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필리피노를 사랑한다면 그들의 말을 배우라 1993년 12월 선교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파송을 받고 필리핀에 도착하였다. 선교부의 정책을 따라 첫 해는 아무런 사역도 하지 않고 언어를 배우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하였다. 필리핀에 도착하는 선교사들 대부분이 고민을 하였던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나에게도 역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필리핀에는 국어인 따갈로그(Tagalog)가 있는 한편 대부분의 필리피노들이 영어를 상용하기도 한다. 이제 언어공부를 시작하게 되는데 어떤 언어를 배울 것인가? 갈등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아주 특별한 기회를 가지게 하셨다.
당시에 필리핀에는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협의회인 「주비선교사협의회」라는 것이 있었다. 이 협의회가 했던 여러 일들 중 하나는 일 년에 한 두 차례 세미나를 주최하여 선교사들로 하여금 영적으로 새로운 힘을 공급받도록 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훌륭한 목사님들을 초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리핀 교계에서 초청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93년 그 해에는 필리핀 교계에서 존경받는 부찌 꼰데(Butch Conde)라는 목사가 강사로 섰다.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한국 선교사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필리피노 교회들이 자립하는 것을 보기 원하면 필리피노 사역자들에게 물질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씀, 그리고 또 하나는 진심으로 필리피노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가슴의 언어인 따갈로그어를 배워서 사역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사역언어를 어느 것으로 택할 것인가? 고민하던 터라 두 번째 당부의 말은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주저 없이 따갈로그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을 해서 1년간 열심히 언어를 공부하였다. 이제 어느덧 이 언어로 사역을 한지도 17년이 지났다. 아직도 언어의 많은 진보를 이루어야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이 필리피노들의 가슴의 언어인 따갈로그어로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내가 사역하는 필리피노 교회에서는 찬양 시간에 두 가지 말로 찬양을 한다. 어떤 때는 영어 찬양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따갈로그어 찬양을 하기도 한다. 교인들의 찬양의 모습을 보면 확연히 따갈로그어 찬양을 할 때 그들의 감정이 동반되고 하나님의 임재를 더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다시한번 현지인들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현지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현지인들의 말을 배우라" 이 말은 지난 17년간의 선교 사역에 있어서 나에게 영향을 미친 말이다. 그리고 이제 선교 사역을 시작하는 후배 선교사님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