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고백
-2학년 6반 김동영
너는 5월 5일에 올라왔지.
“엄마 지금 내려가니까 꼭 만나자”
엄마가 전날 카톡으로 남긴
메시지를 보았던 걸까?
“내 아들, 돌아와 줘서 고마워.”
기쁨과 슬픔이 한데 섞인
만남의 순간은 너무나 짧았고
네가 다시 한 줌의 재가 되어 떠난
5월 8일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버이날이었어.
“엄마, 나 장가보내 줘.”
머리맡에 네 사진을 두고 자던 9월 25일
꿈속에 나타난 너는 그렇게 말했지.
고1 여름방학 때였을 거야.
강원도 철원 산골에 있는
친구 할머니 집에 놀러간 너는
깊은 밤 친구와 함께 밤길을 걷게 됐어.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다는 고백을 하던 그 밤
붉어진 네 얼굴을 눈치 채고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울어댔을 거야.
별들은 호기심에 더욱 초롱초롱했을 테고.
네 마음을 사로잡은 여학생은 누구였을까?
사귀자는 말을 해보기는 했을까?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동영아.
언제든 다시 찾아오렴.
찾아와서, 다 털어놓으렴.
이루지 못한 사랑, 이루지 못한 꿈
엄마가 다 들어줄게.
네 마음 꼭 안아줄게.
엄마는 이발사
-2학년 6반 박새도
새도야 이리 오렴.
엄마가 머리 깎아 줄게.
우선 보자기부터 두르고
어디 보자, 우리 새도
두상도 예쁘고 머리카락은 부드럽기도 하지.
한 달에 한 번씩
거실에서 치르는 엄마와 새도만의 데이트.
엄마의 가위질이 시작된 이후
새도는 한 번도 미용실에 가보지 않았지.
고마워요 엄마.
내가 라면 끓여줄게.
새도표 라면은 끝내주잖아.
머리 손질은 엄마가 최고.
라면 끓이는 건 새도가 최고.
머리카락은 쉬지 않고 자라니까
새도가 장가들 때까지
엄마의 가위질도 쉬지 않을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면
네 머리카락이라도 모아 놓을 걸.
오늘 따라 거실에는 햇살이 환하고
네 머리 깎아 주기 딱 좋은 날인데…….
마라톤을 사랑한 래퍼
-2학년 6반 이영만
사랑하는 부모님! 제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베풀어주시고 제가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큰 병에도 끄떡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살아서 숨쉴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부모님. 부모님께서 부르시는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뜻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2010.5.8. 사랑하는 아들 영만이가
마라톤을 잘했던 너는
식도와 기도가 붙은 채 태어나서
세상의 빛을 본 지 닷새 만에 큰 수술을 받아야 했지.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출발점에서 겪은 시련이
너를 더욱 튼튼하게 했을 거야.
랩을 좋아했던 너는
178cm의 키에 비쩍 말라서 난민래퍼라 불리기도 했어.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즐겨 불렀던 너는
지금쯤 어떤 몽환의 숲을 헤매고 있을까?
거기서도 마라톤을 즐기듯 힘차게 달리고 있을까?
너의 꿈은 우주과학자가 되는 거였는데
그래서 몽환의 숲을 지나 우주까지 달려간 거니?
우주가 아무리 커도
‘사랑하는 아들’에 담긴 뜻만큼 크지는 않다는 걸
거기서 직접 느끼고 있니?
엄마가 베란다 창가에서 너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아들’을 부르는 소리 들리니? 듣고 있니?
우주까지 뻗어간 너의 마라톤은
언제쯤이나 끝나게 될까?
결승선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엄마에게 돌아오지 않으련.
엄마 품을 결승선 삼아 달려오지 않으련.
기억시(2-6).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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