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창조의 섬 외도
거제도 해금강의 아름다움을 뒤에서 홀로 눈물 새기며 외로움을 달래던 외로운 섬 외도, 바위만 무성한 체 버려진 황폐한 섬 외도, 그는 홀로 외로움을 달래는 선 수행자처럼 장고한 세월을 버텨낸다. 그리고 저 찰스다윈의 미적 진화론처럼 자신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줄 주인을 한없는 인내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외도의 기다림은 실로 수 만년이 된다. 길고 긴 외로움의 싸움이다. 그리고 드디어 외도는 한 주인공을 만난다.
1969년 드디어 외도는 외동의 선각자 이창호와 그의 아내 최호숙 부부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외도의 아름다운 미적 변화는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 선각자들의 마음을 새겨본다. 그리고 외도와 해금강의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어머님과 함께 그곳으로 간다. 숙소 거제도 일운면에서 해금강 외도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정말 절경이었다.
나는 자동차 창밖애서 풍겨오는 바다 냄새와 절경에 취하며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으로 갔다. 이 외로운 섬 외도는 거제도에서도 남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일 년 내내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다. 그리고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한 겨울인 11월에서 3~4월에도 아름다운 동백나무 꽃이 핀다.
이러한 온난한 기후로 인해 아열대성 식물들 중 비교적 내한성이 강한 종려나무, 워싱톤 야자, 용설란, 유카, 유카리, 송엽국, 스파르티움 등이 별도의 보온 시설 없이 실외에 그대로 심겨져 피어 있다. 나는 생각하고 고뇌인다. 황폐하게 버려진 섬 외도를 이렇게 아름답게 가꾸어 논 이창호와 그의 아내 최호숙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왜 이 버려진 섬을 가꾸어 놓은 것인가.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이들 부부, 이들은 6.25 전쟁 피난민으로 자신들의 모습과 똑같은 외로운 삶을 수 만년 살아온 외도의 모습을 자신들의 삶을 통해 본 것이 아닐까. 저 그리이스의 철인 소크라테스가 외친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처럼 그들 부부는 외도와 진정으로 대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6.25라는 한 시대가 낳은 버려진 자신들의 처량한 신세, 자신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한 외도의 신세, 그 옆에 위치에 있는 멋진 해금강, 그들은 아마도 해금강의 그 아름다움을 보고 외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삶의 고뇌를 풀어낼 유일한 삶의 대안인 저 외도에 해금강처럼 아름다운 새로운 생명을 불어놓자. 그들은 그렇게 결심한 것이 아닐까.
어머님과 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금강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외도로 드디어 들어간다. 유람선은 서서히 해금강 주변을 돌면서 해금강의 미적 경관을 들어내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말로 만 들었던 해금강의 절경, 이것이 아마도 저 외도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낸 기폭재가 된 것이 아닐까. 배는 드디어 외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외도의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적인 조각 미술품과 잘 가꿔놓은 식물원의 이국적인 모습이 정말로 이채롭다. 몇 년 전 스페인 여행 시 왕궁의 정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식물원에는 해송나무, 돈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사철나무, 후박나무, 자귀나무, 천선과나무, 머귀나무 등등 염분에 강한 나무 수종이 자연수로 잘 정리되어 살아 있다.
이렇게 바다 한 가운데의 외딴 섬에서 자연과 꽃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는 독특한 체험이다. 나는 외도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어머님과 함께 걸으며 사색한다. 외도와 이창호 부부의 인연, 그리고 우리시대의 6.25 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외도의 절경, 이는 바로 우리 선조들의 삶의 역사이다.
수천 년간 외세의 침략을 맞으며 견디어 낸 우리들의 선조, 우리도 외도처럼 인고의 세월을 잘 참고 기다리며, 우리의 미래 역사를 갈고 닫아나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인연을 만나 아름다운 우리의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외도에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 낸 이창호 부부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외도를 떠난다.
그리고 다시 좋은 외도 여행 포럼프로젝트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곳 외도를 다시 방문하고 싶다. 외도여 다시 만나자. 어머님과 나는 외도를 떠나는 뱃전에 기대어 서서 외도를 다시 살펴본다. 우리는 이창호 부부의 노고에 감사들이며 외도를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바위만 무성한 체 황폐하게 버려진 섬 외도, 이창호 부부를 만나 창조의 섬이 된 외도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