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회복
-서울시 동작구 박지수
구름은 어떤 언약을 부려놓고
제 몸피를 줄여가며 비를 뿌리지만
생명의 언표 한 점 찍어내지 못하거든
봄, 파다하게 번진 산그늘에 세 들어보자
산빛이 산그늘 속에서 어떻게 표정을 바꾸는지
속살 고운 숲이 물기를 머금고
노랑에서 연두로 연두에서 초록으로
파리하게 한 생을 건너가는지
꽃이 그늘에 기대에 피고 지기는
영원 같은 찰나지만
그게 희망인 줄 알기에
그림자 짙어질수록 비릿하게 번져오는 일파만파 생의 파문들
산빛은 변화무상한 마음자리를 베끼고
이 능선을 내달려 저 능선에 닿기까지
산그늘을 드리워 내 울음을 제 등에 지고가다
출렁, 흩뿌린 눈물들을 거두어 비로소 침묵하고
예견된 죽음, 새로운 생을 위해 탈의脫衣 중이다
<일반부 장원>
요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심은정
하늘로 경작耕作 나간 새들이
이마에 묻은
노을을 닦으며 돌아오는 저녁,
나는 터앝으로 나가
웃자란 상춧대 아래 푸성귀를 뜯으며
이제는 이목구비조차 흐릿해진
그녀의 요리를 기억해 내었다
어머니는 퉁퉁 불은 젖을 물린 채
젓갈을 담그셨지
나는 곰삭은 젖 내음이 좋았다
어느 날은 젖꼭지에 내신을 발라
내가 나가떨어졌을 때
그녀는 적당량의 소금을 뿌려
시간을 절이기 시작했다
세월이 가며
어머니는 새우를 닮아갔는데
굽은 허리와 함께
잘 절인 오이소박이처럼 자글
자글 주름이 창궐했다
소금을 더 뿌려주면
그녀의 발효는 더디어질까?
부엌으로 돌아 와
실강에 얹어 놓은 항아리를 내렸다
뚜껑을 열고
김치를 곁들인 수육처럼
별을 곁들인 밤하늘에
한 움큼 집어
눈물 맛 신기루를 뿌려주었다.
<고등부 장원>
속도
-영주여고 2학년 2반 전희경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떨어진다.
여름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죽음이다.
푸른 잎처럼 새파랗게 어린 것은 작렬하는 태양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떨어짐의 궤도를 그리기도 전에 밟혀버린 찰나의 낙화.
짙은 녹빛의 잎사귀들이 붉게 물들면 푸르른 그때의 청춘을 되짚으며 버석하고 주름진 몸을 더듬고 일전의 꽃과도 같은 속도로 땅에 내려앉을 것이다.
그렇게 붉은 잎들이 지면 시리고 척박한 겨울을 지나 다시 생명이 움트겠지.
찰나의 순간, 그 속도.
<중등부 장원>
속도
-영주여중 1학년 3반 최서림
부모님께선 말씀하신다.
항상 급하게 가지 말라고
부모님께선 말씀하신다.
항상 천천히 달리라고
나중에 지칠 수 있다고
부모님께선 말씀하신다.
잠시 멈춰도 좋다고
그래도 늦지 않다고
언제든 달릴 수 있게
천천히 천천히...
걱정 없이 달려라
나는 생각한다
언제든 채울 수 있으니
빨리 달리지 않아도 좋다고
내가 잘 달릴 수 있게
<초등부 고학년 장원>
냄새
-남산 초등학교 5학년 2반 김가은
눈을 감으면
보이는 냄새
아빠의 다리를
베고 누우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빠의 살 냄새
엄마의 가슴에
안겨 잠들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엄마의 살 냄새
눈을 감으면
피어오르는
내 머릿속
살 냄새 아지랑이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눈을 감으면
내 머릿속
살 냄새 아지랑이가
나를 위로해 주네
<초등부 저학년 장원>
재미
-충주시 남산초등학교 3학년 5반 박준영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그러다가
엄마 몰래 축구를 하면
마법처럼
머리 아픈 게 사라진다
나에게는
축구가
재미있는 약
첫댓글 경미씨, 고생하셨습니다.
재빠르게 입상작을 올리셨네요.김경미님 수고요
김경미 선생님
고맙습니다
~~
경미샘 수고했어요. 늘 봉사하는 마음이 문협을 풍요롭게 합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