을 훌훌 털어내고 싶다.
텃밭 가꾸고, 산소를 이장하려면 산에 오르내리락 해야 한다.
이처럼 일하는 자체도 하나의 자연치유, 자연힐링이 될 게다.
일이라야 소꼽장난하듯 산야초 몇 포기를 심고 가꾸면서 식물의 세계를 이해한다고 말하면 조금은 우습다.
사람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유기체이기에 늘 흔들리며 움직여 주어야 하기에 무엇인가 꼼지락하고 싶다.
비록 텃밭이 없거나 적을 지언정.
'그거 뭐 하려고 샀어요? 그 돈이면 시장에서 사 먹는 게 나을 것 같네요.'라는 아내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곰취 열 두 포기, 곤달비 세 포기로 텃밭농사를 짓으려고 생각한 것으로도 오늘은 무척이나 즐겁다.
햇볕 쏟아지고, 바람 부는 촌으로 이들 산나물 모종을 가져가 텃밭에 심으면, 하늘이 비를 내려서 도와 줄 게다.
햇볕, 바람, 물이 식물은 물론이거니와 자연과 함께 하려는 사람을 건강하게 살 찌울 게다.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평범한 삶에서, 나는 작은 행복을 꿈꾼다.
어제 산 김재춘 교수의 '의사가 필요없어지는 자연건강법 59가지' 책에 나와 있는 '곰보배추' 모종이 있는가 눈여겨 보았건만 눈에 띄이지 않았다. 다음에 가거든 또 살펴 보아야겠다.
2016. 3. 26. 토. 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