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논술을 마무리하며
2021학년도 쉬운 논술 기조 속에서 나만의 변별력이 필요
서국국어논술 분당 원장 손권일
2017학년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논술출제 평가위원이 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기로 한 후 기존 논술에 비해 많이 쉬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 기조는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를 거치면서 좀 더 수준이 낮아지더니 급기야 2020학년도 논술 난이도는 교과서에서 배우 내용 그대로 출제되기에 이르렀다.
올 한 해 연세대 사회계열과 중앙대 인문계열 논술문제를 제외하고 학생들의 평가는 쉬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아가 ‘이렇게 쉬우면 어떻게 논술 평가가 이루어질까?’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성균관대 인문사회와 경영 문제는 너무나 쉬운 분류와 자료 해석 문제가 출제되어 3번 문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또한, 서강대는 언어와 사고라는 문제를 다시 꺼내어 내었기에 서강대 기출문제를 잘 준비한 학생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경희대는 인문 문제는 전년도에 비해 평이한 수준이었고, 경희대 사회계열 분류 논제와 평가 논제, 수리논제도 대체로 쉬웠다. 건국대 문제는 창의성 있게 내었지만, 건국대의 출제 기조만 재대로 파악한 학생이라면 전년도 문제에 비해 대체적으로 난이도가 낮게 출제되었다. 단국대, 아주대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되면서 단국대는 대안 제시와 아주대는 2번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이해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쉬운 논술 기조 속에서 학생들이 답안을 어떻게 구성을 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수년간 논술을 지도하면서 많은 기조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항상 전년도 문제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비 전략을 수립하였다. 2017학년도 이전에는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출제자의 요구에 어떻게 답안을 개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방법은 문제가 쉬운 관계로 같은 답안을 내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졌다. 특히 분당과 대치동이라는 대도시 학생들은 내신이 낮은 관계로 같은 답안을 낸다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업 중간중간에 ‘만약 시험이 쉽다면 같은 답안을 내는 것은 탈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고 가르치면서 좋은 답안 만드는 방안을 수업 시간에 시도해 보고 학생들의 답안을 돌아가면서 평가를 한 적이 있다. 늘 많은 합격생을 내고 있는 논술 선생으로서 올해처럼 걱정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고 오는 대부분의 연락이 문제가 쉬웠다는 말과 완벽하게 썼다는 말이기에 듣는 순간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누구나 쉽다고 말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논술이 이런 쉬운 기조가 유지된다면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야 할까?
참 어려운 질문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논술에 관한 수업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다른 학생들과 다른 창의적인 답안을 내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 말은 출제자의 의도에 반하는 답안 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출제자의 의도를 한층 뛰어넘는 답안을 제출할 것인지의 담론이다. 그것은 아마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지금까지의 논술 답안이 연역을 주로 활용한 답안이었다면 이제 검증 가능한 귀납추리나 혹은 반증주의에 입각한 글쓰기라는 3개의 틀을 모두 유추해 보고 가장 창의적인 답안을 고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0학년도 논술을 본 모든 학생들을 웅원하며 공부한 만큼 좋은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