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려자 송상도 지사 기념사업회 창립 취지문
(騎驢子 宋相燾 志士 紀念事業會 創立 趣旨文)
양백(兩白)의 정기를 받은 영주(榮州)는 예로부터 수많은 명현거유(名賢巨儒)를 배출한 고장으로 선비문화의 발상지이면서 아직까지도 전통 선비정신이 계승되고 있다는 데에 시민들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선초(鮮初) 정축년(丁丑年)의 절의와 임란(壬亂) 때의 많은 의병활동에서 보듯이 영주의 선비들은 난세를 당하면 반드시 진충보국(盡忠報國)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한말(韓末) 일제의 침략기와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에도 수많은 분들이 항일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의병장으로 활약하다가 순국하신 분들, 망국의 한을 품고 자결순국한 분들, 대한광복단 및 광복회의 의열 투쟁과 기미독립운동으로 희생된 분들, 해외 독립군으로 활동하신 분들과 군자금을 지원했던 분들 등 항일 투쟁한 형태도 매우 다양했는데 이러한 선현들의 위훈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곳을 ‘선비의 고장 영주(榮州)’로 대내외에 당당히 천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상의 예와는 다른 또 한 형태의 항일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 계셨으니 바로 우리 영주의 자랑인 기려자 송상도(騎驢子 宋相燾 1871-1946) 선생님이십니다.
선생께서는 경술년(庚戌年) 망국의 한을 품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여 3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전국을 누비며 한말과 일제하 애국지사(愛國志士)들의 행적을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으신 분입니다.
당시에 항일 애국지사들은 본인의 신변과 조직의 비밀 유지를 위하여 일체의 기록조차 남길 수 없었던 처지였던 만큼 그분들에 관한 행적을 조사하고 수집하며 기록하는 일과 그 기록물을 보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서 거기에 따른 고충이야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시작하여 운명하실 때 까지 35 성상(星霜) 동안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이루어 놓은 기려수필(騎驢隨筆)은 시골 선비 한 사람의 업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방대한 독립운동의 내용을 담고 있는 데 선생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사명감이 없었다면 세상에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퇴계(退溪) 학맥을 이은 성리학자로서 역사학에 특히 조예가 깊었던 선생께서는 후일 역사 자료로서의 중요성을 예견하시어 항일에 관한 것이면 귀천(貴賤)과 남녀를 망라하여 자세히 기록하였습니다. 기려수필(騎驢隨筆)의 저술 목적을 절의를 세운 인물을 선양하고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선생은 충의정신에 기반을 둔 유학자(儒學者)로서 자칫 소외되기 쉬운 평민과 하층민들에 대한 기술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 나간 선각자였습니다.
광복이 되어 기려수필(騎驢隨筆)의 사료적 가치를 인정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황현(黃玹) 선생의 매천야록(梅泉野錄)과 함께 <한국사료총서(韓國史料叢書)>로 발간하여 선생의 위대한 업적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 내용에 따라 많은 독립투사들이 국가로부터 서훈 받을 수 있게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려수필은 현재 항일독립운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려자 송상도(騎驢子 宋相燾) 지사의 혁혁한 공훈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높은 업적을 발천(發闡)하고 사상을 고양(高揚)하는 분위기를 지역에서조차 크게 펴지 못하고 있는 것에 현 세대의 미급함을 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남 광양시에서 2001년에 매천 황현 선생 생가를 복원하고 유적지 주변을 매천역사공원(梅泉歷史公園)으로 조성하여 매천선생 현창사업(顯彰事業)에 전념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사항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애국지사들의 예처럼 선생의 사후에 집안이 풍비박산(風飛雹散) 되었고 지금은 선생의 유지(遺志)를 이어갈 직계 후손조차 절손이 될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몇몇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기려수필 등의 저술과 기록물들이 보존될 수 있었고 늦게나마 건국훈장 애국장(愛國章)이 추서되었으며 1987년에 후학들의 노력으로 영주도서관 뜰에 추모기념비(追慕紀念碑)가 건립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우리 영주에서도 기려자 선생 추모기념비가 세워진 뒤로 30여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마당에 선생의 높은 사상과 업적을 존숭․현창(尊崇․顯彰)하기 위한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자 하는 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지식인들의 과제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기려자 송상도 지사 기념사업회(騎驢子 宋相燾 志士 紀念事業會)’에서는 향후 회원들의 고견을 수렴하여 적당한 부지를 마련하여 지사의 생가 복원, 유물 전시관 건립(국학진흥원 등에 기록서적 및 유물 등이 보관 중임), 지사의 학문과 사상에 관련된 학술발표회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상의 사업이 원만히 수행(遂行)되면 요즘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인성(人性) 교육이나 지역 정체성(正體性) 확립을 위한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급속한 사회변화 과정에서 미처 승화시키지 못한 우리의 새 가치관(價値觀) 정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국민도장으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뜻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2013. 12.
기려자 송상도 지사 기념사업회 추진발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