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을 몇 번 답사하고서야
아, 수원에도 헌책방이 있을텐데, 하고 검색을 해보니
화성 행궁 건너편에 바로 어마어마한 헌책방이 있었다.
주인장은 고고하고, 사람들의 시선 의식하지 않는 전형적인
좀비라고 하기에는 내 어휘가 부족하고
도스토예프스키 단편소설에 나오는 지하생활자의 좀 세련된 버전이라고나 할까,
손님에 신경쓰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인삿말도 건네지 말고 내가 보고 싶은 책 구경이나 실컷 할 것을 권한다.
그것이 무심한 주인장과 가까워질 수 있는 첩경이라고 여겨진다.
책은 내가 다녀 본 헌책방 가운데 가장 거대한 규모.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서부터 책은 묶여져 쌓여 있고
그렇게 복도와 계단을 점령하고 사람 한 사람 다소 여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남겨 놓고
쌓여 있는 책들은
지하의 서고에 들어서면 와,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적에서부터 산스크리트어 문법책, 신약성경 헬라어 성경(NA 27판), 대중소설에서 고전까지.. 시 소설 평론.. 다종다양한 책들이 즐비하다.
처음 갔을 때 다 둘러보지도 못했다. 서가 사이에 책이 쌓여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
주인장은 끝내 무심하다.
아마도 온라인 서점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고 있는 듯.. 택배를 보내기 위해 쌓인 책들과 포장지가 있고..
책 구경, 책 냄새와 더불어 하고 나면 만족스러운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1970년에 나온 <<西山大師集서산대사집>>(동국역경원)이 이렇게 세련된 모습으로 나온 적이 있었던가. 나는 듣도 보도 못했었다.
2만원... 내가 또 고른 책 한 권은 공짜로 준다고.. 이 무뚝뚝한 주인이 말해주니 왠지 신이 나기까지 한다.
수원 화성에 답사를 오면 반드시 여기도 답사를 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 http://www.ibuybook.co.kr/index.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