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고우스님이 계시는 금봉암으로 출발하였다.
스님께서 좋아하실만한 봄나물을 한 보따리 챙겨들고서.
며칠전 두차례 참선수행을 다녀왔었던 해남 미황사의 주지스님이신
금강스님께 안부를 여쭙다가 스님께서 금봉암에 계시는 고우큰스님을
찾아 가보라는 말씀을 듣고 오늘 길을 나서게 된 것이었다.
출타를 하셨을 우려도 없진 않았지만 왠지 그냥 찾아 뵈면 계실것만 같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다음날 중국으로 출타를 하실 예정이셨다.)
금봉리의 좁은 비탈길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 보니
과연 그 곳엔 그리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암자가 따뜻한 햇살아래
고즈넉한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다.
고우스님과 함께 점심 공양을 마치고 차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게되었다.
당대 선지식인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계신 큰 스님이라는 선입견은
불과 십여분만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인자하신 할아버님 한 분이
손자들에게 덕담을 하고 계시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지엄하신 말씀은 놓치지 않고 일러주셨다.
" '너와 나' 라는 벽을 깨고 무아공을 알때 우리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여"
또한 큰 스님께서는 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말씀해 주셨다.
두시간여의 법문이 스르르 지나가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되었다.
매달 네째주 목요일에 법회를 여신다고 말씀하시며
농사일도 바쁘지만 시간이 되면 어여오라시며
그냥 보내기 뭣하시다며 큰 스님의 책을 손에 들려 주셨다.
"다시 뵈올 날까지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속으로 되내이며 집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성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