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 외 2편
남휘호
마당 덮은 회화나무 그림자를 수평으로 눕힌다 별무리 꼬리를 밟으려
는 모습은 내밀한 진동으로 말한다
마른 어깨 위로 숨 멎도록 뿌리는 눈보라는 하늘이 펴는 이불, 어금니
부딪는 새들의 언 부리, 겨드랑이에 묻은 겨울, 오래된 나무들은 이웃과
몸통 깊은 뿌리 맞잡는다
한 몸에 안은 가지로 몸 흔들어 수신의 방향 조정하며, 이파리 숫자만
큼 많은 혈육들에게 허물어진 구멍, 햇살 온기 머물 때 날개짓 멈춘 새
들 쓸쓸하다
문양역
가을볕이 열시를 지나면 지하철 2호선 종점 문양역 붐빈다. 경로우대
승차권에 실려 온 노인들 메기 입으로 물고와 내려놓는 팍팍한 푸념들
선로 밑에 쌓인다
쫒기며 살다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인사. 성님! 동상! 마주잡은 손이
거칠고, 말이 새고 웃음이 일그러진다. 아직 주름 붙들고 늦가을 나들
이 나올 수 있는 것이 고마워 눈을 찔금인다
메기 꼬리처럼 매끄러운 세월이 어느 사이 흘러가 버렸는지, 메기탕
받아 들고 앙상한 등뼈 발겨 낼 때, 듬성한 내 흰머리 같은 처연한 형상
에 맛을 잃고
기우는 해가 세시를 넘자 지팡이가 무거운 허리를 이끌고 더듬더듬
걸어와 도시로 이어진 두 줄 레일 위에 차곡차곡 앉는다. 전동차는 기적
소리도 숨긴 채 마음들을 싣고 도시의 지하를 파고드는데 문양역 철 지
난 코스모스 두어 송이 길게 목 빼고 또 보제이! 하며 거친 손 흔들고 있
다
흙길
열려진 창문으로 시간을
길에 쏟아 붓는다
울컥!
길 끝으로 꼬리 무는 궁금증
가을 잠자리 길을 나선다
등으로 난 흙길에
때때로
마파람이 길 먼지를 하늘로 말아 올린다
풍경이 붉다 못해 검은 채
산새들을 기다린다
붉은 걸음이 다다른 길 끝 절벽에는
허물어진 정자
박제된 시간을 낫으로 자른다
골목골목 돌며 입 다물고 산풍경 펼쳐놓는다
상큼한 산사과 맛에 눈 감기는 사람
나는 투명한 잠자리 날개
東으로 난 흙길 끝에는
햇살과 바람
정자 닮은 내 그림자를
천천히 하늘로 옮기고 있었다
첫댓글 남휘호선생님!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고 또 자녀들과 동창 동료분들이 자랑스러워 하신다는 말씀, 듣기 좋았습니다
계속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거듭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건필히세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월요반에 놀러 오세요~
선생님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멋지세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