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드라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골드미스 혹은 독신주의를 표방하며 혼자 사는 여주인공이 전기포트에 미리 내려놓은 드립커피를 머그잔에 옮겨 담아 마시는 장면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세련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 적절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자판기 커피나 스틱형 커피믹스,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를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는 대중문화가 아닌 상위 문화였던 것이다.
몇 년 사이 사회전반적으로 불어든 커피바람은 가정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있다. 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직접 커피를 만들어 향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정용 에스프레소머신, 캡슐형 커피머신, 전기포트, 모카포트, 프렌치 프레스, 드리퍼 등 각종 방법으로 커피를 제조한다. 비교적 쉽게 만드는 아메리카노 정도는 굳이 사먹지 않아도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