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해온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 초 96세로 별
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추석을 앞둔 시점에 "저소득 주민, 사회복지관, 보훈 가족, 이북5도민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대구 수성구청에 쌀을 기부하고는 사라졌다. 그가 기부한 쌀의
분량은 2003년 20㎏들이 500포로 시작해 작년의 10㎏들이 2000포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늘어났
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4억원을 웃돈다.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성이 박씨이며, 평안남도가 고향이고, 6·25전쟁
때 부산에 머물다 대구에 정착한 뒤 양복지 도매상을 했다는 정도다.
수성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은 "그동안 '키다리 아저씨'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올해 초 가족들이 '아버님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해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주변 사람
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는 가족들 전언에 따라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초청받은 '나눔 실천' 34명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나눔 실천자' 34명이 29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와 봉사에 힘써온 개인·기업·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벨기에 출신인 배현정 전진상의원 원장은 1972년 한국으로 와 서울 시흥동에서 42년간 40만명의 저소득층에게 무료 인술(仁術)을 베풀어 왔다. 배종형씨는 10년간 저소득층의 집을 고쳐주고 초등학교 체육시설을 보수해 준 대우조선해양 사내(社內) 봉사 동아리 '나눔기술봉사회' 회장이다. 임기수씨는 타이어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저소득층 학생 700명에게 7억원을 지원해왔고, 김주술씨는 2006년부터 자신의 구둣방 수입 가운데 10~20%를 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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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나눔 실천자’로 선정돼 29일 청와대로 초청받은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자리에 섰다. /청와대 제공
사이클 레이서인 이형모씨는 국내외 각종 자전거 대회 상금 및 후원금을 아동시설 등에 기부했고, 대한민국 특수 임무 유공자회 회원인 유계열씨는 민간 잠수사로 세월호 사고 등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한 공로로 초청받았다. 최정식 사색출판사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헌혈은 물론 신장·간·골수까지 기증하는 생명 나눔을 실천해왔다.
배우 변정수씨와 고아라씨도 자리했다. 변씨는 1998년 CF 출연료 기부를 시작으로 결식아동 지원 등을 계속해 왔고, 고씨는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국제 구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홍성흔 선수의 딸로 방송 출연료 1000만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던 홍화리양도 엄마 손을 잡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박기천(고물상 운영), 강주배(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홍보대사), 이요셉(사진작가), 한미덕(돌곶이학교장), 김정희(용산구 자원봉사자), 백롱민(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김상훈(강릉아산병원 교목), 신소영(동아대생), 박새암(MBC 기자), 홍계향(행복한 유산 기부 성남 1호), 황규열(농부), 김창랑(전 철도공무원), 김준호(동서울대 교수), 김향신(카페 운영), 최기철(선장), 송경애(SM C&C 대표), 최창걸(고려아연 대표), 한승호(반딧불이봉사단장), 배종형(나눔기술봉사회장), 김병한(참샘 회장), 권희용(호반택시나들이봉사단장), 홍동표(한국동서발전팀장), 가브리엘(한남대 교수), 유병선(예비군면대장)씨가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께서 뿌리신 사랑과 나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크게 자라면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내년부터 기부연금 제도나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등이 활성화되면 생활 속의 작은 나눔도 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