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여성 3인의 '취업 대신 창업' 성공기
오랜 불황 탓인지 요즘은 어딜 가나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만 들린다. 그러나 나름대로 자신의 특성을 살린 인생전략을 세워 실천에 옮긴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는 젊은이들도 생각 외로 적지 않다. 취업보다 창업에 일찍 눈뜬 젊은 여성창업자 3명에게 적은 밑천으로 성공한 비결을 들어봤다.
“창업 밑천은 우리 학우들이지요.”
아동복 재활용 사업으로 창업에 도전한 부산 동의대 이진희 (23·호텔외식경영 4학년)씨. 어린이 중고의류를 수집해서 리폼(Reform)한 다음 재판매하는 전형적인 재활용 사업이다. 전공이 외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을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녀에게 ‘먹는 것’보다 숙녀의류, 액세서리 등 중고용품 판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손재주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왔고 우리나라가 불황기라서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동의대의 여학생 커리어개발센터(women.dongeui.ac.kr)에서 창업에 관심있는 여학생들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했다. 이곳에서 여학생 창업모임인 ‘동창모’를 결성해서 시장조사에 대한 도움도 받았다. 보다 확실한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여성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여성창업경진대회에 출전했는데 사업성을 인정받아 은상을 받았다. 재활용사업 가운데 특히 아동의류로 아이템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씨는 “아동복은 착용기간이 짧고 빨리 성장하므로 얼마 입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약간 손을 보면 신상품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변신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이진희, 김소희, 장경진 (왼쪽부터)
“아마 저 만큼 창업강의를 많이 들은 사람도 없을 거예요. 신문에 나온 창업특강이나 세미나에는 모조리 쫓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한 열정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해요.” 키스킨(keyskin.co.kr) 즉, 노트북전용 키보드 아이템으로 교내 창업경진대회는 물론 중기청, 여성경제인협회, 서울시 등의 창업경진대회를 모두 석권한 당찬 여대생 김소희 (22·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씨의 첫마디다. 그녀는 “데스크탑은 키보드커버가 있는데 노트북에는 왜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자 조사에 착수했다. 노트북은 키보드가 본체에 부착되어 있어서 커피를 쏟거나 먼지가 끼면 모두 버려야 하는 고가의 상품인데도 대부분 커버를 씌우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재질이 폴리우레탄이나 나일론으로 되어 있어서 감촉이 둔하고 흡착 정도가 미흡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냈다. 그로부터 수십 번의 재질검사와 시제품 개발, 몇 시간씩 기다려 가며 만난 전문가들에게 들은 정보를 종합해서 지금의 실리콘 키스킨을 개발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벤처창업대전에서는 여러 메이커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였다. 취업을 안 하고 창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취업공부하면서 열심히 하면 창업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믿었어요.” 창업비는 아르바이트로 번 300만원이 전부인데 지금까지는 학교에서의 지원금, 경진대회 상금 등으로 근근이 꾸려가고 있지만 주문이 밀려 있어서 자금걱정은 안 한다고. 이제 그녀는 일본의 ‘엘레콤’, 미국의 ‘타거스’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대표브랜드를 키워서 수출 효자상품으로 만들 포부에 오늘도 들떠 있다.
올해로 애견옷 디자인 경력만 4년 차인 장경진 (24·광주여대 졸업)씨. 장씨는 처음에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패션디자이너가 어떻게 강아지 옷을 만들 수 있느냐?”며 선배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았지만 잘 나가는 애견옷 사이트(www.vono.net) 운영자라는 이미지에다 돈도 좀 번다는 소문에 되레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창업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여느 여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취업 준비하느라 2년 동안 영어공부에만 매달렸는데 전공을 살릴 의류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지방대 여학생인 탓인지 번번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러던 중 창업기회는 아주 우연하게 찾아왔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중 친구의 강아지가 하도 예뻐서 티셔츠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그 옷을 보고 주변에서 하나 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가게를 낼까 생각했는데 세가 너무 비싸서 인터넷으로 해보기로 했지요.” 그런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되레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지방이라는 단점과 창업비 부담을 한꺼번에 해결해준 셈이다. “창업비요? 500만원 들었어요.” 옷 제작에 필요한 재봉틀 3대와 원단 정리를 위한 테이블, 홈페이지 외주비용 등이란다. 수입은 월 평균 260만원선. “여름에는 여행 다녀요. 저는 아직 젊잖아요”라는 그녀의 얼굴에 자립으로 얻어진 당당함이 배어난다.