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이 산업화되고 먹을거리가 대량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먹을거리의 생산·유통·가공 과정에 대한 불신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식품의 수송거리가 길어지면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 식품안전성을 담보하는 데 다양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로컬푸드(Local food)가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최소한의 유통과정(농업인→매장→소비자)을 통해 생산된 ‘얼굴 있는’ 먹을거리다. 밥상에 올라온 음식을 누가 만들었고, 어디서 재배한 재료를 썼는지 훤히 알 수 있다. 농업인은 얼굴을 걸고 청정 농산물을 내놓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이를 살 수 있다.
특히 로컬푸드는 농산물 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급식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를 학교급식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학생은 신선한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 이롭고, 학부모는 생산지가 확실해 믿을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 또한 학교 영양(교)사와 조리사도 급식 운영상의 모든 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농업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돼 소득이 증대된다. 더불어 초·중·고교에 학교 급식용 식재료를 납품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농업인과 계약 재배를 협의해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면 학교급식 지원센터 자체가 사회적 기업이 되어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현재로서는 계약재배를 통한 직거래 방식이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연계하는 가장 적절한 해법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공급을 하려면 계약재배가 필수이며, 산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를 줄이면 가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외국에서도 로컬푸드를 학교 급식에 접목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광우병 발생(1996), 구제역 파동(2001) 등 식품위생 문제를 겪으면서도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영국정부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교내에서 향이 첨가된 과자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학생들이 지역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학교급식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농장학교 연결 프로그램(Farm to School. FTS)은 1990년대 연방정부의 시범사업으로 등장했고, 2009년 기준 40개 주에서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 청송군, 전라남도 나주시, 강원도 원주시, 서울시(영등포구, 관악구) 등의 지역에서 로컬푸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우리농산물급식제주연대’를 발족시키고 2005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급식 조례를 도민 발의로 제정했다. 나주시는 2003년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한 곳이다. 청송군에서도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적극 도입했고, 원주 등 기타 지역에서는 농업인 시장을 열어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로컬푸드가 더 커 나가려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러 주체들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점차 확대 제공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음식과 건강에 대한 바른 생각을 자연스레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김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