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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용 스틱은 제각각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닌 수많은 종류가 시판되고 있다. 또한 사용하다 보면 여러 의문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등산용 스틱의 이모저모에 대해 오래도록 사용해본 경험자들의 경험담을 문답식으로 들어본다.
스틱 잡는 방법과 여러 가지 변형
등산용 스틱은 스키 스틱과 같이 반드시 손을 손목걸이(스트랩)의 아래에서 위로 밀어넣어 엄지와 검지에 웨빙이 놓이게 해 손바닥이 웨빙을 누르는 형태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립은 너무 꽉 잡지 않고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 정도만 가볍게 말아 잡도록 한다. 이렇게 했을 때 보행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손목걸이를 손바닥과 손목으로 가볍게 누르듯 사용할 수 있으며 스틱을 이동시킬 때 편리하다.
다만 장시간 이렇게 잡으면 엄지손가락 뿌리 등 지속적으로 힘을 받는 부위가 아파 온다. 그러므로 가끔 그냥 손을 스트랩에 끼워 넣거나 스트랩의 한 가닥만을 그립과 함께 잡는 등의 변화를 주도록 한다.
심한 급경사면을 오를 때는 상단 손잡이 아래쪽 부분을 잡고 균형만 잡으며 오른다. 상단 손잡이 아래로 20cm 정도 손잡이와 같은 재질로 파이프를 감싸둔 것은 이와 같이 사용할 경우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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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산행중 올바른 손목걸이 사용예. 2 손목걸이를 장시간 착용해 손이 아플때는 스트랩 한가닥만 잡는 등 변화를 준다. 3 가파른 경사면을 오를 때 상단 손잡이 아래 그립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4 급사면을 내려갈 때는 손잡이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눌러 주듯 잡아 체중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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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면(특히 설사면)을 가로질러 난 길을 갈 때는 스틱을 피켈처럼 활용한다. 즉 두 개의 스틱을 모아서 피켈처럼 쓰는 것이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흐른 경사면을 가로지른다고 가정할 경우, 하단 아래쪽을 왼손으로 모아 쥐고 스파이크로 허리 근처 정도의 사면에 찍는 한편 오른손으로는 상단 손잡이 근처를 쥐고 균형을 잡는다. 왼발에 이어 오른발을 내디딘 다음 스틱을 옮겨 찍고 다시 왼발, 오른발을 내딛기를 반복하며 전진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내린 경사면의 경우는 위와 반대의 요령으로 한다.
스파이크 위에 고무로 된 덮개를 씌우면 바위와의 마찰력이 더 좋다?
고무로 된 덮개(Rubber Tip)는 노르딕 워킹 스틱에서 주로 사용되며 요철이 적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 또는 완만한 트레일에서 마찰력이 좋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산악지형에서 이 팁을 끼고 걷는 것은 마찰력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안정감을 감소시킨다. 스틱의 스파이크가 단단히 지면을 지지하고 있어야 안정성을 높이고 내리막길의 부하를 적절히 분산시킬 수 있다. 휴대·보관할 때 또는 완만한 등산로에서는 팁을 끼워 사용하더라도 요철이 많은 산악지형에서는 스파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등산용 스틱을 하나만 사용해도 좋다?
물론 안 쓰는 것보다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스틱을 사용할 경우 단순한 지팡이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한쪽으로만 편중되게 힘을 사용하면 오히려 몸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키를 타는 데 스키 스틱이 하나라면 스틱을 지지하는 반대방향으로 몸이 회전하려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이를 막기 위해 허리와 다리에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된다. 골프, 펜싱, 양궁 등 한쪽으로 편향된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척추측만환자가 많은 것을 보면 편향적인 운동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알파인 스틱 두 개로 잘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하려고 잡아 빼서 고정하려는데 헛돌며 고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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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이조절 잠금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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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의 결합부분은 대개 사진과 같은 구조다. a부분을 돌리면 b부분이 a에 의해 벌어지며 1단이나 2단의 내부 벽에 강하게 밀착돼 고정되도록 돼 있는 구조다. 스틱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플라스틱인 b가 신축성을 잃고 가늘어진 상태가 되며 헛돌거나 해서 고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일단 완전히 분리한다. b부분을 보면 대개 세 가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가닥을 하나씩 손으로 살짝 벌려준다. 그 다음, 조절장치를 손으로 돌려 위나 아래에 고정되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만든 다음 다시 끼워 돌리면 대개 잘 고정된다.
추운 날씨에는 플라스틱이 더욱 심하게 경화되어 이런 일이 잦다. 그러므로 겨울 산행을 위해 일단 밖으로 나서면 스틱 길이 조절부터 해두도록 한다.
내부에 물이 들어간 경우에는 고정쇠 중앙에 위치한 나사에 녹이 슬어 플라스틱 조절장치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와이어 브러시로 녹을 제거한 뒤 사용하면 작동이 가능하다.
스틱의 길이 조절은 어느 부위에서 해야 하나?
과거 스틱의 길이 조절은 일단 제일 가느다란 하단(3단)을 최대 길이로 빼서 고정한 다음 중단(2단)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단을 깊이 넣으면 중단 파이프와 유격이 너무 생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제품에 따라 하단의 길이는 고정되도록 설계된 것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 스틱들은 하단도 거의 같은 굵기로 끌다가 끝부분에서만 이쑤시개 끝부분 모양으로 좁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중단을 최대 길이로 빼서 고정한 다음 하단으로 길이 조절을 해도 무방하다. 하단보다는 중단이 더 굵어서 튼튼하므로 중단을 더 길게 빼서 쓰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스틱의 길이 조정은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단, 마디별 한계 길이는 넘지 않도록 한다.
스틱은 대개 하단이 가장 잘 부러진다. 지면의 바윗돌, 나무 둥치 등과 가장 많이 부대끼는 부분이 하단이기 때문이다. 대개 바위 틈에 끼인 것을 모르고 그냥 앞으로 나가다가 그만 부러지거나 휜다. 바위 지대에서 특히 주의해 사용토록 한다.
스틱의 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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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모양과 길이의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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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의 중·하단에 보면 110, 115, 120 등의 숫자가 선과 더불어 씌어 있다. 이것은 스틱의 길이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개 중단과 하단에 각각 130까지 표기돼 있다. 이는 중단과 하단 모두 130까지 뽑았을 때 손잡이 끝부터 스파이크 끝까지의 전체 길이가 130cm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중단을 130에 고정시키고 하단을 125까지 뺐다면 곧 전체 길이가 125cm라는 뜻이다.
어떤 스틱은 125cm까지만 확장 가능한 것이 있다. 이는 접어서 보관할 때 길이가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키가 작은 사람은 120~125cm짜리를 쓰는 것도 좋다.
스틱 손잡이의 굵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손이 작은 사람은 특히 손잡이가 가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겨울에 두터운 장갑을 끼었을 때도 스틱을 원하는 지점에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찍을 수 있다.
요즈음 나오는 스틱의 스트랩 구조를 보면 세 가닥을 모두 손바닥 안에 넣고 잡아야 하는 구조다. 이런 것은 실제 손잡이가 더 굵어지게 하고, 손바닥과 스틱 손잡이의 밀착도를 현저히 떨어뜨려 정확한 사용이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손이 유난히 작은 사람은 스트랩을 중간 장식으로 조절하도록 한 것을 쓰는 것이 좋다. 또한 손으로 잡히는 스트랩 부분이 가능한 한 좁은 것이 좋다.
스틱의 손잡이 중 앞으로 15도쯤 굽은 것이 있는데, 수직형과 어떻게 다른가.
스틱 손잡이가 앞으로 굽어진 것은 내리막에서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찍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너무 굽어진 것은 스틱 전체에 수직으로 힘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에 강한 힘을 가할 때는 활처럼 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약 25도 이내의 각도로 조금만 굽혀진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손잡이가 굽은 형태의 스틱은 모델이 드문 편이다.
손잡이의 재질
맨질맨질한 플라스틱 그립은 물기가 묻었을 경우 너무 미끄러워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피한다. 코르크 제품이 그립감과 단열성능이 좋고, 탄성이 좀 있는 EVA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적당하다.
4단 스틱은 어떤 용도인가?
4단 스틱은 짧게 줄일 수 있어 보관이 편한 장점이 있는 반면 연결 부분이 하나 더 많은 만큼 사용 중 쑥 들어가 버리는 위험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후자 쪽의 비중이 한결 높기에 대개는 3단 스틱을 쓴다.
장거리 여행 때 보관법
해외 트레킹을 갈 경우 스틱이 배낭이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지 않아 곤란할 때가 있는데, 3개의 단을 모두 분리하면 대개 해결된다. 1개 단의 길이는 보통 48~50cm다.
/ 글 원종민·김인경·<월간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