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나의 어머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끔씩 나의 부모님이 치매가 아니실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필자의 경우 83세의 노모가 계신다. 필자를 포함하여 팔남매(아들5, 딸3)가 자주 시골을 방문하려고 노력하는 터라 그나마 다른 가족에 비하면 필자의 고향 마을회관 내에서는 어머니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 살아 계신 동안에도 늘 `나는 늙어도 너희들 집에 안가고 여기서 산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던터라 아직도 시골의 논과 밭을 일구시며 홀로 생활하고 계신다.
하루는 홀로계신 노모가 그립기도 하고, 시골에 혼자 계셔서 걱정되기도 하여 시골 본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어머니 얼굴만 봐도 힘이 나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고향집은 푸근하니 편하고, 풍성하고 좋아서 가곤 한다.
어느날은 밭에서 일 하시는 어머니를 발견하곤 한다. 일하고 계시는 모습에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시는 수단이려니 하면서도 언제 농사일을 제대로 한번 도와 드려본 적이 없어서 미안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그 미안함과 멋적음을 `이제 일 그만하시고 노후를 편히 사시라`고 퉁명스런 말투로 변명이랍시고 말씀 드린다. 해질녁이 되면 다양한 식재료들을 챙겨 주시고 어서가라고 손사레 치시며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신다. 시골에서 혼자계신 어머님을 승용차 차창 밖으로 남겨두며 돌아오곤 하는 나는 그 때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쓰디쓴 울렁임을 가슴 깊이 삼키곤 한다.
그렇게 돌아오곤 했던 어느 날 이틀도 지나지 않아 광명시에 사는 필자의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필자가 어머니 계시는 시골집에 다녀간 지가 며칠이 다 되었다고 말씀... 세상에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걱정이 되어 어머니께 당신이 손수 챙겨주신 항목들 `시골계란 한판`과 `무농약 파 한단` `참기름 한 병` 을 여쭈어 보았다. 결과는 일부는 기억하고 나머지는 기억을 못하시고 계셨다. 걱정이 앞서고 눈이 캄캄해 졌지만 태연히 필자는 어머니께서 기억하시는 항목에 대하여 가족들이 매우 맛있어 한다는 말씀만 드렸다. 그 이후 다시 시골에 갔을 때 어머니께로부터 이웃집 아주머니가 주신 돈을 `닭장 처마 밑`에서 3일만에 발견하셨다는 이야기를 나의 어머니로부터 직접 걱정 어린 어머니의 한숨과 함께 들었다 .
치매는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 가족에게도 예외 없이 발생하였다.
연령증가에 따른 `질병`의 하나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현재까지는 특별한 예방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우선시 되어야 할 치매에 대한 대처는 먼저 부모님에 대한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활관심의 일부일지라도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문안 전화 드리는 것, 맛있는 음식을 지니지 않을지라도 얼굴을 뵙고 인사드리는 것... 등
어쩌면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효로 치부되는 시대흐름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