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기획취재/서천의 강마을 갯마을 - (5)와초리

[x박성곤]

■ 기획취재/서천의 강마을 갯마을 - (5)와초리

외지 문물 내륙으로 들어가던 길목 ‘지새울 포구’
철철이 뱅어·우여·황새기잡이 배들로 ‘북적’

2013년 07월 22일 (월) 16:23:27

허정균 기자 huhjk@newssc.co.kr

▲ 와초리 마을 전경

화양면 와초리는 고려시대에 임천에 속한 한산현 소속이었으며 조선 태종 때(1413) 한산군에 속했다. 조선시대 말 한산군 남하면의 지역으로 기와를 굽던 와요지가 있어 지새울, 또는 와초(瓦草)동으로 불렸다 한다. 또는 강 건너에서 보면 마을 뒷산이 소가 누워 풀을 뜯는 형국이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라고도 한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서쪽의 문촌리 일부를 합해 와초리가 되어 화양면에 편입되었다.

마을 뒷산은 봉우리가 셋이어서 삼봉산으로 부르는데 삼봉산에는 장군 발자국이 있는 장군바위, 멍석바위 등이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수려하여 마산이나 문산에서 봄, 가을이면 소풍을 오기도 했다고 한다. 삼봉산 정상에 기우단이 있었는데 기우단은 나라에서 용왕과 산신에게 제사지내던 곳이다.

▲ 석산개발로 깎여나간 흔적이 있는 삼봉산

삼봉산 남쪽 강변에 지새울 나루터가 있었다. 이곳은 전라북도와 왕래가 잦았던 나루터였다. 지금은 하굿둑으로 뱃길이 닫혔지만 옛날에는 전라도에서는 물론이고 강원도 삼척에서 온 배도 닿았다고 한다.
이곳을 통해 외지의 문물이 한산-마산-홍산 등지로 들어가던 주요한 길목 역할을 했다.

금강 하류 한 켠에 자리잡은 와초리는 철철이 뱅어, 우여, 황새기잡이 배들로 북적대던 곳이었다. 제방이 있는 곳은 본래 갈바탕이었는데 옛날부터 조상들이 갈대 뿌리를 캐어다 심어 토사가 휩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 제방을 점점 높여 안으로 논을 넓혀나갔다.
이렇게 해서 생긴 갈바탕은 기수역에서 서식하는 뱅어, 우어, 황새기의 산란장이 되었다. 뱅어는 몸길이 10cm 내외로 길고 몸 빛깔은 흰색 반투명이다. 해안과 가까운 민물이나 기수에도 분포하며 산란기는 4-5월경으로 기수에서 살다가 하천으로 올라와서 알을 낳는다. 알에서 나온 지 1년 만에 다 자라는데 회로 무쳐 먹기도 하고 포를 만들어 반찬으로도 먹는다. 뱅어포에는 칼슘이 고밀도로 농축되어 있어, 우리 몸 뼈의 길이 뿐 아니라 두께까지도 늘려주기 때문에 어린이는 물론, 골절위험이 높은 성인에게 더욱 좋은 칼슘의 보고라 한다.

▲ 한영학교 터

이러한 자연의 혜택은 와초리의 번성을 지탱해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160여 가호 800여 인구가 양지뜸과 음지뜸으로 나뉘어 살았다. 그러나 1950년대 군산에 주정공장이 들어서 폐수를 내보내기 시작하자 금강하구에서 뱅어가 사라졌고 1990년대 금강하굿둑이 막히며 우여도 사라졌다.

와초리는 경재 김인전(1876-1923) 선생이 1906년 ‘한영학교(韓英學校)’를 설립하여 훗날 국권회복운동을 펼쳐나갈 인재를 기른 곳이기도 하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서울과 지방의 행정 중심지들에 한성사범학교를 비롯한 일련의 근대적 성격을 띤 관립, 공립학교들이 세워지기는 했지만 이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책동에 의해 근대적인 민족교육기관으로 발전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맞선 것이 애국적 지식인들에 의해 주도된 사립학교 설립운동이었다.

김인전 선생은 1905년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 되자 청소년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친의 도움으로 1906년 화양면 와초리(지새울) 자택에 중등교육 과정의 한영학교를 설립했다. 학교 이름은 ‘한국의 영재를 기른다’는 뜻이다. 지금도 마을에는 한영학교 터가 남아있다.

◆ 마을 주민 증언

전라도 나주에서 온 태모시 실은 배가 닿았다

▲ 박상태씨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한국에 ‘미공법 480’에 의해 잉여양곡을 한국에 무상으로 지원했다. 1959년 유상으로 바뀔 때까지 한국 정부는 이 무상지원 양곡으로 개발사업을 벌였다. 와초리 마을회관에서 박상태(76)를 만나 와초리에서 그가 살며 겪어온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 무상지원 양곡으로 금강변의 둑을 쌓았다고 증언했다.

옛날에 전라도에서 오는 배가 닿는 나루터가 여기 있었어. 한산, 마산, 홍산 그 짝이 다 모시 고장 아녀? 그래서 전라도 나주에서 배타고 태모시를 가지고 와서 한산, 마산, 홍산까지 들어가 근당 얼마씩 팔았다.
물론 여그 사람들도 모시를 했다. 세모시를 만들어 한산에 새벽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 때 당시는 차가 없응게 다 걸어서 다녔다. 꼭 새벽에 모시를 거래했는데 왜 그러냐면 햇빛을 받으면 모시가 엉글어보여서 상품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모시장은 꼭 새벽에 열린다. 모시 사려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나와서 사려고 하니까 팔려는 사람에 맞춰서 꼭 새벽에 장이 섰다. 이러한 전통이 새벽장을 만들었다. 와초리에서도 집집마다 다 모시를 짰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이 앞에 들판 안쪽으로 갈대밭이 들어와 있었다. 갈바탕 밖으로 제방이 있는데 약해서 비 많이 오거나 사리 때 되면 터지곤 했다. 농사를 짓다가도 짠물이 들어오면 농사를 다 망치고 그랬다. 그런데 미국서 ‘480’으로 밀가루 원조를 해주어서 제방을 쌓는 일을 했다. 직선으로 제방을 쌓고 개간해서 논을 만들었다. 둑을 쌓고 난 다음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 금강변의 대부분 둑을 그 때 쌓았다. 갈대로는 땔감도 했지만 엮어서 ‘삿자리’를 만들었다. 삿자리란 것은 갈대를 둘로 쪼개서 방맹이로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어서 만든다. 그러면 둘둘 말 수 있다. 그놈을 한산장에 내다 팔았다. 옛날에는 흙바닥에 그놈을 깔고 살았는데 애기들 대소변이라도 묻으면 틈새에 끼어서 냄새가 배어서 지린내가 많이 나기도 했다.

갈꽃으로는 빗찌락을 만드는데 길산 고살메 사람들이 많이 만들었다. 여그 사람들은 갈꽃을 꺾어서 그쪽 사람들에게 팔았다. 이쪽도 화촌, 완포 사람들은 빗찌락 매는 사람들 더러 있었다.우여, 뱅어가 올라왔다. 뱅어는 뼈가 없어. 그놈을 말리면 빳빳하게 굳는데 고추장 찍어먹으면 기가 맥히게 맛있다. 황석어도 났었다. 한창 때는 참게, 황복, 까치복, 새우도 잡았다. 뱅어는 배가 있어야 잡는다. 겨울에는 숭어가 잡혔다. 겨울 숭어가 참 맛있는데 그 이유는 겨울에는 숭어가 뻘을 안먹기 때문이다. 재첩도 많이 잡았다.

농사지으면서 배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고기를 잡아서 강경으로 많이 드나들었다. 상고배라고 잡은 고기를 사들이는 배가 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전에는 ‘우케짐’이라고 있었는데 ‘우케’라는 것은 아까 말한 삿자리로 네모지게 상자처럼 만들어서 지게에 싣는 것이다. 생선장사들은 여기에 생선을 싣고 마산장, 홍산장까지 간다. 소금에 절여가는 것이 아니다. 뱅어같은 것도 생으로 우케에 담아서 지고 갔다.

그전에 여기에 160호 정도 살았다. 큰 마을이었다. 화양에서 단일 부락으로 제일 컸다. 옥포사람들도 와초사람들 무서워했다. 지금은 한 60호 산다. 한 집에 2명 정도 산다. 옛날에는 보통 대여섯명, 많으면 칠팔 명 살았다. 그 대는 살기가 참 어려웠다. 7, 8월에 쌀밥 먹으면 부자였다. 옛날에는 아침에 일해 주고 아침 한 끼 얻어먹기도 했다.

이 마을 뒷산을 삼봉산이라 했는디 봉우리가 셋 있었다. 그런데 석산이 들어서서 반절은 없어졌다. 독배(돌을 실어나르는 배)가 드나들었다. 석산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임씨네에서 쌀 서른 가마, 박씨네에서 열 다섯 가마를 내서 그 산을 사서 석산개발을 못하게 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산이 헐렸다. 그 산에 장수바우라고 있었는데 그 아래 절벽이 바로 강이다. 장수바우에서 실을 늘어뜨리면 수심이 얼마나 깊었는지 명주실꾸리 세 개가 들어갔다고 했다. 그 옆으로 포구가 있었다. 이 포구를 통해서 전라도하고 충청도가 이어져 한산-마산-홍산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