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에 오전 미사가 없는 수요일 아침, 사직동 성당의 미사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벚꽃잔치행사 때 운동 삼아 집에서 걸어서 다녀온 터라 대략 방위 정도는 감 잡았으나,
찻길은 또 달라서 네비의 안내에 따라야 했다. 모르는 길이니 온전히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쩜 우리의 인생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안다고 옆길로 가고, 이 길이 지름길이니 맞다고 들어서다 돌아가기도 하고,
아는 체하다 되려 곤란한 지경에 놓이기도 하는데,
모르다 보니 그저 가라는 대로 맘 편히 따라가게 되어, 사서 하는 걱정이 없었다.
성당일도 좀 안다고 까불지 말아야지 하는 비움.
너른 마당에 주차를 하고는 미사에 함께 했다.
새로이 복사생활을 시작하신 어르신 복사 두 분이 신부님과 함께하셨다.
빛으로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
빛이신 그 분을 따르기 전에 우리 마음의 어둠, 삶의 어둠을 몰아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을,
그렇게 우리가 마음의 빛을 낼 때, 주님께서도 우리를‘조명’하여 주신다는 것을 신부님께서 알려주셨다.
이미 사랑으로 준비되어 계신 그분을 알아보려면 우리가 그분과 함께 빛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며,
이 날의 복음 말씀 중에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요한3,21)를 마음에 새겼다.
매일, 매 순간 빛으로 나아가려면
내 안의 어둠을 몰아내야 하는 쉼 없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니
오직 우리에게 주어진 현 순간에 집중해야 함을 확인한다. 바로 이 순간!
성당 내부 전면 왼쪽 벽에 흰색 아크릴판에 새겨 붙여진 ‘선교, 나눔 실천 본당’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2009년부터 2012년까지를 기준으로
지구별 모범 본당으로 선정된 자랑스러운 포상이었다.
선교에 나눔까지 그 삶을 이렇듯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잘 살았다고 격려 받았으니
참으로 하느님께서 예뻐하시겠구나 싶었다.
성당을 나서니 바로 꽃 천지였다.
무심천변에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곳은
걷고 산책하고 달리는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들어와 둘러보고 나갈 수 있는 열린 느낌의 공간으로
선교의 요지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선교와 나눔의 정신이 호흡처럼 살아 숨 쉬는 곳이기를......
게다가 성당 앞의 예수님 상은 밖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언제나, 어느 순간이나, 누구나 환영하고 계심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니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고 계셨다.
예수님! 걸어서 다시 올게요~! 약속드리며 그분의 배웅을 뒤로 하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을 달리며, 기도했다.
“주님! 빛의 길을 가도록 제 발걸음을 비추소서!”
첫댓글 부지런한 뚜아님~~
감사드립니다. 근데 제가 제일 찔리는 말이 부지런하다는 말입니다.
다 보시지 못하는게 정말 다행이랍니다.
성당순례기 다시 시작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순례는 원래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을 뿐이죠.
스스로 순례자가 되기로 약조드렸는데~ 어떤 경우에도 계속될 발걸음이랍니다^^
지치지 않고 성당 순례 잘하시려면 건강관리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쉬지 않는 순례자가 있음은 우리의 복이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