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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직벽추락사고의 전말(081130)(흠...어쩌지 2월달에 여길통과해야하는데...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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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블로그에 12월 3일 올린 내용
긴급으로 사고발생소식을 딸 아이에게 시켜서 올렸던 내용인데 이리로 통합하여 옮겼습니다.(12월 3일)
저 간의 사정은 생략하고 2008년 11월 30일 대간 남진 중 대야산 북릉 직사면에서 낙상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 무려 30m 높이에서 떨어졌다.
119구급대에 의하여 긴급 구조되었으며 상세한 내용은 부상이 회복된 이후 정리할 예정이다.
현재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완치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치 12주)
따라서, 지금까지 진행하던 백두대간 남진은 모든 일정을 중단한다.
아니다. 중단이 아니라 대간 종주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백두대간 종주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이 내용은 본인이 자판을 칠 수 없어 큰딸 아이에게 대필시켰음.
이 글에 달린 댓글도 이리로 옮겨서 통합하였습니다.
2008년 11월 30일(일) 맑음
백두대간 남진의 10차 원정으로, 21구간, 은치재-장성봉-버리미기재를 어제(11월 29일) 끝내고, 11월 30일, 오늘 22구간인 버리미기재-대야산-늘티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대야산 북릉의 직벽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던 중 추락하는 변을 당했다.
일기예보 상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는데, 어제 은치재-장성봉-버리미기재 구간을 할 때,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 일기예보는 언제나 믿지 못하는 것이지만, 금요일인 11월 28일 오후 2시 예보에서 문경, 괴산 지방에 눈이 온다거나 비가 온다는 얘기는 없었다.
다만 '0909'가 산에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멀쩡하던 날씨에 눈이 오는게 아닌가. 좌우지간에 어제 구간에서는 5시간 예상을 했는데,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6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오늘 등로는 곰넘이봉과 촛대봉을 넘을 때까지는 적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곰넘이봉에서 바라보면서 그리고, 촛대봉을 넘어서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대야산 직벽에 눈이 많이 쌓여 있음을 보았고, 기온이 낮으므로 밧줄도 얼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진행하던 진로와 직벽의 모습
확대
완경사면(올려보기)
완경사면(측면보기)
급경사면 1(내려보기)
급경사면 1~2(측면보기)
급경사면 2(올려보기)
급경사면 2(내려보기)
급경사면 3(내려보기)
사고가 난 마지막 직벽인데 그림에서 상단부가 잘렸다.(10:17시 촬영)-올려보기
직벽 완경사면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왔다. 밧줄이란 밧줄은 모두 얼어 있고, 바위면이 붙어 있는 얼음은 미끌미끌하다. 그 위에 어제 내린 눈이 덮혀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직벽 앞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하여, 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수납한다.
대야산 직벽은 대략 4포인트로 나눠져 있다. 바위 절벽의 점체 길이는 30M정도로 길지만, 중간중간에 쉬는 포인트 4곳이 있으므로 조심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위험하고 불안한 가운데, 직벽을 오르고 올라서 마지막 포인트에 당도했다. 맨 마지막 바위의 높이는 약 7m. 역시 밧줄은 얼어 있다.
바위 틈 사이로 발을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다. 손에 힘이 딸려서 한 번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다행으로 몸의 균형을 잃지 않아 넘어지지 않았다.
여기에서 첫 번째로 판단 착오를 한다.
직사면의 바위에 발을 의지하기 곤란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아이젠을 벗었어야 했다.
다시 기어 오른다. 역시 발을 의지하기 어려우니 팔의 힘으로 올라야 한다. 당연히 손의 힘이 모자랄 밖에.....
혼자 생각한다. '배낭을 먼저 던져 올려 놓고 올라볼까?' 위치로 볼 때 그 것도 쉽지는 않으리라.
밧줄의 맨 마지막 매듭을 오른 손으로 잡고, 왼 손으로는 바위 위에 간신히 붙어 있는나무 뿌리를 잡았으나, 나무뿌리를 믿을 수는 없다. 나무 뿌리가 뽑히면 곤란하다.
바위 너머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이제 이 바위만 오르면 된다.
왼손의 나무뿌리는 믿을 수 없어 힘을 줄 수 없는데, 오른 손의 힘이 점점 딸린다. 밧줄의 굵기가 직경4㎝ 이상이 되니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왼손에 잡고 있던 나무 뿌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른 손에 점점 더 힘을 주려 하지만 이제는 손아귀에 힘이 없다.
. . . .
"아~~~"
왼손의 나무 뿌리가 뽑히고 나니, 오른 손에 부하가 갑자기 크게 전달되어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죽음이다. "아! 이제 나는 죽는구나. 미련도 많지만 후회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산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생각을 들게 했는지 모른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 "그런데 어째서 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단 말인가?" 떨어지면서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뜰 용기가 없다. 다만 떨어지는 시간이 너무나 길다고 느껴질 뿐이다.
중간에 배낭으로 두어번의 충격이 느껴졌지만, 머리나, 팔, 다리에는 다른 충격이 없이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지금 떨어지는 자세는 뒤로 누운 상태이다.
마침내 착지를 했다. 등으로 둔하게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몸이 정지했다.
몸을 일으킬 수 없다. 다행히 정신은 잃지 않았다.
사고 장소의 그림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
배낭 위에 누운 상태로 주변을 돌아보니, 직벽이 시작되는 곳의 나무기둥에 몸과 배낭이 걸쳐 있다. 균형이 조금만 흩어지면 다시 낙하를 할 것이다.
일단 손으로 나무를 잡고 의지하여 몸을 일으키려니 쉽지않다. 온 몸이 정상은 아닌 듯 싶다. 우선 몸을 간신히 일으키니 다리부분은 괜찮은 모양이다.
얼굴에 뭔가 느낌이 있어 손으로 만져보니 피가 많이 흐른다. 우선 핸드폰을 배낭에서 꺼내 살려보니 안테나가 희미하다. 두어 걸음 자리를 옮기니 안테나가 뜬다.
'통화'버튼을 투르니 어제 민박을 했던 '대야산장'의 번호가 뜬다. 김기만 사장 054-572-0033. 010-9053-8077
10:28시. "아! 어제 민박을 했던 사람인데요. 촛대재에서 대야산 오르다가 직벽에서 떨어졌는데, '119' 신고 좀 부탁해요. 지금 피가 많이 흘러서 언제 정신을 놓을지 모르겠는데, 핸드폰을 켜 놓을 테니 참고하라고 전해 주십시요"
그렇게 전하고 나서 배낭을 뒤진다. 구급의료품 중에 압박붕대를 찾아야 한다. 머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는데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일단 압박붕대로 오른쪽 눈위 부분을 지혈하고, 다시 살펴보니 그래도 계속 피가 흐른다. 휴대용 수건으로 머리 위를 다시 감싸고 나니 피가 줄어 들기는 했는데,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계속 흐르고 있다.
배낭이며, 주변의 땅바닥까지 선혈이 낭자하다.
10:33시. 054-555-9798 소방청 접수확인 전화
10:55시. 054-555-9798 부재중 전화
10:55시. 054-555-9798 발신통화
10:56시. 소방방재청 접수 확인 메세지
11:02시. 010-4801-9119 수신 전화
11:18시. 011-513-6119 부재중 전화
11:19시. 011-513-6119 발신통화
11:35시. 054-552-9119 수신 전화
11:39시. 010-4801-9119 부재중 전화
11:40시. 010-4801-9119 발신 통화
11:42시. 011-878-9786 부재중 전화
11:42시. 011-878-9786 발신 통화
11:43시. 011-878-9786 수신 전화
11:46시. 010-4801-9119 부재중 전화
12:18시. 011-513-6119 부재중 전화
12:20시. 011-513-6119 부재중 전화
수없이 통화를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지 40분 쯤 지난 무렵에 촛대재에서 일단의 산객들이 올라 오다가 나를 발견하고 멈춰서서 뭐라고 물어본다.
대답하기도 힘들고 ,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제 피를 너무 많이 흘렸음인지 체온이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한다. 손은 피범벅이라 장갑을 새걸로 꺼냈지만 끼울 수가 없다. 사고나고 나서 바로 털조끼를 쟈켓 안에 받쳐 입었지만, 체온의 저하를 막을 수는 없다.
더구나 얼굴 어느 부위에선가 계속 피가 흐르고 있으니 체온의 하강 속도는 빠르다.
2~ 3명의 산객이 다가오는게 보였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다. 다만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는 사실은 알려준다.
손이 너무 시렵다. 쪼그리고 앉아 손을 허리춤에 끼워봐도 시려오는 손의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손이 조금 녹을 만하면 전화가 온다. 위치 확인과, 잠이 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겠지만, 전화받기도 귀찮다.
마침내 헬기가 떴는데 위치확인을 못하고 대야산 정상을 뱅뱅돌고 있다. 근처에 있던 산객이 신문지와 갈잎을 이용하여 연기를 피운다.
119구조대가 대야산 정상으로 하강하여 직벽을 타고 내려왔다. 내가 떨어진 위치가 워낙 직벽이라 헬기가 접근을 못하니, 조금만 이동하자고 한다.
양 손목과 왼편 가슴에 통증이 심하게 전달되어 걸을 수 가 없다. 구조대원의 등에 업혀 보았지만 소용없다. 가슴의 통증이 워낙 강하다.
양편에서 부축하여 간신히 서너걸음씩 옮기는데, 가슴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전해온다.
배낭은 산객들이 챙기고 있다. "대야산장에 갖다주면 좋겠네요." 그리 부탁하고 헬기에 오르자 마자 정신을 놓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점촌의 하늘이다. 누운 채로 밖을 보니 무슨 운동장 상부를 날고 있다. 운동장에 착륙하여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비몽사몽간에 CT도 찍고,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나서 갈비뼈 사이에 뭔가 시술을 한다.
무지막지한 통증이 다가오지만 맨정신인지, 맛이 간 정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허파에 뭔가를 질러 넣은 모양이다.
병원에서 우리 집전화를 물어 본다. 안식구와 통화를 하는데, 아마도 안양으로 후송해 달라고 한 모양이다.
점촌에서 응급조치를 마치고 안양으로 왔다. 점촌에서 구급차로 옮겨 탈 때 보니 문경제일병원이다.
일요일이라 길이 막히는 모양인데, 구급차에서 정신을 놓았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한다. 무척이나 춥다.
안양 한림대병원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와 있었나 보다. 다시 몇 가지 검사와 응급조치를 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다친 곳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1월 30일 기준)
흉부외과 (문경 점촌에서 응급조치로 시술) 허파의 경우 최소 4주 진단이 필요하고, 진행정도에 따라 추가 진단 예정
정형외과 12주 진단 -뼈의 경우 보통 4주 진단이 보편적인데아마도 복합 골절인듯
성형외과 오른쪽 광대뼈 골절로 호흡계통에 영향이 있다고 함.
구강외과 오른쪽 입술 위는 입안과 바깥쪽으로 맞창이 남.(약 30바늘) 앞니 2개 부러짐.
일반외과
안과 눈 주위가 심하게 부어 검사하였으나 이상징후 발견 못함 12월 2일 일반병실로 옮겨서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의 속도가 의사들도 놀랄 지경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4주 예정이던 허파에 질러 넣은 호스는 4일만인 12월 3일 제거 하였다. 의사들이 기절할 만큼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이다. 병원측에서도 퇴원을 권하니 하는 수 없다. (12월 5일 퇴원)
11월 30일 급하게 입원하였으나, 6일동안의 부상을 당한 곳의 회복속도는 거의 기적에 가깝게 빨랐다. 최소 1개월은 입원해야 한다고 전문의가 진단을 했는데, 6일만에 퇴원할 정도로 회복되었으니 더 말할게 뭐가 있겠나.
집에서 가까운 곳에 다시 입원하려고 알아 보았으나 일반 정형외과는 시설이 마땅치 아니하고, 원광대 산본병원은 가까워서 좋은데 입원실이 없다.
그냥 가까운 외과에서 소독치료만 받고, 한림대병원을 외래로 다니면서 치료하기로 했다.
대야산장에 맡겨두었던 배낭은 12월 5일에 받았다. 그 배낭의 흉한 몰골이 그날의 처참함을 말해 준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배낭의 모습 얼굴도 찍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끔찍해서 여기에 올릴 수가 없다.
집에 돌아 온 배낭 1
집에 돌아 온 배낭 2
집에 돌아 온 배낭 3
집에 돌아 온 배낭 4
집에 돌아 온 배낭 5
지금에서야 돌아본다.
1. 추락시 배낭이 있는 등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부상의 부위가 크지 않았다. 2. 중간에 뭔가에 걸려서 몸이 옆으로 돌거나 앞으로 떨어졌다면 대형 사고가 될뻔 하였다. 3. 떨어지면서 머리나 팔, 다리가 바위 등에 부딪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4. 떨어지는 위치에 큰 나무가 없기 다행이다. 큰 나무에 몸통이 찔렸다면?-생각만해도 끔찍하다. 5. 사고가 났을 때 정신을 잃지 않았기에 119 구급을 요청할 수 있었고, 6. 핸드폰의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장거리 단독 산행을 하지 않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