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정안전부 인트라넷을 통해서 예기치 않았던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리 카페의 '우리들의 이야기'에 제가 쓴 '강등 당한 날의 일기'를 읽은 어떤 공무원이 보낸 글이었습니다.
이 글에 대해 저도 답장을 하나 하고, 다시 또 답장을 하나 받은 뒤
생각나는 제 후배가 있어 이메일을 하나 썼습니다.
공무원이 그렇게 할일이 없어 이메일질이나 하고 있냐고 질책하실지 모르겠으나
점심 시간을 이용하고, 회의를 마치고 커피브레이크 시간을 이용해서
한 짓이니 고깝게 보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관영 목사님께
지난 주 예기치 않았던 김관영 목사님과 뮤지컬 LUCAS를 볼 수 있어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귀한 사역의 현장에서 직접 뛰는 모습을 보고 감명도 많이 받았습니다.
뮤지컬 LUCAS의 여운이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삶의 가치, 아버지로서의 삶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생기네요.
오늘 행정안전부 인트라넷 이메일로 전혀 알지 못하는 분과 메일을 받고 주고 받았습니다.
이 메일을 읽으며 artree의 뮤지컬 LUCAS가 계속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고받은 이메일을 그대로 퍼다 올릴께요. 귀찮치 않으시다면 한번 읽어 주세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선생님의 글을 읽었어요
웬지 남의 일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영교 장관시절 대기자 중에 포함되었고,
선생님께서 직위가 강등되던 날에
저도 조직실 지식제도과에서 정보화전략실 유비쿼터스기획과로 자리를
본의와는 달리 옳기게 되었죠.
오영교 장관의 어쩌구니 없는 인사로 7일간 쉬면서 조직에 대한 원망, 한없이 나락하는 듯한
자신의 무력감에 시달렸고, 세계혁신포럼의 지원근무, 국가기반보호팀의 3교대 상황 근무를 서면서
마음을 다스리며 결코 조직에 함몰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전과목 A학점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며 악몽을 떨쳐버렸는데,
금년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전혀 생소한 정보화전략실로 발령받고 보니 아직도 생채기가
아물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차례의 부당한 인사에 대해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과 부당함을 느꼈지만 수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가족에 대한 무한책임으로 어찌할 수 없더군요
이선생님은 그래도 저보다는 여건이 좋다는 것에서 위안을 받았으면 합니다.
둘째애가 선천성 자폐와 정신지체인데 지금 22살입니다.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지죠.
집나이로 51살이고, 28년 근무하고 있는데 언제 서기관 승진할지도 모릅니다.
외형적인 조건으로만 보면 절망스럽지만 더이상 울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 모두 형제, 자매이기 때문이죠.
지금쯤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인생을 즐기시고 계실 줄로 믿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승하시길.....
유비쿼터스 기획과 조성배
조성배 사무관님
이메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로 좋은 조언을 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아마도 제가 Daum의 서울예대 동창카페인 Dramacenter77 카페에 올린 글을 보셨군요.
그 때 그 시점에서의 기분이 조금 안좋았던 상황을
젊었을 때의 친한 친구들에게 투정하듯 올린 글이었습니다.
조성배 사무관님도 많은 마음 고생이 많으셨군요.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우리 보다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용기를 가지고 다가가 손 잡아 줘야 될 사람들이죠.
그래도 남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감정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배우 최진실처럼 그렇게 주워진게 더 많았는데도 충동적으로 자기의 모든 가치를
일순간에 버린다면 그게 본인에게도 그녀를 바라보는 모든사람에게도 참 불행한 일이죠.
51세이시면 혹 77학번쯤 되시나요?
제가 바로 77학번입니다만...
저는 42살에 결혼해서(물론 우리 부부 둘다 초혼입니다) 8살, 7살 된 손주같은 두 아들이 있습니다.
요즘 얘들이 저를 웃음짓게 합니다.
제 아내가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특수교사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자폐와 지적장애아에 대해 저도 감정이 남 다릅니다.
(장애인 국제수영대회의 수영선수 김진호가 제 아내가 3-4학년 때 담임했던 아이입니다.)
우리가 결혼 하게 된 것도 아내가 가르치던 그 아이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교회에서 어린이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두 자폐아동을 데리고 와서 정상적인 아이들과 같이 연극반에서 통합교육을 제안하고
자기가 보조 교사를 맡겠다고 해서 그렇게 2학기를 지내다가 결국 결혼까지하게 되었더랬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둘째 자제분의 앞으로의 삶이 많이 걱정되시겠네요.
지난 금요일 뮤지컬 'LUCAS'를 보았습니다.
한국사람들이 만든 소극장용 뮤지컬인데 캐나다의 어느 지적장애우들이 모여사는
공동체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시설과 많은 사람들의 인식전환(그들과 함께 살아 가고자하는)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메일 주신 것 감사드리고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뵙도록 하죠.
요즘 저의 근황(말씀하신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은 제 싸이월드에 사진으로 올라있습니다.
www.cyworld.com/ktx
이리로 방문하시고 방문 흔적도 남겨 주세요.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이정래
행정안전부/지방행정연수원/연구개발팀/팀장
동년배이고 같은 신앙인이고 그리고 장애우에 대한 이해도 있어
몇십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기를 만난 것 이상으로 반갑네요.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지만 둘째애로 인해 노력으로도 넘을 수 없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떠날 수도 더가까이도 갈 수 없었어요.
지각이 없는 애가 설교시간에 괴성을 질려 예배도중에 사탄이 예배를 방해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교회에서 쫓겨난 적도 많았죠. 의지하고는 다른 삶의 양식을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어요.
28살에 결혼하여 다음 해에 큰 애를 얻고 년년생으로 둘째 애를 얻었죠
두살때 부터 작은애가 안으면 통나무처럼 몸이 굳어지고, 시선도 맞추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전남 해남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다시 서울로 이사를 왔지만
애의 병은 호전되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이고, 애들 엄마는 극도의 신경쇠약증에 시달리고 있어
어떤날은 내가 이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도 기적이구나고 느끼게 되죠.
직장내에서도 영악한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거리감을 느끼고 있어요
인간이란 정말 연약한 존재라는 것. 하나님의 품성은 하루 아침에 배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이해하기 까지 마음고생을 좀 하였죠.
이제는 직장을 마치는 날까지 조직에 뜨거운 피가 돌며, 처음 임용할 때-
고시나 비고시만 가지고 공무원의 경력을 재단하는 그런 전근대적인 문화가
사라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건전한 공동체
사회를 성숙시키는 첩경임을 쫀쫀하고 이기적인 동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형태를 변화시키는데 노력하려고 해요.
연수원에 교육받을 갈 기회가 있으면 찾아뵐께요. 즐거운 주말되시길
같은 77학번으로 부터
김관영 목사님
귀한 사역 잘 감당할 수 있게
항상 영육간에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가을의 시작인 듯한 날에
이정래 드림
(2008.10.10. 드라마센타77)
첫댓글 이 정래 집사님... 아니 큰 형님^^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푸근해지네요. 마음 속에 호숫가를 거닐면서 이렇게 글을 쓰시는군요. 벌써 마음을 같이 나눌 분도 계시구요... 가을이 문득 가까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