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혼례복은 고운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상으로 세계인들의 찬사와 감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리 자신들은 전통 혼례복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생활 자체가 서구화되고 예식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서구화되면서 웨딩드레스가 예식의 주를 이룬지는 오래됐지만, 예식 후 2부에서 애프터 드레스 대신으로 입거나 결혼 후 첫 명절에 한복을 입고 친지들을 뵙는 것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예식 후 폐백을 드리는 의례에서는 우리 전통의 혼례복인 원삼이나 활옷으로 갈아입고, 신랑의 경우 역시 사모관대 차림으로 있게 된다.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뿐인 혼인에 우리의 옷이 계승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
원래 신랑의 혼례복은 바지, 저고리, 두르마기 위에 단령을 입고 관대를 두르며 사모를 쓰고 복화를 신는 것이고 신부의 혼례복은 노랑 삼회장 저고리에 다홍치마, 초록 당의를 입고 그 위에 원삼이나 활옷을 입으며 화관이나 족두리를 쓰는 것. 거기에 속옷으로 연분홍 모시적삼에 속저고리를 갖춰서 입는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에디터 역시 한숨부터 나온다 단령은 뭐고, 원삼과 활옷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걱정은 금물. IMF 이후 한복을 포함한 예단을 간소화, 실용화해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것은 차치하고 한복을 실생활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바꾸어 가고 있다. 요즘 신랑의 혼례복은 저고리, 조끼, 마고자, 바지, 두루마기로 간소화되었다. 마고자와 조끼의 색상, 그리고 디자인을 신부의 두루마기와 맞추는 것이 대세이고 저고리의 색상은 신랑다운 화사한 느낌을 주는 분홍색으로 하거나, 벽돌색, 은회색, 올리브 그린색 등으로 한다. 신부의 혼례복은 녹의홍상과 두루마기 혹은 반두루마기로 간소화된 추세. 저고리의 색상도 수박색의 컬러에서 연두색, 짙은 남색, 혹은 여성스러운 색상인 미색계통이나 색동저고리로 바뀌고 있고, 치마색은 대추 빛의 홍색이나 먹홍색 등의 짙은 색상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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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옷을 입을 때는 계절과 나이, 때와 장소에 맞는 옷 색을 잘 선택하여 입어야 한다. 격식에 맞는 옷은 그 사람의 품위와 맵시를 아름답게 하는 중요한 요인. 천연 염색이 대중화되면서 색상은 차분한 색상이 주종을 이루지만 상의는 밝게, 하의는 어둡게 하는 것이 가장 고전적인 색상 배색의 방법. 디자인 쪽으로 보면 저고리 깃, 고름에 전통 금박 또는 손수를 놓거나 깃에 선을 쳐서 심플하게 색의 조화만으로 절제하여 입기도 한다. 치마는 화려함을 배제하면서 동색의 자수로 단아함과 우아함이 돋보이게 하거나 비단 바닥에 문양을 넣어 짠 고급스러운 본견으로 심플하게 입는 경향이 많아진다. 두루마기는 치마저고리가 심플한 경우에는 조금 화려하게 자수한 디자인이 좋고 치마, 저고리가 손수로 화려할 때는 단순하게 포인트로 아플리케 자수를 댄 디자인이 좋다.
한복을 제대로 입으려면 속바지, 속치마, 버선 등 기본 속옷을 잘 갖춰 입어야 한복의 맵시를 살릴 수 있다. 버선은 수눅의 방향이 서로 안쪽으로 향하게 잘 당겨 신을 것, 노리개나 가락지, 비녀, 뒤꽂이, 아얌을 잘 활용해도 멋스런 한복 연출이 가능하다. 한복을 입을 때의 메이크업은 피부 톤을 약간 밝게 하면서 전체적으로 은은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좋다. 눈썹은 둥글고 자연스럽게 그리며 입술은 우아한 핑크 톤으로 연출하여 우아함을 강조한다. 머리는 가르마를 타고 곱게 빗어 넘긴 쪽머리가 한복의 고운선 및 정적인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짧은 머리일 경우에도 차분하고 단아한 스타일이 어울린다.
겨울에는 양단과 공단, 실크 등으로 치마저고리를 지어 입고, 겉옷으로 두루마기를 지어 입으면 좋다. 실내에선 양털같은 방한용 소재가 사용된 배자를 입고, 외출 시엔 두루마기나 반두루마기, 갓저고리를 걸치고, 방한용 모자인 남바위와 조바위를 착용하고 가벼운 외출 시에는 배자와 목도리, 손목 토시를 걸치면 추위를 막을 수 있다.
우리의 한복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기능적인 면이 돋보이는 옷이다. 인체에 맞춰 곡선으로 바느질해 만든 한복은 활동하기에 매우 편안하다. 풍성한 여자 치마와 남자 바지는 몸을 구속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자유롭고, 여러 겹의 속옷을 겹쳐 입어도 겉으로 보이는 실루엣에는 변함이 없으며, 한복의 여유와 넉넉함은 신체적인 결함마저도 감춰준다. 더구나 한복은 예절을 가르치는 기능을 가진다. 한복은 입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이다. 단정하고 정숙하게 맨 저고리 고름이나 뒤트임이 있는 치마는 입는 이의 행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한다. 이런 정숙한 걸음걸이나 바른 몸가짐으로 인해 한복은 더욱 아름답게 돋보인다. 그러나 한복은 이제 명절이나 결혼 혹은 집안 행사 때나 입을까 말까하는 '예복'수준에 머무르게 됐다. 의복이 보기만 하고 즐기는 예술품이 아닌 이상, 조금씩 잊혀져 가는 생명 없는 아름다움보다는 생활 속에 녹아들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삶을 담아내면서 함께 호흡하는 의복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